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48화
마굴로 추정되는 균열의 등장.
이로 인해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에서는 추가적인 조사를 위해 기사단원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리인포스 알파는 북부 판도라 영역의 마물들의 혼란으로 인해 인력이 상당히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총 본산에 있는 보리스 선생님이 내게 굳이 이런 일을 맡긴 것은 아마 이 상황을 알기 때문이리라.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수호자 몇 명을 파견하면 좋을 텐데.”
내 중얼거림에 기사단장들이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수호자들은 리인포스 알파 이외에 다른 지부에 모두 파견되었다네.”
한 기사단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슬슬 해동기네요.”
극한 오지의 한파가 슬슬 지나가고 동면에 든 마물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
기사단으로썬 사실 가장 바쁠 수밖에 없었다.
“타이밍이 참 얄궂지…….”
기사단장의 말에 내가 사실을 정정했다.
“해동기이기 때문에 마굴로 추정되는 균열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점치는 게 더 나을 겁니다. 그래서. 임무에 들어가는 기사단원은 몇 명입니까?”
“그 부분에 관해서 이리저리 고민해봤네. 실은 기사단장 셋 이상과 베테랑 기사단원을 투입할까도 생각해봤네만.”
기사단장 중 한 명이 나를 직시했다.
“인원선정은 우리가 할 게 아니라. 현장을 책임지는 책임자가 해야겠지.”
“평기사. 그것도, 로밍 나이트를 지금 책임자로 세우시겠다라…….”
“기사단 내부의 지원포지션인 로밍 나이트라도 총본산에서 인정한 집행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자네 말 한마디에 기사단장 모가지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니.”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저와 일리나를 포함한 268기 4명.”
“4명? 고작 네 명이면 되는가?”
“네. 많으면 오히려 번거로우니까요.”
* * *
“준비 끝났답니다.”
“이쪽도 장비 점검 끝났어. 그런데 정말 우리로 충분해?”
“너무 많아도 좋진 않으니까.”
“그런데 왜 우리야?”
필디르의 질문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두 사람 모두 프리아 교단 사람이지?”
한 명은 성기사. 한 명은 신관.
“그게…… 왜?”
“아니. 별거 아니야.”
물론, 두 사람이 선배들과의 임무 중에 마굴이 발견된 것인 만큼 직접 보진 않았더라도 길 안내 정도는 확실히 할 수 있으리라.
나를 향해 다가오는 신관 루시아 쉘만과 그녀의 파트너인 성기사 필디르. 두 사람 모두 나와 같은 268기 기사들이다.
리인포스 알파에는 마스터급 존재가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굳이 내가 그들을 데려가지 않고 동기들인 두사람을 고른 이유에 대해선 따로 묻지 않는 모습이었다.
판도라 영역 내부로 들어가는 북부 경계초소에 도달한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군장을 고쳐 매는 두사람을 바라보았다.
“후우…… 성녀 다프네 님. 제게 힘을 주소서.”
짧게 기도하며 앞장서는 루시아 쉘만의 뒷모습을 보며 일리나가 필디르에게 물었다.
“쟤는 프리아 여신 교단이면서 왜 성녀 다프네만 찾냐. 신성모독 아니야?”
“냅둬. 하루 이틀이냐.”
“거기 두 사람! 다프네 님을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요! 성녀 다프네 님은 고결하고 신성한 분이랍니다!”
그 말에 필디르와 일리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필디르는 몰라도 일리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여자. 회랑에서 툭하면 술판을 벌이는 이라는 것을
툭하면 오딘의 정원에 쳐들어가 애지중지 키우는 물고기들을 안주로 삼겠답시고 낚시질을 하던 인간이라는 것을.
물론,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내게 들은 것들이지만 말이다.
“전원! 장비 점검!!”
이윽고 수십 명에 달하는 정예 기사단원들이 절도있는 자세로 장비를 점검했다.
“늘 그렇듯 해동기의 판도라 영역은 극도로 위험하다! 목숨을 걸어라! 하지만 함부로 목숨을 버리지 마라! 우리는 언제나 그러했듯 숭고한 신념 아래에 대륙을 수호하는 기사단이다!”
기사단장의 외침에 기사들이 검을 뽑아 예를 표했다.
“전원 입장!!”
마치 한국의 GP처럼 굳게 닫혀있는 방어선의 문이 열린다.
“데이비. 네가 조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우리가 최대한 마물들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있도록 하지.”
“그럼 부탁드립니다. 선배님들.”
“다치지 마라. 안전하게 돌아와.”
“선배들도요.”
나와 악수를 마친 기사단원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빠르게 차가운 숲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도 이동하자.”
기사단 본부가 있던 곳과는 격이 다른 냉기가 피부에 닿는 게 느껴졌다.
“으으…… 추워, 너무 추워요.”
“이놈의 추위는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네.”
일리나와 내가 멀쩡한데에 비해 필디르나 루시아는 몸을 파르르 떨며 투덜거렸다.
선배들이 작정하고 길을 터준 덕분일까.
이동하는 동안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선배님들이 아주 작정하고 길을 튼 모양이네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
루시아는 마물이 전혀 출현하지 않는 것이 새삼 신기한지 중얼거렸고, 그런 그녀의 말을 필디르가 반박했다.
“뮤턴트 울프. 아직 남은 놈들이 있어. 수가 제법이야.”
바닥의 흔적들을 돌아보며 필디르가 방독면을 꺼내려 했다.
“야야. 됐어. 뭐하러 그런 짓을 해.”
“뭐?”
“온다.”
그 말과 함께 일리나가 브로치를 신검 칼디라스로 변형시켰다.
“이길 맞아?”
“맞아요. 이리로 정면.”
그 말에 일리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짧게 숨을 고르고는 한발을 강하게 지면에 굴렀다.
쿠우우웅!!!
동시에 엄청난 위압이 퍼져나오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만들었다.
“이……일리나?!”
[중검]
[바위 가르기]
쩌억!!!
어마어마한 중량이 서린 횡베기가 숲을 가로질렀다.
그녀의 검은 허공을 가르고 멈췄다.
“뭘 한 거야?”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필디르와 루시아였다.
확실히 누군가가 보기엔 그렇게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곧 이어진 상황에서 진가가 드러났다.
-아우우우우우우!!!
갑작스런 늑대의 포효와 함께 숲 저편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끔찍한 형태의 촉수가 덮인 늑대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루시아와 필디르가 전투를 준비하려던 찰나.
쩍!!
갑자기 달려오던 뮤턴트 울프들이 일제히 피를 뿌리더니 양단되어 바닥에 처박혀버린 것이다.
홍단이를 강화시켜 영역 전체를 시간에 묶이지 않고 베어버리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는 시공간 너머로 검기를 날려 보낸 것이다.
시공격검.
나를 제외하고 중간계에 살아있는 사람으로 유일하게 차원을 찢어버릴 수 있는 검을 지닌 그녀다운 실력이었다.
시공격검은 포식의 권능으로 먹기 전엔 나 또한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일리나는 이런 상황이 될 걸 알았다는 듯 칼디라스를 다시 브로치 형태로 바꾼 뒤 옷에 채우고는 걸음을 내디뎠다.
“뭐해. 가자.”
“어…… 어어……”
“데이비, 일리나가 원래 저렇게 강했나요?”
“결혼하고 나서도 검을 놓지는 않았으니까.”
물론 그 전부터 시공간을 찢어발기던 그녀였으니 새삼 말할 것도 없긴 하지만.
담담하게 말하며 나는 그녀를 따라 걸음을 다시 내디뎠다.
마굴로 추정되는 균열이 발견된 곳으로 가는 길은 제법 멀었다.
본래 평균적인 사람의 보폭으로는 이틀을 내리 걸어야 도착하는 곳인 만큼 깊숙이 들어가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 둘 생각이 없었다.
이 숲에선 하늘을 나는 건 정말 미련한 짓이라고 말할 만큼 귀찮은 일이 많이 꼬이곤 한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것은 본래의 길을 버리고 목적지로 똑바로 직진하는 것이었다.
기사단 매뉴얼에 절대 가까이 하지 말라 알려진 죽음의 협곡이나 얼어붙지 않는 냉기의 강 같은 극한의 오지가 중간에 떡하니 버티고 있지만 나는 한사코 그것들을 개무시하며 전진해 나갔다.
극한의 냉기를 품는 냉기의 강은 냉기를 일방적으로 처박아 넣어 강제로 열려버린 뒤 물속에 있는 마물들의 움직임을 모조리 막아버리고 전진했고 날 수 없는 협곡인 죽음의 협곡은 강제로 워프 마법을 사용했다.
공간 전이 마법은 보통 7서클 이상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상 기사단에 공간 전이를 이렇게 개인이 발현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는 소리였다.
그 탓일까.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필디르와 루시아는 워프 마법이 신기한 표정이었다.
애초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그냥 두는 건 미련한 짓이니 말이다.
뮤턴트 울프 같은 자잘한 마물을 제외하곤 사실상 거의 몬스터의 방해 없이 그렇게 반나절을 이동했을까.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은 곧 거대한 숲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굴은 이곳 암숲이라는 지역 내부에 있어요.”
판도라 북부의 암숲!
다른 뜻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는 숲이라는 뜻으로 지형, 마나의 흐름 조건 때문에 이곳에선 빛이 멀리 퍼져나가질 못한다.
서적을 통해서 한번 배웠을 테지만 이곳에서는 빛이 잘 퍼지지 않아요. 마법이든 일반 불이든.”
동굴도 아닌 숲인데.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의 경우야 사령안을 통해 훤히 들여다보고 있지만, 필디르와 루시아 쉘만은 긴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부터는 조심히 움직이도록 하죠. 자칫하다간 이 암숲의 주인들을 모조리 불러 모으게 될거에요.”
“암숲의 마물은 어떤 애들이었지?”
“벌써 까먹은 거야?”
“후후. 일리나 씨는 여전히 귀찮은 건 기억하지 않으시네요.”
일리나의 물음에 필디르가 품 안에서 작은 책자를 꺼냈다.
“암숲에서 발견된 마물은 총 20종류야. 일단 발견된 것만으로도…….”
“조용.”
그때 내가 그들의 말을 막았다.
“왜?”
“마물왕이다.”
내 말에 필디르와 루시아가 서로의 입을 자신의 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행동을 곧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빛이 제대로 퍼지지 않는 이 암숲 내부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대한 공터에 널브러진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악어형태의 마물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물왕 엘리게이트…… 대체 어쩌다가 이게 여기에…….”
“게다가…… 이 상처들은…….”
끔찍한 상처.
마물왕은 비록 기사단에게 경계 대상이지만 기사단은 마물왕의 퇴치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는 마물왕은 서로를 견제하여 마물이 판도라 영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기둥. 그것이 마물왕이다.
그런 마물왕이.
너무도 처참하게 죽어있었다.
“저게 마굴인가?”
그리고, 그런 마물왕 엘리게이트의 뒤편에는 거대하고 시꺼먼 균열이 일렁이고 있었다.
신기한 점은 마치 블랙홀처럼 검은 틈 사이로는 아무런 빛조차 나타나지 않지만, 주변에 빛이 빨려 들어가듯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완전 블랙홀처럼 생겼네. 데이비 저거 블랙홀 아냐?”
“아니야. 비슷하긴 한데. 블랙홀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지.”
블랙홀은 힘을 다한 힘의 찌꺼기를 먹어치우고 다시 내뱉는 거대한 우주의 순환장치라 할 수 있다.
그것과 흡사할 뿐 전혀 다르다.
“이건 뱉어내질 않아.”
가장 큰 차이는 이 거대한 구멍은 그저 빨아들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초입부터 있나?”
“아뇨. 그보다 한참 안쪽…… 설마!”
루시아가 눈을 부릅 떴다.
마굴로 추정되는 균열이 무조건 하나만 생기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해할 수가 없네…… 마굴로 추정되는 균열이 하나 더 생기고. 마물왕이 이곳에서 떡이 되어서 죽어있다니…… 애초에 대체 누가 마물왕을 죽인 건데?”
필디르의 질문에 나는 어둠 저편을 가리켰다.
“저놈인가 보지.”
심드렁하게 말하는 내 말과 함께.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말과 다르게 암숲 내부에 어떤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했다.
“흡?!”
“저…… 전투준비!”
어둠 속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만큼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실험을 해볼 겸 어둠 저편으로 마법을 응축시켜 던졌다.
[4서클 광속계]
[스턴 그레네이드]
일명 섬광탄. 순간적으로 엄청난 광원을 일으키는 마법이다.
퍼엉!!
하지만 터지는 소리와 다르게 빛은 생각 이상으로 적게 퍼져나갔고, 아주 잠깐 어둠 속에서 나타난 존재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저거.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마치 소풍 나온 것처럼 말하는 내 물음에 필디르와 루시아가 기겁하며 소리 질렀다.
“지금 그런 소리를 할 때냐!! 마물왕을 죽인 놈이라고! 자칫하다간!”
끄우우어어어어어!!!
필디르의 말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놈이 기괴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마치 하마 같은 매끈한 피부에 4족 보행형 짐승이다.
다만 단순 짐승이라고 하기엔 얼굴 부분이 너무 징그러웠다.
속이 비치지 않는 검은 구멍이 있는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의 주변엔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꾸물거리는 수십 미터가량의 촉수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페르세르크가 보았다면 기겁하며 싫어할 만한 외관이 아닐 수 없었다.
크기는 마물왕 엘리게이트에 비해 훨씬 작지만, 놈의 발톱에는 누군가의 것으로 보이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끄우어어어어!!
이윽고 놈이 다시 한 번 포효하더니 이 어둠 속에서도 정확히 나를 발견한 듯 달려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내가 아닌 내 뒤에 있는 루시아 쉘만이었다.
“서…… 성녀 다프네 님이시여 제게 힘을!!”
평기사가 감당하기엔 너무 위험한 존재.
이에 필디르가 제 목숨을 걸고 루시아를 보호하려 했지만, 그보다 내가 먼저 나섰다.
“내가 할까?”
“아냐. 이번엔 내가 할게. 밥값은 해야지.”
담담하게 말한 내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리고, 달려드는 그놈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던 찰나.
[8위계 성마법]
[대 성화포]
쩌어어엉!!!!
갑작스레 날아든 새하얀 섬광이 놈을 한차례 강타했고, 놈은 비명을 내지르며 한참을 밀려나더니 이내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방금. 성화포였지.
이 대륙에서 고위 성마법을 쓸 수 있는 이는 내가 아는 한에서 리나 성녀뿐이다. 그리고, 지금 날아든 성화포는…….
초대 성녀 다프네의 주력 마법이기도 했다.
누나가 거기서 왜 나와?
“왜 이렇게 늦어 이 호랑 말코 같은 새끼야.”
짜증이 서린 표정으로 한 손에 서린 새하얀 신성력을 갈무리한 여성이 다가온다.
일리나는 그녀의 정체를 확인하고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보지 마라. 다프네가 왜 이곳에 내려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따라와. 네가 처리해야 할 게 있으니.”
그렇게 말하고 성큼성큼 걸어 균열을 무시하고 내부로 들어가 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필디르와 루시아 쉘만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방금 그 괴물은 어디 갔고, 방금 그 섬광은 뭐고…….”
“데이비 씨. 방금 저 여성분이 데이비 씨를 알고 계시는 것 같던데. 아는 사이신가요?”
그 물음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초대 성녀 다프네라고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잠깐만.
루시아 쉘만은…… 극한의 다프네 광신도였다.
그런 그녀에게 현실을 들려주고 환상을 박살 낸다면…….
나는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아……음…… 선배님인가보다.”
결국, 루시아의 알량한 환상을 지켜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