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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79화 (1,179/1,559)

제 1179화

바들바들 떨리는 주먹이 쾅! 소리를 내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자는 어찌 그런단 말이오!”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하인스 아카데미 출신 교수의 행동은 비난을 받을 요소가 없었다.

원래 학회라는 게 교수들의 기 싸움이고 논문이 나오면 그에 대한 반박을 통해 서로 향상점을 찾는다는 게 메인 주제였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쥐잡듯이 잡아버릴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물론, 그 이전에 그 자신도 비슷하게 약소 아카데미의 교수들에게 비슷한 짓을 했다는 건 잊어먹은 지 오래였다.

“하인스 아카데미…… 역시 괴물 같은 작자들이로군.”

“그들이 한 반박을 모두 쳐낼 수가 없었소…… 내 불찰이오.”

“아니. 그건 토프스만 교수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오. 세상에 어떤 마법사가 그렇게 또라이 같은 발상을 한단 말이오. 보통이라면 그 논문에서 나온 이론이 장기간 여러 실험을 거쳐서 입증되어야 할 문제점들이었소. 그리고 그 문제점이 나오면서 해결책도 같이 찾아야 하지.”

그런데 그들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문제점을 집어 내버렸다.

해결책에 대해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가장 분한 것은…… 그들의 반박에 내 스스로가 동조해버렸다는 것이오…….”

자괴감에 빠진 토프스만 교수가 앓는 소리를 냈다.

“뷔페르만 교수라고 하였던가. 내 알기로는 과거 약소 아카데미 중 하나가 폐교하면서 나온 평범한 4급 마법사로 알고 있었는데…… 허어…….”

“하인스의 데이비 성자가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높을 줄 예상치 못했소이다.”

샤쿤탈라의 교수들은 사실 데이비 올 라운에 대해 다른 아카데미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홀연히 나타나 아카데미 전체를 그 자리에서 뒤엎어버린 희대의 괴물.

새로 부임한 교수는 사실 많지 않으니 이곳에 참가한 이들 대부분이 그런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하인스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가진 실력에 대해서도 들은 바는 있다.

하지만.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군.”

누군가가 자괴감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인스 아카데미 교수들의 실력은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게다가 그자들…… 아주 이를 악물고 나와서 우리를 작정하고 엿 먹이고 있소.”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겐지…….”

아무리 반박이 기본소양이라지만 적정선이라는 것이 있다. 논문의 문제를 밝혀내는 것은 그들의 역량이지만 그 이상으로 몰고 가 이렇게까지 짓밟을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하인스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다른 아카데미 교수에 대해선 어떤 간섭도 하지 않고 오로지 샤쿤탈라의 논문만 물어뜯었다.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현실과 반박하기엔 자신들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게 눈물이 날 만큼 분했다.

“다 업보지요…… 우리가 한 일에 대한 업보…….”

“나는 납득할 수 없소! 이건 학도덕이 없는게지!”

분해하면서도 그들은 어떤 불만을 대놓고 재기할 수 없었다.

“하나하나 나서면서 논문들이 벌써 3개나 박살 났소이다. 내 이리 살 떨리는 학회는 겪어본 적이 없소.”

“딜베스 교수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때 한 교수가 수염이 지긋한 교수를 향해 물었다.

6급 중급의 대마법사.

마탑의 장로직도 달았던 경험이 있는 교수, 딜베스 교수는 사실 어떤 의미로는 샤쿤탈라의 최종병기나 다름없었다.

“교수의 논문은 완벽합니다. 우리는 절대지지 않을 겝니다.”

“후우…… 저도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사실 그도 하인스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내놓은 반박에 대해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비록 서클은 낮으나 보는 시야, 관점이 우리와 완전히 달랐소. 아니. 정확히는 더 넓었지.”

“…….”

“최선은 다해보겠소.”

“교수님까지 무너지면 저희 샤쿤탈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교수들이 딜베스 교수의 손을 꼭 잡았다.

“힘내십시오! 교수! 저 악독한 하인스 무리에게 당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소!”

그리 말하며 다시 학회장으로 입장하는 딜베스 교수를 샤쿤탈라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응원했다.

하지만.

-가능하십니까?

-음…… 이 홍차가 식기 전에 돌아오리다.

딜베스 교수는 곧 출전한 같은 6서클의 한 노년의 마법사에게 완전히 격침당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샤쿤탈라의 마법학 교수들은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건배!”

분위기가 다운된 샤쿤탈라와는 별개로 하인스 소속의 아카데미 마법학 교수들은 아주 축제판 그 자체였다.

“크흐흐흐 내 이리 속이 시원한 건 처음이외다!”

“그렇소! 빌어먹을 지옥을 겪었던 것만 생각하면 아주 치가 떨려 죽겠군!”

“당한 건 절대로 갚아줘야지.”

그리 말하며 뷔페르만 교수가 잔을 높이 들었다.

술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알콜 음료였다.

“왼쪽 뺨을 맞으면!!”

뷔페르만 교수의 외침에 다른 교수들도 잔을 높이 들며 동시에 소리쳤다.

“오른쪽 강냉이를 죄다 뽑아놔라!!”

짠!

아직 학회는 절반밖에 하지 않았고.

샤쿤탈라 교수들의 지옥은 절반도 끝나지 않았다.

학회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첫째. 간단하게 논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새로운 정보를 게재하고, 두 번째로 오랜 시간 준비한 결과물을 내어놓아 많은 이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적탑에서 개최된 학회 일로 이리저리 서류를 정리하던 율리스는 자신의 부인인 윈리가 잠든 침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는데 굳이 와서 자신을 돕다가 지쳐 잠든 걸 보니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어찌 그리 무리를 합니까…….”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그가 잠든 윈리의 뺨을 쓰다듬었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인 만큼 제발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의 심정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똑똑.

“들어오세요.”

윈리의 몸에 담요를 덮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난 율리스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받아들였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오랜만입니다. 율리스.”

“아. 처남. 오랜만입니다.”

율리스가 눈에 띄게 반색하며 그를 맞이했다.

“차를 내어드릴까요?”

“좋죠.”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온 데이비는 소파에 앉은 뒤 맞은편 소파에 누워 잠들어있는 윈리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살이 빠졌네요.”

“후우…… 나도 고민입니다. 제발 쉬라고 해도 듣질 않으니…….”

율리스와 윈리 사이의 금실이 좋은 건 이미 여기저기 소문이 나 있을 정도였다.

“한데 무슨 일로…….”

“아. 별거 아니구요. 아카데미의 교수님들이 이번에 다수 학회에 참가하셨다고 들어서요. 잘하고 계시는지 한번 보러 몰래 왔습니다.”

홀로 온 그를 보며 율리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지않아도 난리입니다.”

“왜요? 사고라도 쳤습니까?”

“흐음…… 사고라면 사고이지요.”

율리스가 쓰게 웃었다.

“아주 학회를 뒤집어놓으셨더군요. 샤쿤탈라의 교수님들이 저렇게 힘없이 퇴장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샤쿤탈라의 교수들은 상당히 저명한 교수들이 많았다.

하인스 아카데미도 빠지진 않지만 그동안 쌓아온 신뢰나 명성이라는 게 있으니까.

반면 하인스 아카데미는 막연하게 대단한 인재진들이 모였다고 들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몇몇은 과거 딱히 이름을 날리지 못했던 교수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데이비 님. 혹시 해서 말인데요. 교수진들을 뽑을 때 뭐 따로 보신 게 있습니까?”

“왜요?”

“그게 저 아카데미만 가면 사람들이 역변을 하니 그렇지요.”

“별거 없어요.”

손사래를 치며 데이비가 씨익 웃었다.

“사람이라는 게 쉽게 안 죽습니다.”

식은땀이 흐른다.

“설마…… 일부러 이런 상황을 유도하신 건 아니지요?”

그 질문.

말도 안 되는 가설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어쩌면 데이비가 그런 문제를 내고 하인스 아카데미의 마법학 교수들을 잡아 족치고 학회에서 이 사단을 만들어낸 것은…….

“글쎄요?”

“설마… …하인스 아카데미에서 뭘 내놓질 않으니 최근 지원금이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하인스 영지의 시계사업과 달의 풀 사업도 요즘 불황이라고…….”

“어허.”

데이비의 미소에 율리스가 쓰게 웃었다.

* * *

샤쿤탈라 학회진은 그야말로 초토화 직전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은 대체 무엇인가…….”

딜베스 교수가 구석에 늘어진 채 바닥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나는 이번 학회를 기점으로 잠시 휴학계를 내겠소…… 폐관 연구를 좀 하고 와야겠소이다.”

“고작 4서클에게 논리에서 밀리다니…… 논리에서…….”

그야말로 패잔병의 모임이 이러할까.

이쯤 되니 억울함이 들 지경이었다.

왜 자신들이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물어뜯는가.

괜히 억울함이 일자 결국 참지 못한 토프스만 교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되오! 교수! 가서 따지는 건 우리가 부족하다고 광고하는 꼴과 다를 게 없소!”

“이미 우리는 완패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억울해서 잠도 못 자겠소!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지 물어봐야겠소이다!”

“그건…….”

“그들의 눈빛을 보시었소?! 그자들이 참가한 이유는 처음부터 우리를 조지기 위해서였소! 빌어먹을!”

씩씩거리며 일어난 샤쿤탈라의 토프스만 교수는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이에 다른 교수들은 딜베스 교수를 제외하고 모두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 토프스만 교수의 뒤를 따라 하인스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머무는 숙소 쪽으로 향했다.

“대체 우리에게 왜 그러는 겝니까!!”

토프스만 교수의 억울함이 묻어나는 항의에 하인스 아카데미는 처음 그 사실을 부정했다.

“그저 문제가 보이니 보인다고 한 것인데 왜 그랬냐고 물은들…….”

“시치미 떼지 마시오! 비록 당신들의 행동에 우리가 이렇게 항의할 요소는 없소이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소!”

토프스만 교수의 격정적인 항의에 하인스 교수들이 이내 서로의 시선을 살폈다.

그리고 모르쇠로 일관하려던 찰나.

한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은?!”

학회에서 말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한 교수였다.

다만 그의 얼굴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샤쿤탈라 소속이었다가 하인스로 소속을 옮긴 벤트 교수였다.

“벤트 교수! 당신!”

경악스러운 건 벤트 교수의 위치였다.

그는 사실 샤쿤탈라에서 딱히 뛰어난 교수라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교수진들 사이에서도 겉돌던 그였건만. 그가 하인스로 옮긴다고 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다.

역시 하인스 아카데미도 데이비의 이름을 제외하면 신생 아카데미일 뿐이구나 하고.

그랬는데.

별거 없던 그가 샤쿤탈라를 초토화해버린 교수 중 하나였을 줄은 생각도 못 한 그들이었다.

“왜 그랬냐 물었소?”

“그…… 그렇소.”

“왜…… 왜? 왜?!”

그가 눈을 부릅뜨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가와 토프스만 교수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그럼 당신들은 우리에게 왜 그랬소!”

“뭐…… 뭘 말이오!”

“빌어먹을 학장이 지원해준 중등부 문제!!”

그 한마디에 하인스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왜 항의해서 우리를 그 지옥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소!”

그의 외침에 이해를 하지 못한 토프스만 교수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보냈다.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이에 벤트 교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학장이 보낸 그 중등부 시험 문제 다섯 개. 그것에 대해 당신들이 항의를 해왔소. 게다가 그 문제를 하필 신입 교수에게 항의했지! 그 결과 그게 통괄 교수인 앨리스 대주교의 귀에 들어갔소이다!”

“그…… 그거야!”

그걸 누가 신경 써서 항의한단 말인가.

“그렇소?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그…… 그리고 그게 무슨 잘못이란 말이오! 잘못된 건 항의하는 게 맞지!”

“아, 그러시오?”

그가 킬킬 웃어댔다.

이렇게 웃던 양반이 아닌데…….“

벤트 교수는 품 안에서 고구마 하나를 꺼내 깨물고는 말했다.

“그 때문에 그게 누구 귀에 들어갔는지 아시오? 학장님이오.”

그 한마디에 샤쿤탈라의 교수들은 잠시 멈칫했다.

왜 모르겠는가.

한때 성자 타이틀을 달고 있던 어린 애송이가.

마법이라곤 쥐뿔도 모를 것 같던 애송이가 샤쿤탈라를 어떻게 엎어버렸는지.

“학장께서 우리를 모아 말씀하시더군.”

학장은 교수님들께 실망했습니다.

그 한마디와 함께 벌어진 지옥. 그 과정을 하나하나 열변을 토하듯 쏟아낼 때마다 샤쿤탈라 교수들의 표정이 굳어갔다.

“하…… 하지만 그 문제는 정말로 중등부 생도들이 풀기엔…….”

“고정관념!!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고 있던 방식 때문에 풀지 못한 것뿐이오! 기초만 잘 알아도 문제없이 풀었을 문제였지!”

“설사 그렇다고 한들! 그걸 당신들도 몰랐으니 우리의 항의에 아무 말도 못 한 거 아…….”

토프스만 교수가 흠칫 놀라 물러났다.

그들의 표정에 막대한 복수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그래. 당신의 말이 맞소. 그래서 우리는 그 일로 대놓고 당신들에게 항의하지 않소. 우리가 모자랐기 때문이지.”

“…….”

“그 덕분에 우리는 학장에게 불려가 2주간 지옥을 보았소. 내 마법사 생에 그런 끔찍한 경험은 다시는 하기 싫을 정도로!”

소문은 있다.

데이비에게 끌려간 교수들이 2주에서 한 달이 지나면 사람이 바뀌어온다고.

혹자는 말하곤 한다. 더 성장하고 싶으면 그 정도 고생이 대수냐고.

다만 겪은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럼 네가 해봐 이 개자식아.

한치의 예우도 찾을 수 없는 거친 욕설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작 2주라고 하지만 데이비가 시간 정령 알타이르의 계약자라는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린 절대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오. 우리를 지옥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으니. 우리도 똑같이 해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지!”

“옳소!”

다른 아카데미 교수들이 하나같이 고구마를 꺼내 들었다.

볼품없게 생긴 고구마들이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에게선 무한한 신뢰가 느껴지는 고구마들이었다.

“우리는 고구마로 똘똘 뭉쳤소이다! 어디 한번 막아볼 테면 막아보시오! 우리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킬킬킬 내 고구마야…… 그 지옥에서 나를 살려준 건 너뿐이로구나…….”

“곧 결과물을 발표하는 시간이지요? 기대하겠소. 크흐흐흐흐…….”

거의 반쯤 미쳐버린 듯한 교수들을 보며 샤쿤탈라의 교수들은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들의 광기에 샤쿤탈라 교수들은 학회고 뭐고 당장 때려치우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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