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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36화 (1,135/1,559)

제 1136화

멀찍이 크리스와 코오나가 에반젤린과 힐러인 연수아를 지키면서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장면이 훤히 보인다.

“데이비 님. 붕어빵 매우 훌륭한 미각 데이터.”

“네가 훌륭하지 않은 음식이 뭐가 있냐.”

내 물음에 그녀는 단호하게 답했다.

“데이비 님의 생존 식량. 매우 저급한 미각 데이터. 일리나 님의 증언에 따르면 읍읍…….”

“조용히 해라.”

나는 과거 헤라클래스에게 음식을 구분하고 조리하는 법을 배웠다.

그 탓일까, 먹고 살수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였기에 맛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내겐 익숙한 음식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아닌 게 웃긴 노릇이다.

쾅!! 쾅!!

무식하게 날아다니며 몬스터들을 척살하는 크리스는 분명 내 기준에선 미달수준인 강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구의 기준을 생각하면 그는 분명 뛰어난 각성자인 것도 사실이었다.

“데이비 님. 균열의 존재. 륀느의 시력 센서로는 감지는 가능하나 육안으로 구분 불가능”

“보통은 그렇지. 누굴 탓할 건 아니야. 애초에 저건 균열이 아닌 건 확실해 보이네.”

정확히는 청소부에 가깝지.

“청소부?”

“간단히 말해서 잘못된 돌연변이 같은 거야. 익충이 해충이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에린이가 움직였으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거다.”

혹여 문제가 생긴다면 그땐 다 제쳐놓고 난입을 해야겠지만 그전까진. 그저 지켜보는 쪽이 옳으리라.

“그건 네 기준이지 여기 지구의 인간들은 저걸 감당할 능력이 없어.”

“거 걱정 말라니까.”

만에 하나의 변수가 생겨도 전부 쳐내면 그만이었다.

“한번 맡겨보자고.”

잘 해결해낸다면 당분간 지구에서 지내게 둘 것이오. 만약 못해낸다면,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티오니스로 데리고 돌아가면 되는 일이었다.

* * *

“계속 온다! 이봐 아가씨! 힐러 잘 챙기라고.”

크리스 마텐.

미국의 S급 각성자이며 막대한 힘으로 인기의 극을 누리고 있는 그의 저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마치 히어로 영화에 나올법한 초인처럼 이리저리 튕기듯 쏘아져 나가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수가 많아도 D급의 하위 몬스터를 상대로 크리스가 고전한다는 건 애초에 있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토벌에 사실상 크리스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나설 것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에린. 아직도 그대로야?”

“멀지 않아요.”

조용히 답한 에반젤린은 속으로 답답한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다.

이전 늪지대에서 봤던 특이한 균열과 비슷한 무언가가 분명 여기 있다.

그런데. 이전과 다르게 이번 것은 가까워질수록 뭔가가 그녀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봐야 게이트인데. 별일이야 있을까.

“다 왔어요.”

아무리 몬스터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공격을 한다 해도 크리스의 주먹 한번에 피떡이 되어 날아가는 이상 모두를 저지할 방법 따윈 없었다.

“이놈들. 지능이 있어.”

“지능이 있다고요? 변이 늑대는 본능은 있어도 판단할 지능은 없을 텐데…….”

코오나의 중얼거림에 크리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부가 내 시선을 끌고 일부가 저 아가씨를 노렸거든.”

에반젤린을 콕 집어 말하며 그가 손을 털었다.

“그래 봐야 약한 놈들이라지만 이상하지 않아? 사일런스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왔다고 했지. 그놈들은 일반적인 육안으로 구분이 불가능해.”

“그렇죠.”

“그런데 멀쩡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몬스터들이 마치 사일런스 게이트를 지키려는 것처럼 우리의 앞을 틀어막았지.”

즉. 이 사일런스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가 이곳에 나타난 변이 늑대들을 조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 봐야 늑대 아니에요? 나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요.”

연수아가 조심스레 크리스의 말에 반박한다.

“그렇지. 에반젤린 아가씨. 전에 했던 말 사실이지?”

“네. 그 괴물, 딱히 강하진 않았어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에반젤린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정말로 강했다면 이렇게 느긋하게 소풍 오듯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든 그녀의 앞으로 반투명하고 희끄무리한 무언가가 잡힌다.

예의 그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균열은 분명 존재했다.

“여기야? 나는 따로 보이는 게 없는데.”

크리스 마텐이 어깨를 으쓱이며 물어왔다.

“저도 보이는 건 없네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연수아와 코오나의 대답까지 들려왔다.

에반젤린이 이곳에 온 것은 사일런스 게이트가 정말로 마나 농도가 짙은 곳에서 출몰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만약에 정말로 균열이 출현한다면.

그때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었다.

“오…… 나는 그냥 경치 좋은 숲밖에 안 보이는데. 공주님. 공주님 생각은 어때?”

“고…… 공주님이라 부르지 말아요!”

안 그래도 최근 방송에서 이상한 별명들이 붙고 있는데!

빼액 소리친 에반젤린이 부끄러워진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균열이 보여요. 하지만 제가 보는걸 다른 사람도 보게 만들 방법은 모르겠어요.”

그냥 보인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내면에 있는 힘을 온전히 다루지 못한다. 2차 성장 이후 그녀의 힘, 즉 고대룡의 힘은 더욱 강해졌지만 그렇기에 더욱 제어가 어려웠다.

자신 안에 있는 이 방대한 힘 중 어떤 것이 저것을 보게 만들고 있는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이럴 때 엄마나 아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응석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이제 자신은 다 컸으니 뭐든 혼자 해내면 되는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고요한 균열을 노려보았다.

아니 보이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괜스레 짜증이 난 그녀가 균열에 다가가 발로 툭툭 걷어찼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홀로그램처럼 그녀의 발은 균열을 통과해버렸다.

그 장면을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볼 때 에반젤린이 허공에 발길질을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후…… 답답하구만. 그래 공주님. 우리가 저걸 보거나 감지할 방법이 없어?”

“잘 모르겠어요. 일단 보면 뭐라도 알겠지 싶었는데…….”

일이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건 참 씁쓸한 일이다.

그냥 그녀가 인간이 아닌 고대룡의 태생이기에 이런 것을 보는 것일까.

현아의 고민대로 이걸 지구의 인간들이 볼 수 있다면, 애꿎은 피를 흘릴 일도 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그녀는 문득 균열에서 이상한 점을 목격했다.

“마나의 불순물을 빨아먹고 있어?”

쿠웅!!

동시에 묘한 소리가 들려오며 균열이 사라져 버렸다.

“…….”

멍한 얼굴로 서 있던 에반젤린이 인상을 찌푸리자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봐. 공주님 표정이 왜 그래.”

“사라졌어요.”

그녀의 말에 크리스의 표정이 대뜸 찌푸려졌다.

“사라졌다고?”

“대기에 떠도는 마나, 거기에서 불순물만 먹어치우고는 사라졌는데요?.”

“이건 뭔…….”

마치 배를 다 채운 아이가 잠이 드는 것처럼.

* * *

나름대로 조사를 위해 파견된 것이다.

에반젤린이 정확히 그 균열을 볼 수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결국 크게 건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정황을 간추렸을 때 몇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에린이 사일런스 게이트를 볼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요소 때문에 가능한 건지는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그 힘을 이용해 균열을 감지하거나 미리 파악하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 이외에도 다른 방법은 존재했다.

마나의 농도가 일정 이상 짙어진 장소.

그리고. 그 마나 내부에 불순물이 가득해 오염도가 심한 곳에서 그런 균열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알아낸 것은 조금 의외의 사실이었다.

사일런스 게이트에 접근하는 이가 없게 몬스터들이 마치 여왕벌을 지키는 꿀벌처럼 나타나 길을 틀어막는다는 사실이었다.

어지간한 사고나 특수균열이 아니고서야 몬스터는 대부분 균열 속에 존재한다.

하지만 숲에서 본 늑대들은 분명 몬스터였다.

분명 균열의 전조가 없었으니 일대에 몬스터가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을 텐데.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균열에서 튀어나왔다고 하기엔 이전의 균열들에선 그런 전조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붕어빵을 먹어봤는데요.”

에반젤린은 늘 그렇듯 캠을 캔버스에 고정시킨 뒤 붓을 들었다.

“크리…… 아니 아는 아저씨가 붕어빵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는 거예요. 처음 봤을 땐 그냥 물고기 모양 빵인 줄 알았는데…….”

중얼거리던 그녀가 헤픈 웃음을 흘렸다.

“너무 맛있어!”

그렇게 말하는 에반젤린의 입에는 이미 붕어빵 하나가 물려있었다.

균열사태 이후 돌아가던 길에 크리스가 먹어본 적 있냐며 하나 건네준 게 발단이었다.

붕어빵의 맛에 매료된 에반젤린은 무려 4봉지나 사서 가지고 돌아오는 기염을 토해냈다.

한 손에 붓을 한 손에는 붕어빵을 쥐고 있던 그녀는 말끔한 하나의 붕어빵을 들어 캠 화면에 보이게 슬쩍 들이밀고는 살살 흔들었다.

“어때요. 맛있어 보이죠? 나 오늘부터 이거 꼭 하나씩 먹을 거야.”

[아. 붕세권은 못 참지!ㅋㅋㅋ]

[요새 누가 붕세권 찾음 호세권이 답이지 이 맛알못 쉑들.]

[붕세권 호세권, 그게 뭔데 씹덕들아.]

[붕어빵, 호떡 등신아.]

[아 ㅋㅋㅋ 난 호두과자인 줄 ㅋㅋ]

[말 되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며 에반젤린은 신이 난 듯 붓을 휘갈겼다.

그럴 때마다 캔버스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뭐 그리는 거임?]

[일단 막 그리고 있기도 하고 공주님 기분도 좋아 보여서 보고는 있었는데.]

“응? 그러게요? 내가 뭘 그리고 있는 거지?”

균열 때문에 상했던 기분이 붕어빵 한방에 좋아져 버렸다.

아니 좋아진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그녀를 들뜨게 한 탓일까. 그녀는 저도 모르게 티오니스의 풍경을 그리고 말았다.

[아. 하인스 영지.]

[저게 하인스임? 판타지라더니 진짜 판타지네…….]

[와 근데 내가 아는 티오니스랑 너무 다른데?]

아름다운 건축물과 영주성. 그리고. 하늘에 뜬 거대한 물줄기 같은 투명한 수로관들.

그 외에도 다양한 조형물을 보면 마치 마법의 도시를 보는 것 같았다.

띠링!

딱걸렸어 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와. 숨기는 척하더니 결국 티밍아웃해버렸죠?

“아…… 아니 이건 말이죠! 그…… 그래요! 인터넷에 많잖아요! 하인스 영지!”

[응, 아니야~]

[티오니스 풍경이랑 하인스 풍경이랑 완전 달라~]

[아닌 척하더니 결국 들켰죠?]

“이익…….”

아드득…….

붕어빵의 달달함에 너무 들떠서 실수를 저질러버린 에반젤린이 거칠게 캔버스를 빼내 휙 던져버렸다.

[어우야…… 저 그림 버릴 거면 나주지…….]

[예술가들 하여튼 빠꾸없이 나가는 건 알아줘야 해.]

[예혐을 멈춰주세요…….]

자신을 마구잡이로 놀리는 듯한 채팅내용에 에반젤린이 이를 아드득 깨물었다.

“그림 안 그려!”

[응 공주님~]

“공주님 아니야!! 난 에반젤린 올 라운 아니라고! 에린이라고요!”

[응, 에린 공주님~]

[그래서 캠 언제 켬?]

[이제와서 얼굴 숨길 이유가 되나?]

[손캠도 하면서어어!]

[손캠도 하는데 왜애애애!]

이제는 그 누구도 그녀를 에반젤린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

숨긴다고 숨겼는데. 전혀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안 켜요. 꿈도 꾸지 마요.”

그리고는 씩씩거리며 무언가를 조작해서 켰다.

매번 그림을 그리던 그녀가 다른 콘텐츠를 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도 제법 흥미로운 소재였다.

애초에 시청자 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 만큼 여러 인간군상이 모여있지만, 에린의 방송이 에반젤린의 방송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딱 한 가지는 확실히 지켜지고 있었다.

선을 넘지 않는다.

에반젤린이 아직 성년이 아니라는 점도 있었지만, 그녀가 티오니스 성자의 딸이라는 게 이미 공공연하게 다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아니라 우기지만 명확한 증거를 내놓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 본인도 모르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그녀에게 호의를 보내는 감정이 방송을 타고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것을 말이다.

[솔직히 예전에야 뭣도 모르고 떠드는 인간들 많았는데 요새 누가 우리 에린 욕함.]

[ㄹㅇ ㅋㅋ]

[방송은 초짜인데 밀당은 개고수네 진짜.]

[정신 나갈 거 같애…….]

과거 그녀를 향한 비난이 일었을 땐 없었던 변화가 그녀를 향한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뀌면서 그녀의 힘의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성장하고 발전한다.

에린은 자신의 머리 쪽에서 무언가가 자라나는 것처럼 간지러워지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림 안 그려. 게임할 거에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알하자드가 그녀를 위해 준비해준 파일 중 하나를 켰다.

“그러니까 추천해주세요.”

그 말에 시청자들의 이구동성이 쏟아진다.

[당연히 검은 영혼이지.]

[초심자가 쉽게 할 수 있고 재미있는 검은 영혼 ㄱㄱ]

“검은 영혼?”

궁금증을 담아 그녀가 그것을 검색한다.

“와…… 굉장히 어두운 느낌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게임을 설치했다.

그리고는 게임을 켜는 순간 어두운 배경음과 함께 묵직한 분위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와…… 신기하네요. 이게 게임이구나…… 그런데 이건 뭘 골라야 해요?

그녀가 멈춘 것은 직업란이었다.

기사. 마법사. 성직자. 여러 종류가 존재하며 능력치도 다르게 나오자 그녀는 갑작스런 결정 장애가 오는 걸 느꼈다.

띠링!!

인마궁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태초의 인간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하여 부랑자가 근본.

띠링!!

사자자리 님께서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본 있는 육체만 믿고 가자.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저 별자리들…… 분명히 엄마가 혼을 내준다고 했는데!

돈을 얼마나 주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저 별자리들은 한때 아빠, 데이비 올 라운과 죽자고 싸운 이들이 아니었던가.

그중 일부가 손을 잡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런 반신격 존재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지 쉬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초심자는 무조건 부랑자로 가야 됨!]

[아니 여기서 초심자가 기사를 고른다? 게임 말아먹겠다는 거지~]

[나도 기사 했다가 게임 새로 시작했죠?]

“부랑자라…… 이름이 좀 이상한데…… 알겠어요.”

그리고는 캐릭터 외향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거 고를 수 있는 게 많이 없네요.”

띠링!!

무굴제국 고인물 님께서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림도 없는 소리. 이걸 봐라.

그리 말하며 기괴한 외향의 캐릭터를 그림 도네로 쏘아 보냈다.

시뻘건 피부에 도저히 사람의 형상이라고 볼 수 없는 이목구비를 가졌으나 괴물이라고 보기엔 좀 묘한 느낌의 생김새였다.

인간의 이목구비를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 움직여 기괴한 작품을 만들면 이리될까.

“와…… 진짜 대단하다.”

그 정성에 놀라기라도 한 듯 에반젤린이 비슷한 것들을 찾아보며 만드는 방식을 연습하기 시작하자 시청자들이 놀람 반 놀림 반 섞인 기세로 채팅을 올려대기 시작했다.

마치 저런 기괴한 캐릭터에 꽂혀버린 것처럼 구니 그들로썬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캐릭터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던 에반젤린은 갑작스레 유턴하듯 다 지워버리고 평범한 얼굴로 게임을 시작해버렸다.

[????]

[아니 이걸 통수를 갈겨버린다고?]

[남자의 순정을 짓밟아버리네.]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진짜 결정하는 거 보면 개 상남자 노빠꾸네.]

[멧돼지 돌진도 이것보단 간 보겠습니다. 선생님.]

“싫어요, 그냥 이대로 할 거야. 나도 예쁜 게 좋아.”

띠링!

삼촌수호대 님께서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속보 티오니스 성자의 딸 에반젤린 올 라운 양. 이쁘고 잘생긴 게 좋다며…….

“에반젤린 아니에요! 그리고, 나도 개인 취향이 있거든요?”

[^^7]

[^^7]

[고건 아니고~]

싸우는 듯하면서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그녀도 모르게 점점 방송에 심취해 나가는 그녀였다.

동시에 그녀를 향한 호의가 방송을 통해 그녀에게 전해지며 그녀의 안에서 무언가가 더욱 빠르게 회전하고 몸집을 부풀려 나가기 시작하는 것을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처음에 비하면 굉장히 익숙해진 모습으로 채팅에 반응하며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게 누가 봐도 정말 빠르게 익숙해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뭐든 일이 쉽게 풀릴 리가 없었다.

“꺅! 안 해! 안 한다고!!”

비명을 지르며 거대한 괴물이 휘두른 검에 찔려 쓰러지는 캐릭터를 향해 에반젤린이 비명을 질렀다.

초보가 하기 좋은 게임? 무조건 부랑자?

사실 헛소리였다.

가장 가능성은 높지만 난이도가 어려운 게 부랑자라는 직업군이었으며 이 게임은 절대 초보가 하기에 친절한 게임도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살아있는 것 같아…… 무슨 속임수에 도망에 다구리에!!”

[몬스터들이 전력으로 널 찢어주길거시다~]

[거기 주인공은 몬스터들임 몰랐음?]

그녀는 몰랐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의 제작사는 유저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져놓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게임을 만들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겨서 더욱 달라붙는다. 기괴할 정도로 많은 우여곡절을 넘어 그녀는 끝내 굉장히 먼 곳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보 없이 직행 루트로 게임을 즐기다 보니 주변이 보일 리가 없었다.

“이게 무슨 게임이야! 화만 나잖아!”

[몇 번 죽었다고 지저왕 까지 가나…….]

[이게 재능충인가.]

[진짜 어메이징 ㅋㅋㅋㅋ]

[애초에 공략 힌트도 없이 초보가 반피를 까는 것도 어메이징하네 진짜…….]

[근데 지저왕 옴은 진짜…….]

“역시 게임은 나랑 안 맞아…….”

콘텐츠의 개발은 역시 쉬운 게 아니다.

나름대로 방송에 흥미도 생긴 김에 다른 이들처럼 자신도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던 참이었다.

“아냐. 오늘 너무 오래 했어요. 여기까지 할래요.”

지친 에반젤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반데…….]

[에반데…….]

[삼진 에바로 방종은 기각되었…….]

“에바~”

귀여운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방송을 꺼버린 에반젤린은 찌뿌둥해진 몸을 움직여 기지개를 켰다.

“하아…… 너무 좋다.”

이상하게 시청자들의 칭찬을 받을 때마다 내면에 무언가가 더욱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비난을 받을 땐 느껴 본 적 없는 어떤 무언가였다.

데이비가 보았다면 그녀의 증상을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친모인 이클립스와 다르게 정신계통의 고대룡인 에반젤린은 쉽게 말하면 그녀를 향한 호감을 받을수록 더욱 힘이 강해지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방송은 끝났니?”

그때 문이 열리며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바로 알하자드였다. 그리고 그의 곁엔 초단이도 같이 있었다.

“아. 아저씨!”

알하자드를 발견하자마자 환한 미소를 짓고 달려들어 품에 안기려던 그녀가 멈칫했다.

이건 엄마나 아빠한테도 요샌 안 하는데. 어린아이 때나 그랬지 이제는 다 컸는데…….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물러난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가는 길에 잠시 들렸어. 치킨 좋아하지? 초단이와 나눠 먹으라고.”

“그럼요! 치킨은 정말 좋아해요!”

기쁜 듯 그녀가 소리쳤다.

이후 콧노래를 부르며 치킨을 뜯던 그녀에게 초단이가 어떤 질문을 던졌다.

“에린아. 방송은 할 만해?”

“응? 응! 엄청 재밌어!”

활기찬 미소를 짓는 그녀를 향해 초단이가 키득거렸다.

그리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감았고, 이내 빛에 휩싸이더니 청단이와 홍단이로 모습이 나뉘었다.

초단이의 모습으로 있을 때와 기억이 조금 다른 편인 만큼 두 아이는 치킨을 처음 보는 양 눈을 반짝거리며 양손을 모아 파르르 떨었다.

“우…… 우와아!! 치…… 치키니야!”

“다…… 달고기! 아빠가 못 먹게 하던 치킨!”

당황한 듯 발음까지 뭉개지면서도 홍단이와 청단이는 에반젤린과 알하자드에게 시선을 보냈고 알하자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 난 듯 달려들어 다리를 하나씩 붙잡고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초단이의 모습으로 오래 있으면 마나의 소모가 극심한 만큼 이렇게 변화를 풀고 있어야 할 때도 분명 존재했다.

그나마 지금 마나 소모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청단이와 홍단이의 먹성을 이용해 음식 같은 것을 먹어치우고 힘을 회복하는 정도일까.

“방송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구나.”

“하지만 그림만 그리자니 조금 따분하기도 해서요. 다른 것도 해보고 싶고…….”

“뭐. 그런 건 네 자유지. 그런데 혹시 정체는 끝까지 숨길 생각이니?”

“네? 그거야…….”

고민하던 에반젤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애초에 정체를 숨겼던 건 어디까지나 과거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서 문제가 커질까 봐 염려한 탓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들키고 나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 넘어 시청자의 수가 더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저씨가 보기에 에린이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은 사실상 이제 없을 거야.”

“으…… 잘 숨겼는데…….”

“운이 나빴던 거지.”

허허 웃으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아저씨는 바빠서 가봐야 할 거 같으니 나중에 또 보자.”

“버…… 벌써 가시는 거예요?”

“그래. 사일런스 게이트가 자국 내에서도 발견되었거든.”

조금 수척해진 얼굴로 그가 중얼거렸다.

“피해자도 나왔구나.”

“죄송해요. 제가 더 유능했더라면…….”

사일런스 게이트를 찾고 제거하거나 감지할 방법만 찾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에반젤린이 침울하게 있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에반젤린. 아저씨 말 잘 들으렴.”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슬픈 표정은 짓지 말아 주겠니?”

“……네.”

알하자드가 만족한 듯 돌아서자 에반젤린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더 강해지면 구분할 수 있을까. 이 시야를 지구에 퍼뜨릴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리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꺅꺅 거리며 닭 다리 하나로 싸우고 있는 청단이와 홍단이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홍단이에게 다리를 빼앗기고 뺨을 잔뜩 부풀리던 청단이가 에반젤린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에리니 몸이 이상해.”

“응? 왜?”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에반젤린을 보던 청단이가 눈을 부릅떴다.

“머…… 머리에 뿔! 갑자기 뿔이 돋아났어!”

그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인 에반젤린은 청단이가 모습을 흉내 낸 부분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그녀의 손에 잡힌 것은 이전까지 본 적이 없던 뿔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족의 뿔과는 조금 다른 형태.

정확히는 용의 뿔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뿔을 인지하기가 무섭게 이전보다 더 막대한 힘이 그녀의 내면에서 파도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힘이 더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인상을 찌푸린 채 뿔을 이리저리 만지기를 반복하자 마치 그녀의 수족이라도 된 듯 뿔은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뿔을 연상하자 그녀의 머리에 두 개의 뿔이 생겨난다.

“우와! 신기해!”

청단이의 외침에 홍단이도 눈을 반짝거렸다.

“엄마랑 비슷해!”

“그, 그러네?”

기분을 묻는다면 오히려 좋았다. 엄마와 닮은 무언가를 얻었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신기한 듯 뿔을 만지작거리던 에반젤린은 자신에게 왜 갑자기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의문을 품었지만 알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없는 일은 분명 아니었다.

한국을 포함해 타국에서도 그녀의 존재를 알고 그녀의 방송을 보거나 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것들을 본다.

그녀에 대해 알고, 그녀에 대해 호감을 품는 이가 늘어날수록 그녀의 성장은 더욱 빠르게 가속화되어 나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방송 최적화 육신이 이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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