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739화 (739/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739)

94. 용반호거 (1)

붉은 사자 팀 빌딩.

용족과 붉은 사자의 자랑, 염준열의 생일을 맞아 구성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발이 넓고 외부 활동이 잦은 스타 플레이어답게 염준열은 세 번에 걸쳐 생일 파티를 할 예정이었다.

첫 번째 파티는 파티라기보다는 공식 행사에 가까운 느낌으로, 먼 친척과 지인, 팬, 업무상 관계자 등등과 진행하게 되었다.

두 번째 파티는 염준열의 학교 친구, 선후배들과 함께했는데, 10대 청소년의 생일 파티답게 가볍고 밝은 분위기로 열리게 된다.

세 번째 파티는 가족들이 몰래 마련한 깜짝 파티였다.

깜짝 파티라고는 해도 가족이나 가족 정도로 가까운 자들에게 초대장을 건네고, 염준열은 전부 짐작하고 있기에 몰래 준비하는 의미는 없었으나 이들은 진지했다.

“염방열, 결전의 날이 되었다. 초대객들에게 초대장은 잘 전했나? 별문제는 없었는가?”

“전부 전했습니다. 초대장을 요구하는 주제 모르는 자들이 있었으나 준열이 눈에 들어오기 전에 처리했습니다.”

신변에 문제가 없고, 염준열을 축하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대부분 첫 번째 파티에는 초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제도 모르고 욕심을 내는 자들이 있었다.

염방열이 말한 주제 모르는 자들이 노리는 초대장은 바로 가족들과 하는 세 번째 파티의 것이었다.

가족과 하는 세 번째 파티라 하니 언뜻 듣기엔 수수해 보였지만, 용족이나 붉은 사자에 줄을 대고 싶어 하는 이들은 이 세 번째 파티의 초대장을 얻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이들은 폐쇄적인 경향이 있어 염준열의 생일이 아니면 줄을 댈 틈이 없었다.

환몽 게이트의 주범이었던 변순회, 행방불명된 수배범 최편득이 이 세 번째 초대장을 얻기 위해 온갖 연줄을 끌어다 왔지만, 결국 손에 얻지 못했었다.

한편, 그렇게 입수하기 어렵다는 세 번째 파티의 초대를 고사하려던 이가 있었다.

“용제건, 용족의 은인과는 교섭을 마쳤나?”

“응, 의신이는 두 번째, 세 번째 파티에 모두 출석할 거야.”

“너에게 맡기길 잘했군. 깜짝 파티에 은인이 결석하면 우리 준열이가 실망하겠지.”

조의신은 은광고 학생들이 대거 참석하는 두 번째 파티의 출석에는 흔쾌히 응했으나 세 번째 파티 초대에는 난색을 표했다.

가족끼리 하는 파티에 외부인이 참석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는 게 조의신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조의신이 염준열의 은인이며, 다치자 팀 빌딩으로 데려올 만큼 가깝고 아끼는 후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덧붙여 청룡과 용제건은 조의신이 염준열이 의지하는 스승, 적벽괴도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 부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청룡은 용제건을 투입해 조의신을 설득, 농락하여 초대하는 데에 성공했다.

‘무슨 방법으로 조의신을 설득했는지는 묻지 않는 게 좋겠군.’

보고를 하는 내내 용제건은 웃고 있었는데, 보는 사람이 기분 나빠질 정도로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위해 묻지 않고, 화제를 바꿨다.

“황호, 적호와 한 교섭은?”

“그것도 무사히 끝났어. 선물을 보면 준열이가 좋아할 거야.”

이들은 염준열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열심히 모았는데, 그중 하나는 황호와 적호가 쥐고 있었다.

바로 염준열과 김신록의 대련 영상이었다.

그날 곧바로 상연회를 하긴 했지만, 염준열이 원하는 부분은 편집이 되어 있었다.

상연회를 주관한 적호가 영상의 대부분을 뇌호로 도배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준열이는 조의신과 같이 홍룡을 다루던 장면을 보고 싶어 했지. 홍룡 둘이 찍힌 걸 공개했다면 보기 좋았을 것을.’

그날 상연회에서 조의신이 나오긴 했지만, 제대로 찍힌 건 염준열을 감싸기 위해 뇌호 앞을 막았을 때 정도였다.

1차전에서는 조의신이 참전하지 않아 영상에 없었고, 2차전에서는 뇌호와 뇌호에 맞선 염준열 위주로 상연이 되었기에 염준열 입장에선 아쉬움이 컸다.

염준열이 아쉬워하는 걸 알아챈 청룡과 용제건이 황호와 적호로부터 원본 영상을 받아 냈다.

황호는 ‘조의신이 홍룡을 다루는 영상이 퍼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라는 과격한 조건을 달긴 했지만, 순순히 영상을 제공했다.

어쩌면 그날의 편파적인 편집은 적호가 아들 자랑할 겸, 조의신의 정체를 감출 의도가 있던 걸지도 모른다.

“무녀들이 준열이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다더군요. 어찌하겠습니까?”

“무녀들은 원인 불명의 병에 걸려 있지 않은가. 몸이 나았다고 하나 원인을 모르는 이상 언제 악화될지 모른다.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정양에 진력을 다하라고 전하라.”

청룡은 언제 팔불출처럼 굴었냐는 듯 조소를 지었다.

조의신에 의해 삿된 눈을 뿌린 업보를 되돌려 받아 검은 눈송이를 뒤집어쓴 무녀들은 그때 일을 제대로 변명하지 못해 ‘원인 불명의 병’에 걸린 것으로 치부되었다.

배신자임이 확실한 유황이 그 병을 두고 슬퍼하고, 곤혹스러운 척하는 게 지나치게 자연스러워 연금 상태에 있는 무녀들에게 일말의 동정을 품지 못했다.

“곧 용궁에 가야 하니 보중하는 게 좋겠지. 우리 준열이의 축하는 내년에 건강을 되찾은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도 전하게.”

무녀 중에서 내년에도 여전히 가족으로 남아 있는 자의 축하는 기꺼이 받겠다는 의미를 담아 청룡이 말했다.

*    *    *

은광고 중앙 구역, 학생회관 내의 대형 회의실.

염준열 또래의 아이들을 모아 하는 생일 파티는 은광고 내에서 열리게 되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염준열과 교류가 있던 이들 대부분이 은광고로 진학했기 때문이다.

‘염준열은 강력한 이능이 있으니, 그만한 이능이 없다면 곁에 있기 어려웠겠지. 염준열이 실수로 불을 뿜을 수도 있는 건데, 이능이 없거나 약하면 견딜 수 없을 테니까.’

방학 중이었지만, 염준열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우리 반에서도 염준열과 가깝게 지내던 애들이 초대받았다.

염준열은 우리 반은 수가 많지 않으니 다 같이 와도 좋다고 했지만, 바쁜 아이들이 많아 결과적으로 나를 제외하면 세 명이 왔다.

같은 학생회 소속인 김유리.

플레이리스트에 출연한 독고미로.

예전에 ‘그 단어’ 건으로 염준열과 이야기한 사월세음.

이 셋 중에서 사월세음이 온 건 솔직히 의외였으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월세음이 금찬왕찬 같은 선배놈들 말고 염준열 같은 훌륭한 선배와도 잘 지내서 다행이다.’

사월세음은 염준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밝게 인사했는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꽤 친해 보였다.

둘이 친해진 계기가 ‘그 단어’라는 건 미묘하지만, 내 플레이어블 캐릭터끼리 친하게 지내는 건 몹시 바람직한 일이었다.

플마고의 염준열은 2학년 중에서는 곽경구와 가장 친하게 지냈는데, 오늘도 둘의 사이가 좋아 보였다.

“경구야, 누구 찾아?”

“용제건 선생님.”

“아버지와 이야기할 게 있어서 나중에 마중 오신다고 했는데, 급한 일이면 부를까?”

“아니, 계시면 조명 정리 부탁드리려고 했다.”

곽경구는 용제건을 조명 정리로 부려 먹으려고 한 걸까?

그야 비행술을 쓰니까 다른 학생이 하는 것보다는 빠를 거다.

학생부회장인 곽경구, 우리 반 김유리 외에도 학생회 멤버들은 거의 다 참석했다.

졸업을 앞둔 3학년도 바쁜 와중에 한 번씩 들러서 얼굴을 비치고 갔다.

“명수는 오늘 수국향기 쪽에 일이 있어 못 온다. 선물을 맡아//받아 왔다. 생일 축하한다.”

“괜찮아요. 직접 와 주시고 선물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수 형한테도 감사 인사를 메시지로 보내 둘게요.”

도원우는 못 본 사이에 얼굴 선이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염준열과 인사를 주고받은 도원우는 회의실 전체를 한번 눈으로 훑었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걸까?

하지만 찾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건지, 곧 눈을 낮게 내리깔았다.

“이만 가지.”

염준열은 순간 더 있다 가라고 해야 하나 망설인 것 같지만, 바쁘고 지쳐 보이는 도원우를 보내 주기로 마음먹었다.

도원우가 나간 지 좀 지난 후에 유상희가 왔다.

시간 차를 고려하면 둘은 마주치지도 못했을 거다.

“늦어서 미안해. 생일 축하해, 준열아.”

“아니에요. 상희 누나, 바쁘실 텐데 와 주셔서 감사해요.”

염준열과 유상희는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유상희가 졸업을 앞두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가 주요한 화제였다.

다른 3학년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 다른 3학년 애들은 왔다 갔구나.”

유상희는 회의실을 천천히 살피며 그렇게 말했다.

유상희가 다른 3학년 학생과 마주치지 못해 아쉬워하는 건지, 다행이라 여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파티가 거의 다 끝나고 같이 정리하는 분위기가 됐을 때, 어느 학생회 멤버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의신아, 유리한테 이야기 들었어.”

내게 말을 건 인물은 안다인이었다.

안다인은 파티 내내 김유리를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유가 있었나 보다.

“옛날이야기부터 청소년 수련회 때 있었던 일들 전부.”

김유리는 그녀의 아버지가 일으킨 ‘서구초 사건’과 목련의 화신 건, 광림 봉인술식, 청소년 수련회에 부른 바다의 광기 등의 비밀을 모두 전했나 보다.

안다인은 그동안 김유리가 힘들어했을 때,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김유리가 필사적으로 숨겼고, 안다인은 그런 김유리를 배려한다고 굳이 캐묻지 않았을 테니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하지만 비밀이 무겁고 김유리가 힘들어한 기간이 크니 안다인의 마음이 많이 무거운 듯했다.

“유리를 도와줘서 고마워. 의신이가 유리네 반 부반장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결과적으로 그걸 극복한 건 김유리고, 그 과정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 건 황지호다.

그 말을 전해도 안다인은 엷게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의신이는 겸손하구나. 부모님이 말씀하신 대로야.”

그 호족 부부는 안다인에게 무슨 말을 한 거지?

딱히 그 부부와는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한창 어색해하고 있자니, 뒤에서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툭.

안다인과 동시에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니 주수혁이 보였다.

주수혁은 문고본 수준의 작은 책을 들고 있다가 떨어뜨린 건지 허둥지둥 줍고 있었다.

주수혁 뒤에는 문새론이 서 있었는데 눈을 부릅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안다인을 만나러 가자면서 문새론이 주수혁을 부추겨서 오게 했는데, 내가 무슨 가족 단위의 교류가 있는 것처럼 친근하게 굴고 있으니 주수혁이 당황한 것 같다.

얼른 빠져야겠다.

“그러면 나는 이만 가 볼게. 약속이 있어서.”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외출할 예정이구나. 붙잡아 둬서 미안해.”

“……집으로 귀가?”

아, 뭔가 잘못되어 가는 것 같다.

주수혁은 ‘의신이는 기숙사 소속이 아니었나? 방학 동안에는 집으로 가는 건가? 그런데 그걸 다인이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라고 복잡하게 생각을 이어 가는 것 같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수를 두려 할 때였다.

“여기에 있었군.”

황지호가 등장했다.

노친네는 이 미묘한 공기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모르겠다.

‘주수혁과 안다인이 어떤 관계인지 알고 있겠지? 눈치 있게 굴어 줬으면 좋겠는데.’

황지호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호족의 수장인 노친네에게 있어 안다인은 먼 조카나 손녀 정도 되는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주수혁이 아무리 완벽한 타이틀 히어로라 해도 그냥 도둑놈처럼 보이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을 때, 황지호가 폭탄을 던졌다.

“안다인, 함께 귀가하지.”

함께, 귀가.

이 단어들을 들은 주수혁이 우주에 내던져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있긴 한데 눈에 뭐가 보이고는 있는 건지 모르겠다.

황지호는 경악하고 있는 문새론과 나를 향해 말했다.

“조용히 일을 처리할 생각이지만, 가까운 이들에게는 알리는 게 좋겠지. 안다인은 황명 그룹 관계자다. 내 친척의 양녀로 지금은 가족으로서 이 몸의 저택에 머문다.”

그걸 이렇게 밝혀도 되나?

그야 정보통인 문새론이나 주오 그룹의 후계자로서 타 그룹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아는 주수혁이라면 언젠가 알게 될 사실이긴 했다.

노친네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복잡한 사정이 있으니, 외부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군. 알아 둬야 할 것은 하나다. 안다인이 이 몸의 저택에 머물 정도로 가까운 가족이라는 거다.”

황지호가 무슨 말을 무슨 의도로 하는 건지 알겠다.

믿을 만한 아이들에게는 천천히 사실을 밝혀 아군을 늘릴 생각인 거다.

엉뚱하게 말을 잘못 전해 듣고 오해하는 것보다는 낫긴 한데, 좀 더 잘 전하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황지호는 할 말만 하고 안다인과 함께 귀가할 준비를 했다.

“조의신, 조심해서 다녀오도록. 끝날 즈음에 마중을 보내지. 딴 길로 새지 말고 곧바로 이 몸의 저택으로 귀가해라.”

마지막까지 쓸모없는 소리를 했다.

안다인이 이 자리에 있는 아이들에게 인사했지만, 주수혁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황지호와 안다인이 사라진 후, 한참 침묵이 돌았다.

주수혁이 제정신을 찾을 때쯤 문새론이 침묵을 깼다.

“수상한 부반장님도 0반 돌아이님의 저택에 머물 정도로 가까운 가족이었음?”

문새론의 말에 주수혁이 다시 아득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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