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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78화 (277/1,559)

# 27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2권 1화

96. 거봐, 내가 뭐랬어(2).

"이봐요! 대체 무......"

동시에 레이나를 포함한 일행들의 몸에 거대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강제 전이 마법이다.

"이, 이게 무슨?!"

마나의 흐름이 이상함을 눈치챈 마법사 메르실이 눈을 부릅떴다.

"데이비님. 시시각각 몬스터의 양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이 이상은 한계......"

벌써 수십 수백을 베어 넘기고 왔는지 전신에 몬스터의 피를 잔뜩 묻힌 륀느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내 뒤에 조용히 따라다니던 작은 소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우거의 머리를 질질 끌고 와 휙 던져버리는 모습은 확실히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이었다.

"위험......!"

뒤이어 륀느의 뒤를 공격하기 위해 거대한 몽둥이를 휘둘러오는 트롤의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놈의 몽둥이가 륀느를 후려쳤음에도 륀느는 끄떡도 하지 않고 버텼다.

작은 소녀 정도의 육신은 금방 쥐포가 되어버릴 만큼 강한 일격인데도, 전혀 밀려 나가지도, 주춤거리지도 않은 것이다.

그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트롤이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분명 작은 인간인데. 어째서 전력으로 휘두른 몽둥이를 맞고도 멀쩡한지 이해를 못 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트롤의 실수는 륀느가 놈의 무릎을 걷어차 박살 내버리면서 끝이 나버렸다.

-끄어어엉!!

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금속 각반 채로 다리가 구겨져 버린 트롤이 무너지자 륀느는 거침없이 놈의 미간 중앙에 라이트 세이버를 찔러넣고 갈라버렸다.

벌써 수많은 이들이 살해당했고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계속해서 균열이 생겨나며 흉측한 몬스터들이 기어 나온다.

단순한 무력으로 해결하기엔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

무차별식 습격이 이래서 질이 나쁜 것이다.

"안 봐도 알아."

상대가 이 세상의 섭리를 거부하는 존재의 힘을 빌려오기 시작한다면.

이쪽에서도 치트를 치는 수밖에.

저들에겐 존재하지 않되. 내게는 존재하고 연결되어 있는 것.

신의 의지.

너희 집엔 이런 거 없지?

show me the mone......

음.

-데이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수가 점점 늘어나잖아!

그랜드 크로스 형태로 변한 십자형 지팡이를 다시 한 번 두드린 내가 몸 안에 잠들어있던 신성력을 두드려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라 게을러터진 놈들아.

일할 시간이다.

움직이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신성력은 확실히 컨트롤이 까다롭다만.

두들겨 맞고 안 움직이는지 보자.

짧은 경고에 결국 신성력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대한 화마와 비명 속에서 내 전신으로 하얀 기류가 샘솟기 시작했다.

마치 소용돌이치듯 움직이기 시작하는 백광의 힘에 나는 십자가의 장대를 양손에 쥐고 고정했다.

내 주변으로 심상찮은 기류가 감돌기 시작하자 몬스터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지만.

어느 정도 거리에 오기도 전에 륀느의 포격에 잿더미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이윽고, 신성력을 거대한 마법진의 형태로 바꾸어 활성화 시킨 내가 천천히 기도문을 읊었다.

[태초의 주신께서 이르시되. 탐하는 자에게서 지키는 자가 되라 하시었도다. 성자의 이름으로 간청하오니.]

우우웅!!!!

[당신의 이름 아래에 정해진 나의 직업은 힐러요, 버퍼이니]

[귀족직업 사기 스킬 한번 내려주시옵고.]

[눈앞에서 난리 치는 어리석은 놈들에게 인생은 실전이라고 새겨주시기를.]

거대한 진동 끝에 폭발하듯 용솟음치는 신성력에 내 신성력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신성력이 깃들기 시작했다.

허락을 의미하는 신의 힘의 일부.

내가 원한다고 마구잡이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강력한 조력 중 하나.

신의 의지가 깃든 신성력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활동량을 보인다.

화아아아아아악!!!

폭발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는 빛이 일순간 퍼져나가며, 도시를 뒤덮기 시작한다.

동시에, 완전히 무너져 내리던 건물들이 마치 되감기 하듯 스스로 수복하기 시작했고.

부상을 입고 죽어있던 병사와 민간인들의 몸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친 듯 날뛰던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굳었으며.

하늘을 휘감던 새카만 구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초대 리치 닉스의 힘이 너무 강해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꼴랑 그 힘으로?

거의 죽음에 가까운 부상을 입었거나,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 다시 육신에 힘을 되찾아 소생하듯 일어나고,

일대의 균열 전체에 거대한 신성력의 소용돌이가 간섭하기 시작한다.

맞서 싸우던 병사들에게 수십, 수백 가지의 버프가 내리꽂히고, 반대로 몬스터들에겐 신의 힘이 담긴 디버프가 쏟아진다.

기적은 불가능한 일을 현실이 되게 하는 힘이다.

초대 성녀, 다프네 표 최강위 신성 마법 중 가장 순한 맛이긴 하다만. 그래도 난이도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못 쓰냐 하면.

그동안 내가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리라.

[10위계 초월 신성 마법]

[성전 선포]

[가로되, 이곳에서 신의 이름으로 성전을 선포한다. 이 전쟁법도 없는 개자식들아.]

어마어마한 신성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주변이 일순간 환한 낮처럼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눈이 아플 정도로 강한 빛이지만 어째서인지 따스하고 편안한 빛의 존재에 그곳에 있던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았다.

"이......이게 무슨......"

가장 크게 경악한 것은 어린 나이에 제법 실력이 뛰어난 신관 소녀. 에실트였다.

신관인 만큼 신성력을 다루는 그녀는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신성마법이 무엇인지 감도 못 잡고 있지만 딱 한 가지는 확실히 눈치챈 듯 보였다.

경악한 레이나 일행들을 흘끗 본 나는 곧이어 그들을 감싼 빛이 더욱 강해지자 손가락을 튕겼다.

"카트린느 대공은 따로 보내줄 테니 먼저 가라고."

"자......잠깐?!"

스팡!!!

깜짝 놀란 레이나가 소리치기도 전에 모두의 신형이 그대로 빛에 삼켜지듯 사라져 버렸다.

미리 시전해둔 전이 마법이 드디어 그들을 날려버린 것이다.

더 이상 신경 쓸 것이 사라진 나는 곧 하늘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빛을 향해 한 손을 뻗어 올렸다.

내 몸에 있던 신성력의 대부분이 사라져 버렸지만 상관없었다.

쿠웅!!!!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천천히 일어나는 병사들은 자신들이 죽었는데 살아있자 황당하다는 심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정확히는 죽은 게 아니었다.

죽은 자, 혼이 육신을 떠나 윤회에 오르리라.

사령술사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문구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죽은 인간들의 혼을 모조리 잡아다가 윤회의 고리에 오르지 못하게 묶어두고 육신을 회복, 다시 영혼을 심어 넣어버린 것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이 가능한 게.

바로 신의 기적.

단순히 9위계 급까지 내 힘을 토대로 신의 힘을 흉내 낸 것과 다른.

대부분 신의 힘에 의거한 초월 위계 마법이리라.

"휴식시간 끝났다. 다들 일어나."

멍하니 서 있던 병사들은 곧 허공으로 날아오른 내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난동을 부리던 몬스터들 대부분은 어마어마한 빛에 짓눌려 쉽게 움직이지 못하니 그들을 막을 수도 없었다.

"언제까지 멍 때릴거냐. 힐러가 힐 넣어주면 재깍재깍 딜이나 해 이 새끼들아!"

상념에서 끄집어내는 듯한 강렬한 외침에 병사들이 눈을 부릅떴다.

그들은 나를 처음 보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누구인지 알고 있다.

"기......기적이다."

"기적이 일어났어......"

"하......하하하하......"

현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던 이들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당혹스러움과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현상의 끝에서.

그들은 한 가지를 의식할 수 있었다.

지금이면, 저 증오스런 침략자를 죽일 수 있다고 말이다.

"성자......성자님이 함께하신다."

"성자님이 함께하신다!!!"

"저 빌어먹을 놈들을 죽여라!"

10위계는 단순한가지 목적을 위해 발현되는 게 아닌 만큼 효과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단순 신성력의 양이 많고, 숙련도가 높다는 단위로 사용할 수 없는 힘인 만큼 그들의 정신에 한가지가 깃들기 시작했다.

전신에 넘치는 힘과 정신력 강화 덕분에 사기가 극도로 치솟은 그들은 곧 자신들의 무기를 쥐어 들었고.

좀 전까지 겁에 질려 도망치기 바쁘게 만들었던 몬스터들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 * *

스팡!!!

거대한 힘의 흐름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방황하던 레이나는 곧이어 거대한 빛 속에서 자신을 빨아들이는 힘에 이끌려 거침없이 세상 밖으로 튕겨 나갔다.

"크윽?!"

침음을 삼키며 허공으로 내던져진 그녀는 곧이어 그녀의 시야에 보이는 지면을 보며 급히 몸의 균형을 잡았고 그대로 마나를 발현해 낙하 데미지를 완전히 줄였다.

무자비하게 내던져진 꼴이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그녀는 하늘에서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는 그녀의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험이 제법 많고 튼튼한 암살자 벤디크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육체파에 속하는 바보 로이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낙하에 대비했지만, 반대로 아직 어린 마법사 메르실이나 신관 에실트는 허공에서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릴 뿐이었다.

파앙!!!

반사적으로 몸을 튕겨 두 소년 소녀를 받아낸 레이나는 곧바로 그들이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착지를 했고 숨을 헐떡이며 진정하지 못하는 그들을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괜찮아요. 괜찮아."

"아......아아......"

레이나의 이런 배려에 패닉에선 빠져나왔지만, 몸이 진정되지 않았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이들과는 별개로.

멀쩡히 내려선 이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아야야......크게 다칠 뻔했잖아!"

"젠장...... 그 빌어먹을 작자......"

자신들을 이곳까지 사정없이 내던진 이가 누구인지 모를 수가 없다.

몬스터가 습격하고.

갑작스레 나타난 소년.

성자 데이비였다.

왜 그가 그곳에 나타났는지, 어떻게 나타난 건지. 또 마치 준비했다는 듯 힘을 발현하는 그 모습에 의문이 가득 찼지만.

그보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이곳이 어디인가, 또 해양도시국가 발카스는 어찌 되었냐는 점이었다.

"대체......여긴 어디야? 해안가 같은데......"

투웅!!!!

그런 로이나의 의문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일행 모두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들려온 거대한 굉음의 근원지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세상에......믿을 수가 없어."

"저게, 성자의 힘......"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캄캄하게 변한 하늘을 파랗게 바꿔버리고 있는 거대한 태양과도 같은 쏟아지는 빛의 줄기였다.

그리고. 마치 그 힘이 단순한 신성마법이 아니라고 선포하듯.

엄청나게 먼 이곳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거대한 십자가와 그 십자가를 감싸는 날개. 그리고 하늘을 부유하는 백색의 깃털들이 존재했다.

할 말을 잃은 채 모두가 침묵하고 있던 시점.

레이나는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멈칫했다.

태초의 신께서 이르시길...... 신께서는 만물을 지키라 축복하였으나. 단 한 종족만이 그 힘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이에, 신께서 이르시길......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좀 전까지만 해도 숨을 헐떡거리던 꼬마 소녀 신관 에실트가 눈을 하얗게 빛내며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고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가여운 자들에게 이르노니. 축복을 받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이름을 하사하겠으니.

그 이름은 [홀른], 신의 뜻에 따라 인간이라 칭하겠노라.

첫 이름을 내려받은 그대들에게 유일한 권한을 양보하니.

회개하고, 반성하여. 태초의 애정을 받을지라.

그것이. 태초의 의지와 이어지는 단 하나 존재하는 길일지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레이나라 해도 신성학 공부를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신관 에실트는 아직 어리지만, 그녀가 살던 세상에서도 최후의 저항군으로서 레이나의 곁을 지키다 죽어간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녀의 재능은 마냥 시대를 초월할 만큼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녀에게 유일한 흔적으로 존재했다.

과거 성녀 후보가 될 아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기수.

자세한 내막은 들은 바 없지만 에실트는 그때 당시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하였다.

그 후 그녀는 한가지 변화를 겪었는데. 간혹 그녀의 몸에 신성한 혼이 깃든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그 힘을 발현하는 것은 본래 지금보다 더 미래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한 말은 단순 헛소리라 치부할 수 없다. 그렇기에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저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어마어마한 기적은.

그 차가운 인상에 성격 까탈스러워 보이는 성자, 데이비 왕자가.

신과의 통로를 이어 초월적인 무언가를 실현했다는 것.

"대체......저런 존재가 왜 이곳에만......"

자신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초월적인 인간의 존재에 그녀는 혼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과연 쓸모가 있었던 걸까 싶은 어두운 마음과 성자라는 그 소년에 대한 원망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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