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7권 22화
63. 하인스 종족 연합 축제.
초월의 종언.
주신 프리아의 의지에 따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물건으로 판정.
내 아공간 속에서 락이 걸려 함부로 꺼낼 수 없게 잠겨 있던 물건이었다.
에이션트 드래곤으로 추정되는 용의 심장을 마석으로 사용하고 아다만티움 장대에 오리하르콘 각인을 새겨 효과를 증폭시켰다.
이외에 수많은 부품으로 마감 처리와 보조를 함으로써.......
"개 무식한 물건이 튀어나와버렸다."
초월의 종언이 존재하던 세상은 엄연히 티오니스 대륙이 아닌, 바로 마법 대륙이자 내게는 다른 차원인 아트렐리아 대륙이었다.
퉁~
청명한 소리와 함께 완전히 부딪히지도 않은 스태프가 허공에서 무형의 힘에 의해 멈춰졌다.
동시에 무형의 붉은 파장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미풍을 일으켰고, 곧 용의 심장을 기준으로 빛이 새어나와 아주 작게 만들어진 결계를 감싸기 시작했다.
"세상에......."
그리고,
빛을 머금은 결계가 마치 법칙을 무시하는 것처럼 서서히 그 부피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직접 만들었다면 며칠 수준이 아니라 몇 달은 쉬지 않고 마나를 부어가며 천천히 사이즈를 늘려야겠지만, 초월의 종언이 가진 권능은 그것들을 아주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단기간에 이뤄냈다.
사용하는 모든 마법의 거대 및, 축소의 권능.
거대한 태양이라도 마법으로 만들어냈고, 초월의 종언이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라면 숟가락 사이즈만큼이나 작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작은 숟가락 위의 공 같은 사이즈라도 감당만 된다면 그 크기를 불려낼 수 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파이어 볼을 구현화 할 수 있는 신기 급 지팡이.
신의 축복이 깃들었다고 알려진, 오딘의 애장품답게 초월의 종언으로 부셔버린 적 중엔 마법의 종주라고 불리는 에이션트 드래곤도 있었다.
서로 충돌하고 순환하며 주변의 힘을 빨아들인 막대한 에너지가 서서히 안정화되며 이해 못 할 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결계의 거대화에 필요한 것은 자동차 시동을 걸 때 필요한 배터리의 전력 정도 되는 내 마나.
상당량의 마나를 사용한 탓에 탈력감이 상당했지만 이 정도에 지쳐 나가떨어질 정도였으면 무식하게 욕심을 그득그득 담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 이동 포탈은 다음에 만들자. 생각 이상으로 마나가 많이 나간다."
"이건...... 말도 안 돼요. 제가 마법에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죠?"
그 효능의 차이 손실을 최대한 채워버리면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엘프의 숲을 모조리 뒤덮어버리는 결계로 그 크기를 키워버리는 지팡이의 말도 안 되는 성능에 기겁한 듯 보였다.
그건 비단 유리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엘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거대한 결계를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버린 그들의 시선에는 이제는 경외심까지 엿보일 지경이었다.
-세상에...... 법칙을 무시하고, 마법을 키우고 줄일 수 있다니....... 데이비!!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이 나쁜 자식! 그러지 마!
내 머리칼을 잡아당기는 페르세르크가 울상을 지었다.
-크윽. 본녀가...... 본녀가 육체만 있었어도!
죽을상을 쓰는 그녀의 마음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거대하게 퍼진 마법진이 서서히 지면으로 스며들며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그럼, 시운전을 좀 해봐야겠다."
이미 한 번 맞은 뒤통수, 두 번 못 맞으리란 법도 없었다.
고유 권능이 법칙을 무시해버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락을 걸었던 신의 의지라면 알게 모르게 잠수함 너프를 먹었다면 반드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 * *
다행이 신의 의지도 그 정도로 염치없는 짓을 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안전하게 정착하고 무리 없이 내 공격을 받아 흘려내는 결계의 모습에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남모를 여담이기도 했다.
"하하하하! 은사! 정말 오랜만에 뵙소! 내 은사를 뵙고 싶어 지금을 손꼽아 기다려왔소이다!"
"골고다 장로님?"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소만, 보아 하니, 뭔가 또 큰일을 벌이셨나보오?"
"뭐,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골고다 장로님께 할 말도 있었습니다만."
"호오, 그거 우연이구려, 사실 광산 축제의 기간이 다가와서 골다 놈을 잠시 데려가려고 왔소."
"광산 축제요?"
내 질문에 그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왜 아니겠소. 바로 그 축제요, 드워프 최대 규모의 축제. 1년에 두 번 시행되는 연례행사이지!"
존재하지도 않는 철의 신을 향해 드워프들이 오랜 시간 제사를 지내고 축제를 벌이는 기간이었다.
"비록 존재하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신이라 해도 징크스 같은 게요, 때문에 모든 장로들이 참가해야 하는 터라......."
"축제라......."
말없이 턱을 쓸어 넘기던 내 눈이 번뜩였다.
"가만."
현재 하인스 영지엔 인간과 드워프가 어우러져 살고 있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이라고 해봐야 몇 되지 않는 인원이었고 그들 대부분은 일반 영지민들과 다르게 이곳에 완전히 뿌리를 내린 것 또한 아니었다.
당연 타 종족이라는 생소한 존재에 대해 종족 간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 법이었다.
해결책은, 모두가 똑같은 영지민일 뿐이라는 익숙함을 심어주는 것.
-신중하게 생각해. 반대로 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음이야.
"그러네......."
내 중얼거림에 골고다 장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이 그러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축제는 모든 부족이 모여서 합니까?"
"하하하하! 아니오, 각 부족은 부족 내에서 축제를 벌이는 편이올시다."
그의 대답에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곳과는 다른, 이곳만의 명물이 될 만한 요소.
"그 축제, 여기서 하실 생각은 없습니까?"
"으잉?"
"마침, 좋은 물건을 얻어서요. 마정석을 조금 투자해서 드워프 마을과 이곳 사이에 이동 포탈을 만들 생각입니다."
"이......이동포탈!"
"네, 마나게이트와 구조가 달라서 서로 호환되지 않을 겁니다. 다른 이들이 마을에 마구잡이로 들어갈 수도 없고요."
"호오......."
내 말에 고민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던 그가 무언가 깨달은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혹 이곳의 인간들과 우리 드워프들 사이에 있는 미묘한 기류를 없애기 위해서......."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그동안 바쁘게 영지 발전에 힘을 쓴 이들을 위한 축제를 여는 것이지만요."
"흐음."
실제 이유는, 드워프와 인간, 그리고.......
이제 이 영지에 자주 모습을 드러낼 엘프들의 화합을 위한 장이기도 했다.
엘프들이 아직 제대로 정체를 드러낼지는 본인들의 선택이겠지만 말이다.
사실 세계수가 내린 맹약으로 인해 모습을 감춘 엘프들이었다.
이제 와서 대숲에 있는 달의 숲 엘프 주민들이 그 맹약을 지켜야 할 이유는 사라졌다.
실제로 유리아는 세계수와 완전히 등을 돌리기 위해선 하인스 영지의 영지민인 엘프로서 제대로 자신들을 드러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겁이 없냐고?
아마, 터무니없는 내 존재를 맹신하는 것이겠지만, 과감하다는 생각은 분명 들었다.
다만, 아직까지 불안한 감을 지우지 못하는 그들이었기에, 최소한의 말미를 준 것이었다.
그런, 그들의 걱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걱정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숲을 떠나온 지 약 2주 정도.
서부 왕국 쪽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이 동부 대륙까지 전해져왔던 탓이다.
* * *
"데이비 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서부 대륙에서 엘프로 추정되는 이들을 목격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답니다."
"에......엘프요?"
깜짝 놀라는 윈리, 그리고 부드럽게 웃어 보이는 율리스.
마지막으로 골다 장로와 함께 축제에 관한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골고다 장로까지.
"하......하지만, 엘프는 동화 속의 존재 아닌가요? 고서에는 엘프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지만 아무도 엘프라는 존재를 본 이는 없었어요."
실제로 좋은 예가 있었다.
중부 왕국 중 한 왕국에서 어떤 젊은 왕이 대륙 각지를 이 잡듯이 뒤져가며 엘프를 찾아 헤맨 적이 있었다.
혹자들은 그가 엘프라는 동화 속의 존재에 환상을 품어 미친 거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도록 소득은 없었고, 타국의 수색을 위해 제공한 자금과, 탐사 팀의 지원금으로 인해 국고가 휘청이면서 근처 이웃 국가에 강제 복속되었다는 어리석은 왕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쟁이 활발하던 시기였던 터라, 강제 무력 점령을 당한 뒤 처형장으로 올라갔던 그가 남긴 말은 꽤 유명했다.
[요정은 존재한다. 나는 그들을 보았고, 그들은 소름 끼치리 만큼 아름다웠었다.]
그저 미치광이 왕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은 대륙의 호사가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한 발언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몰크 왕국의 어리석은 왕과, 엘프라는 귀족 교육용 동화도 있는 마당에 모르는 이가 적은 게 이상하리라.
그런 사실에 입각한 윈리가 의문을 품으며 말하자 골고다 장로가 짧게 헛기침을 했다.
"커험! 거기 두 인간은 엘프가 없다고 보시오?"
"저도 확신할 순 없지만......."
"엘프는 존재하오."
그의 말에 율리스와 윈리의 얼굴에 호기심이 동했다.
"사실 뭐 나도 부친께 들은 이야기이긴 하오만, 내 조부께서 엘프와 자주 사이가 나빴었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하더이다.
그 말에 윈리가 마치 오래 산 할아버지에게 옛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신기해했다.
"그......그래요?! 다른 이야기는 없나요?!"
"으음....... 저도 궁금하네요. 혹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파하하하핫! 미안하외다. 나도 안 봐서 알겠소? 사실 드워프와 엘프의 사이는 나쁘다는 옛말도 있듯, 본인은 그 허약한 귀쟁이들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오."
그저 존재한다고 여길 뿐이지.
그런 그의 말에 눈에 띠게 아쉬워하는 두 사람이었다.
"데이비 님, 손님이 왔어."
그때였다.
조용한 창문이 열리며 바깥에서 청단이와 홍단이를 데리고 놀아주던 륀느가 훌쩍 뛰어 올라왔다.
"꺅! 뤼......륀느 양! 꼴이 그게 뭐예요!"
놀란 윈리의 외침에 온몸에 달라붙은 나뭇잎을 툭툭 털어낸 륀느가 담담하게 답했다.
"륀느, 매우 중노동을 하고 있다고 보고, 홍단이, 청단이 체력과 활동량이 륀느의 연산회로를 통한 예상을 초과....... 아이들의 체력은...... 무한정......."
그렇지, 내가 홍단이 청단이와 놀아주는데 6시간 만에 백기를 들었고.
그나마 참을성이 좋은 페르세르크가 반나절 만에 백기를 들 정도였으니.
지친 목소리로 말한 녀석이 나를 째려보았다.
"데이비 님, 약속했던 물질적인 칭찬을 요구. 이루어주지 않을 시 파업을. 륀느가 높게 평가."
"주방에 가면 주방장 브레드가 준비해 놨을 거다. 가서 먹어. 그나저나 손님이 왔다고?"
"아."
그제야 제 본래 목적을 깨달은 그녀가 고개를 까딱였다.
문밖에서 느껴지는 아주 작은 기척.
누구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물의 상급 정령과 계약한 향기는 꽤 짙은 편이었으니까.
"책임지신다는 약속 잊지 않았어요."
마치 상황을 노린 듯한 장난스러우면서도 여유로운 말투였다.
그 말에 의문을 품은 드워프 둘과 윈리, 그리고 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후 문이 열렸고 방 안에 있던 나를 제외한 넷의 시선이 문을 열고 들어온 작은 소녀와 큰 소녀를 보고 홉 뜨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