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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409화 (408/925)

62. 귀갓길 (9)

아침, 붉은 사자 팀 빌딩.

이른 시각이지만 팀 빌딩 내부는 경계 태세였다.

용족, 인간 가릴 것 없이 전원 언제든 싸울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였다.

평소에는 느긋하게 굴던 용족들이 어딘가 날 선 얼굴을 하고 있었고, 붉은 사자 소속 팀원들도 전원 무장을 풀지 못했다.

팀 빌딩의 지하 깊은 곳, 용족의 영역에 현재 용살자 카드모스가 구속되어 있었으니까.

지하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에 보초를 선 팀원은 물론, 쉬고 있는 이들도 빠짐없이 붉은 사자의 팀 마크가 박힌 망토를 입고 있었다.

망토를 입은 붉은 사자 팀원들이 휴게실 곳곳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 카드모스는 계속 우리가 맡게 되는 거야?”

“그렇다고 들었어. 당분간 이계 공략보다 이쪽을 우선시한다는데.”

“팀원들을 3교대로 굴리니까 좀 힘드네요. 용족의 힘을 빌리거나 외부의 힘을 동원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카드모스가 용살의 전승을 가졌으니 경비 인원에서 용족을 빼야죠. 무녀님들까지 배제하는 건 의외였지만요.”

“무녀님들은 용왕신의 힘을 빌리니까 그런 게 아닐까. 카드모스한테는 용의 힘이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하잖아.”

“그래도 무녀님들은 인간이니까 괜찮지 않나?”

붉은 사자 팀원들의 화제는 곧 협회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우리가 저 용살자를 계속 데리고 있어도 될까요? 일단 대형 사건의 용의자잖아요.”

“글쎄, 협회에서 연락 오지 않았어? 자기네들이 데려가고 싶어 하던데.”

“용살자가 준열이와 제건 씨를 노렸고, 그날 준열이의 경호를 담당하던 용은 중상을 입었고…… 전원 정식 플레이어였어. 협회가 개입할 여지가 있긴 해.”

플레이어 협회의 목적은 ‘에너미의 토벌’과 ‘플레이어의 보호’다.

이 ‘플레이어의 보호’ 항목의 대상으로, 협회가 규정하는 정식 플레이어의 조건은 두 가지.

첫째, 이능을 사용하는 자.

둘째, 플레이어 협회의 승인을 받은 자.

이능을 타고난 인간의 경우, 17세가 될 때까지 이능을 유지하고 광림이 사용 가능한 나이가 되면 이 두 가지 조건이 자동으로 충족된다.

문제가 되는 건 진족과 후예의 경우였는데, 협회는 범죄 경력이 없는 한 정식 플레이어 등록을 요청한 대부분의 진족과 후예를 정식 플레이어로 인정했다.

협회와 그럭저럭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중인 용족의 일원 대다수는 정식 플레이어로 인정받은 상태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유희용 용제건과 용족의 후예, 소홍룡 염준열이었다.

즉, 용족들이 습격당한 사건에 협회가 개입할 여지가 있는 셈이었다.

“협회에 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언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던 건지, 용제건이 불쑥 튀어나와 말했다.

용제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붉은 사자 팀원들이 반사적으로 긴장했다.

기척 없이 나타난 것도 그렇지만, 용제건의 표정이 지나치게 밝아 붉은 사자 팀원들의 긴장이 더 심해졌다.

최근 용제건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여 용족과 붉은 사자 팀원들의 경계심을 부추겼다.

“염방열이 협회와 담판 짓고 왔어. 이번 사건으로 플레이어가 위험에 처하긴 했지만, 본질은 진족 간의 분쟁이니 협회에서 한발 물러 달라고 한 게 먹혔나 봐.”

용제건의 말에 분위기가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붉은 사자는 협회에서 끝까지 카드모스의 신변을 자신들이 확보하겠노라고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도 상정하고 있었다.

“올해 들어 협회랑 정부 사이가 별로잖아. 상황이 그런데 용살자 하나 때문에 용족과 붉은 사자와 척을 질 생각은 없겠지.”

“다행이네요. 협회 측에 고집을 부리는 간부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 용제건이 기민하게 고개를 들어 어느 방향을 바라보았다.

붉은 사자 팀원들이 덩달아 시선을 움직였는데, 그쪽을 본 이들의 표정이 활짝 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 준열아. 잘 잤어?”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네.”

염준열이 예의 바르게 아침 인사를 했다.

염준열은 쏟아지는 인사에 하나하나 응답하며 용제건 쪽으로 왔다.

“제건이 형, 오늘 일찍 등교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난 괜찮아. 곧바로 등교할 생각이야? 식사하고 같이 가자.”

염준열은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등교할 생각인 듯했다.

늘 같이 등교하는 용제건에게 양해를 구한 후, 염준열은 용족과 붉은 사자 팀원 사이에 섞여 아침 식사를 했다.

평소와 다른 염준열의 생활 패턴에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학생회 일 때문에 그래?”

“학생회 일은 아니에요. 오늘 동하가 선도부 일을 도와달라고 했어요.”

“선도부? 아, 혹시 등교 지도 말하는 거야?”

“네, 미로가 오랜만에 등교한다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게 같이 지켜봐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점잖게 대화를 엿듣던 청룡이 후배를 배려하는 염준열의 모습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훌륭하구나. 준열이가 학생회장이 되더니 한결 더 선배다워졌어!”

“칭찬 감사합니다, 청룡 삼촌.”

식사를 반 정도 마쳤을 때였다.

묘하게 조용히 있던 용제건이 불쑥 입을 열었다.

“의외네.”

“……네?”

“네가 일찍 등교하는 이유 말이야.”

용제건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염준열은 용제건이 또 무슨 장난을 칠까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용제건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준열이는 어제 외출하지 않았잖아? 따로 연락을 한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오늘 일찍 축하해 주러 가는 줄 알았어.”

용제건이 수수께끼 같은 소리를 했다.

염준열은 잠시 생각에 잠겨 용제건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분석해 보려 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축하요? 죄송해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나 보네.”

용제건의 얼굴이 기대로 가득 찼다.

그와 역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은 불안해졌다.

“의신이 얘기인데.”

“……네? 의신이요?”

염준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전히 염준열은 용제건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청룡이 한마디 거들었다.

“준열이 후배인 조의신 말하는 건가? 귀국했다는 말은 들었다.”

조의신은 용족의 은인이지만, 현재 용족과 붉은 사자 팀원들 사이에선 그저 염준열과 가까운 후배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조의신이 용족의 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용제건, 청룡, 염방열 그리고 염준열까지 넷뿐.

청룡은 그 점을 고려해 적당히 연막을 치는 발언을 했다.

용제건의 말이 계속되었다.

“어제, 그러니까 11월 1일은 의신이 생일이었어. 적벽괴도 건으로 1학년 0반에 관해 조사한 적이 있었잖아? 그래서 기억하는 줄 알았는데.”

그 말을 들은 염준열은 순간 사고가 정지된 듯한 얼굴을 했다.

염준열은 적벽괴도의 단서를 잡기 위해 환몽 경매와 그 경매와 엮인 1학년 0반 학생들에 관해 조사를 했다.

그 조사에는 1학년 0반 학생 전원의 신상명세가 포함되어 있었고 당연히 조사 내용에는 생일도 들어가 있었다.

수많은 자료 속의 몇 글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정보였기에 스치듯 읽고 넘어가긴 했지만, 어쨌든 용제건의 말대로 염준열은 조의신의 생일이 언제인지 조사한 적이 있는 셈이다.

‘맞아, 11월 1일이 생일이었어……. 왜 조사해 두고 이걸 잊고 있었지?’

스승이자 후배인 조의신의 생일이 어제였는데, 염준열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평소대로 안부를 묻고 날씨에 관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생일을 축하하는 인사는 전혀 없었다.

염준열은 자신의 부덕함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제자로서도, 선배로서도 축하 인사를 건네지 못했어. 이미 11월 1일은 지났는데!’

염준열의 이상을 알아챈 이들이 안절부절못했다.

용제건이 한 말을 곱씹어 봐도 크게 문제될 게 없었는데, 왜 염준열이 저런 반응을 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준열아……?”

청룡이 걱정스럽게 물었으나 염준열은 안심시켜 주는 말을 할 여유가 없었다.

염준열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학교 다녀올게요!”

“응?”

“죄송해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염준열은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운 출구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가서 에어 리무진을 타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을 떠올리곤 창문을 열었다.

파아아앗!

염준열은 주저 없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며 홍룡을 소환했다.

붉은 사자의 팀 빌딩을 감싼 오색 채운 사이로 불꽃의 용이 염준열을 싣고 높이 날아올랐다.

망연한 얼굴로 창문 밖을 보던 이들이 염준열의 움직임을 극찬했다.

“세상에……!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어!”

“홍룡을 다루는 실력이 훨씬 늘었어!”

“동영상 찍은 사람 공유 좀. 사진밖에 못 찍었어!”

한편, 비행 스킬로 재빨리 염준열과 홍룡의 뒤를 따라 비행하던 용제건이 황홀한 얼굴로 혼잣말을 했다.

“점점 홍룡의 기운이 짙어지는 것 같은데…….”

현재 염준열은 용제건을 의식할 여력이 없었다.

용제건이 뒤따라 날아오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염준열은 홍룡을 타고 전속력으로 은광고로 향했다.

‘저기에 있다……!’

은광고 정문 앞.

이윽고 조의신을 발견한 염준열과 홍룡이 그를 향해 급강하했다.

*    *    *

불꽃의 용이 하늘을 날고 있다.

비현실적이고 어이없는 광경이었지만, 홍룡 위에 타고 있는 염준열을 보니 그럴싸하고 감탄이 나왔다.

‘훈련 때 봤던 것보다 빠르게 홍룡을 다루고 있어! 크기도 좀 커진 것 같고…….’

내 제자가 또 성장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다음에 만나면 성장한 제자를 칭찬해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염준열이 이쪽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불꽃의 용이 무서운 속도로 내려왔지만, 나나 황지호, 천동하 셋 모두 동요하지 않고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파아아아아……!

접촉까지 약 5미터가량을 남긴 시점.

염준열이 홍룡소환을 해제하고 뛰어내렸다.

불꽃의 용이 남긴 흐릿한 흔적 사이로 염준열이 바닥에 가볍게 착지했다.

일련의 동작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게, 과연 스타 플레이어 염준열다웠다.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로 염준열이 입을 열었다.

“의신아,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염준열은 등장하자마자 생일 축하 인사를 했다.

염준열은 홍룡을 소환해 이동할 만큼 급해 보였는데, 그 와중에도 내 생일을 축하해 주다니!

워낙 갑작스러웠고 또 감동스럽기도 했기에 바로 답변을 못 했다.

그사이 염준열이 눈썹을 내리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급하게 오느라 미리 메시지도 못 보내고, 생일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어…….”

아직 11월 1일이 지난 지 몇 시간 안 됐는데 저렇게 미안해할 필요가 있나.

나는 축 처진 염준열을 달래며 말했다.

“아니에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자의 성장과 생일 축하 인사에 기뻐하고 있자니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염준열에 뒤이어 착륙한 용제건.

동급생의 급발진에 당황한 천동하.

그리고…….

“……어?”

염준열이 조금 당황한 얼굴로 내 옆을 봤다.

염준열의 시선이 향한 건 황지호 쪽이었다.

진족의 기척을 느끼고 반응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황지호도 있었지.’

상황 판단을 가장 빨리한 건 천동하였다.

1학년 0반 부담임인 용제건, 1학년 0반 소속인 황지호.

그리고 후예인 염준열.

천동하는 이 셋이 서로를 인식했다는 걸 알아채고 상황을 정리했다.

“……진족과 후예는 서로를 알아보니 숨길 수 없겠지.”

“응? 동하는 알고 있나 보네.”

용제건은 흥미진진해하며 황지호와 천동하를 지켜봤다.

용제건의 그러한 태도에 천동하는 난처해하는 얼굴을 했다.

그에 반해 황지호는 전혀 난처해 보이지 않았다.

“하하하! 여기에는 이 몸의 정체를 아는 이들밖에 없군.”

자랑이다.

쓴소리가 나오려는 걸 삼켜야 했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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