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52화
현재 나는 마계에서 찾아온 마계의 공주. 알리타와 독대 중이었다.
일단 마족의 경우 보팔레빗과 공존하고 있는 만큼 그녀의 호위로는 정체를 숨긴 마족 두어 명과 보팔레빗의 본체가 따라온 셈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해주면 되는데? 마왕.”
그녀가 나를 향해 마왕이라 칭했다.
마왕, 즉 마계에 있는 마족의 왕이며 마족에게 있어서 절대 명령권자나 다름없다.
물론, 극도로 거부감이 드는 명령을 내릴 순 없으나 마족에게 있어서 피에 섞인 유전자 단위로 마왕에 대한 상명하복은 확실하게 새겨져 있다.
마족들이 인간이며, 자신들의 적이었던 나를 두려워하고 미워하면서도 따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물론, 심연의 공주 이실디와 함께 고대 마수들을 다 찢어버리고 마계에 세계수의 종자를 심음으로 인해 마계를 살만한 곳으로 바꾼 것.
그리고 내가 마족들을 구하기 위해 나타났던 사실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는 건 막았다지만 그래도 아직 마족에게 마왕이라는 존재는 공포의 대상이며 껄끄러운 존재일 뿐이었다.
“요즘은 어때.”
“별거 없어. 마왕이 손을 쓴 덕에 요즘은 작물도 잘 자라고. 태양도 보고. 뭐 그렇지.”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약간 야시시한 복장이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리는 미인인 알리타였다.
일단 알리타는 리리네 올로와쥬라는 서큐버스 태생의 피를 지니고 있는 만큼 외향이 절대 부족할 수가 없었다.
“유전자 단위로 사기종족 같으니.”
“뭐?”
“아무것도 아니다. 지하산맥 근처에 마을을 만들라고 한 이유를 알고 있나?”
“내가 어떻게 알아. 안 그래도 그곳에 인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헛소문이 돌던데. 내가 그걸 수습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사실이야.”
내 대답에 그녀가 잠시 멍하니 나를 시야에 담았다.
그리고는 검지로 머리를 가리키고는 빙빙 돌렸다.
“혹시 이거야?”
“별거 아니고, 일단 나는 성자 입장이긴 하지만 마왕의 의무를 저버릴 생각은 없거든.”
내 대답에 그녀의 표정이 더욱 찡그려진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하는 건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쾅!! 소리 내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쓰읍.”
그러자 곁에 있던 페르세르크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고, 알리타는 그대로 꼬리를 만 쥐처럼 시선을 피해버렸다.
“죄…… 죄송합니다. 마왕님…….”
“본녀는 이제 마왕이 아니야. 그대의 앞에 있는 데이비가 마왕이지.”
“그래도…….”
“무엇이 되었건 데이비는 의무를 저버릴 생각이 없어. 우선 대화를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본녀는 그리 생각하는데.”
페르세르크의 단호한 말에 알리타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자리에 앉았다.
“하아…… 그래 일단 들어나 보자.”
“그곳에 가는 인간들은 현재 대륙에서 스며들어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야.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지.”
나는 담담히 그들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물론 세계의 법칙으로 인해 원치 않게 소중한 이들을 해친 이들이라 심적으로 많이 불안할 이들이었다.
“마계에도 애매한 위치의 마족들이 있을 거야.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닌데 마족 사회에 녹아들기 힘든 놈들. 혹은 상당히 온건한 쪽에 속하는 마족들.”
“있긴 해. 이제와서 다시 전쟁을 벌이기엔 우리도 입장이 좋진 않지만.”
“많이는 필요 없고 며칠만 네가 직접 돌봐줘.”
내 말에 알리타가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내가 만약 인간들을 차별한다면?”
“그들은 사정을 알아.”
내 대답에 알리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어차피 자신들은 죽은 이라고 생각할 거니까. 어쩌면 불편함을 견딜 수도 있겠지.”
“아, 알았어! 망할! 안 그래도 바쁜데 이런 일까지…….”
“잘 부탁할게.”
피식 흘러나오는 내 웃음에 알리타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이다가도 시선을 돌려버렸다.
“아참.”
이후 나는 알리타에게 손을 뻗었다.
“엇?! 뭐하는…….”
스르릉…….
이윽고 내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뻗자 놀란 그녀가 기겁하듯 물러난다.
하지만 이미 마법은 그녀에게 닿은 후였다.
“뭘…… 한 거야.”
“거울 볼래?”
내가 작은 손거울 하나를 건네자 의아한 듯 잠시 자신의 얼굴을 보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 바뀐 게…….”
그리 중얼거리던 알리타의 표정에 놀라움이 서렸다.
마족들이 가진 인간보다 긴 귀와 머리에 있는 작은 뿔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어, 어어어?!”
너무 놀라 당황하는 그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완벽하게 뿔을 숨겨 본 적은 없을 테니 말이다.
“알리타. 인간 마을 보고 싶어 했던가?”
“흥! 누가 보고 싶었대?”
“그럼 다시 풀어줄까?”
“아…… 아니 누가 풀어 달랬나! 허 참……. 이, 일단 주니까 받긴 할게.”
벌떡 일어난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니까. 그 인간들과 일부 마족들을 마을에 모아놓고 그냥 같이 살게만 하면 된다는 거지?”
“맞아.”
“왜 그렇게 하는데?”
“전쟁으로 생긴 증오라는 게 1세대 만에 사라지진 않거든.”
“그래서?”
그녀의 물음에 나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지. 만약 기록상으로 인간과 마족이 싸움 이후 어떤 접점도 없었다. 라고 하면 과연 100년 후의 인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믿을 수 없는 종족이라고 여전히 확신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인간과 마족이 공존하는 도시가 만들어져 있다면?
어? 마족이라고 인간과 별 다를 게 없네?
라는 상황, 혹은 의심이 조금만 생기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인식이라는 게 참 웃기거든.”
“하지만 그건 단기간에 결과를 보기 힘들잖아.”
“그래서 내가 알아서 한다잖아. 물론, 어떤 계획을 세우건 아무리 짧아도 10년은 봐야겠지만.”
10년 안에 인식을 조금씩 바꿔보겠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알리타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
“왜.”
“그럼 마왕이 직접 인간을 안내해줘.”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난 바쁜 몸이야.”
“됐고, 해줄 거야 말 거야.”
뇌쇄적인 포즈나 이런 건 다 집어치우고 당당하게 요구하는데에도 마족, 아니 몽마족 특유의 색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페르세르크의 표정이 순간 찌푸려졌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마침 잘됐네. 하인스 영지 슬슬 축제하니까 한번 보고 가라고.”
사실 새삼스러울 건 없을 것이다.
문화권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마족과 인간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 테니까.
“오히려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거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네가 아는 마족의 삶과 다를 게 없어서.”
“그건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할 거야.”
* * *
현재 신흥 마족 지배계층인 알리타.
그녀의 힘은 제법 뛰어난 수준이지만 직접 인간과 충돌했던 아스타로트 세대와는 달랐다.
그렇기에 사실 이번 일이 굉장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인간과 마족이 전쟁을 했다고는 한다.
하지만 알리타는 기본적으로 탐구욕이 굉장한 편이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직접 볼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저…… 알리타 님.”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것도 모자라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로브까지 꽁꽁 싸맨 한 마족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무리 마왕이 저희에게 우호적이라고 해도…….”
“나도 알아.”
“하면 어째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절대 지지 않아.”
알리타가 하인스 영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마왕은 인간과 마족이 다시 화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렇지요.”
그 물음에 알리타는 답지 않게 냉소를 지어 보였다.
“불가능할걸. 인간과 마족이 화해한다는 건 어림도 없는 소리야.”
그렇다고 해도 근거 없이 마냥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알리타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보는 거야.”
“알리타. 준비됐냐?”
“그래. 그래서? 어디부터 보여줄 건데?”
그녀의 질문에 데이비가 잠시 고민했다.
“뭐부터 보고 싶은데.”
“우선은 군사들부터…….”
그녀가 조용히 읊조렸다.
이에 데이비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편한 대로.”
“그냥 그렇게 허락해도 돼? 전력이잖아.”
“기본적으로 외적으로 드러나는 전력이라 사실 그렇게 기밀이라고 할 것도 아니거든.”
보고 싶으면 보라지.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가 에이미를 향해 말한다.
“에이미. 기사단에 연락해. 3시간 뒤에 시찰 한 번 간다고.”
물론, 이 한마디가 가져올 파급을 데이비가 모르진 않았다.
에이미가 하인스의 기사단에 그 사실을 전하기가 무섭게 기사단 내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젠장! 빨리 움직여! 비상 대책 회의 본부 소집해! 비상상황이다! 전쟁보다 더 중요한 상황임을 잊지 마라!!”
일개 부대에 사령관이 방문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아마 높은 확률로 부대 자체가 발칵 뒤집어질 것이다.
몬미더의 진두지휘 아래에 기사단은 훈련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때아닌 미싱질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아주 때 빼고 광을 내라! 그 어떤 흠도 남겨선 아니 될 것이다!”
몬미더의 외침에 기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 움직여! 어서 움직여!!”
그동안 데이비가 직접 이렇게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방문을 한 바는 없었다.
그렇기에 기사는 물론, 일개 위병들조차도 긴장을 바짝 할 수밖에 없었다.
“저…… 분대조장님.”
파랗게 질린 얼굴로 빗자루와 천 조각을 쥐고 달리는 기사들과 위병들을 보며 신입 병사 하나가 조심스레 제 선배에게 물었다.
“대체 저하께서 방문하시는데 왜 이리 긴장하신 겁니까?”
일단 공개적으로 데이비라는 인물의 성정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다.
그렇기에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일인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신입 병사를 제외하고도 아직 상황을 모르는 신입기사들이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리석은 놈! 저하께서 정식으로 방문하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네놈은 모른다!”
선배는 약간 질린 얼굴로 신입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잘 들어라. 저하께선 큰 부담을 주려고 하지 않으신다. 그만큼 자비로우신 분이니까.”
“그럼. 왜…….”
“하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그때 지나가던 한 선배 병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전에 말이다. 저하께서 한번 위병대와 기사단을 방문하신 적이 있다.”
그는 과거의 기억이 소름 끼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도 지금과 같이 변함없이 미화작업에 정신이 없었지.”
과거를 회상하듯 중얼거린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 좋네. 무기 손질도, 연무장 바닥이 깨진 곳도 없고, 허수아비들도 품질이 좋아. 훈련에 도움이 잘 되겠어.]
데이비는 쓸데없는 거로 트집을 잡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저 위병대와 기사단 본부 사이에 있는 저 산이 거슬린단 말이지. 언제 한번 치워야 하나?]
그 한마디가 일의 발단이 되었다.
[아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들은 신경쓰지만.]
웃는 얼굴로 말하는 그였지만 그날 이후로 위병대와 기사단은 순찰에 필요한 인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들이 삽을 들고 기사단 본부와 위병대 건물 사이에 놓여진 거대한 언덕에 덤벼들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괜히 재앙이라 불리는 게 아니야. 고작 사흘.”
“사, 사흘이요?”
“그래. 사흘 만에 그 언덕은 세상에서 종적을 감췄다.”
즉. 데이비가 좋은 의도를 지녔든 아니든 그가 내뱉는 한마디는 이들에게 있어서 극한의 상황을 몰고 올 수 있었다.
파랗게 질린 신입이 위병대와 기사단 사이에 있는 평평한 대로를 바라보았다.
이 넓은 땅이 원래는 언덕이었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설마…… 그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건가요?”
“저하께서는 모르신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비슷한 일이 터지면…….”
그땐 또 삽을 들 수밖에 없다.
제발 아니길 빌 수밖에.
하지만 그런 위병대와 신입기사들의 바램은 시작부터 박살 났다.
“와…… 여긴 진짜 삭막하네. 인간이나 마족이나 다를 게 없구나?”
“삭막해 보여? 이건 좋지 않은데.”
시찰을 온 데이비의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기사단 본부에 꽃을 좀 심었으면 좋겠네.”
흘리듯 말하며 지나가는 데이비를 보며 기사들과 위병들의 표정이 퍼렇게 질렸다.
이후 그가 지나가고 위병조장이 비명을 질렀다.
“전부 집합!!! 지금부터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은 전부 기사단과 위병대 근처에 꽃밭을 만든다!!”
시찰이라는 건 안타까운 일의 연속이다.
애석하게도 데이비가 나타난다는 이유로 이렇게 바빠지는 곳은 사실상 이 두 곳과 예산부가 전부였지만, 애초에 데이비가 알리타에게 예산부를 소개시켜줄 이유가 없으니 기사단이 희생할 따름이다.
* * *
에반젤린은 오늘도 그렇듯 방송을 켜놓고 시청자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방장. 이전에 봤던 언니분은 어딨음?]
“언니? 아 초단이 언니요? 공부하고 있을걸요?”
[공부?]
“한국대에 입학하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낙하산 같은 건 절대 용납 못 한다고 직접 실력으로 올라간대요.”
그녀 정도의 위치라면 한국대 측에서도 여러 특채 전형으로 바로 받아줄 수 있음에도 초단이는 그것을 거부했다.
그 사실이 못내 황당하다는 시청자들이었다.
“덕분에 언니 노래도 못 듣고.”
투덜거리던 에반젤린이 손뼉을 쳤다.
“님들 그거 알아요? 우리 엄마랑 초단이 언니는 노래를 정말 잘 불러요.”
에반젤린이 자랑하듯 말했다.
[엄마? 엄마면 누구?]
[어우야 이게 틀린 말이 아닌데 왜 이렇게 탈룰라로 들리냐.]
“페르세르크 엄마요.”
[여왕니뮤!!]
[여왕님 나를 밟아주세요…….]
순식간에 페르세르크 찬양 글로 가득해지는 채팅창을 보며 에반젤린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와우, 여왕님 발에 깔려 죽고 싶……]
-차단당하셨습니다.
그중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선을 넘는 시청자 하나가 밴을 당한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요.”
[^^7]
[^^7]
순식간에 입을 다무는 그들을 보며 에반젤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절제 아저씨. 또 거기 숨어서 뭐 하는 거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
“…….”
시청자들 사이에 끼여서 여왕님을 부르짖던 인간 중 하나인 스트리머 절제.
누가 그를 두고 수천 명의 시청자를 지닌 이라고 생각할까.
한숨을 내쉰 에반젤린이 물었다.
“님들. 우리 언니 노래 들어본 적 없죠? 우리 아빠는 자기가 노래를 못 부른다면서 하기 싫어하지만, 언니는 진짜 엄청 잘 부르는데.”
[티오니스 성자가 못 하는 것도 있었음?]
“글쎄요. 나도 잘 몰라요. 악기는 잘 다루는데 노래는 못 부른대요.”
그쯤 되니 시청자들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티오니스 성자가 정말로 음치인지. 그리고.
초단이의 노래가 얼마나 좋은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 들어보고 싶다…….]
[어허 가족 언급 자제.]
“뭐, 이번만은 제가 범인이니까 용서할게요.”
[와. 내로남불식 처벌 보소.]
“그럼 벌 받고 방송 끌까?”
[어허, 그 손을 내려놔.]
[동작 그만.]
방송 종료를 누르려던 그녀가 피식 웃었다.
“어쨌든. 엄마도 노래를 잘 부르긴 하는데. 초단이 언니가 부르는 노래는 뭐라고 해야 하지. 진짜 신기해요.”
[방장이 그림으로 사기 치는 것처럼?]
“아니 누가 사기를 친다고 그래요!”
그녀의 손이 멈춘다.
하지만 그녀가 그린 그림은 이미 경이적인 수준으로 완성되어있었다.
“나는 언니 노래를 들어봤는데 여러분들은 들어본 적 없지?”
키득키득.
마치 시청자들을 놀리듯 에반젤린이 샐쭉하니 웃어 보였다.
[한 번도 얼굴 제대로 비춘 적이 없잖아…… 방장은 언니를 방송에 모셔라!!]
[모셔라! 모셔라!]
순식간에 요청이 쇄도한다. 하지만 당연히 에반젤린이 그것을 들어줄 리 만무했다.
“아 그러고 보니 언니가 최근에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는 거 같던데.”
[???]
[갑자기?]
[왕족도 아르바이트함?]
“우리 아빠가 필요한 돈이 있으면 직접 벌어 쓸 줄도 알아야 한대요.”
그 한마디에 스트리머 절제의 도네이션이 울려 퍼졌다.
[알바 어떤 거 함? 갈 준비 마쳤음.]
“미쳤어요? 진짜 절제 아저씨 밴해버릴까…….”
[충성충성 ㅎㅎ]
“후우…… 별건 아니고, 무슨 카페 알바라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