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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909화 (909/1,559)

제 909화

258. 떨어진 별에서 온 조각

“본 적 있다고?”

[내 힘을 주입시켜서 나처럼 만드는 거지. 본래 내 힘을 제어할 수 없을 때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지만 원한다면 가능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끔찍한 근육 토끼를 제외하고 과거 마계에서 본 마족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이다.

새하얀 타이즈를 입고 상체는 탈의한 채 마족의 얼굴 그대로 머리 위에 돋아난 토끼 귀.

토인족들과 비슷하지만 왜소한 체격의 토인족과는 다르게 거부감이 굉장히 많이 드는 행동을 하던 마족들이 떠올랐다.

속이 좀…….

많이 매스껍다.

그와는 반대로 내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어리는 것도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괜찮겠네.

[그럼, 그렇게 한다? 후회는 없지?]

“그래. 그렇게 해.”

내 중얼거림에 보팔레빗이 거대한 근육을 꿈틀거리며 내게 들이밀었다.

[그럼 오빠야. 우리 같이 스쿼트 3세트만…….]

“덤벨 3주 압수”

[이쪽도 땅 파서 운동하는 게 아닌…….]

“벤치 프레스 4주 압수.”

[그…… 그것만은!]

내 말에 녀석의 콩알만 한 눈이 더욱 가늘게 좁혀졌다.

[우선 그 대상부터 찾아야…… 어?]

그때였다.

갑작스레 보팔레빗의 거대한 육신이 스파크와 함께 반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왜 이래”

[어…… 어어어?]

뭔가 말하던 그의 몸이 절반 이상 흩어졌다.

순식간에 그의 기척이 옅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본체는 정확히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거대한 군집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그런

[별이…… 별이 내 힘을?!]

그의 목소리에 노이즈가 끼이며 그의 육신까지 멋대로 뒤틀리기 시작한다.

명백한 이상 현상에 내가 그의 몸을 잡고 마나를 불어넣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콱!!!

갑자기 녀석이 내 팔을 틀어잡고는 나를 조용히 직시했다.

동시에 그를 통해서 어떤 영상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순식간에 숲을 가로지르며 마치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듯 대륙을 가로지르는 시야가 물밀 듯이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 끝에서 기억은 끊어졌다.

마치 결말 직전에 상영이 중지되어버린 영화처럼 말이다.

무엇이 원인이든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확실했다.

그가 내게 보여주려 한 장면이 있으니 말이다.

“고대 마수를 이렇게 단번에 침묵시킬 정도로 큰 존재가 대륙엔 없을 텐데.”

스르르륵…….

나를 보고 있으면서도 나를 보고 있지 않은 듯 허공을 응시하던 녀석이 조용히 그대로 사라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죽진 않았지만 모종의 힘이 그의 영향력을 극도로 약하게 만든 것은 분명해 보였다.

“…….”

[뭐야!? 어떻게 된 거냐?!]

옆에서 보던 인드라가 갑자기 보팔레빗의 증발에 당황한 듯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명쾌한 대답이 나올 턱이 없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창문을 열어젖혔고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치지지직!! 지이이잉!!

동시에 보랏빛의 마법진이 허공에서 생겨나 그 크기를 불렸고 이내 거대한 흑룡을 불러냈다.

[무슨 일이지?]

“일단 날 좀 태워줄래? 길은 가면서 알려줄 테니까.”

샤렌 공작을 감시하던 보팔레빗의 분신체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본 기억 속에서는 하늘이 거대한 원형태로 찢어지며 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별의 바다가 아주 잠깐. 보였었다.

* * *

“뭐야 이건”

“데이비 님 대량의 에너지 반응 검출.”

사라지기 전 보팔레빗이 내게 건네준 기억을 토대로 장소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날아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중부 대륙 쪽에서 생긴 거대하고 경악스러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십니까. 더는 접근하실 수…… 헉?! 화, 황녀저하?!”

“오랜만이에요 베드 경.”

“황녀저하! 저하께서 여긴 어인 일로…….”

“개인적인 일로 이곳에 들렸습니다만. 대체 무슨 일이죠?”

“그게…….”

목적지는 다름 아닌 팔란 제국의 외곽이었다.

거대한 여파는 당연히 팔란 제국 내에서도 알려졌는지 이미 기사단이 와서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 기사단이 일리나가 이끌던 화이트 버드였던 모양이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끄응…… 본래는 안됩니다만…….”

“베드 경.”

“예이. 누구 명령이라고 거부하겠습니까. 대신 금방 나오셔야 합니다. 내부에 마나 흐름이 심상찮습니다. 만약 황녀 저하께 문제라도 생기는 날엔 단장님이 제 목을 날려버릴 겁니다.”

“고마워요.”

옅게 웃어 보이는 일리나를 보며 기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왕자님. 좋으시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허어…… 사단 전체가 귀하게 모시던 황녀저하를 그렇게 낚아채 가셨으니…….”

“베드 경!”

“크흠! 황녀저하를 잘 부탁드립니다. 왕자님.”

“걱정 마세요. 그보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말입니다.”

내부로 안내해주며 기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졌습니다.”

“운석?”

“네. 목격한 농민들의 말로는 그냥 운석이 아니었답니다.”

힘을 다한 별이 떨어지는 운석은 간혹 존재한다.

하지만 주변 일대에 퍼진 이 독특한 마나가 정말 운석낙하의 여파로 생긴 것일까.

아니. 운석이 충돌한다고 이것처럼 되는 게 말이 될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이터.

운석의 파편은 보이지 않지만, 크레이터 전반에 걸쳐 정체 모를 빛의 조각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마치 오색으로 찬란하던 빛의 운석이 산산조각이 난 것처럼 말이다.

바위보다는 유리에 비유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찬란했다.

문제는 이 운석의 여파로 인해 보팔레빗의 육신이 사라졌다는 것이고.

운석이 떨어진 지점의 중앙에는 조각만 남은 마차의 흔적이 보였다.

마차의 주인은 누구인지 안 봐도 알만했다.

산 왕국의 샤렌 공작.

그가 타고 오던 마차에 운석이 떨어진 것이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을까.

이 정도 여파라면 그가 살았다고 판단하는 건 어려우리라.

“저 마차의 주인은. 어떻게 됐습니까?”

“애석하지만 마부의 시신 조각은 발견했습니다만. 마차에 타고 있던 이의 시신은 아예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바닥에 떨어진 브로치를 토대로 추리해보건대 산 왕국의 샤렌 공작가의 문양이 아닐까 합니다.”

베드 경이 보여준 브로치를 보며 나는 짧게 혀를 찼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를 일이다.

이미 죽어 사라진 자를 다시 불러낼 정도로 그가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기에 나는 사소한 원한 정도는 가볍게 접기로 마음먹었다.

“나…… 나으리. 저는 어찌할깝쇼?”

“아. 마침 잘 왔군.”

그때 허름한 복장의 한 농민이 겁에 질린 얼굴로 다가와 묻자 베드 경은 그의 등을 떠밀어 나와 일리나의 앞에 보여주었다.

에이리아나 페르세르크, 그리고 륀느는 이미 박살이 나버린 잔해지역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그냥 운석이 떨어진 결론 보이지 않는데…….”

“어휴! 말씀 낮추십시오. 황녀저하! 저 같은 쌍놈에게 말씀을 높이시다니요!”

“괜찮으니 말씀해주시겠어요?”

“기탄없이 대단하시오. 황녀 저하께서 복잡한 허례허식을 챙기시진 않으니.”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실은…… 산에서 약초를 캐서 돌아오던 중이었습니다요. 본래 농사일이 있습니다만 아들놈이 열이 펄펄 끓어서 해열초가 되는걸 캐러 갔습지요.”

“떨어지는 걸 봤나요?”

일리나의 질문에 사내가 허겁지겁 고갤 끄덕였다.

“예 그러무닙쇼. 산 중턱 쯤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말입니다요. 갑자기 하늘이 쫘아아아악!!! 하고 열리더니 이~ 따시만 한 거대한 돌덩이가 떨어지지 뭡니까요. 생전 살면서 그렇게 거대하고 반짝거리는 바위는 처음 봤습니다요.”

“반짝거린다고요?”

“아. 예! 아주 그냥 무지개처럼 오색찬란한 것이…… 운석이 충돌하고 난 후에 엄청나게 지진이 일어나더니 운석 파편들이 아주 그냥…… 호롤롤롤로 퍼지더니 마치 벌레떼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후룰룰룰루 퍼져 가지고…….”

“저렇게요?”

“예. 아예! 저렇게요!”

내가 운석이 떨어진 지점을 가리키며 오색의 빛가루들이 모여드는 것을 가리키자 그가 손뼉을 치며 수긍했다.

“맞습니다요! 마치 저렇…… 어라?”

쩌저저적!

그야말로 한순간의 일이었다.

죽어버린 샤렌 공작의 일과는 별개로 빛가루들이 모여들어 기이한 균열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둥글고 긴 기둥 같은 것이 날아들어 농부를 향해 파고들었다.

쩌엉!!

반사적으로 공격을 쳐냈지만 공격 자체가 상상 이상으로 무거운 감각을 전해주었다.

“…….”

“흐악!!”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버린 농부와 그런 그를 공격한 균열 속의 거대한 기둥을 보며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뭔가 나왔다! 다들 포위하라!! 황녀저하! 물러나십시오!”

화이트 버드의 기사들이 일제히 허공에 생겨난 오색의 균열들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농부를 공격했던 거대한 기둥이 다시 서서히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균열 너머는 우주공간과 같이 검은 빛이지만 별 같은 빛의 점이 가득했다.

허공을 찢고 우주공간과 이어붙이면 이런 모습이 될까.

지름은 약 2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균열이 수십 개 가까이 생겨나자 모두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었다.

“물러나 주십시오!!”

그그그그극!!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둥이 다시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자 긴장감이 배로 가속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놈들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의 힘과 존재감이었다.

“세상에…… 저거 검이야?!”

사내를 공격했던 거대한 기둥의 정체를 깨달은 일리나가 기겁한 듯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균열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기둥은 다름 아닌 거대한 검이었기 때문이었다.

숨 막힐 듯 무거워지는 공기 속에서 거대한 검이 균열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남은 균열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칠흑색의 갑주를 입은 다수의 인영들이었다.

“미개한 공기로구나.”

차갑고 싸늘한 목소리가 굵게 울려 퍼져나갔다.

균열에서 나온 갑주의 인영은 총 8명.

하나하나가 상당한 힘을 품고 있다는 것이 절로 느껴질 정도였다.

다만 역시 생명체로 보기엔 이질적인 힘이 가득했다.

“누구냐! 이 땅이 팔란 제국의 영토라는 것을 알고 습격을 감행한 것인가?! 정체를 밝혀라!”

기사 베드 경의 호기로운 외침에 검은 갑주 중 선두에 있던 인영이 고개를 들었다.

헬름의 틈 사이로 붉은 안광이 번뜩이자 베드 경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린다.

“제법 괜찮은 힘을 가지고 있구나. 그래 봐야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만. 뭐 좋다. 열등한 종족에게 그 격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수단이 되겠지.”

쇠를 긁는듯한 소리와 함께 그가 목에 걸어둔 작은 단검을 꺼내 들었다.

“이 정도면 수준에 적당하겠군. 들어와 보아라.”

지금까지 봐온 종족과는 달랐다.

그렇다고 우주공간에서 온 외계인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닌 느낌이었다.

문득 궁금증이 일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 베드 경이 이를 빠득 갈며 검을 겨누었다.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적당히 해라!! 하압!!”

검을 쓰는 기사에게 자신의 검을 내버려 두고 장난감 칼 같은 작은 단검을 꺼내 들어서 상대해주겠다 말하는 갑옷의 기사였다.

당연 기사로서 자부심이 있는 베드 경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이리라.

분노한 그의 검에 익스퍼터급의 검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윽고 갑주의 사내를 향해 맹렬하게 파고든 그가 검을 휘둘렀다.

쩌어엉!!

카아앙 가가가각!! 캉!!

그야말로 순식간에 서너 번의 공격이 충돌한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미끄러지고 파고들며 서로 위치를 바꾸고 치명상을 가하기 위한 검을 찔러넣었다.

검기는 익스퍼터급의 실력이지만 실전 경험은 동급의 기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호오…… 재밌구나.”

검은 갑주의 기사는 흥미롭다는 듯 검을 받아내며 수차례 베드 경의 공격을 방어하고 반격까지 가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검은 갑주 쪽이 우세했다.

아니 힘을 대부분 숨기고 있는 점에서 싸움이 될 수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모독스러울 정도로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다. 검신의 검술을 이길 검술 따윈 존재하지 않으니.”

그렇게 말한 그의 안광이 번뜩인다.

“노력은 하였으나 아직 부족하기 짝이 없는 검술로도 내게 맞서려 드는 그 용맹함은 높게 평가해주지.”

그렇게 말하며 검은 갑주의 인영이 검을 슬쩍 비튼다.

치잉!!

동시에 그의 검에 검기가 독특한 형태로 파동을 만들어내더니 이내 베드 경의 검을 튕겨내 버렸다.

“컥?!”

장검이 작은 단검에 튕겨 나가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자세가 무너진 그를 향해 파고든 검은 기사는 자신의 단검을 마치 예술처럼 회전시키더니 그대로 베드 경의 몸을 걷어차듯 밟아 넘어뜨렸고 그대로 베드 경의 어깨에 박아넣으려 했다.

굳이 나설 이유는 없지만, 눈앞에서 누가 죽는다면 꿈자리가 사나울 수밖에.

[축지]

내 한걸음이 천 리를 가리다.

한걸음 내딛는 것으로 어느새 그들의 틈 사이로 파고든 내가 그의 검면을 손바닥으로 쳐내 검의 궤적을 강제로 틀어 바꿔버렸다.

“…….”

동시에 그의 그가 공격을 회수하고 잽싸게 내게서 거리를 벌렸다.

“호오…….”

마치 나를 품평하는듯한 목소리였다.

“제법 검의 경로를 볼 줄 아는 놈이로구나. 이 땅에 내 일검을 간파할 수 있는 이가 있을 줄이야.”

그의 말에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얘들은 어디서 온 걸까.

대부분의 차원은 이미 내 손을 타고 관리되고 있다.

다만 그 어떤 차원에도 이런 놈들은 없었다.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떤 것도 갑자기 생겨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놈들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으며 내가 관할하는 차원에 존재하되 그 외의 어딘가에서 왔다는 뜻이 된다.

그들을 바라보던 나는 검면을 쳐냈던 손바닥에 붙은 불길한 검은 기류가 흩어지는 것을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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