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60화 (60/227)

60화 이상식욕자 (1)

“형님들! 급하게 보고 드릴 게……!”

“새끼, 시끄럽게”

“노크는 하고 들어와라~”

강원도 한구석에 있는 작은 빌라촌.

그곳의 모습은 과거와는 꽤 달라져 있었다.

주변은 낡은 펜스와 잡동사니들로 만든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벽 외곽에는 작은 초소들도 세워져 있어, 평범한 마을의 풍경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굳이 그 모습을 표현하자면 요새.

이 일대에서 활동하는 약탈자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자리 잡은 장소였다.

그 중심의 건물.

간부급들만 거주하는 장소에 말단 약탈자가 보고할 게 있다며 쳐들어온 것.

“무슨 일인데 그래?”

“큰형님 주무신다. 별거 아니면. 알지?”

“아,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네. 어디 말해 봐.”

간부들은 전원이 각성자 중에서도 고레벨을 이룬 자들.

말단으로 들어온 약탈자는 벌벌 떨며 보고를 시작했다.

“그게. 이번에 일 나간 3번 전투조가 복귀했습니다.”

“오.”

“뭐야, 좋은 소식이네?”

“3조가 나간 일이라면. 최근에 합류해 온 녀석들이 알려 준 정보 말하는 거지?”

얼마 전.

생존자 그룹 중 하나가 그들에게 합류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해 왔다.

사실 그런 경우는 드물지도 않다.

약탈자들의 삶은 평범한 생존자들에 비하면 풍족하기 그지없었으니.

다만 그들도 공짜로 동료로 받아줄 수는 없는 일.

쓸 만한 것을 넘긴다면 받아 주겠다고 거래를 제시했었다.

그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아 이야기가 길어지던 와중.

그쪽에서 드디어 꽤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 왔다.

‘큭큭. 그렇다고 해도, 설마 교류하던 그룹을 팔아넘기는 자식이 나올 줄이야.’

그들이 넘긴 대가는 정보.

그들과 교류하던 다른 생존자 그룹들의 위치.

그리고 그중 한 그룹은 어디로 향할 것이라는 이동 경로까지 제공했다.

그 그룹의 리더는 어떤 능력이 있는 것인지 몰라도 온갖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잡아서 노예로 삼는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말도 함께.

그들에게 노예 사업은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

거래는 성사되었고.

통 크게 전투조 하나를 임무에 배정했다.

그런데.

“그게, 작전은 실패, 생존자 그룹의 생포는커녕, 물자도 약탈하지 못했다고…….”

“……이 병신같은 새끼들이.”

전투조는 각성자를 포함한 정예로만 이루어져 있다.

실패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서 일을 맡긴 것인데.

그걸 실패했다니.

간부들이 분노하려던 찰나.

“그게, 상대가 군인…… 탈영병들이었답니다.”

“탈영병?”

그 단어에.

찬물이 쏟아진 듯 분노가 가라앉았다.

“쯧. 탈영병 놈들이 상대라면 어쩔 수 없나.”

“전투조라고 해도 총은 못 이기지. 당장은.”

“탈영병들이라면, 저기 멀리 있던 부대 근처에서 활동하던 녀석들이 이 근처까지 흘러들어 왔나 보군.”

아직 각성자들의 수준이 올라오지 않은 현재.

총을 든 탈영병들은 일종의 자연재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거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려는가 했으나.

“총. 갖고 싶다.”

굵은 목소리 하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큰형님?”

“더 주무시지 않으시고 왜…….”

건물 안쪽에서.

무언가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큰형님이라고 불린 존재.

그 사내는, 평범한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풍채를 지니고 있었다.

3m는 넘을 것 같은 키.

기괴하게 부풀어 오른 살덩이.

전신에는 비정상적으로 불거진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약탈자 그룹의 대장.

광진.

그의 모습을 본 간부들은 생각했다.

‘제기랄, 더 자고 있지.’

‘왜 기어 나온 거야.’

이들 그룹이 빌라촌 하나를 점거하고 가장 강한 약탈자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

모두 이 남자의 힘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군이 봐도 기괴한 그 모습.

그를 따르는 간부들 역시, 보면서 소름이 끼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처음부터 저런 모습은 아니었다.

본래는 평범한 인간이었으나, 어쩌다 각성을 하게 된 뒤.

각성했음에도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던 광진은, 결국.

‘평범한 사람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식량들에 눈을 돌렸지.’

그 결과가, 바로 저 모습.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점점 인간을 벗어나고 있었다.

“갖고 싶다는 건. 그 탈영병들을 상대로 약탈해서, 총을 가져오자. 그런 말씀이십니까.”

“그래.”

간부들이 할 말을 잃고 다들 우물쭈물할 때.

보고하기 위해 왔던 말단 약탈자가 말했다.

“아, 아무리 큰형님이라고 해도, 총을 가진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좀 어렵지 않을까요?”

“뭐?”

“이 미친 새끼……!”

그 대답을 들은 간부들이 경악했다.

“어, 예? 왜들 그러십…….”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눈치챈 말단은 그제서야 눈치를 살폈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너. 말대꾸?”

“크, 큰형님. 그게 아니라……!”

“사형.”

거대한 살덩어리가 말단의 몸을 덮쳤다.

콰직……!

간부들은 그 광경에서 눈을 돌렸다.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는 약탈자들이지만.

그들 역시, 얼마 전까진 평범한 삶을 살던 이들.

보기 힘든 광경이란 건 있는 법이니.

“총. 갖고 싶다. 가져와.”

“아, 알겠습니다!”

“큰 형님이 바라시는 대로.”

라고 대답은 했지만.

간부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전면전은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이 근처까지 유인한다면 가능할지도.”

“그걸 누가 모르냐. 유인을 어떻게 하냐가 문제지.”

“아예 합류를 권하는 건…….”

그러나.

그 고민이 쓸모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큰일입니다!”

“이번엔 또 뭐야.”

“정찰조 말로는, 군인들이 근처에 접근했다고……!”

“뭐?”

어떻게 유인해야 하나 고민하던 탈영병들.

그들이, 직접 약탈자들을 찾아온 것.

이 빌라촌은 요새화가 완료된 상태.

거기에, 시가전은 군인들에게 지옥이라 불리지 않던가.

그렇다면.

“우리를 어지간히 얕봤나 본데.”

“큭큭. 이렇게 나온다면 오히려 좋지.”

사냥의 시간이 찾아왔다.

* * *

“포위조는 배치 완료됐습니다.”

이번 전투는 두 팀으로 나뉘어서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공격조.

그리고 포위조.

공격조의 약탈자 토벌이 시작되면 도망치기 시작하는 녀석들이 있을 터.

그들을 포획하기 위한 포위조를 따로 구성한 것.

포위조의 배치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우리 공격조도 빌라촌을 향해 접근을 개시했다.

“요새를 만들어 놨다더니.”

“대단하긴 하군요.”

펜스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철판때기들.

이런 넓은 지역에 어떻게 저런 벽을 만들 수 있었을지 궁금해질 정도.

좀 미숙함이 엿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튼튼해 보였다.

그때.

피앙!

어딘가에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 병장님!”

카앙!

그 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전광일 상병.

녀석의 글러브가 내게 날아오던 투사체를 붙잡았다.

“뭐였던 거야?”

“석궁입니다.”

자기 손을 펴서 내게 보여 주는 광일이.

거기에는 부러진 석궁의 볼트 하나가 들어 있었다.

“평범한 위력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각성자로군.”

세상에.

광일이 녀석이 아니었다면 영문도 모르고 죽을 뻔했네.

석궁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요새 외곽에 초소처럼 만들어진 가건물 몇 곳이 보였다.

그중 한 곳에서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는 남자의 모습도.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정수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경수 씨……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는 사람입니까?”

“제가 말씀드렸던, 교류하던 그룹 중 하나의 리더였던 사람이에요. 석궁수로 각성했죠. 솔직히, 배신자가 있다면 저 사람이 아닐까 싶긴 했는데. 예상이 적중했나 보네요.”

즉.

정수아가 복수하고 싶어 했던 대상이 저 남자라는 것.

몸을 일으킨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거기서 보면 어쩔 거냐는 듯.

비웃음을 치더니 몸을 돌려 도망치는 남자.

“웃어?”

그건 좀.

건방지네.

“광일아.”

“예, 병장 전광일.”

“저놈. 잡아 와.”

“충성 충성!!!”

석궁을 쏜 위치는 상당히 멀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자마자 전속력으로 도주를 개시했으니.

보통이라면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쿵!

“잡아 왔습니다!”

“히, 히에에엑.”

그것도 보통의 경우지.

이미 내 요리와 김 중위의 버프까지 덕지덕지 발라진 상태.

최근에 무기까지 얻어 능력치가 더 올라간 전광일 상병.

보통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는 수준이란 거다.

새끼 고양이처럼 목덜미를 붙잡힌 채 잡혀 온 남자.

그의 앞에 선 정수아가 말했다.

“경수 씨. 오랜만이네요.”

“누…… 누구……?”

“배신까지 해 놓고, 벌써 제 얼굴을 잊어버렸나 봐요?”

“수, 수아 누님입니까? 제기랄…….”

시력을 회복하고 난 뒤 꽤 분위기가 달라진 탓일까.

처음엔 정수아를 알아보지 못했던 남자.

그가 침음성을 흘렸다.

“이 사람은 제가 데려가도 될까요?”

“계약 내용이 그런 거였으니 마음대로. 나중에 돌려만 주십쇼.”

“고마워요.”

“아, 안 돼……!”

병사들에게 끌려가는 녀석을 뒤로한 채.

시선을 돌리고 요새 쪽을 바라보았다.

외부 초소에 있던 녀석들은 금방 정리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저 요새.’

벽이라고는 하나, 꽤 단단해 보인다.

직접 부수거나 넘으려고 하다간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적의 공격에 노출되겠지.

하지만 뭐.

이미 요새가 있던 것을 알고 온바.

당연히 대비책도 준비되어 있지.

* * *

“외부 경비조 전멸했습니다!”

“뭐?”

“총소리도 없었는데.”

“그게, 탈영병들 사이에 각성자도 있었나 봅니다.”

외부 경비조는 요새 밖에서 경비를 서는 이들.

최근에 합류해 온 이들에게나 맡기는 위험한 일.

사실상 버리는 전력으로 보는 이들이긴 했다.

하지만.

‘벌써 전멸이라니?’

그냥 총을 들었을 뿐인 일반인들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간부들은 큰 위협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어차피 요새 안쪽으로 들어오는 건 무리니까.”

“큰형님은 총기를 얻길 바라고 계신다. 일단 요새를 지키면서 버티고 있다가, 지친 녀석들이 후퇴할 때 전투조를 보내면 되겠지.”

적들의 규모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래 봐야 인근에서 가장 큰 세력을 이룬 그들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요새화된 빌라촌.

게다가 그 안에는 그들의 대장.

광진이 있다.

빌라촌의 괴물들을 모조리 집어삼킨, 괴물보다도 괴물 같은 존재가.

“무슨 자신을 가지고 우릴 공격한 건지. 큭큭.”

그렇게 낄낄대던 약탈자들이었으나.

그 자신감이 무엇이었는지는.

금방 알게 되었다.

“뭐야 저건?”

빌라촌으로 들어오는 도로.

그곳을 타고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공성추?”

공성추처럼 생긴 거대한 뿔이 달려 있는 차량.

그 차량이.

요새의 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가 싶더니.

콰아아아아앙!!!

그들이 한 달 이상을 고생해서 만들어 낸 요새의 외벽을.

뿔로 들이받아 버렸다.

* * *

우르르…….

요새의 외벽이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무너져 내렸다.

“작업 완료했습니다!”

요새를 박살 낸 건 공병들이 개조한 전투차량 중 하나.

요새가 있다는 것을 들은 공병들이 뚝딱뚝딱하더니.

불과 며칠 만에 만들어 낸 물건이다.

공성차량이 요새에 접근하는 것을 본 적들도 나름 공성차량에 공격을 가해 왔으나.

맥의 마력으로 강화된 자재로 만든 차량.

어지간한 공격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은 채 요새를 박살 내 버린 것.

“벽이 무너졌다!”

“제, 제기랄, 공성추라니.”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저딴 게 왜 있어……!”

벽이 무너지자.

안쪽에서 들려오는 당황한 목소리.

그와 함께 무너진 벽 주변으로 몰려드는 인간들이 보였다.

“…….”

“흠.”

무너진 요새의 벽을 사이에 두고.

우리 병사들과 약탈자들이 대치했다.

나름대로 각자 손에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는 녀석들.

하지만.

조잡하게 만들어진 수제 석궁과 활.

포인트 상점에서 파는 최저가 싸구려 철검과 갑옷.

그에 비해.

“저 녀석들. 탈영병들이라 하지 않았나?”

“당연히 총을 들고 올 줄 알았는데. 왜 저런 무기들을.”

“우리가 가진 장비랑은 뭔가. 급이 다른 것 같은데…….”

‘아라크론’의 앞발로 만들어진 무기.

‘리자드’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군복.

김 중위의 지휘와 내 요리를 통한 버프까지.

거기에.

저쪽의 각성자는 많아 봐야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아 보였다.

즉.

“범죄자들을 진압해라!”

“군단의 승리를 위하여!!!”

전투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뻔한 일.

“커헉……!”

“제기랄, 상대가 안 되잖아……!”

속수무책으로 쓸려 나가는 약탈자들.

개중에는 빌라의 옥상 같은 곳에서 석궁을 들고 우리를 겨냥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러나.

쿠웅……!

“큭큭, 거기냐!”

“끼요오오오옷!”

전사계 각성자 중 몇 명이 괴성과 함께 서전트 점프를 하는가 싶더니.

콰직!

단 한 번의 점프로 건물의 2층과 3층 사이에 도달하고.

그 벽면에 무기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는.

파바바바바박!

“히, 히이익……!”

“무슨 바퀴벌레도 아니고!”

건물의 외벽에 칼을 박아 가며 엄청난 속도로 기어오르고.

순식간에 빌라의 옥상으로 몸을 던져, 약탈자들을 덮쳤다.

‘……저 녀석들. 저런 짓도 가능했었구나.’

건장한 체격의 군인들이 건물의 외벽을 기괴한 자세로 기어오르는 장면.

내가 봐도 조금 소름이 끼칠 정도인데.

습격을 당한 당사자들은 어떨까.

“미, 미친.”

“이게 뭐야. 괴물들이잖아!”

“괴물이 아니야. 이 자식들. 전부 각성자다!”

“이 숫자가? 그게 말이나 되는……!”

그제서야 전력 차이를 체감한 듯.

안쪽으로 도망치는 약탈자들.

“쫓아라!”

“놓쳤다간 다른 곳에서 피해를 끼칠 놈들이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그 뒤를 쫓아 우리 병사들이 추격을 들어갔다.

그런데.

움찔.

한참을 몰아치던 병사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요새의 안쪽.

빌라촌의 중앙쯤 되는 곳에서.

고오오오…….

엄청난 거구의 살덩어리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몬스터인가? 이 녀석들. 몬스터를 사육하고 있던 거야?’

우리도 ‘맥’ 같은 괴물을 잡아 두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큰형님이시다!”

“다들 큰형님 주변으로 모여! 큰형님을 주축으로 삼아서 반격한다!”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

그런데.

‘큰형님이라니.’

……저게?

아무리 봐도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는 형태.

의아함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자니.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희. 그냥 군인. 아니다?”

“……뭐?”

“각성자들. 전부?”

갸우뚱하며 묻는 살덩어리.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아무튼, 큰형님이라.

이 녀석이 약탈자들의 대장쯤 되는 놈이라는 건데.

“굳이 약탈자 놈이랑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겠습니까?”

“일단 패 놓고 얘기하죠!”

내 요리를 통해 용기가 충만해진 덕분인지.

다소 사고회로가 단순해진 병사들.

녀석들이, 살덩어리 괴물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런데.

“각성자……. 특히 맛있지.”

“커헉!?”

콰앙!

가장 먼저 덤벼든 전사조의 병사.

그가, 살덩어리가 휘두른 주먹에 맞고 저 멀리 날아갔다.

“병민아!?”

“괘, 괜찮습니다.”

날아간 병사도 죽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요리로 버프까지 한 우리 병사가…… 전투에서 지다니.’

아무리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외모라고 한들.

큰형님이란 이름으로 불린 것을 보면, 저 남자도 아마 각성자.

저만한 각성자가, 우리 외에도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좀 싸운다고 해 봤자. 거기까지겠지.’

우리 부대에는.

‘좀 싸운다’는 수준을 넘어선 병사가 있었다.

“전광일 상병.”

“강한 적…… 크륵.”

“네가 나설 차례……. 어어. 이미 준비됐나 보네.”

강한 적을 보고 흥분했는지.

내가 부르기도 전에 이미 스위치가 켜져 있던 전광일 상병.

“카하하하하하!!!”

녀석이 살덩어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 * *

“이 돼지 새끼야! 어디 날 즐겁게 해 봐라-!”

3m도 넘어 보이는 거대한 살덩어리.

우리 병사를 일격에 날려 보낸 것을 보면, 분명 상당한 강자였겠지.

하지만.

그 힘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한들.

“끄륵…….”

전광일 상병은.

우리 부대에서 가장 강한 전사다.

“그, 그만.”

“카-하하하하하!!!”

“케헥…….”

미친 듯한 웃음을 지으며, 살덩어리를 난타하는 전광일 상병.

광기에 휩싸인 그의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너, 너, 인간 아니다……?”

누가 봐도 괴물같이 생긴 쪽은 저쪽임에도 불구.

살덩어리의 입에서 ‘인간이 맞냐’는 의문이 나올 정도였다.

“사, 살려…….”

결국.

광일이 녀석에게 한참을 얻어맞던 살덩어리가 뒤쪽으로 도망쳤다.

그곳에는, 다른 약탈자들이 모여 있었다.

“크, 큰형님이 지다니.”

“심지어 한 놈한테…….”

간부급으로 보이는 각성자들이 살덩어리를 맞이했다.

“제기랄, 저런 괴물 같은 놈들이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일단 후퇴합시다!”

약탈자들과 합류한 살덩이 괴물.

그 모습을 본 나는 조금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동료와 함께 도망치려는 건가.’

다른 약탈자들이라면 모를까.

저 살덩이가 전력으로 도망친다면, 따라잡기 힘들 수도 있었다.

포위조의 병사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고 한들.

저만큼 강한 녀석을 제대로 붙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

‘어떻게든 여기서 붙잡아야……!’

그런 생각을 하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려 했으나.

콰직.

애초에.

저 살덩이 괴물은, 도망칠 생각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었다.

“어……?”

녀석을 마중 나왔던 간부급 약탈자들.

그중 한 명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살덩어리가 내려찍은 주먹으로 인해.

‘아군을, 죽였어?’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

그 모습에 놀란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미, 미친!”

“이 괴물 같은 새끼. 이젠 아군도 못 알아보……!”

콰직.

와그적.

살덩어리의 괴상한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옆에 있던 다른 간부급 약탈자들은 물론.

“제기랄, 큰형님이 미쳤다!”

“저 괴물 새끼가 큰형님은 무슨! 다들 도망쳐!”

도망치는 다른 약탈자들을 쫓아가며.

놈들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의아한 점이 있었다.

‘시체가 없어?’

녀석의 주먹에 터져 나간 약탈자들.

그 시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커지고 있다.’

약탈자들이 죽어 나갈 때마다.

살덩어리 괴물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는 점.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하고 있을 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요리사의 대적 중 하나.]

[이상식욕자를 마주하였습니다.]

[직업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퀘스트?

[직업 퀘스트 - 대적자 척살(이상식욕자)]

[대적자를 주살하십시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대적자를 상대하는 데 한해 전투 능력이 배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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