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72화 (72/288)

성소 전투(3)

“단장님, 본단에서 보낸 공성 병기가 도착했습니다. 갈고리와 사다리도 재보급이 완료됐습니다.”

참모가 사무적인 어조로 보고했다. 성기사단의 단장, 에드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자들은?”

“특임대의 유물에 당한 성기사 두 명을 제외하면 전원 회복했습니다.”

“그 두 기사는 신의 곁으로 갔는가?”

“···송구하옵게도, 그렇습니다.”

참모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에드거의 흐릿한 눈은 그 표정을 볼 수 없었다.

“······.”

그러나 떄론 말 없이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사상자들 중 직속 부하들이 몇 있었지.’

몇 시간 전 성벽 앞에서의 접전 말미에 보고받은 사실을 떠올리며, 에드거는 손을 들어 참모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다음 공격을 두 시간 미루도록 하지. 부상에서 회복한 전사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주게나. 나머지 병력은 포위망을 더욱 철저하게 사수하도록.”

“예.”

참모가 물러갔다. 멀어지는 발소리.

그 발소리에서 시선을 돌린 에드거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봄이 다가오는 계절이었다. 피부에 느껴지는 햇살이 따뜻했다.

그리고 따스함이 내리쬐는 지면에는, 진득한 피와 차가운 쇠붙이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신의 뜻 아래 하나로 뭉쳐야 마땅할 성기사단에서 벌어진, 부단장의 계략으로 말미암은 전쟁.

‘내전.’

참혹한 단어가 입 안에서 씁쓸함으로 굴렀다.

‘그것도 하필이면 이런 때에.’

에드거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시력을 잃은 대신 그가 얻은 건 예지안뿐만이 아니었다.

이전보다 배는 섬세해져서, 마치 몇 개의 눈을 더 얻은 듯한 감각과 육감.

그리고 그 감각에서 말미암은 것인지, 혹은 예지안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떠오르기 시작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예감들.

사실 세간에 그의 예지 능력이라고 알려진 것들 중, 대부분은 신의 직접적인 계시가 아니라 그 예감의 산물이었다.

평온함이나 불안감, 혹은 기대감의 형태로 다가오는 두루뭉술한 예감.

그러나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다는 걸 생각하면,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이 또한 신께서 주신 선물일 테니.’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몇 년쯤 전.

그의 예감은 희미한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렷하지는 않지만, 잊을 만 하면 자꾸만 감각의 끄트머리를 간질거리는 미묘한 불안감의 형태로.

거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불안감의 형태는 점점 뚜렷해져갔고, 작금에 이르러서는 이틀에 하루는 악몽까지 꿀 정도였다.

‘어마어마한 마물의 공세가 균열을 침범하는 꿈.’

꿈 속에서 성기사단의 본단은 무너졌다.

끝까지 항전하던 기사단은 참혹하게 유린되고, 천혜의 요새이자 우리인 이 땅은 검게 불탄 폐허가 되었다.

어떻게든 그 결말에 도달하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 한 명의 성기사, 아니 성전사마저도 소중했다.

기사단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내전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에드거가 반란군을 쓸어버리는 대신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 기사단의 전력을 온존하고자 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어라? 방금 저거 봤나? 내가 잘못 본 건가?”

“아, 아닙니다! 분명히···.”

그때 희미한 웅성임이 들렸다. 아군의 전열 곳곳에서 퍼지기 시작하는 작은 소란이었다.

에드거는 상념을 끊고 고개를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참모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에드거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단장님! 성벽 위의 반란군들이 쓰러지고 있습니다!”

참모가 소리쳤다. 에드거는 되묻지 않았다.

그는 가리워진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단숨에 흩뿌려내 한계까지 넓혔다.

순식간에 성소의 성벽과 그 너머까지 뻗어나가는 감각의 범위.

눈 주변에 새겨진 신성문신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하며, 끝없는 정보의 홍수를 소화시키기 시작한다.

“성공했군.”

에드거는 미소 지었다.

성소를 철통 같이 지키던 특임대 대원들이 우르르 쓰러지고 있었다.

저주의 핵이 사라지면서, 그 세뇌가 풀린 반동으로 잠시 의식을 잃는 것.

기사단장의 웃음을 본 참모는 곧바로 말했다.

“전 병력 곧바로 진입시키겠습니다.”

“···잠깐.”

에드거가 참모를 붙잡았다. 그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범람하는 자극들 속에서, 희미한 존재감이 기시감을 간질인다.

빈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존재감. 그리고 이내 사라지는 부단장 에버로크의 기척.

“···이런.”

한평생 균열의 마물들과 싸워온 에드거는 알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감각에도 흐릿하게 느껴지는 존재감의 주인이 누구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운 저 공간 전이 마법이,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인지를.

“대(對) 고위 마물 진형을 취하라.”

에드거가 말했다. 참모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마물이라니? 그것도 고위 마물?

짧은 순간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오랜 훈련과 경험은 그 판단들을 순식간에 일축했다.

전시에 기사단장의 판단은 절대적.

참모가 소리쳤다.

“대 고위 마물 진형을 취하라!”

“대 고위 마물 진형이다! 중대 위치로!”

“위치로!”

“위치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성기사와 성전사들.

공성전을 위해 구축되었던 포위망이, 순식간에 십수 개의 무리로 쪼개져 각기 진형을 갖춰갔다.

부산스레 몸을 움직이는 기사와 전사들의 뒤에서, 에드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그의 희뿌연 푸른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은 마치 무언가를 쫓는 듯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자락이 성벽을 넘어, 성소의 높게 솟은 지붕에 닿은 순간.

콰아아앙―!

성소의 지붕이 폭발하며 거대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

필멸자의 영혼을 울리는 표효가 일대에 몰아친다.

긴 울부짖음과 함께 회색빛 잔해와 먼지들을 뚫고 올라온 건, 몸길이가 10미터는 훌쩍 넘을 듯한 푸른 비늘의 거체.

봄철의 따사로운 햇살에 맞서 시리게 번뜩이며, 날카로운 기세를 줄줄이 흘리는 거대한 용이었다.

“아룡이다―!”

“공성 병기를 장전해라!”

용을 본 성기사단이 민첩하게 대응했다.

마차 크기의 발리스타 시위가 당겨지고, 신성력이 깃든 투석구가 천천히 굴려 옮겨졌다.

공성 병기라고 끌어오긴 했으나, 사실 이 병기들의 주 용도는 거대한 마물을 사냥하는 것.

신성력으로 유도되는 거대한 투석구와 은박을 입혀 신성한 기름을 바른 발리스타는 거인과 아룡, 골렘을 상대로도 유효한 무기였다.

“······.”

한편 에드거는 성소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희뿌연 눈은 아직까지도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이미 지붕 위 하늘로 솟아오른 아룡이 아니라, 아직까지 흙먼지 구름을 향해 있는 시선.

잃어버린 시력보다도 더 예민한 그의 나머지 감각들과 그 감각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육감은, 먼지 구름 속의 뚜렷한 기척을 인식하고 있었다.

푸확―!

먼지 구름을 뚫고 무언가가 솟구친다.

먼젓번 용의 거체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신형.

공중에 비산하는 지붕의 잔해를 박차고, 용을 향해 도약하는 전사의 손에는 푸른 성검이 들려 있었다.

‘신께서 주목하시는 전사, 댈런.’

비록 눈으로 볼 수 없으나, 명확하게 느껴지는 존재감에 에드거는 다시 한 번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저 존재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결코 잊을 수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예지안의 계시를 따라 루시아 일행을 찾아간 날, 숲에서 특임대 한 소대를 홀로 처리한 전사와 마주친 순간.

몇 년째 그의 내면을 간질이던 불안감이, 순간이나마 눈 녹듯이 사라졌던 걸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날 에드거는 직감했다.

오랫동안 예견해왔던 종말의 악몽은 어느덧 성큼 다가온 가까운 미래이며.

신께서 주목하시는 이 전사야말로, 그 종말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스르릉―

기사단장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는 참모에게 지휘를 맡기고 진형 사이를 걸어나갔다.

장전 중인 투석기와 발리스타를 물 흐르듯 지나친 그의 발걸음 뒤.

새하얀 검신을 뒤덮은 백색 화염이, 물방울처럼 지면에 점점이 떨어지며 첫 번째 성검의 주인이 검을 들었음을 알렸다.

***

‘오만하고 겁 많은 파충류들.’

비록 모니터 너머의 경험이긴 하지만, 용족과 수없이 싸워본 댈런이 내린 아룡의 정의였다.

놈들은 진룡이나 고룡처럼 필멸자를 초월한, 때로는 신에 필적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신비에 한 발 걸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피륙에 의존해 살아가는 족속.

다만 진룡이나 고룡의 하수인으로 부려지면서 눈만 한참 높아져, 인간을 비롯한 필멸의 존재들을 벌레 보듯이 보는 게 놈들의 습성이었다.

정작 그 필멸의 존재들에게 수없이 사냥당해, 용 사냥꾼이라는 말이 세간에도 알려지게 만든 주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콰과과과―!

검끝에서 터져나온 폭풍이 허공을 가른다.

거대한 몸체를 기민하게 움직인 용이, 아슬아슬하게 그 폭풍을 피해내며 날개를 활짝 폈다.

놈의 노란 눈동자가 빛난다. 주문의 전조였다.

[――!]

날카로운 이빨 가득한 주둥이가 열리며 알아듣지 못할 괴이한 언어를 내뱉자, 거대한 힘의 파동이 그 머리 앞에서부터 쏘아졌다.

뻐어어엉!

보이지 않는 힘이 댈런의 몸을 강타했다. 평범한 사람은 단번에 곤죽이 되었을 충격량과 압박이었다.

댈런은 숨을 한 번 몰아쉰 것만으로 충격을 떨쳐내고선, 공중에서 몸을 휙 돌려 자세를 바로잡았다.

휘이이―

발밑에는 아무 것도 없다.

비산하는 지붕 파편들을 밟아가며 도약한 이곳은, 지면에서 수십 미터나 떨어진 상공.

떨어지면 부상도 부상이거니와, 하늘을 나는 용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주제에 맞게 땅을 기어라, 버러지 같은 놈!]

용이 전성으로 외친다. 댈런은 가만히 눈을 반개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와 그에 따라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면의 시선이 추락의 찰나 사이에 심상 너머를 인지해낸다.

두근. 두근. 쿠르릉······.

맥동하는 산능성, 붉게 물든 하늘, 끊이지 않는 뇌성과 그 아래 드문드문 날아다니는 쇳조각들.

어느덧 온갖 기이한 지형들이 자리잡은, 눈 덮인 설산의 한 구석으로 그의 시선이 향했다.

콰르륵! 쿠르르르!

그곳은 거꾸로 떨어지는 돌과 모래의 폭포였다.

절벽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크고 작은 돌조각과 자갈들.

마치 현대 지구의 트럼펠린에 튕기듯, 허공에서 퉁퉁 튀어오르며 하늘로 솟구친다.

[도약(E)]

- 한 번의 발디딤으로 몸을 높게 띄워올리는 기술. 단순한 동작이지만, 그 안에 힘과 기교의 총체적인 응용이 담겨있다.

- 숙련도 100%

심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킬의 정보가 떠오른다.

이곳은 오래 전 은가면 암살자를 죽이고 얻은 스킬로부터 비롯된 지형.

몇 달 동안 그의 기동력의 큰 부분을 맡았던 도약 스킬이, 지하 유적을 죄다 부수고 올라오며 마침내 숙련도 백 퍼센트를 달성한 것이다.

퉁― 투투퉁―

튀어오르는 바위들. 그 아래 허공에서 일어나는 파문.

어릴 적부터 판타지며 무협을 즐겨 보던 댈런의 심상은, 무언가를 딛고 뛰어오른다는 개념을 비단 땅바닥에 국한시키지 않았다.

거꾸로 쏟아지는 바위의 폭포는, 그 끝에 빚어진 가능성의 확장을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스읍―”

시선을 현실로 옮긴 채 들이쉬는 호흡. 척추부터 허벅지를 지나, 발끝까지 정신을 집중한다.

마치 처음 도약 스킬을 사용했을 때처럼, 과하지 않게 딱 필요한 힘만을 담아냈다.

발밑은 빈 허공.

그럼에도 딛고자 한다면 불가능은 없다.

공기 그 자체가 발판이며, 이 세상에 흐르는 마력의 바람이 단단한 바닥이 되어 주었으니.

필요한 건 초인적인 근력과 기교, 마력 감응력과 숙련도로 예표되는 경험.

그리고 그 모든 걸 담아내는 심상의 그릇뿐.

우웅―

까마득한 창공 한가운데.

댈런의 발밑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공기중의 마력이 뒤틀리며 기이한 흐름을 맺어냈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마력의 바람이, 둥글게 닫힌 흐름을 만들어내며 마치 단단한 지면과도 같은 형태로 빚어지고.

바닥을 부수고 나무를 쪼개며 몸을 밀어냈던 도약 스킬이, 발끝으로 그 마력의 발판을 밀어내며 발현되었다.

그리고.

꽈아앙―!

폭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쏘아진다.

주문의 여력을 단숨에 떨쳐내고 날아오르는 그를 보며, 용의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찮은 필멸자 따위가!]

놈이 전성을 내뱉으며 아가리를 쩍 벌렸다. 살짝 보이는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푸른 기운이 일렁였다.

‘용의 숨결.’

숨결에 담긴 마력과 살기를 느낀 피부 위, 찌르르 하는 감각이 감돌며 머릿속에 경종을 울렸다.

당연했다. 저 주둥이에서 쏘아지는 숨결은 강철보다 단단한 댈런의 육신이라도 녹여버리기에 충분한 위력이었으니.

하지만 댈런은 물러서지 않았다.

자고로 용의 숨결은 멀리 떨어질수록 위협적인 법이다.

오래된 용 사냥꾼들의 격언에도, 용이 숨결을 내뿜을 때가 가장 위험한 상황인 동시에 절호의 공격 기회라 하지 않던가.

‘그건 모니터 너머에서 아룡족 보스몹을 공략할 때도 마찬가지였지.’

과거를 회상한 댈런은 가볍게 웃음을 머금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숨결을 처음 마주했을 때가 기억났다.

빈약한 캐릭터로는 도저히 공략할 수 없는, 살아 움직이는 철옹성에 들이받는 듯했던 기분.

그러나 익숙해진 이후에는 변칙적인 발톱이나 주문 패턴이 더 귀찮을 뿐, 용이 숨결을 모아내는 순간만 기다렸다가 목을 잘라버리지 않았던가.

스읍―

기억을 흩어내며 길게 숨을 들이쉰다.

호흡과 함께 사지 말단까지 뻗어나가는 새로운 힘.

꽈과광―!

발밑에서 일대의 마력이 뒤틀리고, 허공을 연이어 디뎌낸 발걸음마다 후폭풍이 터져나간다.

도약의 그 반동으로 얻어낸 가속은, 이내 소리의 속도에 가까워졌다.

지상에서 올려다보기에 댈런의 몸은 거의 희끗한 음영처럼 보일 정도.

그리고 용의 아가리에서 숨결이 토해질 준비를 마쳤을 즈음, 댈런의 몸은 어느새 용의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감히···!]

반사적으로 휘두르는 거대한 앞발에 성검을 마주 가져다댄다.

팔과 어깨를 짓누르는 강렬한 압박 너머로, 단단한 비늘과 질긴 가죽이 갈라지는 손맛이 느껴진다.

콰가각!

허둥지둥 휘저어대는 앞발을 성검을 두 번 휘둘러 흘려내고, 다시 한 번 발밑에 마력을 모아 허공을 도약.

꽈앙―!

단숨에 주둥이 바로 밑까지 도달한 댈런은, 용의 발톱을 받아낸 끝에 증기를 뿜어대는 오른팔 대신 왼손을 들어올렸다.

화륵!

단단한 주먹을 감싸는 화염의 갑주.

원래부터도 곰 앞발 같았던 손은 화염에 덮이며 두 배쯤 커졌고.

쾅!

거인의 힘을 넘어서는 근력으로, 반쯤 벌어진 용의 주둥이를 아래턱에서부터 올려쳐 닫아버린다.

[크어어―!]

전성으로 비명이 토해진다. 닫힌 주둥이 사이로 숨결의 일부가 피식거리며 새어나왔다.

그 주둥이가 다시 벌어지기 전에, 댈런의 손을 감싼 화염의 갑주가 순간 일렁였다.

그리고.

콰아아아아―!

모래바람 왕조의 묘실을 뚫어낸 화염의 폭풍이, 마치 용의 숨결처럼 부채꼴로 뻗어나가 아룡의 푸른 비늘을 덮쳐들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