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32화 (831/1,559)

제 832화

사실 균열을 보기 전에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다.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설마 그런 게 가능할까 했는데.

직접 보니 어느 정도 확신이 서는 느낌이었다.

마나의 흐름과 사령 마나의 흐름, 그리고, 신력까지.

그 외에 내공의 혈도가 움직이는 방식을 접목하니 확연히 보인다. 나처럼 작정하고 한 명이 모든 경우의 수를 대입하는 경우는 없다.

실제로 회랑의 영웅들과 다르게 오로지 나만이 가능한 방법이니까.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는 대륙 자체를 변환시키는 건 말이 안 되는데.”

균열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괴물이 아니었다.

막대한 생명력.

대체 어디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생명력이 흘러나온 건지 모를 정도로 방대한 생명력이었다.

붉은 공허에서 빠져나온 생명력이 사령 마나가 근본으로 두는 생명력과 뒤섞이며 그 양이 급속도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이들이 지닌 방대한 생명력의 근원이 본의 생명력과 붉은 공허에서 빠져나온 생명력이 합쳐진 결과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정도 양으로는 페스리사 대륙을 멋대로 바꿀 수 있는가.

다량의 생명력이 흘러나오는 건 맞지만 대체 왜 생명력이 빠져나오고 고작 이정도 양으로 그런 변화가 생긴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내가 직접 균열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으려던 찰나.

“마법사님?!”

당황한 홀리곤의 외침을 무시하고 손을 뻗던 내 손이 멈췄다.

“이거 뭐야.”

내 시야에 비친 것.

신격을 얻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 무언가.

그것은 독특한 마법술식이었다.

단순히 마법이 마법사의 의도대로 마나를 유동 분배시켜서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이것은 거대한 수로와 같았다.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마법진이었다.

어떤 이론도 학술적인 것으로도 나온 적이 없던.

그야말로 천에 하나, 만에 하나의 확률로 만들어지는 거대한 마나 수로.

흥미가 인다.

나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그 마나 수로를 그대로 내게 구현해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내 손끝으로 끌려 나온 극소량의 생명력이 마법진에 연동되며 그 양이 천천히 늘어난다.

“오…… 프리아 맙소사.”

기념 삼아 산 골동품이 국보급 보물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느낌일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홀리곤 분대장님.”

“예…… 예?”

“균열이 이것 말고 더 있습니까?!”

내 외침에 그가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본다.

“대륙 각지에 균열이 있긴 합니다만…… 균열에 무언가 있습니까?”

“있네요. 대박이.”

“대박이라…… 제가 아는 균열은 두 가지입니다. 과거 기괴한 변이체를 마구잡이로 배출하던 균열과 지금 마법사님이 보고 계신 것처럼 아무것도 내뿜지 않는 균열이지요.

아무것도 안 내뱉어?

지금 여기서 흘러나오는 생명력은 뭔데.

“아무것도 안 느껴집니까?”

“예. 사실 균열이 생긴 직후 이곳이 폐허가 되기 전에도 몇 차례 조사를 해봤습니다만, 이렇다 할 정보를 얻은 적이 없습니다.”

“이상하죠. 정작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균열인데 정작 괴인들이 이곳으로 몰리니까요. 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네요. 그 균열이 생긴 직후 저희의 몰골이 이렇게 변해버렸으니까.”

홀리곤의 뒤로 책 대여섯 권을 품에 안은 채 다가온 젊은 흑마법사가 대답했다.

“사실 그 균열에서 모종의 무언가가 흘러나온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그래서 괴인들이 모여든다고도 생각하죠. 그래서 마탑에서는 저희들도 균열에 함부로 접근하는걸 막고 있어요.”

사연 마나 수로도 볼 수 없고,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생명력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들은 이곳에서 나온 것이 단순 바이러스의 원흉이라 생각한 모양이지만 그건 틀렸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건 자연적으로 생겨난 마나 수로로 인해 증폭된 생명력이다.

균열은 생명력을 순환, 증폭시키며 마구잡이로 붉은 공허의 힘과 뒤섞여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닥치는 대로 스며들어 생명력을 증폭시켰다.

금기의 힘은 자신을 제외한 외부의 모든 요소를 독립시키는 것일 텐데. 이런 게 가능한 것을 보면 금기의 힘이라는 게 오로지 내가 가진 방향만 있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쩐지, 근처에 이상할 정도로 초목이 우거져있더라니.

생각을 마친 나는 방금 만들어낸 마나 수로와 신마의 카드첩에 봉인해둔 타나토스의 신격이 가진 생명력을 연동시켜보려 했다.

순환하며 증폭되는 생명력.

그것이 지금 가장 내가 찾아 헤매던 요소다.

사실 이토록 쉽게 해결책을 찾아버렸다는 게 조금 께름칙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내가 아니다.

실패하면 다른 수단을 쓰면 되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마냥 일이 쉽게 풀리진 않았다. 서서히 증폭하던 생명력이 마치 부품 하나 빠진 기계가 고장 나듯 폭주하며 그대로 흩어져 버린 것이다.

“뭔가 부품이 하나 빠졌는데…….”

무려 세상의 규칙이 숨기고 있던 세상의 근본에 해당하는 자연현상을 확인했지만 뭔가 확실히 하나가 빠졌다.

마나 수로는 동일하게 구현했지만 마치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 균열 몇 개를 동일하게 놓고 차이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몇 개 더, 아니 하다못해 균열이 하나만 더 있었어도…….

메가로드리아를 소환하여 대륙 각지를 돌아다니고 균열을 찾아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콰아아앙!!!

갑작스런 폭음과 함께 서고가 뒤흔들린다.

“이…… 이게 무슨?!”

당황한 홀리곤 분대장이 급히 스태프를 뽑아 들고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보고하라!”

“크아아아악!! 크악!”

통신 수정구를 통해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에 내가 륀느에게 고갯짓을 하자 녀석이 순식간에 날아오르며 소리가 들린 곳으로 날아갔다.

“역시…… 너무 조용하다 싶었습니다.”

륀느가 떠난 직후 무언가에 겁을 먹은 듯 몇몇 마법사들이 허겁지겁 중앙 서고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소리 질렀다.

“도…… 도망쳐야 합니다! 함정…… 함정!!”

우웅…….

그의 외침과 동시에.

옅은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생존자를 향해 빛의 창이 날아들었다.

카아앙!!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장막을 펼친 홀리곤이 피를 울컥 토해냈다.

“쿨럭…… 이게 무슨…….”

“저기 봐…… 먹이가 많아…… 괴물이 오기 전에 얼른 해치우자.”

스산한 목소리와 함께 다수의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추락자라…….”

조용히 중얼거리는 나를 보호하듯 막아서며 홀리곤이 허공에서 나타난 수많은 인영들을 바라보았다.

그 수는 약 8명 정도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힘은 이전에 봤던 추락자, 유스트와는 격이 다른 수준이었다.

많이 먹어치운 결과일까.

“시간 없어. 얼른 무너뜨려.”

그 말과 동시에 일순간 바닥이 무너진다.

“추락자가 감히!!”

홀리곤이 분노하며 마법을 끌어올리려 하지만 다시금 날아든 빛의 창이 그의 장막을 두드리며 그를 제지했다.

콰르르릉!!!

그리고, 지하에 공간이 있었는지 바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플라…….]

비록 눈앞의 추락자들은 마스터 급에 달하는 강대한 힘을 품고 있다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애초에 륀느가 없다 한들 저들이 나를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내 조사를 방해하는 놈들의 사정 따위 봐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플라이 마법을 결국 시전하지 않았다.

바닥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서 좀 전 내가 본 균열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 줄줄이 소시지네.’

밑에 하나 더 있었구나. 그렇다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추락자라는 저들은 알까.

나는 그대로 휘말리듯 추락했고 홀리곤과 살아남은 약 5명 정도의 마법사들과 함께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로 추락하듯 내려갔다.

륀느는 알아서 잘 할 테니. 나는 조사에만 집중하면 될 터.

이 거대한 마나 수로의 원리만 파악한다면,

타나토스의 신격을 강제로 순환시켜 전 차원, 대륙 전체에 퍼뜨리고 붕괴하는 세상을 본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

타나토스의 소멸 이후 막막하기만 하던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쿨럭…… 쇼크흡수!!”

강대한 마법에 충돌해 비틀거렸던 홀리곤이 급히 인챈트 스크롤 몇 장을 허공에 던지며 추락하던 이들의 낙하 데미지를 무산시켰다.

흑마법은 라이트 마법이 없다.

이에 내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광구를 만들어주자 지하유적으로 추측되는 지하와 함께 좀 전 본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균열이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다.

“대박.”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끙끙대던 마법사들이 낭패를 봤다는 표정으로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마법사님을 보호한다! 전부 방호진을 짜고 륀느 양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라!!”

홀리곤의 외침과 동시에 우리를 따라 낙하한 8명의 추락자들이 전원을 포위하듯 감쌌다.

그중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청색 레게머리를 지닌 한 여성이었다.

“어머나. 잘생긴 오빠네. 걱정 마. 아프지 않게 먹어줄 테니까.”

고혹적인 말투로 말하는 여성의 등 뒤로 기괴하게 생긴 촉수들이 돋아난다.

인간의 형태를 지닌 추락자가 또다시 변한 것이다.

“위험하니 나서지 마십시오. 제가 해결합니다.”

결연한 표정으로 홀리곤이 비틀거리듯 내 앞을 가리고는 사령 마나를 끌어 올렸다.

“레이징 골렘.”

그리고는 순식간에 주변의 바위들을 끌어모아 바위 골렘을 만들어냈다.

“역겨운 추락자들. 어디 와보거라. 한 놈도 남김없이 잘근잘근 씹어먹어 주마!”

그의 외침에 추락자들이 낄낄거리며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쟤 웃긴다.”

그렇게 말하며 여성이 등 뒤로 돋아난 기괴한 촉수를 움직였다.

쉬리릭!! 콰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홀리곤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방어마법으로 막았으나 전부 막아내지 못하고 마나가 역류한 것이다.

수성전에서 봤던 30미터짜리 거대 괴인의 하울링과 비슷했다.

“마나…… 역…… 류…….”

쿨럭거리며 무너지는 홀리곤의 모습에 주변 마법사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이라니…….설마.”

“설마…… 설마 추락자의 왕?!”

“그것도 팔황 전원이라고?”

그제야 적의 정체를 깨달은 듯 마법사 분대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팔황? 뭐야 그 중2병 가득한 명칭은.”

내 물음에 와들와들 떠는 마법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대신 상황을 지켜보던 여성이 대답해주었다.

“인간을 먹어치우는 추락자. 그중에서도 왕에 해당하는 여덟이 있거든. 그게 우리야. 잘생긴 오빠, 이제 이해가 돼?”

너희들이 얼마나 위험한 곳에 들어와 있는지를.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전신에서 기류가 쏟아져나왔다.

“우린 포식자야. 너희들은 곧 잡아먹힐 퇴물들이고. 좀 전 그 날개 달린 그 기괴한 꼬맹이가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지금쯤이면 더미에 속해서 이곳을 한참 벗어나고 있을걸?”

“대…… 대체 왜 이런 짓을…….”

“왜긴. 저기 있는 맛있어 보이는 인간을 먹기 위해 온 거지.”

나를 똑바로 가리키는 그들이었다.

순식간에 제압당한 마법사들의 표정에 절망이 어린다.

“안된다…… 안돼…… 절대로…….”

마나 역류로 죽어가면서도 그는 필사적으로 나를 지키려 들었다.

임무에 융통성이 없는 고지식함을 지닌 사내다웠다.

“사람이 사람을 먹고도 부끄럽지도 않더냐!”

“우린 포식자고, 너흰 약자고. 여기에 더 이유가 필요해?”

피를 토하는 홀리곤을 무시한 채 내가 손을 들었다.

“하나 물어봐도 되나?”

그런 그들의 여유로운 행동에 내가 한걸음 나섰다.

“안돼…… 안됩니다! 물러나십시오!!”

다급히 소리치는 홀리곤을 무시한 채 내가 물었다.

“응? 넌 우리가 무섭지 않니?”

담담한 질문에 의아함이 서렸는지 추락자 여성이 날아오르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널 지켜줄 그 기괴한 꼬맹이는 여기 없어. 그게 아니면, 뭐 그때 보여준 독특한 빛으로 우리를 치료라도 해주게? 꺄르르륵!!”

역시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하하하 정말 신기하더라. 처음 봤지 뭐야. 회복능력이라니 생각도 못 했는데. 널 먹으면 그 힘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걸까?”

“그 꼬맹이가 오기를 바라는 모양이지만 기대는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야. 그 녀석이 따라간 더미는 사실 더미가 아니라 괴물이거든.”

고작 괴인 정도를 죽인 것으로 기고만장하기엔 너무도 압도적인 진짜 괴물.

키득거리는 그들의 여유로운 목소리에 내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 있는 균열 이외에 또 다른 균열은 없나?”

위에서 발견한 균열은 가지일 뿐이었다.

밑에서 발견된 거대 균열, 이놈이 진짜 뿌리다.

하지만 이 뿌리 이외에 다른 뿌리가 존재한다면, 그것도 찾아야 했다.

그래야 마나 수로의 술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것을 이해하여 내가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인즉슨 이세계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반드시 알아야 한다. 뿌리가 이게 전부인지. 내가 지금 본 이 뿌리에 해당하는 거대균열의 마나 수로 술식만 확인하면 되는지.

“흐음…….”

내 물음에 그들이 의아한 듯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죽어서 우리에게 영양을 양도하는데 소원하나 못 들어줄까. 맞아. 거기 있는 그 신의 연결 끈이 전부야. 그런데 이런 게 의미가 있나?”

신의 연결 끈이라…….

“우릴 이토록 강하게 만들어줬으니까.”

저들은 변이체뿐만 아니라 괴인까지 먹어치운 존재들이다.

단순 마스터 급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수준이라는 게 확실히 보인다.

물론.

“흐음…… 이게 전부란 말이지.”

그건 나와 상관없는 문제다.

“너…….”

죽음을 코앞에 두고 너무 여유로운 행동거지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래. 고맙다. 덕분에 괜히 복잡한 문제를 해결했네.”

“마법사님?”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는 홀리곤에게 손을 뻗는다.

그러자 따스한 기운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뭐, 숨겨놓은 수라도 있나 봐?”

장난치듯 촉수 가닥을 흔들던 여성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지근 거리까지 다가와 내 턱에 손가락을 가져다 올리고는 고혹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추락자는 변이하면서 정신과 본능까지 변한다.

아마 원래 본인의 의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의 눈이 보랏빛으로 빛나며 내 정신에 간섭하려 든다. 마법과는 조금 다른, 붉은 공허의 힘과 사령 마나로 인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얻어낸 독특한 힘이다.

“자자. 어서, 내가 구경해줄…….”

푸욱…….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섬뜩한 파육음이 울려 퍼졌고, 주변의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촤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이 절반으로 갈라진다.

“못생긴 게 어디 들이밀고 있어, 집에 너보다 한참 예쁜 와이프만 셋이 기다리고 있는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무너지는 여성을 뒤로하며 나는 홍단이를 빙글빙글 돌리며 남은 이들에게 말했다.

“포식자?”

그들을 향해 피식 웃음을 던진 내가 홍단이를 빙그르르 돌렸다.

애초에 추락자의 왕이니 변이체 괴인 이런 건 내게 상관없다.

어차피 그래 봐야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하지만 방해가 되는 걸 그냥 놔줄 만큼 내가 성격이 그리 고운 편은 아니라는 것도 확실하다.

동시에 신격에 이른 막대한 힘이 터져 나오며 내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던 이들조차 느낄 만큼 진하고 무겁게 쏟아져 내렸다.

“커헉?! 이게 무슨?!

“쿨럭…… 뭐야 방금까지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리고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비웃음을 던졌다.

“니들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