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848)
105. 경계 (1)
탄래중 가까이에 자리 잡은 청소년 예비 플레이어 지원 센터.
맹효돈도 이곳의 존재에 관해 잘 알았다.
탄래중에서 이능을 쓰는 학생들은 모두 저곳에 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두’에 맹효돈은 포함되지 않았다.
‘예전에 나도 거기 다닐 뻔했던가.’
교내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 맹효돈에게 이능이 있음이 확인되자 1학년 시절부터 곧바로 센터에 다닐 것을 권유받았다.
말이 권유이지 사실상 반강제나 다름없었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공식 학교 행사는 아니지만, 학교 측에서 강한 태도로 학생의 동의를 받아 외부 활동 등에 동원하는 사례가 있는데 센터에 다니는 것도 그랬다.
센터에 다니면 이능을 다루는 법도 익히고, 아이템도 지급받고, 딱히 돈이 들지 않는데도 여러 혜택이 있어 반강제로 다니게 해도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맹효돈은 예외였다.
‘처음에는 나도 가고 싶었는데.’
맹효돈의 친부는 그런 곳에 다니면 이상한 바람이 든다며 못 가게 했다.
그런 이유를 대긴 했어도, 친부는 지금은 무료라지만 나중에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돈이 들까 봐 그랬다.
또한, 맹효돈이 오래 집을 비우면 안주 심부름 등 부려 먹을 사람이 없어지는 이유도 있었다.
교사들이 맹효돈의 친부를 설득하려 했으나 그 같은 꽉 막힌 진상에겐 말이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말투 등으로 트집을 잡혀 욕이나 된통 먹었다.
가정 방문으로 압박을 주려던 교사는 진상 친부에게 호되게 당하고 그 스트레스를 맹효돈에게 풀었다.
―부전자전이네. 가정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잘 알겠어.
맹효돈은 중간에 껴서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었지만, 중1 시절 담임 교사 또한 윗선에게 깨진 모양이었다.
센터에 안 나가는 예비 플레이어 학생이 있으면 학교에서 학생 관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를 들어 압박을 준 듯했다.
그러나 점차 맹효돈의 생각도 바뀌었다.
맹효돈이 친부의 반대로 청소년 예비 플레이어 지원 센터에 다니지 못하는 사이, 앞서서 센터에 다니던 학생들끼리 파벌을 이뤄 맹효돈을 따돌렸던 탓이었다.
센터에 다니고,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들이 맹효돈보다 신체 능력과 이능파 양에서 밀리자 열등감을 풀어 댄 결과가 저러했다.
‘그러다가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고, 센터 다닐 생각은 아예 없어지고…….’
맹효돈의 친부는 그가 센터에 다니는 건 반대해도 대회에 나가는 건 아주 좋아했다.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좋은 성적을 거두어 상금을 타오고, 그 상금으로 도박 자금을 충당하고 술을 살 수 있던 덕이었다.
상금을 타 오면 한동안 친부의 진상 짓이 잠잠해졌으므로 맹효돈 또한 대회에 나가는 걸 좋아했다.
그 후에도 센터 측에선 지금이라도 나와라, 그곳 파벌들은 꺼지라며 난리를 부렸으나 친부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맹효돈은 거기에 관심을 주지 못했다.
그런 맹효돈의 상황을 고려해 최선의 길을 찾아 주던 게 중학교 3학년 시절 담임, 지금 그의 곁에 있는 은사였다.
“효돈이는 그 센터에 다니지 않았나요?”
“아니, 한 번도 안 갔을 거야. 센터의 커리큘럼은 학교의 정규 교육에 해당되지 않아서 다녀야 할 의무가 없으니까 굳이 갈 필요가 없지. 게다가 효돈이는 대회를 준비하느라 바빴어.”
주수혁의 질문에 중학교 은사가 물 흐르듯이 답했다.
아마 맹효돈이 없는 자리에서 센터 건을 두고 누가 압박을 줄 때마다 저렇게 말하며 꿋꿋하게 버틴 듯했다.
생각해 보니 저 은사가 담임을 맡는 동안에는 센터 측의 사람이 불러내서 협박과 회유가 섞인 헛소리를 늘어놓는 일이 없었다.
맹효돈은 전혀 몰랐지만, 은사가 중간에서 막아 준 게 분명했다.
주수혁의 질문이 계속되었다.
“탄래중 출신이거나 현재 소속한 예비 플레이어들은 전부 그 센터에 다녔나요?”
“내가 알고 있는 한, 효돈이를 뺀 아이들이 다 거기 다녔을 거야.”
“효돈이 말고 플레이어 마이스터 고등학교 같은 이능 특목고에 진학한 탄래중 학생은 몇 명이나 되는지 알고 싶어요.”
아무리 탄래중의 현역 교사라고 해도 저런 질문을 받으면 머뭇거릴 법했다.
담당하고 있는 학생이 어느 학교로 진학하고 있는지 교사로서 파악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걸 학교 전체 범위로 누적해서 기억하고 있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중학교 은사는 주저 없이 답했다.
“효돈이를 포함해서 다섯 명도 안 돼.”
중학교 은사는 맹효돈의 은광고 입학을 돕는 동안 탄래중 출신 학생의 입시 결과를 자세하게 조사해 둔 건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교 은사는 그 졸업생들이 진학한 고등학교의 이름을 정확하게 댔다.
이능 특목고임은 확실하나 은광고의 커트라인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학교들이었다.
게다가 그 학교들은 전투보다는 아이템 제작에 치중한 특목고라서 이능파의 양이나 전투 스킬과는 그리 연이 없어 보였다.
“탄래중은 개교한 지 수십 년이 된 것에 비해 숫자가 지나치게 적네요. 센터에 다닌다는 학생 수를 보면 이능을 타고난 학생이 적은 것도 아닌데…….”
탄래중뿐만이 아니었다.
이 주변에 위치한 중학교들이 다 그랬다.
이능을 타고난 학생 수는 그럭저럭 있지만, 이능 특목고에 진학하여 강한 플레이어가 될 만큼 성장하는 이들이 적었다.
예외는 지금까지 둘 있던 셈이다.
하나는 맹효돈이고, 하나는 현재 중학교 은사가 담당한 학생이었다.
후자의 경우 센터에 다니고 있으나 가끔 보이는 기량이 은광고에 진학할 만큼 출중하다고 했다.
그 정도로 뛰어났기에 중학교 은사도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 움직인 것이다.
‘그 센터가 뭔가 이상한가 보네.’
주수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아낸 건지는 모르겠으나 맹효돈은 대충 감을 잡았다.
다른 이들은 지금까지 나온 대화만으로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
특히 센터가 언급될 때마다 주수혁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김철은 무언가 짐작을 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어서 이곳을 나가야겠어요.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집단은 제 생각보다 크고, 아주 오래전부터 이 사건을 계획했을 거예요. 효돈이를 노리는 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수단일 테니 더 끔찍한 짓을 준비하고 있겠죠.”
지이잉.
주수혁이 천리안을 발동시키고 먼 곳을 내다보며 말했다.
현재 주수혁은 가든 공략을 위해 척후하는 중이었으나 마치 이 모든 것의 뒤에 있는 흑막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먼 곳을 보는 주수혁을 보며 맹효돈은 조의신을 떠올렸다.
조의신도 수상하게 굴다가 저런 눈을 할 때가 있었다.
어쩌면 조의신은 예전부터 이 뒤에 있는 흑막을 노리고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쟤들처럼은 못 해.’
맹효돈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주수혁과 조의신이 은광고에서 공부 잘하기로 이름난 인재들인 것도 있지만, 저 둘은 단순히 학교 공부 수준을 넘어선 지식과 지혜,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고등학교 수학 공부도 버거워하고, 지금 나누는 대화를 반도 못 알아들은 맹효돈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있었다.
‘그냥 싸우는 거라면 나도……!’
맹효돈은 머리로 뭘 할 수 없으니 몸으로 때우기로 마음먹었다.
맹효돈은 온몸의 이능파와 감을 끌어올렸다.
주수혁의 천리안은 먼 곳을 볼 수 있으나 만능은 아니었다.
천리안은 망원경으로 특정 장소를 비춰 보는 것과 유사하여 지정한 곳을 가깝고 자세하게 볼 수 있으나 시야가 닿는 곳은 렌즈가 비추는 범위로 한정되고 만다.
주수혁은 천리안을 다루는 데에 익숙하므로 스킬로 지정한 구역을 빠르게 바꿔 가며 최대한 넓은 시야를 확보하였지만, 사각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다.
맹효돈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주수혁과 함께 행동하며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같이 경계하기로 했다.
천리안같이 대단한 스킬은 없었지만, 맹효돈은 감이 좋았고 전투 경험이 많아 자신을 노리는 기척에 민감했다.
맹효돈은 퍼뜩 날카로운 바늘이 몸을 파고든 듯한 오싹한 감각을 느꼈다.
‘뭔가 온다.’
이 가든은 구름과 안개로 가득했다.
주수혁이 경계하는 곳은 구름이 떠 있는 하늘과 안개가 가리고 있는 지상 저편이었다.
그러니 경계하지 못한 곳이 있었다.
맹효돈은 주수혁이 미처 살피고 있지 않은 곳으로부터 무언가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땅 밑이었다.
“뒤로 물러나!”
맹효돈의 말에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반응해 서 있던 자리에서 크게 물러났다.
그 순간 그들이 서 있던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피하는 데에 성공했으나 그러지 못한 이가 있었다.
중학교 은사는 걷던 중에 주춤했을 뿐, 플레이어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다.
“아…….”
중학교 은사가 무너진 바닥으로 끌려가듯이 떨어졌다.
제일 먼저 반응한 맹효돈이 중학교 은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선생님!”
사전에 알고 움직였기에 은사를 붙잡는 데에 성공했지만, 맹효돈이 발을 디딘 곳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맹효돈은 중학교 은사의 손을 움켜쥐고 급히 다른 발판을 향해 뛰려 했다.
그러나 밸런스가 불안정하여 뛰는 게 여의치 않았다.
방해물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르르륵!
바닥이 무너진 시점, 에너미가 나타났다.
무너지는 힘에 이끌려 에너미가 생성된 건지, 충격파가 가해지기 전까지 감지할 수가 없었다.
무너진 바위를 갑주처럼 두른 것 같은 에너미가 바닥 저편에서 긴 팔을 맹효돈을 향해 휘둘렀다.
‘나를 노리고 있어. 이쪽으로 온다!’
그걸 알고도 맹효돈은 반응하기 어려웠다.
잘못 움직이다간 은사가 떨어질지도 몰랐다.
맹효돈이 최선의 판단을 내리기 전, 에너미의 긴 팔이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콰앙!
“어딜 감히 내 제자에게!”
불안정한 발판 위에서도 어떻게 저런 위력을 낸 건지, 탁거산의 일격이 에너미의 긴 팔을 멀리 튕겨 냈다.
그러나 에너미의 팔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음 공격이 날아오고 있었고, 바닥은 계속 무너져 끝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어졌다.
“효돈아!”
비교적 안정적인 곳에 자리 잡은 주수혁이 맹효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맹효돈은 그 손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뛰어올랐다.
파박!
맹효돈이 뛰는 힘 때문에 주변 발판이 전부 형체를 잃고 흩어졌지만, 그 대신 주수혁의 손이 닿는 곳까지 뛰어오르는 데에 성공했다.
맹효돈은 은사를 잡고 있지 않은 손을 주수혁을 향해 뻗었다.
그 순간.
파지직!
“악!”
“으……!”
주수혁과 맹효돈의 손이 닿자마자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나며 반발해 서로를 밀어냈다.
어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맹효돈은 그 힘에 밀려나 뒤로 떨어지며 멀어지는 주수혁의 손을 보고 경악했다.
“이능파끼리 반발하고 있어!”
맹효돈을 노리는 상대는 바닥만 무너뜨린 게 아닌 듯했다.
지금 맹효돈과 주수혁은 스킬을 사용하는 중이었으므로 몸 주변에 이능파가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를 붙잡아 주려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걸 노려 특수한 이능을 사용한 듯했다.
그렇다면 이능파가 실린 도구나 스킬로도 서로를 붙잡아 주는 건 불가능할 듯했다.
‘이대로 가다간 선생님과 같이 떨어질 거야! 아니, 잠깐. 이능파끼리 반발한다고 했지.’
이능파가 전혀 없는 중학교 은사와는 반발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맹효돈은 은사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실었다.
“효돈아……! 그렇게 하면 너는!”
맹효돈이 무슨 짓을 할지 깨달은 은사가 눈을 크게 떴다.
“주수혁, 잘 잡아라!”
휘익!
맹효돈은 중학교 은사를 주수혁을 향해 던졌다.
그 반동으로 맹효돈은 더 빠르게 밑으로 떨어져 갔다.
에너미와 싸우던 탁거산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나 잘 들리지 않았다.
맹효돈은 주수혁이 중학교 은사를 안전하게 붙잡은 걸 확인한 후에야 안심하고 아래를 바라봤다.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알지만, 싸울 생각이었다.
착지를 준비하며 맹효돈은 임전 태세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