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80화
이번에 취임한 샤쿤탈라 아카데미의 학장은 학회로 떠난 교수들이 보내온 연락을 받고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들이 작정하고 준비한 학회였다.
절대 결과가 나쁠 수가 없으니 즉, 그들의 경과보고는 자신의 실적으로 돌아오리라.
“지금쯤이면 발명품 발표도 끝났겠군, 논문 발표야 완벽했을 것이고.”
아카데미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건 즉, 학장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뜻과 같으며 다른 의미로 샤쿤탈라에 들어오는 지원금의 양이 커질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윽고 가장 먼저 연락이 된 토프스만 교수에게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 토프스만 교수로군. 그래. 학회는 잘 진행되었소? 아. 말하지 않아도 되오. 내 어찌 교수들의 노고를 모르겠는가. 완벽한 결과를 낳았겠지, 아니 그렇소? 껄껄껄.”
그는 입가에 미소를 싱글벙글하게 지은 채 자신이 할 말만을 했다.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토프스만 교수의 한마디에 표정이 벙찌고 말았다.
-학장. 미안하오만, 내 이번 학회를 기점으로 2년 정도 개인 연구 기간에 들어갈까 하오.
그 한마디에 학장의 미소가 잠시 멈췄다.
“원, 사람이 농담도 지나치군. 허허, 내 아무리 이번에 취임한 학장이라곤 하나 너무 놀리지는 마시구려.”
-놀리는 게 아니오.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에 따라 내린 결론이오.
토프스만 교수의 목소리에 장난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허허 웃던 학장의 웃음소리가 마치 마나가 떨어진 자동 아티펙트처럼 천천히 멈췄다.
“토프스만 교수.”
-이리 통보하듯 말하는 건 죄송하게 생각하오만, 원치 않는다면 내 교수직함도 내려놓을까 하오.
“아니 이보시오! 대체 왜 이러는 게요! 교수! 토프스만 교수가 빠져버리면 앞으로 있을 다음 학기 수업은 어찌하고! 또 교수가 빠진 자리는 누가 채워놓는단 말이오!”
당황한 학장이 손짓하며 소리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내, 거듭 죄송하게 생각하오. 그럼 이만 끊겠소.
그 말을 끝으로 연락이 끊어진다.
장난이 지나치다. 농담도 이 정도면 서늘하다 못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허…… 대체 무슨 일이…….”
인상을 찡그린 그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토프스만 교수가 괴팍하긴 해도 그의 실력은 알아주는 마법사이며 교수였다. 그런 그가 2년 동안이나 자리를 비운다는 건 절대 달가울 수가 없었다.
“후우…… 빌어먹을 노친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아무리 봐도 뭔가 각을 잡고 기 잡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신임 학장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아쉽지만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나올 정도라면 잡을 수 없다. 향후에 이 일을 빌미로 얻을 것을 얻는 수밖에. 아직은 다른 쟁쟁한 교수들이나 대학원생들도 많으니 그 자리를 채우게 하면.
우우우우웅…….
그때 급하게 그에게 연락이 다가왔다.
“오. 뤼셀 교수가 아니시오. 그래. 어찌 되었소? 아아. 농담은 하지 마시오. 좀 전에 악몽 같은 농담을 받은 뒤로 내 간담이 서늘해져 있던 참이오.”
그는 이번에 걸려 온 교수의 연락을 받으며 속사포처럼 말했다.
좋은 소식을 가져와라. 빨리. 당장. 내 앞에.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죄송하오만 학장. 나 뤼셀은 현 시간부로 마탑으로 복귀하고자 하오. 내 이리 갑작스레 말한 건 죄송하오만…….
“잠깐!!! 내 농담은 그만하라 하였소이다! 뤼셀 교수!”
-장난이 아니오.
장난기라곤 1도 섞이지 않은 이 상황에 학장은 차라리 자신이 꿈이라도 꾸었으면 싶은 심정이었다.
“뤼셀 교수…… 대체 왜 이러는 게요…… 조금 전 토프스만 교수도 그러더니……”
-토프스만 교수? 그도 그리 말했소? 하면 이야기가 좀 더 쉬워지겠군. 내 당장은 사표를 쓰지 않겠소만 향후 3개월 안에 아카데미를 떠날까 하오.
안돼!!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내지르며 학장이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마차는 떠난 뒤였다.
연락이 끊어진 뤼셀 교수는 시작일 뿐이었다.
-미안하오.
“아, 제발!!”
비명을 내지르며 그는 연달아 도착하는 교수들의 연락을 받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모두가 학회에 참가했던 이들이었다.
“대체 왜 이러는 겐가!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줄줄이 사표질이냔 말일세!!”
그가 격하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처음 좋았던 기분은 이미 증발한 지 오래였고 지금은 당장, 이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그 후로도 연달아 교수들의 연락이 계속 왔다.
참가한 교수 8명 중 7명이 전원 사퇴, 혹은 휴강을 선언해버렸다.
이제는 처참한 상황에 이른 학장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우우우웅…….
대망의 마지막 교수로부터 연락이 닿았다.
“이 씨X럴것들이 설마 작당하고 나를 물 먹이는 건가? 아니고서야 이게 말이 되냐고!!”
쾅!!
그는 테이블에 있던 물건들을 집어던져 버렸다.
그들이 빠져나감으로 인해 생기는 공백을 그가 모조리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학장의 위치에서 이러한 행보는 도저히 용납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자식이. 빌어먹을 어떤 놈이 교수들에게 바람을 넣은 것이란 말인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연락용 아티펙트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리고는 선수를 치듯 말했다.
“폴튼 교수. 내 미리 말하지만 절대로 개인 연구를 한다느니 사퇴를 쓴다느니 하는 소리 마시오.”
그의 한마디에 저편에서 고요한 침묵이 돌아왔다.
빌어먹을 네놈도 그 목적이더냐!
속으로 욕지기를 뱉어낸 그가 책상을 미친 듯이 내리쳤다.
-학장님.
“폴튼 교수! 내 분명히 말하건대! 이건 계약위반이오! 어찌 이리 갑자기 대규모 교수들의 탈주가 일어난단 말인가! 이 상도덕도 없는 인간들아!!”
그의 격렬한 외침에는 더 이상 교수를 향한 예우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절박했다.
“대체…… 대체 왜! 무엇 때문에!!”
그 절박한 외침에 폴튼 교수가 조용히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제가 쌓아온 모든 것이 애들 장난이었다고 느꼈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학장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
아무리 빡센 특훈을 받아도 오랜 시간 준비해온 결과물을 분해해버리는 일은 쉽지 않다.
“어휴, 저 미친 인간들.”
“…….”
내 중얼거림에 율리스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하인스 아카데미에 소드마스터인 올만 교수, 유명하지요.”
“…….”
“그의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데이비?”
“뭔데요?”
“감자 교수입니다. 수업을 하거나 시험감독을 하거나 그 외에 대련을 할 때도 그는 감자를 절대 손에서 놓지 않아요. 그래서 붙은 별명입니다.”
“흐음…….”
“그런데 이번엔 고구마입니까? 무슨 고구마 교단인 줄 알았습니다.”
고구마로 시작해서 고구마로 끝나는 또라이들.
하인스 아카데미 마법학 교수들을 지칭하며 율리스가 그리 말했다.
“저기 샤쿤탈라에서 이적하신 벤트 교수님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샤쿤탈라 내에서도 말이 많았던 분입니다. 그래서 그가 6서클을 도달하는 건 사실상 요원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금 보면…… 6서클? 벽부터 두드리고 계시는군요.”
“그는 재능이 없는데 아닙니다. 스승을 잘못 만난 거지.”
“어쨌든. 왜 이번엔 고구마입니까. 데이비는 교수님들을 한번 소집할 때마다 그들에게 기이한 집착증세를 심어주는군요.”
의외였다. 소드마스터인 올만 교수는 확실히 재능이 남다른 젊은이였던 만큼 더욱 신경 써서 굴린 것도 사실이었다.
당연 실전 같은 교육을 받아왔고 그것밖에 가르치는 방법을 모르는 내게 있어서 그에게 상황 좋은 교육 환경 같은 것을 제공해준 적은 없었다.
그 탓일까. 그는 언제부터인가 어딘가에 몰래 숨어서 내가 그를 찾아내기 전까지 감자를 까먹는 일이 자주 늘었고, 굴림, 아니지 교육이 끝났을 땐 그가 이상하게 감자에 집착하는 광경을 목격한 바도 있다.
그래서 이번엔 마법사들이 감자에 미치지 못하게 감자 자체를 배제해버렸다.
먹을 것이야 미리 만들어둔 공간에서 알아서 찾아서 먹게 만들었는데 이번엔 고구마라…….
“음 다음부턴 고구마도 싹 빼버려야겠네요.”
“누군진 몰라도 다음에 당신에게 교육을 받을 교수님들께는 애도를 표해야겠네요.”
“무슨 이등병이 초코파이 까먹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뭡니까?”
“별거 아닙니다. 그보다 이런 소란 자체는 의도한 바지만 그리 보기 좋진 않네요. 다시 소집을 해야 하나…….”
“가급적이면 그만두세요. 데이비.”
그가 살짝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저들이 저토록 필사적이게 된 겁니까.”
애초에 교수들은 내 산하 부하가 아니기에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사표를 던져도 그만인 이들이었다.
단순히 그들에게 더욱 상위의 지식을 위해 노력하라고 한 것도 아닐 진데 그들이 저렇게 한결같이 변하고도 문제가 크게 생기지 않는데 신기한 듯 보였다.
단순히 굴리는 것과 별개로 그들은 하나같이 필사적이게 되었다.
이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수명이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있는 공간에서 1초당 그들의 생명이 줄어든다고 했지요.”
그 한마디에 율리스의 표정이 살짝 무너졌다.
“그들의 생명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아뇨. 따로 건드린 적이 없어요.”
“하지만 조금 전에 수명이……”
“인간은 어디서든 수명이 줄어듭니다. 1초에 수명이 1초씩 줄어들지요.”
내 한마디에 그가 아!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나는 수명이 얼마나 줄어든다고 정확하게 짚지도 않았다.
“자기 목숨이 걸리니까 다들 필사적이더군요.”
“예전에 당신에게 마법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습니다.
-고구마를 위하여!
고구마를 높이 들며 승리를 자축하는 또라이들을 내려다보며 율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그러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말했잖아요. 적당히는 못 가르친다고. 그래서 에반젤린의 검술도 사실 일리나가 많이 가르쳤습니다.”
“말 나왔으니 궁금한데 그 아이는 잘 지냅니까?”
그가 지나가듯 물었다.
이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누굴 닮았는지 뒤끝이 하도 강해서…….”
얼마 전 륀느와 유리아가 SOS 헬프콜을 보내온 건 기억하는데 애써 무시한 탓에 그 이후의 일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잘 지내나 봅니다.”
부모가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율리스는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피가 이어져 있지 않다곤 하지만, 제가 볼 때 그 아이는 정말 데이비의 딸이 맞는 거 같습니다.”
“착한 걸 닮기는…….”
“착한 건 잘 모르겠지만 뒤끝이 정말 긴 건 확실히 똑같네요.”
그가 웃으며 내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
이에 나는 웃는 얼굴로 손에 지옥 불을 만들어 그의 눈앞에 흔들었다.
“한번 붙자는 뜻이군요. 제가 눈치가 없었습니다.”
“데이비. 오늘 제가 돌아가지 못하면 윈리와의 약속을 못 지키게 됩니다.”
“괜찮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사람 쉽게 안 죽습니다. 율리스.”
* * *
하인스 아카데미의 마법학 교수들이 한바탕 학회에서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것은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나갔다.
하인스의 교수들은 괴물 같은 작자들이 모인다더라.
하인스로 간 교수들은 어떤 이유로 엄청난 존재가 되어서 동서남북 사방으로 포효한다더라.
하인스 아카데미에 재직하는 마법학 교수들은 고구마에 미쳐있다더라.
별의별 해괴한 소문이 도는 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학회를 마치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돌아온 교수들이 앨리스 대주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는 보고를 전해 들었다.
-이거 놔요! 이 빌어먹을 고구마 당장 버려버릴 거니까!!
잔뜩 화가 난 듯 소리치는 그녀와 그런 그녀의 치맛자락에 매달려 절규하는 마법사들의 모습은 확실히 이질적이었다.
-안 되오! 차라리 내 목숨을 거둬가시오!
-다른 건 몰라도 고구마는 절대 안 될 말씀!!
-이 인간들아! 올만 교수 꼴 나고 싶어?! 이거 놔! 당장 치워버릴 거니까!
앨리스의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었던 모양이었다.
올만 교수가 감자를 매번 들고 다니는 탓에 감자 교수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얻었는데 이제는 마법학 교수들이 단체로 돌아서 고구마에 환장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골이 울리는 모양이었다.
절규하는 그들을 내팽개치고 씩씩거리는 그녀를 향해 내가 다가갔다.
“앨리스 교수님.”
“아…….”
나를 발견하고 표정을 굳히는 그녀가 자루를 그대로 땅에 내려두고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멱살을 틀어쥐고 나를 올려다보며 으르렁거렸다.
“이봐요. 학장님.”
“예. 교수님.”
“내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왜 이런 일을 만드신 겁니까?”
그녀의 질문에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뻔뻔한 내 대답에 그녀가 하! 하며 헛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나를 노려보며 종이 한 장을 들이밀었다.
“이게 뭐인 것 같아요. 학장님.”
그녀가 내민 서류는 공식 제의서였다.
“샤쿤탈라에서 보낸 공식 제의서네요. 그게 왜요?”
“망할 인간아! 네가 저 미치광이들을 이용해서 샤쿤탈라를 아주 엎어놔서 교수들이 전부 사표 썼다고 항의 들어왔잖아!!”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비명과도 같은 기함을 내질렀다.
“그래서요?”
“뭐라고요?”
“아니. 학회에서 논문을 반박하는 건 늘인 일이고. 사표야 샤쿤탈라 내부의 일인데 그걸 왜 당신이 신경을 씁니까.”
내 물음에 그녀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개인적인 원한이 조금 있겠죠? 다만 그 일로 이렇게 교수님이 화를 낼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허…… 샤쿤탈라에서 정식으로 제의가 들어왔어요. 곧 찾아오는 만월에 교수들 간의 정식 대결을 원하는 모양입니다.”
그녀의 한마디에 마법학 교수들의 눈이 번뜩였다.
“복수…… 복수!”
“두 번째 복수의 때가 왔다!”
“고구마의 가호가 함께한다!”
그들은 그저 샤쿤탈라에 추가적으로 복수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는 듯 보였다.
“히히. 저 미친 인간들.”
옆에서 감자를 까먹고 있던 올만 교수가 낄낄거리자 앨리스가 그를 노려보았다.
“감자는 좀 꺼져요!”
“어이쿠.”
그가 과장되게 놀라며 도망치는 걸 본 앨리스가 이마를 감싸 쥐었다.
“학장님. 곧 하인스 아카데미 축제 기간이에요…… 안 그래도 미치광이 교수들이 많아서 사고가 터질까 노심초사하는데 이젠 잡몹하고 싸우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해요? 제발 일거리 좀 늘리지 마, X!! 사표 던지고 나도 나가버리고 싶으니까!”
그녀의 성격이 거침없는 건 나도 알고 있다.
그녀는 과거 성국에 있을 때부터 같은 성녀 후보였던 리나 성녀에게 머리에 꽃밖에 없는 멍청한 년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새삼스러운 것도 없었다.
이에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마디 던졌다.
“다 아카데미를 위한 겁니다. 아 혹시 프리아 여신님 접선해볼래요?”
여신 본인보다는 아바타를 잠시 데려오는 정도겠지만 아바타라곤 해도 여신의 일면이다. 그것만으로도 앨리스 대주교는 그 존재를 영접하고 싶어 했다.
가장 필요할 때조차 직접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그녀가 빛을 등져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 몰렸을 때.
직접 계시를 내려 그녀를 구해준 존재가 바로 프리아 여신이었다.
그만큼 앨리스, 그녀에게 프리아 여신이라는 존재는 갈망의 대상이며 애증의 대상이었다.
그녀에게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언급하자 그녀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진짜로요?”
“살짝 정도는 가능합니다.”
내 미소에 그녀가 고민하듯 침묵했다.
“이봐요 교수님들. 샤쿤탈라고 나발이고 잡몹 처리는 금방 알아서 처리해요. 축제 준비로 하도 바쁘니까.”
“고구마! 더 많은 고구마가 필요하다!”
“고구마의 가호가 함께 하라!”
신을 부정하고 무엇이든 의심하는 성격을 가진 마법사들이 저렇게 맹신하는 고구마는 어떤 의미로는 마법사의 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에게 샤쿤탈라라는 명문 마법 아카데미와의 대결은 단순히 축제 준비에 귀찮은 잡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