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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468화 (468/473)

468화. 힌트

눈앞으로 큼지막한 주먹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본인은 쓰레기 같은 몸이라고 말했지만 주먹 크기만 봤을 땐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건 막고.

맨주먹 자체는 막아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의해서 피해야 하는 건 이런 공격에 섞여 날아오는 충격파였다.

사각에서 날아드는 발차기를 이번엔 막지 않고 몸을 숙여 피했다.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반대편 벽을 그대로 날려버리는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스각!

몸을 숙인 채 앞으로 나아가며 허저의 발뒤꿈치를 베어냈다.

“내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이구나.”

허저가 피가 솟구치는 발목을 내려다봤다.

허저도 배에 있던 놈들과 마찬가지였다.

피가 뿜어지는 건 자기 발목임에도 마치 남의 일처럼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남은 건 팔 하나와 다리 하나라. 승산이 없군.”

눈을 찌푸린 허저가 하나 남은 손으로 다시 기를 모았다.

승산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싸움을 멈출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정말이지 쓰레기 같은 몸이다.”

아마 마지막 충격파일 터였다.

허저의 몸은 한계였다.

내가 입힌 대미지를 제외하고도 허저의 몸은 충격파를 쏠수록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처음엔 미세한 경련이었는데 지금은 기를 모으는 팔을 시작으로 몸 전체가 무섭게 떨리는 중이었다.

“넌 전력을 다하지 않는군.”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허저를 응시했다.

내가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허저는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내 전력을 이끌어 낼 수 없는 자신을 탓하면서 말이다.

“미안할 따름이다. 네게 즐거움을 줄 수 없어서.”

“본인 몸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

“푸하하하하하!”

내 대답에 허저가 웃음을 터뜨렸다.

“거짓말하지 마라. 너도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아무리 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네놈의 전력을 이끌어 내는 건 불가능하단 사실을.”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자 허저가 천천히 몸을 숙였다.

마지막 충격파를 쏘아내려는 것 같았다.

“네놈에겐 여유가 있다. 차고 넘치는 여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려지지가 않는구나. 네놈의 그 여유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그럼에도 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부술 수 없는 단단한 바위일지라도 몸을 부딪히는 것.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심장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중강 허저의 싸움이다.”

마지막 전의를 불태우는 허저에 수리검과 면도칼을 해제했다.

[쿠훌린 - 게이볼그]

오른손으로 창이 생겨나고.

창에서 시작된 서늘한 핏빛이 몸을 감싸나갔다.

천천히 몸을 낮추며 창을 든 손은 뒤로, 왼손으론 땅을 짚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자세를 취하고 허저를 응시했다.

“허어. 참으로 섬찟한 기운이구나. 짙은 혈향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하다.”

입가로 미소를 짓나 싶더니.

준비를 마친 건지 허저가 내게로 쏘아졌다.

동시에 나도 땅을 박차며 허저를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심장을 꿰뚫는 창]

순간 허저와 나의 몸이 교차되었다.

허저의 마지막 충격파는 내 얼굴 옆을 스쳐 벽으로 날아갔고.

내질러진 게이볼그는 그대로 허저의 심장을 꿰뚫었다.

쿵.

간신히 몸을 지탱하던 마지막 다리의 힘이 풀렸다.

그대로 무너지며 무릎을 꿇는 허저.

거친 기침 소리와 함께 허저의 입에서 피가 솟구쳤다.

몇 번인가 피를 토해내며 심호흡한 허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히 괴물이로다.”

잠시 날 응시하던 허저가 말을 이었다.

“만리장성으로 가라.”

“…?”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마지막으로.

“마지막 예를 갖춰 준 것에 대한….”

허저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작은 보답이다.”

쓰러진 허저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흘러나와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런 허저를 잠시 바라보다 무기를 집어넣었다.

건물 밖에 있던 요원들이 우르르 몰려왔지만 덤벼들진 않고 있었다.

허저조차 상대가 되지 않는 걸 보고 전의를 상실한 것이었다.

배신자가 이렇게 많다니.

놈들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한국에선 나름 엘리트라고 뽑힌 인간들일 텐데 순식간에 국가에 등을 지다니.

한동안 청와대도 인력난으로 고생 좀 할 것 같았다.

“중국에서 온 다른 놈들은 어디로 갔지?”

가장 앞에 있는 요원에게 물었다.

깜짝 놀라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요원.

모두가 외면하자 요원이 주춤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 아까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말과 존댓말 사이에서 고민한 모양이었다.

이내 존댓말을 한 요원이 고개를 푹 숙였다.

다 짼 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승기가 넘어갔다 생각한 건지 내가 허저와 싸우는 동안 모두 청와대를 빠져나간 듯했다.

마음 같아선 쫓아가고 싶지만 지금 대통령 곁을 떠나긴 힘들었다.

곁에 우미희가 있긴 하지만 아까 보니 그림자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쓰러져 있는 허저와 요원을 번갈아 봤다.

“경호처장을 죽인 건 저 남자가 맞겠지?”

늘어서 있던 요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해. 어떻게 함정을 판 건지. 망설이면 바로 죽인다.”

아마도 팀장이나 그쯤 되는 듯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요원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상황을 읊기 시작했다.

청와대에 도착한 강태황을 경호처장의 방으로 유인했고 거기서 준비해둔 피를 뿌렸다는 것이다.

강태황은 대통령과 서울이 인질로 잡혀있다는 걸 알곤 저항하지 않은 것이고 말이다.

필요한 말을 다 들은 후.

[아이작 뉴턴 - 데모닉]

[그라비티 디바이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요원을 땅 아래로 처박아버렸다.

“끄억…!”

한 방에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지는 요원들.

굳이 놈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조금 있다 깨어나면 어차피 지옥이 펼쳐질 터였다.

감옥에서 즐거운 여생을 보내길 마라며 대통령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으… 으!”

의원들의 얼굴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허옇게 질려있었다.

엉금엉금 기어 조금이라도 멀어지려는 걸 보니 흡사 바퀴벌레 같았다.

“원래도 돈 많이 받지 않나요? 욕심엔 끝이 없다지만 이번엔 너무 과하셨던 거 같은데.”

의원들에게 다가가 몸을 숙였다.

“당신들 말고 데몬 침공이나 이번 일에 가담한 의원 또 있나요?”

“지, 지금 우릴 겁박하는 건가?! 우리가 누군 줄 알….”

쩌억!

“다음.”

멍멍대던 의원이 입과 코에서 피를 뿜으며 고꾸라졌다.

“우린 대한민국 국회의….”

쩌억!

“다음. 다음부터는 팔다리 날아갑니다.”

“어, 없어! 이게 전부야! 진짜야!”

다행히도 학습 능력이란 게 있는 모양이었다.

세 번째 의원이 허겁지겁 대답하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중국놈들이 뭔지는 천천히 알아내면 될 테고.”

일단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도망가면 안 되니까 다리 하나씩만 합시다.”

기절한 두 명을 제외, 나머지 의원의 발을 하나씩 밟아나갔다.

살면서 다친 적이 없는 건지 거친 비명과 욕설이 공간을 채워나갔다.

그러든가 말든가 무시하고 대통령과 우미희 쪽으로 걸어갔다.

“괜찮으세요?”

“괘, 괜찮습니다.”

이석준이 몸을 일으키며 날 정면으로 응시했다.

“아.”

가면을 벗으며 예의 바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까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었죠. 1급 헌터 백운이라고 합니다.”

이석준에게만 들리게끔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뒤 벗었던 가면을 호다닥 다시 썼다.

뒤에 있는 바퀴벌레들한테까지 정체를 알려 줄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

갑자기 정체를 드러내 놀랐는지 입을 벌리는 이석준과.

“휴우. 그림자야 안 말해도 될 거 같아.”

왠지 모르겠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우미희까지.

그런 둘을 쳐다보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과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놈이었다.

“어… 차피 여기 상황과 별개로 강태황은 죽는다.”

“응?”

“오늘로써 대한민국을 지키던 방패가… 사라진다.”

중얼거리는 의원을 잠시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뷰우우우웅신.”

“뭐…?”

예상하던 반응이 아니었는지 의원의 얼굴로 당혹감이 드리워졌다.

“거기 앞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라고 생각해?”

의원에게 걸어간 뒤 쪼그리고 앉았다.

“뭘 보낸지는 모르겠지만 강태황 장관님한테 도달 못 한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그리고.”

펼친 손바닥을 높이 치켜들어.

“반역자 새끼가 말하는 게 영 싸가지가 없네.”

빠아아아악!!

그대로 의원의 뒤통수를 갈겼다.

바닥으로 얼굴이 박히더니 몸을 부르르 떠는 의원.

옷을 털며 몸을 일으킨 뒤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젠 대통령 옆을 지키며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럼 잠시 후엔 틀어졌던 퍼즐이 제자리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 * *

띠리리리리.

비광이 전화를 집었다.

“어 대통령은 무사하시고? 여기? 여기는 완전 평화롭지.”

백운에게 대답하며 비광이 고개를 내렸다.

사방으로 수십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얌전히 기다리나 싶더니 갑자기 돌변하며 달려든 인간들이었다.

“기태랑? 걔는 뭐 좀 하고 있어.”

비광이 옆을 쳐다봤다.

기태랑은 한 손으로 누군가의 얼굴을 움켜쥐고 있었다.

“끄으으으! 이거 안 놔!?”

붙잡혀 있던 여자가 소리 지르며 가느다란 침을 휘둘렀다.

그 와중에도 나름 급소를 노리고 휘둘러진 침이지만, 그뿐이었다.

다이아몬드를 뚫는 건 불가능했기에 침은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으아아아아!”

여자가 악을 쓰며 몇 개의 침을 더 꺼내 최후의 발악을 했다.

기태랑은 조용히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구나. 병원에서 요원들 죽인 게.”

여자의 얼굴 피부는 기태랑에게 맞으며 반쯤 벗겨져 있었다.

이번엔 강태황의 식사를 위해 몇 번 드나들었던 검찰청 직원의 얼굴을 빼앗았었다.

“어, 어떻게 알아차린 거냐…!”

행동거지나 생김새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다만 여자가 간과한 게 있었다.

앞에 있는 세 명은 누구보다 피 냄새에 익숙한 사람들이란 것을 말이다.

“얼굴에서 그렇게 피 냄새가 풀풀 나는데 어떻게 모른 척해주겠어.”

곧이어 다가온 비광도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너무 억울해하지 마. 너 여기 안에 들어갔으면 벌써 저 세상 갔으니까. 안에 있는 영감님은 한 방 한 방에 아주 필사적이거든. 그럼.”

여자의 얼굴 위로 화투패 두 장이 떠올랐다.

“잘 가라.”

콰직!

목이 꺾인 여자의 입에서 푸른 기운이 흘러나왔다.

조금 전 덤벼들었던 놈들과 마찬가지였다.

“희수야 그 인간 잘 잡고 있어.”

손을 턴 비광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오영욱 검사를 바라봤다.

조금 전 슬금슬금 도망치던 걸 류희수가 잡아온 것이었다.

“여보세요? 아니 잠깐 뭐 없앴어. 어. 어. TV 보라고?”

뜬금없는 말에 비광이 앞에 있는 TV를 틀었다.

“CBC?”

백운의 안내에 따라 채널을 돌리자.

마이크를 잡고 있는 송유빈이 나타났다.

두 눈이 무섭게 타오르고 있는 송유빈.

숨을 들이마신 송유빈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이제부터 보여드리는 건 1급 헌터 무기왕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그리고 이 영상이 증명해 줄 겁니다. 헌터청 강태황 장관은 무죄라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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