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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77화 (1,077/1,559)

제1077화

* * *

“나는 말입니다. 그래도 당신보다 나를 따르는 사람도 있다고.”

다프네의 자신만만한 말에 프리아 여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태블릿을 양손에 잡아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잘했어.]

“그아아아아!!”

“진정해! 다프네!”

“이 망할 껍데기 신이!”

“참아! 아바타라곤 해도 네가 모시는 신이야!”

악을 쓰며 덤벼들려는 다프네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프리아 여신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 태블릿에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어떤 사진이 스르륵하며 태블릿에 출력되기 시작했다.

그 사진은…….

“자, 잠깐만!!”

6살 정도 된 작은 소녀가 커다란 이불을 들고 허겁지겁 도망치고 있는 사진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사진을 보여주는 그녀의 행동에 다프네를 말리던 아폴론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다프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일그러졌다.

“이리와…… 이리와 이 빌어먹을 신!!”

사진의 정체는 다름 아닌 다프네였다.

그것도, 6살 정도 때 이불에 지도를 그린 후 증거를 인멸하려다 걸려 도망치던 장면이었다.

당연 오래전 일이며, 그녀의 그런 모습을 찍은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하지만 프리아 여신은 그녀의 과거 시간대를 마치 그대로 고스란히 가져온 것마냥 보여주었다.

[가소롭네.]

“으아아아아아!!”

악다구니를 쓰며 어떻게든 아폴론에게서 빠져나와 덤벼들려 하는 다프네를 말없이 바라보던 그녀는 천천히 다가갔고 이내 다프네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다프네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우뚝 멈췄다.

“…….”

자애로운 어머니가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듯 조용히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녀는 이내 눈을 감았고.

천천히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훗.]

그리고. 그녀는 벙찐 표정의 다프네를 뒤로한 채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이후 신의 영역에서 프리아 여신의 신상을 향해 거대한 해머를 들고 덤벼드는 다프네를 제지하자 다수의 영웅들이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아바타는 신의 힘과 권능을 머금고 있지만, 특수한 케이스였다.

신의 휴가.

그렇게 표현하면 가장 옳을까.

실제로 그녀는 일정 권능을 발현할 수 있지만 신으로서 간섭해선 안 되는 범위까지 내려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신으로서 완벽하지만, 또 불완전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성의 생성.

초월적인 의지가 고작 하나의 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휴가라 불릴 만큼 여기서의 형태가 프리아 여신 본체에는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곤 하지만 그녀의 현재 상태는 확실히 어떤 역사를 뒤져보아도 단 한 번도 없는 경우이기도 했다.

본래라면 있었는지도 모르고 사라졌을 존재.

그런 그녀가 현재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

맹렬하게 도망치는 거대한 몬스터 한 마리를 누군가가 섬광처럼 쫓아간다.

“륀느가 소고기를 높게 평가!”

-부우우우우우우!!!

몬스터의 존재는 다름 아닌 거대한 미노타우로스였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는 있는 몬스터지만 오우거나 트롤과 다르게 사람이 먹고도 탈이 나지 않는 몬스터.

그리고, 륀느가 가장 좋아하는 별미 중 하나이기도 했다.

륀느는 영지 내에서도 맛있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은 편으로 유명했다.

그런 마당에 타 영지에서 기어들어 온 미노타우로스가 륀느의 눈에 띄었으니 놈의 미래는 뻔하디뻔한 노릇이었다.

-부오오오!!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 듯이 도망치는 미노타우로스는 이내 막다른 길로 몰렸고 이내 뒤쫓아온 륀느를 기겁하며 바라보고는 몸을 웅크린 채 와들와들 떨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악하기 그지없는 미노타우로스가 저 지경이 되는 데엔 륀느의 악의 없는 행동이 한몫했다.

“륀느가 소고기를 높게 평가!”

-부오오오오오!!

처참한 비명이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고통 없이 미노타우로스의 머리를 베어버린 뒤 그 머리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륀느를 말없이 바라보던 프리아 여신이 한 발 내디뎠다.

그러자 륀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는 륀느와 프리아의 눈이 서로를 담았다.

그렇게 한참을 침묵했을까.

가만히 있던 륀느가 미노타우로스의 발을 한 손으로 잡고 질질 끌고 지나가며 고개를 꾸뻑 숙였다.

[후회는?]

그 물음에 륀느는 조용히 그녀를 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륀느, 무슨 뜻인지 이해 불가. 자세한 설명을 요구해.”

[후회는?]

반복되는 질문에 륀느가 고개를 다시금 갸웃거렸다.

이에 프리아 여신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로를 바라본다.

그러기를 한참.

잠시 멍하니 있던 륀느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륀느의 눈은 묘한 광채를 어리고 있었다.

“후회는 없어.”

그 대답은 륀느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프리아 여신은 오히려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그 말과 함께 륀느의 머리 위에 뜬 원고리에 약한 빛을 쏟아 넣고는 사라졌다.

이후 멍한 얼굴에서 본래대로 돌아온 륀느는 잠시 멍하니 있다 입매를 꿈틀거렸다.

“륀느. 기이한 경험을 낮게 평가.”

다만 짜증 서린 고민도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금 미노타우로스의 발목을 한 손으로 붙잡고는 질질 끌고 가며 사박사박 발을 내디딜 뿐이었다.

“륀느가 소고기를 높게 평가.”

단순한 성정은 어딜 가지 않았다.

같은 시각.

영주성에서 데이비의 분노가 서린 포효가 터져 나왔다.

* * *

하인스 영지는 대체적으로 날씨가 정말 좋은 편이다.

당연히 영지 관리 시스템이 존재하기에 그런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기 있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경로입니다.”

곤히 잠든 페르세르크와 일리나 그리고 에이리아를 두고 집무실에서 서류를 읽어내려가던 나는 조용히 대기하고 있는 베르닐 시종장을 바라보았다.

“시종장. 에이미는 어떻게 하고 있어?”

“신이 임의적으로 여행을 보냈습니다.”

“잘했어. 전부 경비 처리해. 그동안 고생한 것도 많으니까.”

“명 받잡겠습니다. 한데 저하. 이 자금들은…….”

“음…….”

“알고 계십니까.”

현재 하인스 영지는 자체적인 여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에오니샤가 만든 보급형 시계부터. 부자들을 노리고 만든 장인형 시계. 그리고, 그 외에 여러 연금술로 만든 축성용 골렘이나 달의 풀 같은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몇 가지 매출에 목을 매어 안주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짓이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사업안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지만 마땅한 게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정말로 아슬아슬한 상황이면 직접 나섰겠지만 현재로선 대부분의 발명은 에오니샤나 티아라. 혹은 에디손 고문에게 일임하고 있는 편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업은 어쩌다 보니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에오니샤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다 보니 시계사업이 터져버렸고, 그 외에도 여러 사업들이 그런 식이었다.

“이거 누가 사용했는지는 몰라?”

소리 없이 유통된 탓에 비어버린 자금의 양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거 하나하나를 가볍게 여기면 영지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과거라면 몰라도 지금은 수많은 이들을 이끌고 있는 입장이니 말이다.

“예 죄송합니다. 백방으로 조사하고는 있습니다만…….”

“자금 담당하는 놈들 다 불러와.”

싸늘한 말투로 내가 말했다.

이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인스 영지의 자금을 담당하는 이는 총 12명이다.

분야별로 예산을 책정하고 그 책정된 예산을 에이리아나 일리나. 혹은 페르세르크에게 결재를 받는 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 호출을 받고 부랴부랴 찾아온 이들은 하나같이 겁을 먹은 표정들이었다.

“표정들 펴. 왜 다 죽을상들이야.”

“저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좀 더 꼼꼼하게 조사했더라면…….”

“그래. 좀 더 신경 쓰기로 하고. 지금 중요한 건 돈을 빼돌린 놈이다. 현재 이렇게 소리 없이 자금을 빼돌릴 수 있는 것들은 사실상 너희들밖에 없어. 알고 있지?”

내 말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동이 의심스러운 자금은 총 200 금화다. 솔직히 어떤 놈인지 몰라도 걸리면 곱게는 안 둘 거다.”

내 말에 그들이 움찔거렸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히 고단수야. 어디서 제법 해 처먹는 기술을 갈고닦았는지 이상을 눈치챈 게 몇 개월 뒤라는 게 퍽 웃기지?”

그것도 본래 예정대로 되어있던 자금이 살짝 모자랐던 탓에 발견된 것이다.

“당연 200골드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사실 그리 큰돈도 아니야, 이 정도로 영지가 휘청거리진 않겠지. 다만, 도둑은 잡아야겠지.”

납득할만한 이유가 아니라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테니까.

빙그레 웃으며 내가 말했다.

“혹시라도 관련된 녀석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수해봐. 선처 정도는 해줄게.”

내 말에 한 남성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에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팍슨. 왜 몸을 떨지?”

“그…… 그것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하…….”

“그래? 아닌 거 같은데?”

내 말에 그의 동공이 쉴 새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팍슨 빼고 다 나가.”

싸늘한 한마디에 다른 이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레 나갔다.

이후 팍슨과 베르닐 그리고 나와 륀느만 남은 집무실에서 내가 조용히 물었다.

“팍슨. 1년 전에 영지에 이주해왔지? 일가족이 있고.”

“예……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떨면 누가 의심을 안 하나.”

“…….”

“실력은 제법인데 담이 적은 건지.”

“저…… 저하!!”

콰앙!!!!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륀느가 섬광처럼 날아들어 팍슨의 오금을 걷어차 쓰러뜨리고 머리를 짓눌러 제압했다.

“감히. 공금을 횡령하다니. 그것도 적은 자금이 아니거늘. 네놈이 죽고 싶은 것이냐!”

베르닐 시종장의 엄한 외침에 그는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됐어. 심문은 내가 한다.”

담담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덜덜 떨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대답 잘해. 한두 푼도 아니고 그 정도 자금을 빼돌렸으니 만약에라도 어리숙한 대답이 나오면 널 어떻게 할지 몰라.”

라운 왕국은 공금 횡령을 강하게 처벌하는 편이었다.

내 말에 그는 파르르 떨다 고개를 숙였다.

“주…… 죽여 주십시오!”

“자백은 하는 건가?”

이상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증거도 깔끔하게 숨겼기에 그가 이런 태도만 보이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렸을 테니까.

“그…… 그것이…….”

“대답 똑바로 안 해?”

“예…… 예! 제가 했습니다요! 죽여주십시오!”

그의 자백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석연찮았다. 마치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팍슨. 대답 똑바로 안 하면 나는 네 머릿속에 있는걸 강제로 끄집어낼 거다.”

“예?!”

“그게 아니면? 일가족 모조리 처형하길 바라나?”

나는 연좌제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말이다. 협박에는 역시 이런 것만 한 게 없었다.

“말해.”

“그것이…….”

“저하! 무엇을 망설이시옵니까. 공금 횡령은 중죄입니다!”

“알겠으니까 좀 기다려봐. 시종장.”

한참 동안 눈동자를 굴리던 그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것이 크흑…….”

그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협박?”

이후 이실직고한 그가 한 말은 기가 막힌 일이었다.

하인스 영지에서 아직 발전이 안 된 부분은 많다.

영지의 북서부 또한 그런 케이스였는데 몇 달 전 이곳에 어떤 무리들이 자리를 잡았다는 모양이었다.

당연 허가 없이 자리를 잡은 불법 체류자들이지만. 애초에 산적이나 불법 조직들이 그런 것을 신경이나 쓸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신체 장기 밀매를 주로 하는 그들은 타국에서 활동하던 이들이라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이들이 하는 사업에 있었다.

상당한 고리대금업.

과거 팍슨은 부인을 살리기 위해 작은 빚을 졌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던 그는 원금상황을 계속해서 피하는 그 조직의 악질적인 행태에 놀아났고, 끝내 이자가 불고 불어 엄청난 돈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리하게 빌린 것은 2골드였으나 현재 원금은 무려 1000골드.

경악스러운 숫자였다.

“천 골드? 500배로 점프했다고? 아예 못 갚게 작정을 했구만.”

“그…… 그놈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올라간다고 말은 했습니다만, 이후에 제 아들과 딸아이를 납치해 협박을 하는 터라…….”

내게 알리면 죽는다고 말했던가.

그 외에도 돈을 빨리 갚지 않으면 자식들의 장기를 뜯어 팔아버리겠다 협박한 것일 터다.

문제는 팍슨의 월급을 생각해도 1000골드는 어림도 없는 돈이었다.

“왜 말하지 않았지?”

그런 일이 있었으면 처음부터 말했어야지.

법에 구애받지 않는 이 빌어먹을 사기꾼 놈들은 법보다 칼이 가깝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악랄한 짓을 저지르는 이들이었다.

“그게…… 영지 내에 그들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역시 치안이 완벽할 순 없구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베르닐 시종장에게 손을 뻗었다.

이에 시종장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는 벽에 걸린 검을 하나 뽑아 내게 건네주었다.

“걱정 마라. 네 자식들은 내가 구해주마. 연좌제는 네게 시행하지 않을 거다.”

“저…… 저하.”

“할 말은 있나?”

내 물음에 그는 눈물을 흘리다 고개를 숙였다.

“없습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하!”

촤악!!!

섬뜩한 파육음이 울려 퍼진다.

* * *

하인스 영지의 아직 개발되지 않은 산지와 황무지. 현재 북서부의 산지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타국에서도 유명한 갱단이었다.

악질 중에 악질만 가득 모인 이 조직은 사람을 잡아 인신매매를 하는 건 간단한 일이오. 그들의 장기를 뽑아 팔거나 그 외에 말도 안 되는 고리대금업을 저지르기도 했다.

당연히 다수의 국가에서는 그들을 잡으려 했지만, 이들은 그때그때 관련 관리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그들이 뒤를 봐주는 것을 이용해 이리저리 빠져나간 것이다.

그리고,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위험해지면 곧바로 위치를 옮긴다.

현재 하인스 영지에는 정보 길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저급한 갱단은 사실상 없는 편이었다.

낌새가 보일 때마다 모조리 쳐내버렸으니까.

그렇게 되니 소문이 퍼져서 이곳에 와서는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말이 나돌아 따로 유입된 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놈들은 상당히 겁이 없는 게 분명했다.

팍슨은 자신의 갱단의 협박에 못 이겨 자신의 자식을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횡령했다.

그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도 어떤 의미로는 피해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하인스 영지 내에서 내가 잘해주는 것만 보고 겁을 잃고 미쳐 날뛰는 놈들도 있는 모양인데.

그놈들에게도 벌을 줄 필요는 있어 보였다.

사람이 너무 호의를 베푸니까 이게 권리인 줄 아는 놈들.

커다란 산을 걸어 오르며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노아스. 이 산에서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나가게 틀어막아.”

사람이 많아지면 꼭 다른 생각을 하는 놈들이 생긴다고.

그 꼴이 아닐 수 없다.

이윽고 대지의 정령왕 노아스의 포효소리와 함께 산의 지형이 뒤틀리기 시작했고. 그런 산지를 보며 나는 한 손에 검은빛을 모았다가 가볍게 던져 올렸다.

쩌어엉!!!

동시에 산지 전체에 엄청난 규모의 마법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정말 겁이 없는 놈들일까.

나는 이놈들의 뒤에 배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하인스 영지의 내분이나 분열을 바라는 놈들이.

퍼엉!!!

그때였다.

산지 저편에서 갑자기 엄청난 높이의 간혈천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와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지하 온천수.

산적의 갱단 놈들 잡으러 왔다가 금광을 발견한 꼴이었다.

“베르닐 시종장. 여기 처리하고 그놈들 잡아서 돌아갈 테니까 먼저 가서 예산 빼놔. 한 2만 골드 정도.”

“예?”

그와 동시에 산 곳곳에서 다수의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니들이 건드린 게 누군지는 알아야지 않겠냐.”

베르닐 시종장을 뒤로한 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나는 륀느를 대동한 채 놈들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길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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