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506화 (477/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506화

메인 던전 – Lv.17500 하나님의 오른쪽 자리 [미카엘](6)

리프트를 통해 왕국으로 도망쳤다가 돌아오면 그만큼의 시간을 일방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저쪽에서는 전혀 무뎌지지 않은 그 순간의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스전의 일시정지는 반드시 좋기만 한 일이 아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장엄한 컷씬과 함께 보스의 고정된 개막 패턴 내지 유도 가능한 여러 경우의 수를 다루는 편이 더 좋다.

보스가 들으면 불합리하다고 하지만 게임을 게임처럼 대응할 수 없게 만들어 골치아픈 것도 사실이다.

바알 펀치는 사실 개막 패턴은 아니다.

그냥 상황이 그렇게 되었으니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미카엘 역시 마찬가지다.

리프트를 통과해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여전히 인상을 구기고 있는 미카엘을 마주해야했으며, 방금 전에 격추 당하여 추락 중인 쥐새끼호를 마주해야했다.

“제니, 잘 부탁해.”

제니는 대답이 없다.

결의와 긴장, 그리고 두려움.

파티원들은 모두 각자 흩어졌다.

나도 내가 가야할 위치로 이동한다.

* * *

* * *

* * *

라파엘이 어디에 있는지는 미아가 알고 있다.

기분 나쁠 정도로 각이 잡혀있는 브릿지 자세의 알몸 천사는 마찬가지로 기분나쁠 정도로 태연하게 맞이한다.

“빨리 저걸 쓰러트려 봐라. 난 가브리엘이 보고 싶으니.”

“못본 새 아주 솔직해졌군 그래.”

“내가 그러도록 알려준 것이 너희들이다.”

그런가?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다시 미아가 작업에 들어간다.

세피로트와의 연결성을 구축하고 다시 내 몸에 라파엘의 바람과 태양을 연결한다.

태양을 머금은 바람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 작업이 오래 걸린다고 할 수는 없다.

미아는 애초에 메모라이즈화 해서 가져왔다.

그리고 나 역시 보조한다.

세피로트의 세계 속에서 자리를 찾아가기 전에 미아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조금 불안정하네.]

[맞아요. 망가지기 시작하고 있어요.]

세피로트는 솔로몬이 만든 기계신의 힘, 신좌의 힘의 중계 장치다. 그것이 망가진다면 이 힘을 복구할 방법은 없어진다.

[이쪽도 타임어택이구나.]

그리고 빠져나옴과 동시에 날아오른다.

제니는 미카엘을 상대로 버텨내고 있는가?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

본인이 들으면 전혀 안 괜찮다고 하겠지.

부활 스택의 소모는 있어 보인다.

다른 파티원들은 전부 지정된 곳을 확보했나?

아서와 에길이 제니와 알고 지낸지도 제법 오래 되었다.

처음의 인식은 제법 서먹했지만 성실하고 노력하는 태도는 둘 속의 인식도 많이 바꿔놓았다.

에길은 제니를 자신이 이끌던 클랜의 신참처럼 여기고 있다.

처음 전사로서, 성인으로서 인정받은 이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 치기에 휩쓸려 사고를 치기 마련이다.

제니는 반대로 너무 움츠러들어서 걱정인 편이다. 사실 저런 이들이 이후에 더 크게 된다.

용기는 미덕이지만 만용은 악덕이니.

제니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용기 있는 자다.

저 천상의 군주에게 홀로 맞설 수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아서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

원탁에 신입 기사가 있다면 저런 느낌이리라.

제니는 잘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데리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

원탁의 기사 전설, 아서에게는 현실이었으나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게 전해진다는 그 전설에 고양이 귀 기사 하나가 추가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 아니겠나.

주변과 비교해 자신을 낮게 볼 필요는 없다. 여기까지 온 것이 대단한 것이다.

아서와 에길은 제니가 벌어주는 짧은 시간동안 바알을 호송했고, 곧 클리포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세피로트에서 힌트는 주었다는 것인가.”

“그러니 클리포트는 열심히 찾아보란 말이었군요.”

혹은, 지옥의 성채에서 성배 탈취를 위해 강행 돌파했던 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때 방어막을 무력화해뒀기에 이번 붕괴에서 더 크게 파손되었을지도 모르지.

바알이 긍정한다.

“아마 맞을 거다. 이렇게 쉽게 부서지게 해두진 않았어. 이걸 손댄 것은 나헤마니까.”

“생각보다 그를 신뢰하는군.”

“그 자식은 그 마인드만 빼면 훌륭한 군단장이었단 말이야. 약하지도 않았고 어리석지도 않았지. 아니, 어리석은 것은 맞았을지도 모르겠군.”

바알은 아서와 에길을 스윽 훑어본다.

“너희들은 틀림없이 유배자로서 영웅이겠지. 나헤마도 그런 존재야. 하지만 그는 언제나 바벨의 자식들이 가진 것에 대해 열등감이 있었지. 그것이 그 악마를 약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어리석은 것이지.”

아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제니도 비슷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다르다. 제니는 열등감으로 그것을 표출하지 않는다.

“이미 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헤마가 너희들에게 진 건 꽤 의외였거든.”

아서는 그 말에 나헤마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와 직접 교섭했던 아서가 느끼기에는 나헤마는 울분이 많은 뱀이었다.

바알은 그를 인정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걸 몰랐다.

“뭐, 우리로서는 다행인 일이군.”

“그래, 뭐. 보스란 영웅들에게 쓰러지는 것이 일일지도 모르지. 나헤마가 그런 녀석이 아니었다면 너희처럼 다른 곳에 도전했을 것이야. 애초에 도전자는 아닌 녀석이니까.”

바알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천상의 군주와 벌어지고 있는 고양이 천사의 싸움을 본다.

“평범한 악마가 된 나는 결국 저 고양이에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도 미카엘이 압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 녀석은 굉장한 노력을 했군. 내가 모르던 노력을 말이야.”

아서는 굳이 배우기 시작한지 3일밖에 되지 않은게 아니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듣자하니 주먹 쓰는 법으로는 오히려 에리나가 배워간 것도 있다는 모양이다.

너무 강대한 힘이 있다면 그리 되는 것이겠지.

문득 돌이켜본다.

아서.

그는 최강의 고정 NPC로 이름 높다.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서왕은 선택받은 왕이다.

그는 혹여 그 사실의 어딘가에서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그러지 않게 노력하면 될 뿐이다. 그 리더조차도 그러고 있지 않나. 애초에 자신이 잘났다고 진심으로 여겨본 적도 없을 것이다.

결국 미궁을 클리어하지 못했으면 다 똑같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게 리더의 평소 생각이다.

“그래서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된다고?”

바알이 미아가 각을 잡아준 자세를 취한다. 강렬하기 짝이 없는 브릿지 자세다.

에길과 아서도 그 사이에 파묻혀있던 클리포트를 발굴해냈다.

“그렇소. 때가 맞군.”

아래층에서 신호가 온다.

라파엘의 불길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아서는 심호흡을 하며 술식을 되새긴다. 여기서 실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랬다간 누구에게도 고개를 들지 못하리라.

그 점에서 [광대의 지팡이]는 든든한 장비였다.

아서는 성공적으로 미아를 소환할 수 있었다. 절반은 저쪽에서 호응한 것이지만 어쨌건 원래 같으면 꿈도 꿀 수 없을 고도의 공간이동이었다.

미아는 공간의 균열로 나오자마자 안심하는 아서와 브릿지 자세의 바알을 확인하고 클리포트로 달려갔다.

바알의 좌에 아서를 앉히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블랑쉐는 수색을 하고 있다.

무슨 수색을 하고 있는가 하면 가브리엘의 흔적을 찾는 중이다.

마법사이자 사수이자 암살자이며 [검은 날개]의 사용자인 블랑쉐보다 더 빠르게 넓은 범위를 탐색할 수 있는 파티원은 없다.

번쩍이며 사방을 날아다닌다. 공간 마법까지 동원하면 조금이나마 존재하는 [검은 날개]의 딜레이마저 없애버릴 수 있다.

공간이동은 그녀가 가장 처음 배운 마법이며 가장 오래 연습한 마법이다.

따라서 충분히 시간 내에 광대한 영역을 탐사할 수 있었다.

아서와 에길에게 클리포트의 흔적을 먼저 발견하고 알려준 것도 그녀다.

다만 구조물의 잔해라는 형태로 주변에 힌트가 펼쳐져있는 클리포트 찾기보다 어렵다.

가브리엘은 어디로 떨어졌는가?

마력탐지로도 걸려들지 않을 수 있다.

미카엘이 눈치 채지 못했다면 어딘가 파묻혀 있을 확률도 높다.

블랑쉐의 수색은 제법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것을 먼저 발견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그랬던가.

블랑쉐는 가브리엘보다 먼저 그것을 찾아내어버렸다.

“흠, 이건 [기근]이군.”

그때 잠깐 보았던 그곳이다.

악마측의 성지가 숨겨져 있던 그곳.

벽에 매달려 있던 어느 악마.

얽힌 이야기가 많은 NPC겠지만 파티가 그쪽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아서 보지 않았다.

별다른 관계도 없는 사이.

“죽었나?”

근처로 가서 살핀다. 숨이 끊어져있다. 블랑쉐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식으로건 간섭을 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조건으로 무효화된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 이 기근이라는 악마가 미카엘을 공략하는 열쇠였을 수도 있으나 그것을 챙기지 못했을 확률.

이건 상당히 높다.

“별 수 없군. 사탄이 난입하긴 힘들 것 같으니 다행이야.”

사실 다행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탄은 미카엘을 더 위협적으로 여길 것이다. 이 파티를 잘 모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블랑쉐는 바쁘게 움직였다. 누군가가 제 역할에서 몇 초씩 늦어질 때마다 부활 스택이 하나씩 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면 누군가 죽는다.

제니는 가장 처음 자신이 맡을 역할에 대해 들었을 때 어이가 없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에요?”

놀라지도 못했다.

“그러기 위한 스킬셋이야.”

리더는 확고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제니는 알고 있다. 이 사람은 가능성 없는 거짓을 말할 사람이 아니다.

제 입으로는 필요에 따라선 버릴 수도 있니 뭐니 하지만 정작 단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다.

입에 달고 사는 입버릇에 불과해 보인다.

혹은 이전에는 그랬었다는 정도겠지.

그런 점에서만큼은 신뢰한다.

아니 사실 제니는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들 자신을 믿으니까, 그리고 자신을 믿는 그 사람들을 제니가 믿으니까.

그렇게 의탁된 신뢰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다.

리더가 된다고 하면 되는 거다.

“알았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긴장이 차오르지만 징징댈 수 있는 역할은 아니었다.

제니는 불안해하면서도 자신이 미카엘을 상대로 어떻게 시간을 끌 수 있는지에 경청했다.

사실 제니는 지금 자신이 보유한 유니크 스킬에 대해서 아주 잘 알지는 못한다.

기본적인 활용법만 알 뿐이지 이것이 어떤 꼼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전부 아는 게 아니다.

“시작의 바다는 체력을 빨아서 자신의 힘으로 삼는 스킬이잖아, 그건 달리 말하면 능동적으로 활용 가능한 버프기이기도 해.”

이어진 말은 좀 찝찝한 말이었다.

“그러니까 파티원들의 능력치를 흡수해서 버티란 거네요?”

“일시적이지만 그보다 더 큰 도핑은 없지. 그리고 제니의 스킬셋은 죄다 조건을 안타는 단순 스펙업 용도거든.”

실제로도 그렇다. 버프는 유니크 스킬이 아닌 것 중에서 좋은 것만 골라 끼워뒀기에 다들 가진 게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유니크 스킬은 제니가 가장 많이 보유했고, 그 스킬들은 죄다 순간적인 펌핑과 관련되어있다.

동시에 시간을 질질 끄는 것에 특화되어있기도 하다.

제니는 침을 삼켰다.

“그러니까 만일의 경우 미아양이 대피할 수 있도록 저 혼자 죽는 용도가 아니었던 거네요?”

“제니 혹시 어디 아파?”

“네?”

“죽으면 안 된다고. 진정해.”

“그 그건 그렇죠?”

그런 대화 끝에 제니는 이해했다.

“파티원들이 죄다 버프를 켜면 그 스펙이 그대로 들어오는 거군요.”

“맞아, 적용이 실시간이거든. 대신 그 시간동안 우리가 약해지겠지.”

그러니 제니 혼자 시간을 끄는 것이다.

“저 말고 다른 사람이 하는게 더 낫지 않았나요?”

이건 근원적인 질문이다. 아서에게 이런 스킬셋을 주는 편이 더 낫지 않았냐는 뜻.

리더는 고개를 저었다.

“요령에 의지한 꼼수가 먹히지 않는 경우들이 있지. 그럴 경우에는 단순히 스펙이 높은 편이 더 좋아. 그리고 내가 가끔 말했지? 스킬이 제일 중요하다고.”

스킬의 효과는 절대적이다.

기초 스탯이 아무리 높아도 따라갈 수 없는 타입의 유니크 스킬들도 있다.

제니가 가진 것도 그러하다.

“그리고 바알한테 가르치면서 뭔가 느낀 바 없어?”

“많긴 한데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행위가 꼭 배우는 자에게만 배움이 아니다.

바알은 인간형일 때, 투신이라는 호칭이 붙어있던 보스다.

그 호전성과 야성, 그리고 천재성은 어느 정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제니는 정말로 그렇게 느꼈다. 이 평범한 악마는 정말로 강하다.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네 손에는 바알의 쌍검이 들려있지.”

“어째 좋은 거 주더라…….”

“필요하니까.”

바알의 쌍검이 가진 효과는 심플했다.

강하고 튼튼하다. 성물 수준으로 끔찍한 내구도와 기본적인 장비 스탯을 가진다.

그 뿐만이면 심심하다.

메타트론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전사에 가까운 보스인 바알의 장비는 액티브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아이템 액티브 [거미의 왕관]

사용해보았다.

바알은 제 권능의 편린이 무기화되어 있는 그것의 기능을 보고 심플하게 평가했다.

“내 인간형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군.”

단순 스펙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니에게는 패시브 효과를 가진 스킬도 많다.

“처음부터 바알의 장비는 네 것이었어. 제니.”

단순히 미궁이 마인드맵을 기반으로 평가할 때, 가장 강력한 것은 제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제니가 이 파티에서 깡스펙이 가장 우월하다.

그래서 아후라마즈다도 제니즈의 성능을 오인하여 고평가 하지 않았나.

“그러니 할 수 있다.”

그리고 제니는 할 수 있었다. 리더의 말대로.

“이야아아아압!”

바알과 싸울 때는 정신을 놓고 있었다.

“끈질기군! 썩 꺼져라!”

천상의 군주와 마주한 지금은 그렇지 않다.

[파편의 무기]로 거대화한 쌍검을 휘두르며 미카엘을 붙잡고 늘어진다.

“에이이이잇!”

당연히 이렇게까지 해도 제니가 미카엘보다 스펙이 높아질 수는 없다.

그리고 검을 더 잘 쓰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미카엘이 전력으로 제니를 죽이고자 한다면 결국 죽을 것이다.

“가지 마아아아!”

하지만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벗겨버리는 일 정도는 가능하다.

미카엘은 실제로 제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빠져나가려는 틈이 생기면 곧바로 심연과는 다른 공간 속으로 꺼진다.

빛이 되어 움직여도 그것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골치 아프군. [허수차원 붕괴]……. 고의로 보여준 적이 없는 것이었군.”

미카엘은 생각했다.

이 고양이 천사…….

마법사의 이동속도 보조만을 위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철벽과도 같다. 일시적이겠으나, 그 일시적임에 모든 것을 올인한 방패다.

검술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

그러니 휘둘러지는 검 사이로 파고들어 벤다. 거검이 그 사이에 끼어들어 목표를 통째로 가린다.

하지만 미카엘은 이제 느끼고 있다.

리치 차이와 거대한 무기가 가지는 이점을 말이다.

주로 유배자들이 괴수형 보스를 상대로 할 때 느끼는 불합리함이다.

“제대로만 베면 죽이는데.”

그렇게 죽여도 버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부활한다. 일반적인 부활기가 아닌 것 같다.

부활 패시브도 종류는 제법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나면 다시 공간이 붕괴하거나 거검에 두들겨 맞으며 부피와 질량의 문제로 휘둘린다.

결사의 각오, 그야말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어버리니 방법이 없다.

“부활 스택이 몇이지?”

미카엘은 입맛을 다셨다.

생각 외의 난적이었다. 위협은 전혀 되지 않으나 도무지 쓰러트릴 수가 없다.

하지만 본체를 드러낼 수는 없다.

그건 아직……. 제대로 시험해보지 않은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나……!”

그보다 이렇게 한 명을 앞세워 시간을 벌고 그동안 대체 무엇을 할 생각인가?

그것이 너무나도 오싹하다.

그리고, 먼 곳에서 찬란한 태양이 다시 피어났다.

조금 떨어진 다른 곳에서는 검은 어둠이 아가리를 벌린다.

“세피로트와 클리포트부터 부숴야겠군.”

미카엘도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고양이 천사의 버프가 지속 시간이 짧은 것부터 하나 둘 꺼져가고 있다.

미카엘은 곧 뿌리칠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