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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53화 (452/1,559)

제 453화

139. 종자의 알

터엉!!!!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거대한 원 형태의 구멍이 생겨난다.

유저들과 싸우고 있던 심연의 괴물도, 괴물의 압도적인 힘에 당황하며 싸우고 있던 유저들 모두에게도 거의 날벼락이었다.

잠시 휴전을 맺는 척하면서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맛이 일품인 이벤트가 바로 이번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중립 몬스터의 퇴치는 상당한 점수를 주기에 마냥 버리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남들을 모두 믿으며 중립 몬스터를 사냥해 점수만 벌고 있다간 같은 유저들의 뒤통수에 머리통이 깨지기에 십상이다.

대부분 비슷한 상위레벨이기에 서로 서로가 위험한 존재이고, 그렇기에 믿을 것은 상황판단과 직업의 사기성, 그리고 템빨 마지막으로 컨트롤이 필요한 게 이놈의 대회였다.

문제는 중립 몬스터가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나타난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버그가 아니면 결국 유도한 것인데 벌써 세계 여론에서는 게임사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확인된 괴물 같은 중립 몬스터는 둘.

온몸에 촉수와 눈이 돋아난 끔찍한 형태의 괴물과.

20대 초반 정도, 혹은 그보다 조금 어린 소년의 인상을 한 남자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것이었다.

딱히 목적도 없어 보이고 맵을 배회하며 닥치는 대로 공격해오는 유저들을 학살하는 것만 보면 중립 몬스터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지만, 그 말도 안 되는 반응속도에 컨트롤은 인간이 내비치기엔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

결국, 커뮤니티 내에서는 그 두 사람이 중립 몬스터라는 의견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물론 뜨거운 감자가 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남녀 중립몹 봤음? 선공 안 하면 공격을 안 해서 멀리서 확대해서 찍었는데, 어우야. 나 벌써 흥분함.]

[미친, 와꾸 실화?]

[그래픽팀 오지게 갈아 넣었네, 보너스라도 줘라.]

[어우야, 내 인생에 와이프를 저기서 찾네.]

[네, 다음 씹덕.]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게시글과 사람들의 반응은 그러했다.

남성의 경우는 제법 잘생겼다는 수준으로 넘길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아름다움을 겸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또 한쪽에선 저 두 사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게 펼쳐졌다.

[아니, 중립몹 맞다니까? 어떤 미친 유저가 다굴 당할거 뻔히 알면서도 저렇게 대놓고 다님. 그리고 애초에 저런 유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음.]

[솔직히 저 얼굴이 현실에 있을 리가 있나.]

[게임이니까 커마 살짝살짝 만지는 건 가능함.]

[여캐는 그래 봐야 가슴이나 몸매 비율이 전부임.]

한쪽에서는 게임사가 만들어낸 기믹, 즉 추가 중립 몬스터이다.

한쪽에서는 또 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외형 때문에 중립 몬스터라는 입장이 힘을 얻는 게 퍽 우스운 일이었다.

이후 몇 가지 영상이 추가되며 더욱 논란이 거세졌다.

“잡았네요.”

콰직.

[잡긴 잡았네. 저 중립몹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종석 뚝배기 터치는 거 보소.]

[세상에 저걸 반응해서 역공한다고? 방금 화면에 주먹 날아오는 거 보였음?“

[느린 화면으로 당겨봤는데 정확히 급소 파열시킴.]

[미친 그 와중에 그걸 노리고 부수는 게 사람이 가능한 일임?]]

결국, 이 모든 논란의 끝은 그 두 사람이 게임사가 만든 하드코어 장애물, 즉 공략 불가의 중립 몬스터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당연히 잡지도 못하는 몬스터를 왜 이런 이벤트 맵에 던져놓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또 한쪽에서 비선공몹이라는 점을 빌미로 서로 의견이 분분해졌다.

그때.

모든 여론을 한 번에 종식해버리는 영상이 하나 나왔다.

다름 아닌 또 다른 중립몹,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으스스 떨릴 만큼 끔찍한 외형을 지닌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유저들을 보던 그 두 사람 중 남성이 어디선가 활을 꺼내 들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섬광이 날아들었고.

압도적인 무력 아래에 거대한 괴물의 육체가 터져나갔다.

[데미지 실화?]

[저 정도면 거의 핵인데?]

[뭔 개솔, 저기 있는 인간들 서로 앗 하는 사이에 서로 죽일 만큼 딜 강함.]

[이 게임에서 제일 쓸모없는 논란이 버그랑 핵임. 구조도 모르면서 무슨 핵을 만든다고.]

[게임사가 만들어서 유포할 수도 있지.]

[지 목을 지가 조른다고? 말이 되는 소릴 하소.ㄲㄲ]

[아니 근데, 중립몹 끼리는 서로 동맹이라 안 싸우는 거 아님?]

[맞네. 방금 저 인간 몹 촉수 괴물한테 활 쏜 거 같은데. 나머지 유저들이 휩쓸린 건 그냥 쩌리마냥 원플러스원 행사당 한 거고.]

[미친 그럼 유저라고? 저 반속에 저 외모에?]

[애초에 데미지는 만렙도 없는 이 게임에서 추가 요소 그득그득함. 지금 랭커들도 만렙 종결 세팅아님.]

[미친 x망겜.]

[지보다 쎄면 다 망겜이지 ㅋㅋㅋㅋ]

[됐고, 여왕님, 절 밟아주세요. 헉헉.]

[미친xx ㅋㅋㅋ]

마이클이라는 남성이 올린 영상으로 인해 게임 업계는 더욱더 혼란스러워졌다.

정작 게임사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으니 말이다.

* * *

끝까지 간섭이 없다. 이것을 관리하는 이는 내가 이곳으로 오게 초대했고, 심연의 괴물을 물리치게 했다.

이미 죽어 사라진 슬리지아는 죽기 전 수많은 세상에 자신의 근원이자 종양을 심어두었다.

이곳도 그런 것과 비슷한 일종이 아니겠냐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직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가상공간에 슬리지아가 차원 이동을 해서 넘어왔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게다가.

게다가 슬리지아가 이곳과 연관이 없다는 확정을 지을 수 있는 건 눈앞에 있는 이 거대한 심연 괴물의 파편 때문이었다.

“가짜?”

그녀도 나도 이미 수차례 심연의 괴물 파편으로 실험과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실질적으로 탐구욕이 강한 그녀는 촉수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그 생명체의 파편을 조사했고 많은 결과를 도출해낸 전공도 있었다.

그런 그녀도, 나도 한눈에 알아볼 사실.

이 심연의 괴물은, 겉보기만 비슷할 뿐 진짜가 아니었다.

“심연의 괴물을 포장한 무언가를 이용해서 나를 불러들일 이유가 있었다 이건가?”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나는 눈앞에서 번뜩이는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래가지 않아 이내 빛을 지우며 완전히 내 손에 안착했다.

동시에 시간을 모조리 소모한 나와 페르세르크의 육신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차원 열쇠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을 모두 사용했으니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어차피 남은 미련은 없었기에 금방 돌아온 나는 곤히 잠든 청단이와 홍단이, 그리고 륀느 이외에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곯아떨어져 있는 일리나를 볼 수 있었다.

참, 태평하면서도 평안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곧바로 일리나를 안아 들고 침대에 던져버린 뒤 고층빌딩이 가득했던 그곳에서 가져온 구체를 손에 쥐었다.

기본적으로 주신 프리아 여신은 차원 열쇠로 세계를 넘어 시간 내에 목표를 완수할 때마다 환골탈태 스택과 추가 보상을 주곤 했다.

실제로 추가 보상을 받은 횟수는 많지 않지만 이렇게 밋밋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환골탈태 스택도 변동이 없고 얻은 것이라곤 정체 모를 물건이 전부였다.

물론, 이게 뭐하는 물건인지 알아볼 방법은 있었다.

“가라 페르세르크, 너로 정했다.”

“휴우…….”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면서도 그녀는 내가 건넨 새빨간 구체에 손을 올렸다.

동시에 그녀의 붉은 혈안에 기이한 힘이 감돌기 시작했다.

내게는 잔류의 힘만 남아 개인 상태창을 여는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힘의 주인은 대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알…… 같은데?”

놀란 그녀가 작은 손바닥만 한 알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알이라고? 이 조그마한 게?”

“그게 문제가 아니야 데이비.”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인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성력이야. 그것도 평소 것과는 조금 이질적인.”

비슷한 신성함과 상위 위계가 느껴지는데.

그것과는 다른 힘이다.

그 말인즉, 주신 프리아 여신이 아닌 다른 그와 비슷한 급의 힘이 담겼다는 소리였다.

* * *

“아이구, 머리야…….”

“아…… 이,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잔뜩 긴장한 토인족 소녀가 머리를 붙잡고 끙끙 앓는 일리나에게 작은 잔을 내밀었다.

“으, 으읏.”

당황한 그녀가 급히 몸을 추스르며 나름대로 진지한 얼굴을 했다.

“어머, 고마워요.”

요물도 이런 요물이 없다고 말하듯 방금까지 망가진 소녀의 모습은 냅다 버리고 고고한 황족의 자태를 뽐내는 그 모습에 토인족 소녀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은혜를 갚기 위해 이곳에서 시녀 일을 시작했지만 정말 이곳은…….

‘너무 재밌어!’

다른 수인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노예시장에서 구출된 이들은 은혜를 갚겠다고 이곳에 눌러앉았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정말 심심찮은 일들에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었다.

막상 은혜를 갚고 있지만, 본인들이 오히려 더 재밌어하는 웃기는 상황이다.

“으읏……, 데이비 왕자님은 어디 계시죠?”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숙취가 쉽게 가진 않는지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토인족 소녀는 쟁반을 양손으로 받쳐 잡고 옅게 웃어 보였다.

“공터에 계세요.”

그 말에 익숙하게 걸어가 창문을 열어젖힌 그녀는 곧 공터에 홀로 선 채 한 손으로 목검을 쥐고 있는 이를 볼 수 있었다.

상당한 땀을 흘렸는지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그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균형 잡혀있었다.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 근육에, 적당한 체격, 저 품에 안기면…….

“핫……, 내가 무슨 생각을.”

환골탈태했다고 하더니.

손등으로 자신의 입가를 스윽 닦으며 일리나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이윽고 데이비가 움직임을 멈추고 허수아비의 앞에 천천히 앉았다. 그리곤 눈싸움을 시작한다.

황당한 수련방식에 눈을 좁히고 있던 일리나는 문득 그 곁에 앉아 손에 든 보석을 살살 어루만지고 있는 페르세르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걸 보석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의 크기에 오히려 알 같아 보였지만 저런 반짝거리는 알은 생전 그녀도 본적이 없었다.

“일어났나?”

말없이 목검을 검집에 넣고 앉아있던 데이비는 곧이어 자신의 앞에 허수아비를 말없이 바라보다 천천히 일어났다.

“부지런하네, 데이비.”

“누구랑은 달라서.”

“거 미안하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뭘 하고 있던 거야? 왜 허수아비와 눈싸움이나 하고 있어?”

수련도 저런 수련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일리나는 그가 혹시라도 자신만의 수련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앉은 채로 허수아비와 눈싸움만 5분 동안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눈싸움? 아아, 언제 넘어가나 기다리고 있었지.”

데이비의 대답에 일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 쳐다본다고 넘어가?”

그렇게 말하며 다가간 그녀가 허수아비를 툭 건드렸다.

파스스…….

그때였다.

갑자기 허수아비의 머리에 실선이 생겨나더니 단단한 금속심이 박힌 허수아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24가닥 비었네. 아직 멀었나 보다.”

담담하게 말하며 지나가는 데이비를 무시한 채 일리나는 굳은 얼굴로 무너지는 허수아비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허수아비에 손을 가져다 댄 그녀는 그 안을 지탱하는 금속의 재질을 보고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거……, 흑철이잖아……. 흑철을 목검으로 잘라버렸다고?”

오러라도 피워올렸으면 말이라도 되지. 단순한 철심 박힌 목검으로 이걸 벤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일리나의 의문에 데이비는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심검, 대충 마음베기라는 거다.”

마음 심.

칼 검.

마음베기라는 말을 그대로 직역하면.

그저 쳐다보고 베겠다는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도 저 허수아비를 조각조각 내버렸다는 뜻과 일치한다.

“뭐야……, 그거…… 무서워…….”

“모르면 덜덜 떨어야지. 빨리 준비해. 브리우크 왕국으로 바로 간다.”

그 말에 일리나는 경악하던 것도 잊은 채 퍼뜩 일어났다.

“데이비!”:

그리고는 다급히 소리쳤다.

“뭔데.”

“나, 나 검 한 번만 봐줘! 나도 이제 소드마스터야! 들어만 주면 뭐든 한가지 소원을 들어줄게!”

“소원? 필요 없는데.”

“끄응……”

“뭐, 마침 실험 상대가 필요하긴 했어. 최근에 힘 조절이 영 쉽지가 않더라.”

대련 상대라 쓰고 실험체라 읽는 그것을.

무언가 절박하게 붙잡고 싶어 하는 그 외침에 데이비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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