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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68화 (268/687)

268화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다 저런가?’

바이샤다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

하긴 제국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서 가르치는 곳이니 저게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화살의 절반을 바위에 꽂아 넣어도 ‘아 화살이 바위에 절반밖에 안 꽂히다니’하고 아쉬워하는 이들.

“니 친구 헛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해.”

“네 동료기도 하잖나.”

바이샤다는 지젤과 더르규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다른 요새에서 에인로가드에 입학한 어린 순찰자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순찰자도 저러려나?’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전부 다 저런 성격이라면, 그림자 순찰대의 다른 요새에서 입학한 어린 순찰자도 비슷할 터.

바이샤다는 얼굴도 모르는 어린 순찰자에게 새삼 감탄했다.

저 정도는 되어야 에인로가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

“더 정확한 조준을 원한다면 위력을 줄여보는 건 어떻지?”

“위력을 말입니까?”

“그래. 보니까 너무 위력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정도까지의 위력은 필요 없거든.”

“하지만 나찰아귀 같은 몬스터들 중에는 유난히 장갑이 단단한 놈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놈들을 쓰러뜨리려면 이 정도 위력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 그렇긴 한데 보통 1학년이 그런 몬스터를 만날 일은 없잖아?”

바이샤다는 당황했다.

물론 몬스터들 중에는 단단한 방어력을 가진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보통 그런 몬스터들은 만날 일이 적었다.

하물며 마법학교의 1학년이라면 더더욱.

이한은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바이샤다는 눈앞의 소년이 왜 이러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러면 위력은 포기하고 조준에 신경써보겠습니다.”

“<하급 유도>도 써보지 그래?”

지젤이 빈정거리듯이 말했다.

당연히 진지한 조언이 아니었다.

부여 마법에서 물체가 목표 방향으로 스스로 가게 만드는 ‘유도’ 속성은 상당히 어려운 속성이었다.

‘가속’이나 ‘중량 증가’보다 훨씬 더 난이도가 높은 속성.

“앗. 고맙다. 모라디.”

그러나 이미 ‘자동 방어’ 속성을 다루고 있는 이한에게 <하급 유도> 정도는 해볼 만한 속성에 들어갔다.

둘이 꽤 통하는 부분도 있었기에 이한은 한 번에 <하급 유도>를 성공적으로 걸 수 있었다.

“......”

지젤은 할 말을 잃었다. 옆에서 더르규가 살짝 놀란 듯이 말했다.

“조언을 해줄 줄은 몰랐는데.”

“닥쳐.”

“?!”

이한은 위력 강화 마법을 줄이고 <하급 유도>를 추가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꽤나 적절한 조합이 완성되었다.

‘<하급 명중 강화>, <하급 조준 강화>, <하급 유도> 두 번, 거기에 <하급 관통력 강화>. 이 정도가 괜찮은 것 같군.’

한계까지 아슬아슬하게 시전한, 현재 실력으로 가능한 최고 조합.

시위를 당기자 화살이 정확히 멀리 떨어진 바위의 정중앙에 박혔다.

바이샤다는 기쁜 얼굴로 박수를 쳤다.

“훌륭해!”

“감사합니다.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는데.”

이한도 살짝 얼떨떨할 정도였다.

마법 하나로(사실 하나가 절대 아니었지만) 이렇게 쉽게 궁술을 대체할 수 있다니.

괜히 마법사들이 재수 없다고 욕을 먹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쉽게 활을 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인데요.”

“괜찮아.”

바이샤다는 숙련된 궁수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며 말했다.

“초심자가 괜히 시간만 헛되이 쏟다가 포기하는 것보다는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를 써서라도 즐기는 게 낫지. 뛰어난 궁수들이라고 좋은 활, 좋은 화살 안 쓰겠어? 오히려 더 그런 걸 찾아서 쓰지.”

궁술도 깊게 파고들면 그 끝이 없을 정도로 심오한 기술이었다.

그런 길을 걷는 궁수들은 마법사들이 마법으로 궁술을 대체한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기만의 궁술에 강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과연 그렇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한은 연속으로 화살 몇 개를 날렸다. 먼저 쏜 화살의 끝을 정확히 쪼개고 들어가는 모습에 바이샤다는 살짝 멈칫했다.

...마법이 정말 사기적이긴 하구나!

“모라디. 고맙다. 조언해줘서.”

“......”

“몇 번 더 연습해봐야겠군.”

이한은 살짝 신이 나서 화살을 집어 들었다.

마법이 있는데 무엇하러 궁술을 익히냐고 할 수 있겠지만, 활에는 마법에 없는 장점이 있었다.

일단 그 압도적인 사거리가 장점이었다.

잘만 사용하면 백 미터는 가볍게 넘기는 사거리는 마법으로 구현하려면 난이도가 미친듯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한처럼 몬스터를 상대할 일 많은 신입생은 최대한 멀리서 때리는 방법들을 준비해놔야 했다.

쉭, 쉭, 쉭, 쉭!

너무 열심히 화살을 표적에 꽂아대는 이한을 본 바이샤다는 당황스러워했다.

가볍게 기분 전환 정도로 추천했는데 너무나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에인로가드에 몬스터들이 내려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하하.”

“......”

“......”

“...학, 학생들. 농담이었는데.”

*         *         *

우레걸음 교수는 담배 파이프에 불을 당기고 연기를 뻑뻑 뿜어댔다.

흔히 학생들은 ‘과제와 시험을 이렇게 내다니 교수들은 정말 사악한 족속들이다’라고 착각하곤 했지만, 사실 교수들도 과제와 시험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과제와 시험을 내면 그걸 평가해야 하는 건 교수 본인인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스승의 그런 노고도 모르고 ‘왜 이렇게 어렵게 내요’같은 소리나 하고 있으니!

“이거 참 문제가 많습니다! 어린놈들이란 참!”

“네가 어렵게 낸 건 사실이잖나?”

“아니. 그렇다고 억지로 쉽게 내야 합니까?”

우레걸음 교수는 번개걸음 교수에게 툴툴대며 차를 따라줬다.

탁자 위에는 학생들이 만들어서 제출한 물약병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이건 세트리비의 이슬 물약을 빼먹었군. 이건 하급 정신 강화 물약의 양이 부족하고. 도브룩의 핏방울 물약을 만들라고 했더니 웬 하수구에서 물을 퍼왔나? 고약한 냄새 좀 보게!”

“차 마시는데 좀 조용히 해라.”

“예.”

우레걸음 교수 정도 되는 연금술사는 사실 눈으로 보고 마력을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물약의 구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기말 전 과제로 나온 아우룸의 황금 물약.

난이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만들기 위해서는 온갖 물약을 만들어 조합해야 한다는 점이 매우 성가셨다.

하급 정신 강화 물약과 세트리비의 이슬 물약을 섞어서 베이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다음에는 다시 하급 정신 강화 물약과 도브룩의 핏방울 물약을 섞은 걸 넣어주고, 그 다음에는 또 다시 하급 정신 강화 물약과 벨레젠의...

“그런 걸 내주니까 학생들이 싫어하는 거 아니냐?”

“연금술은 원래 이런 학문이란 말입니다.”

우레걸음 교수는 억울했다.

본인도 이런 상한 맥주 같은 일들을 견디고 연금술사가 된 만큼, 시련은 연금술사를 성장시켰다.

고작 이런 일에 좌절한다면 앞으로 더 어려운 물약은 어떻게 만들겠는가.

“어... 어어?”

“왜 그러지?”

“이상한데?”

우레걸음 교수는 물약병을 마법등에 비춰보았다. 그러나 다시 봐도 이상했다.

너무...

깔끔하고 완벽했던 것이다.

“뭐가 이상한데?”

“너무 잘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좋은 거 아닌가?”

“아니. 잘 못 만들라고 내준 과제란 말입니다.”

“......”

번개걸음 교수는 조카를 쓰레기 보듯이 쳐다보았지만 우레걸음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재료를 어디서 공급받는 것도 아니고 학교 부지 곳곳에서 이것저것 뜯어다가 만드는데 당연히 완벽할 수가 없었다.

온갖 부산물과 잔여물들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 아우룸의 황금 물약은 너무 완벽했다.

뭐지?

“이, 이거... 연금술 길드 공방에서 파는 물약으로 만든 것 같은데?!”

“영리하군.”

“아니 이건 영리한 수준이 아니지 않습니까! 누가 만든 거야?”

이한 워다나즈

“......”

물약 라벨에 붙은 이름을 확인한 우레걸음 교수는 할 말을 잃었다.

이 녀석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네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만들라고 해서 학생들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거잖나.”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밖에서 물약을 사옵니까!? 이 녀석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저번에 나갔을 때 사왔겠지.”

“그 때 아우룸의 황금 물약이 과제라는 걸 어떻게 맞춥니까?”

“그러게? 신기하군.”

자기 일 아닌 만큼 번개걸음 교수는 흥미로워했다.

물론 우레걸음 교수는 달랐다.

아무리 아끼는 제자라 하더라도 이건 자존심 문제였다.

감히 고생하라고 내준 과제에서 고생을 하지 않다니?

“스스로를 탓해라. 워다나즈. 기말고사 난이도는 너 때문에 올라가게 될 테니 말이다.”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조카의 모습을 보며 번개걸음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러니까 연금술사들이 골방에 박혀서 나오질 않는 음침한 이들이란 편견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         *         *

화요일.

알펜 나이튼 교수는 진지한 눈빛으로 학생들이 만들 과제들을 둘러보았다.

<기초 제국 기하학과 산술>의 기말 전 과제는 구조물의 시안 작성.

그리고 기말고사는 그 구조물의 실제 작성.

둘이 연결되어 있는 만큼 대다수의 학생들은 벌써 구조물을 만들어 올리고 있었다.

다음 주에 평가가 있는 만큼 이번 주에 거의 완성해놓지 않으면 매우 힘들어졌다. 심지어 다음 주는 다른 강의들의 기말고사가 있는 만큼 시간이 더욱 부족했다.

“나이튼 교수님.”

“플뤼워크 교수. 안녕하시오.”

알펜 교수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로지네 교수에게 인사했다.

둘 다 제국 관료 출신인 만큼 안면이 있었다.

“학생들의 과제가 참 보기 좋네요! 교수님께서 잘 가르쳐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만큼 부끄럽소.”

“이 정도면 충분하죠. 1학년들인데요.”

“1학년이라 하더라도 마법사. 그런 식으로 배려 받는 건 학생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오.”

“......”

뒤에서 작업하고 있던 학생들은 입을 삐죽거렸다.

아닌데!

“워다나즈 님. 워다나즈 님.”

주목(朱木)으로 된 기둥에 마석을 박고 있던 이한은 흰 호랑이 탑의 로웨나가 부르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지금은 바빠서 간식 못 만들어준다. 로웨나. 황녀님한테는 좀 참으라고 해.”

“......”

조금 떨어진 곳에서 추종자들과 같이 자기 과제 만들고 있던 황녀는 억울함과 경악의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예? 아니. 간식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아. 그래?”

이한은 망치를 내려놓고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 왜 왔지?”

“마력을 좀 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

“......”

“저, 저거 흑마법사 아니야?”

아산이 질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법사에게 있어서 남의 마력을 흡수하는 마법은 금기에 가까웠다.

마법사의 생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건드리는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가이난도가 펄쩍 뛰며 부정했다.

“흑마법사라고 남의 마력 흡수하는 건 아니거든!”

“어? 그런 수단이 없어?”

“없... 진 않을걸.”

“다가오지 마.”

“이 자식! 다른 학파도 그런 수단은 있을 거 아니야!”

‘없을 텐데 아마.’

오해를 샀다는 걸 깨달은 로웨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저는 흑마법사가 아닙니다!”

“...아니. 흑마법사가 아니라 마력을 뺏을 의도가 아니라고 해야지.”

“저는 마력을 뺏을 의도가...”

“그래. 그렇겠지.”

이한은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마법진을 작성할 때도 각종 시행착오로 인해 마력이 많이 소모됐던 만큼 마법 구조물도 마찬가지였다.

이한이야 지치지 않고 계속 마력을 쏟아 부을 수 있었지만 다른 학생들은 회복될 때까지 휴식을 취해야 했다.

그럴 시간에 이한이 마력을 투입하면 훨씬 더 제작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대가는 꼭 물물교환이 아니라 외상으로 줘도 괜찮다.”

“앗. 그렇습니까?”

고깃덩이를 통짜로 꺼내던 로웨나는 반색했다.

놀랍게도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은 물물교환보다 학교 밖에 나가서 돈을 내는 걸 선호했다. 이한으로서는 감사할 뿐이었다.

“잠깐!”

“?”

알파 가문의 앙라고가 끼어들자 이한은 의아해했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러지?

‘방해하려는 건가?’

흰 호랑이 탑 놈들 성격을 보면 같은 친구라도 다른 탑에게 도움받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을...

“워다나즈. 두 배 낼 테니까 나부터 좀...”

“......”

“......”

“저거 기사 맞아? 흰 호랑이 탑 맞지?”

가이난도가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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