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73화 (73/288)

성소 전투(4)

푸른 비늘 아룡, 옥시키루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이해할 수 없다기보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옳았으리라.

용족은 공기에 흘러가는 마력의 흐름을 눈으로 직접 관측할 수 있는 족속. 아룡이라 해도 그 능력은 여전했다.

그렇기에 그는 누구보다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인간 전사의 영역에서 토해지는 심상이 얼마나 강렬하게 마력을 동조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뒤틀린 마력의 흐름이 현실의 법칙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있는지까지도.

‘···용 사냥꾼.’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단어.

동족을 사냥하는 필멸자 사냥꾼들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 그는 대놓고 코웃음 쳤었다.

어지간히 덜떨어진 반푼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필멸자 따위에게 사냥당할 수 있는가.

심지어 용 사냥꾼의 반수 이상은 그나마 장수종인 엘프나 드워프도 아닌, 단명하는 인간이라 들었다.

그런 단명종에게 죽임당할 정도로 저열한 개체라면, 동족으로 취급할 필요도 없다는 게 옥시키루스의 생각이었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꽈르릉―!

전사의 팔이 흐릿해진다. 동시에 허리춤에 메어져 있던 강철검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전사의 손을 떠난 강철검은, 한 줄기 섬광으로 화해 마치 빛의 작살처럼 옥시키루스를 향해 쏘아졌다.

원래라면 그의 비늘 한 장조차 뚫지 못할 쇠붙이.

그러나 우렛소리와 함께 덮쳐드는 섬광은, 그의 비늘을 박살내고 가죽과 그 아래 내장까지 찢어발기기 충분한 위력이었다.

[――!]

짧게 내지르는 주문의 표효. 옥시키루스는 날개에 모든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날개 밑에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주변의 공기를 소용돌이처럼 빨아들이고 분출했다.

덮쳐드는 섬광을 피해내기 위한, 곡예에 가까운 급격한 방향 전환.

콰르르릉―!

오른 날개를 스쳐 지나간 빛줄기가 성소의 내벽에 직격하며, 두꺼운 성벽의 일부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크으으!]

마력을 사용하자 골이 저릿하게 울린다. 옥시키루스는 눈을 한껏 찌푸렸다.

놈의 화염 휘감은 주먹에 맞은 지 벌써 몇 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부상이 회복될 생각을 않고 있었다.

그는 용. 어지간한 중상을 입고도 상처라 여기지 않는다.

화염에 휩쓸린 머리의 뼈와 가죽은 순식간에 재생됐다. 그러나 뇌만큼은 이상하게도 재생이 더뎠다.

마치 용의 피가 뇌를 재생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잔재한 열기가 그걸 막는 듯한 느낌.

날개를 받쳐주던 마력을 잃고 땅에 추락해, 기사단의 성소 안에서 지저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건 그 때문이었다.

[――――!]

힘을 쥐어짜 전성을 토해낸다. 원래라면 숨 쉬듯 쓸 수 있던 주문들이, 그 전성으로 가까스로 빚어진다.

허공에 푸른 결정이 모여들어 포탄처럼 쏘아지고, 보이지 않는 힘이 일대를 휩쓸며 전사의 운신을 방해한다.

성검을 들고 달려들던 전사가 일순 주춤했다. 검을 휘둘러 결정 마탄들을 막아내는 전사.

쩌저정! 콰가가각!

폭발하는 결정들로 벌어낸 찰나의 시간 속에서, 옥시키루스는 심장으로 마력을 끌어모았다.

두근.

거대한 심장이 맥동한다. 심장에 잠재된 권능이 마력의 파도에 깨어났다.

피 한 방울마다 신비의 힘이 서린 진룡과는 달리, 아룡은 피가 모여드는 심장만이 신비의 산물.

그리고 그 심장이 품은 능력은, 용 객체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특별한 권능이었다.

평소의 옥시키루스라면 한낱 인간을 상대로 결코 용심장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건 싸움 앞에서, 그 케케묵은 생각은 금세 바뀌었다.

그는 용.

모든 필멸자의 머리 위에 있는 존재.

한낱 먹잇감일 뿐인 인간 따위에게, 이대로 사냥당하는 건 포식자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하찮은 필멸자 주제에!]

구우우웅―

심장의 힘이 깨어나며 주변의 마력이 진동한다.

존재감만으로도 필멸자의 심장을 옥죄는 용의 기세가 순식간에 흩어져 희미해졌다.

때마침 결정 마탄을 떨쳐낸 전사가 두 손으로 검을 잡고 달려든 순간.

팟―

옥시키루스의 거체는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다.

‘이겼다.’

그는 생각했다.

다른 결과는 불가능했다.

스스로의 실체를 반쯤 허상화시키고, 공간을 접어 그 틈 사이를 유영하는 능력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 거머쥔 권능.

허공을 박차고 날아들며, 검 한 자루로 벼락과 우렛소리를 불러내는 필멸자의 기예는 물론 인상적이었으나.

‘그래봐야 단명종의 발악. 용심장의 권능에 비할 수는 없지.’

공간을 뛰어넘어 등 뒤를 점한다.

전사의 검은 자신이 사라진 자리를 갈라내고 있었다.

옥시카루스는 가볍게 앞발을 휘둘렀다.

그의 입장에서 가볍다지만, 인간의 성벽도 충분히 무너뜨릴 위력의 공격.

그가 길다란 주둥이 끝자락을 씰룩이며, 핏덩이가 될 전사의 육신을 상상한 찰나.

쐐애애애―!

순간적으로 두 배쯤 빠르게 움직인 전사의 검끝이, 기이한 검로를 그려내며 자신의 앞발을 막아섰다.

[···무슨?]

꽈르릉!

소리의 벽을 돌파하며 터져나오는 천둥 소리와, 앞발의 비늘을 찢어발기는 검신의 소용돌이.

옥시키루스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곧장 다시금 공간을 뛰어넘는 찰나.

그의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전사의 웃음을 비췄다.

놈이 작게 중얼거렸다.

“뭐 했다고 벌써 2페이즈냐.”

***

갑지기 사그라드는 용의 존재감. 눈앞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놈의 거체.

그 초현실적인 광경을 마주하자마자 곤두선 육감이, 찌릿거리며 등 뒤에서 닥쳐오는 위협을 예고하고.

내리치던 검로를 아주 조금 비틀어내며, 그 검속을 배가시켜 덮쳐오는 앞발을 후려친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근력만으로 음속의 벽을 돌파한 건, 이미 옛적 은가면 사도였던 텔리아 상단주를 상대할 때 성공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지.’

시간을 길게 늘어뜨린 감각 속, 댈런은 차분히 판단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푸른 비늘 아룡 옥시키루스의 전투 페이즈는 총 두 개.

비행 상태에서 마법과 브레스를 난사하며, 압도적인 화력으로 몰아붙이는 게 첫 번째 페이즈였고.

생명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졌을 때, 용심장의 권능을 사용해 쉼 없는 공간 전이와 자잘한 주문으로 빈틈을 내보이지 않는 게 두 번째 페이즈였다.

팟.

검을 휘두르자 다시금 사라지는 거체.

사방으로 뻗어난 감각이 놈의 기척을 찾기 시작했다.

높은 지능 수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선점할 만한 유리한 장소를 분석해낸다.

스륵―

그리고 찰나의 순간 감지해낸 기척은, 거대한 몸에 비해서 한없이 세미한 소리.

마치 얇은 풀이 흔들리는 듯한 미세한 소음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푸른 비늘로 빼곡하게 덮인 거대한 꼬리가 집이라도 부술 기세로 눈앞을 덮쳐든다.

쐐애애―

심상을 끌어낼 여유는 없다. 주어진 찰나의 시간은 검을 휘두르는 데에도 아슬아슬했으니.

온 힘을 쏟아 뒤틀어낸 검로가, 다시 한 번 음속의 벽을 돌파하며 굉음을 토해낸다.

꽈아앙!

비늘이 쪼개진다. 가죽이 갈라졌다. 그 아래의 질긴 근육질이 찢겨나가며 손에 강한 저항감을 되돌렸다.

손과 어깨, 팔까지 타고 올라오는 무식한 질량.

그 질량의 파도를 역으로 밀어붙여, 두터운 꼬리를 잘라내려는 찰나.

팟.

다시금 놈의 기척이 사라진다.

“쯧.”

댈런은 짧게 혀를 찼다.

모니터 너머에서도 생각했지만, 옥시키루스의 공간 전이 능력은 이래서 짜증났다.

전조가 없다시피 한 공격. 사각을 파고드는 육탄전에 이쪽의 역량을 제대로 낼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정작 어렵사리 성공해낸 반격은 제대로 피해가 들어가지도 않았다.

공격이 끝까지 먹히기 전에 놈이 다시금 공간을 뛰어넘어 버리니까.

아룡의 재생 능력이라면 어지간한 하급 악마쯤은 되는 만큼, 그 정도 상처야 수 초도 지나지 않아 회복해내겠지.

“시발 도마뱀 새끼.”

콰직!

[크아악!]

덮쳐오는 주둥이를 폼멜로 찍어, 사람 상반신만 한 이빨 한 개를 부러뜨려버린 그가 중얼거렸다.

[크어어어―!]

또 한 번 사라지는 용의 거체.

그나마 놈의 머리통을 화염 갑주로 두들겨 주문을 봉쇄했기에 다행이었다.

이런 상황에 놈이 특기인 결정 주문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했다면, 전황은 누가 봐도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을 테니까.

물론 이 상태가 영영 지속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화염 갑주의 열기가 놈의 두개골 안쪽에 침투해 재생을 저지하고 있었지만, 머지않아 용혈의 재생력도 제 역량을 다해낼 테였다.

시간이 좀 더 흘러 놈이 두뇌를 회복하고 나면, 그에게도 위협적인 주문들을 숨 쉬듯 쉽게 사용하게 되겠지.

그러나 댈런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그의 초인적인 감각은, 좀 전부터 이쪽으로 달려오는 기척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레 같은 놈! 죽어라!]

악다구니를 쓴 용이 힘을 쥐어짜 주문을 완성해낸다. 놈의 머리 위에 결정 마탄 서너 개가 모여들었다.

충돌하는 순간 폭발하며, 날카로운 결정 조각으로 살을 찢어놓는 주문.

놈의 노림수는 명확했다.

댈런이 마탄에 대처하는 사이, 그의 뒤를 점하고 공격할 심산.

그 공격에 대처하자니 마탄의 폭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마탄을 막거나 피하면 용의 앞발에 몸이 갈갈이 찢길 테였다.

그야말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전략.

승리를 확신한 듯 기세등등한 노란 눈을 보며, 댈런은 여유롭게 씩 웃었다.

그가 말했다.

“때맞춰 오셨군. 도마뱀 구이 드셔보셨소?”

“젊을 적에 먹어봤습니다. 꼬리 부위가 특히 맛있다는 거 아시는지요?”

웃음기 잔잔하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옥시키루스는 고개를 휙 돌렸다.

용의 등 뒤, 성소의 반쯤 무너진 성벽 위에 누군가 서 있었다.

필멸자. 하지만 그 기세는 아룡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인 인간.

빈 왼소매는 바람에 나풀거리고, 흐릿한 시선이 용과 댈런이 선 공터를 내려다본다.

백색 검에는 그 검보다도 더 희게 타오르는 불꽃이, 마치 끈적한 기름처럼 얽힌 채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기사단의 노괴···!]

본능적인 두려움이 용의 심장을 죄어온다. 용은 알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미궁의 악마들이 균열을 쉽사리 넘보지 못하는 이유이자, 그의 주군인 청린마저도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드는 초인.

같은 주군의 휘하에 있던 푸른 비늘의 동족을, 지난 이백 년간 무려 셋이나 살해한 학살자라는 것을.

“댈런 같은 신성이 용살자의 영예를 가질 기회를 빼앗을 수는 없지요. 그리고 하늘을 나는 이 도마뱀을 떨어뜨린 건 어디까지나 당신이시니까요. 저는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약간의 도움만 드리겠습니다.”

기사단장 에드거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댈런은 피식 웃었다.

용살자의 영예인지 뭔지는 모르겠고, 저거 경험치 스틸 안 하겠다는 소리지?

“마음에 드는군.”

대답을 듣자 검을 들어올리는 손길. 초점 없는 푸른 눈동자 한가운데, 흰 불꽃이 넘실거린다.

근육질의 오른팔에 빼곡하게 새겨진 신성 문신이 빛을 발했다.

전신에서 줄기줄기 흘러나오는 신성력과, 그 주위로 일그러지는 마력의 흐름.

스으으으―

어깨 위로 내뻗은 검신을 타고, 액체 같은 백색 불길이 하늘을 향해 스며들어간다.

검끝에서 흘러나와 화창한 봄철의 청명한 하늘 위로 퍼져나가는 작은 불꽃 방울들.

마치 공원의 분수를 느리게 재생시키는 것만 같은 광경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콰직!

하늘에 금이 간다.

그 순간 푸른 비늘 아룡, 옥시키루스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공간을 넘어가는 게 불가능해지고, 스스로의 기척을 공간의 틈 사이에 감춰낼 수도 없다.

두근거리는 심장에 새겨진 힘은 그대로이되, 그 힘이 현실로 뻗어나가는 게 뭔가에 막혀 봉쇄된 감각.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용이 울부짖었다. 댈런은 낮게 웃었다.

‘역시 기사단장이군.’

에드거 라인하르트.

이 땅에서 악마에게 유혹당하거나 의지가 꺾일 여지 없이, 드물게 온전히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NPC 중 하나.

이백 년 이상 성기사단을 이끌어온 이 초인이, 이미 지난한 시간 이전에 영역을 이뤄낸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스킬의 형태가 아니기에 플레이어는 습득할 수 없는, 그의 심상에서 기반한 영역의 힘.

그 힘 중의 하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엽마구속진(獵魔拘束陣)」’

치명상을 입은 악마가, 지옥문을 열고 도망치는 걸 막기 위해 빚어낸 기술.

신성력과 심상의 힘으로 거대한 결계를 구축해, 그 안에서의 공간 전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능력이었다.

저벅.

댈런은 성큼 걸어나섰다.

다 차려진 밥상.

잘 지어서 반찬과 함께 밥숟가락에 올려주기까지 한 걸, 씹어 삼키지도 못한다면 말이 안 되겠지.

[――!]

다가오는 전사를 본 용이 전성을 쥐어짠다. 토해내듯이 내뱉은 주문에 다시 한 번 결정의 구체들이 만들어졌다.

이제 거의 열 가까이가 되어, 눈앞의 적을 향해 쏘아지는 결정 마탄들.

댈런은 피하거나 막지 않았다. 그저 멈추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갈 뿐이었다.

스릉! 핑―

그 사이.

허리춤에서 스스로 뽑혀나온 단검이, 현란한 검로를 그리며 마탄들을 쳐낸다.

그저 맞닿았을 뿐임에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그라드는 결정 마탄들.

B등급 스킬 레레도나라의 비검과, 마법에 한해 천적이나 다름없는 암월의 주문살해자가 함께 만들어낸 광경이었다.

콰직!

눈 깜짝할 사이에 마탄을 죄다 소멸시키고, 용의 날개 피막을 꿰뚫고 날아오른 단검.

[크어어어!]

순간적으로나마 주문이 꼬여버린 용은, 다급하게 최후의 수단을 써야만 했다.

[녹아버려라, 버러지 같은 것!]

벌린 아가리 안쪽.

목구멍에서부터 일렁이는 푸른 기운.

용의 숨결을 눈앞에 둔 댈런은,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꽈앙―!

자리를 박찬 그의 신형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용을 향해 날아든다.

화륵!

토해지는 숨결을 정면으로 맞이하며, 전신에 화염의 갑주를 둘러내는 댈런.

숨결을 피하지 않은 건, 어쩌면 강력한 육신에서 비롯된 호승심 때문일까.

혹은 초인이라면 으레 가지게 되는, 스스로의 한계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었다.

오래 전 모니터 너머에서 온갖 스킬과 수치들을 분석하고 시험해보던 아저씨의 습관이, 세계를 건너온 지금까지도 약간이나마 남아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상관 없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중요한 건 이 숨결을 뚫고, 용의 머리를 잘라내고야 말겠다는 그의 전의.

그리고 그에게 아가리를 들이미는 종말 역시,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의지였으니.

쿠과과과―

어깨에서부터 시작된 회오리가 검신을 뒤덮고, 그대로 용의 숨결을 정면에서부터 갈라낸다.

힘과 힘이 충돌하는 여파가, 어마어마한 물리적인 충격으로 주변 일대를 휩쓴다.

[크윽···!]

일순 휘청거리는 용의 머리. 댈런이 받은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피부와 근육을 찢어발기는 숨결의 여파와, 그의 전진을 방해하는 압력.

치이이이···!

그러나 줄기줄기 증기를 흘리면서도 발끝에 마력을 모아내 허공을 연신 걷어차고, 검끝의 회오리를 더 거칠게 몰아치며 나아간다.

꽈과과광―!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수 초.

그 끝에 숨결을 갈라낸 성검이, 용의 주둥이를 아래에서 위로 단박에 쪼개버리고.

[아, 아니···커어···!]

머리가 두 쪽이 난 채, 고통스런 전음을 흘리는 용을 향해서.

쿠르릉······.

언제 몰려들었는지 봄철 태양을 가려버린 먹구름으로부터, 거대한 한 줄기 벼락이 내리쳤다.

번쩍―!

성검이 내리긋는 결을 따라.

하늘에서 땅을 향해 내리꽂는 한 줄기 빛의 선.

신이 구름 위에서 그어내린 칼날과도 같은 궤적의 끝에서.

용의 목이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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