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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218화 (1,218/1,559)

제 1218화

하인스 영지에 있는 하인스 아카데미, 그곳의 교수진들에겐 대학원생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다른 의미로는 전속 제자 같은 것으로 실상 지구의 대학원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조교수 요시아 프랑소스는 최근 굉장히 저기압이었다.

“빠아…… 빠아!”

요시아의 품에 안긴 채 옹알이를 하는 다리안은 요시아의 몸에 착 달라붙은 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그런 다리안을 굉장히 귀여워했을 그녀였다.

하지만.

“요시아 양. 괜찮아요?”

에오니샤. 데이비의 막냇동생이나 다름없는 존재. 과거 리네스 바리에타가 낳은 세 번째 아이이며, 라운 왕국 반란 사건 이후 살아남은 유일한 바리에타 가문 혈통이 이어진 소녀다.

“아…… 에오니샤 님…….”

“괜찮은 거 맞아요? 고르네오 교수님께 약을 좀 처방받아볼까요?”

“괜…… 괜찮아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요시아의 눈이 퀭하게 움직였다.

“이 녀석, 다리안. 어서 이쪽으로 오렴.”

“아우!”

이미 돌도 지났고 2살이나 된 아이다.

제법 옹알이도 하고 잘 돌아다니기도 할 정도로 큰 아이지만 에오니샤가 보기에 이 녀석, 상당히 장난기가 심하다.

“꺄우!”

“그만…….”

“뭐 하는 거야! 다리안 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애원하는 요시아의 몸을 더듬던 다리안 녀석이 결국 에오니샤에게 붙들려 진압당했다.

“미안해요. 애가 너무 응석받이라…….”

“나중에 크면 여자 많이 후리겠네요.”

“정말로 그럴까 걱정이에요…….”

“하긴. 그런 일이 생기면 선생님이 이 아이의 다리몽댕이를 분질러놓지 않을까요.”

데이비는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고지식한 편이었다.

실제로 페르세르크와 결혼하기 전에도 거의 어떤 추문도 없었거니와 그 후로 일리나, 에이리아와 결혼하는 과정이 참 힘들었다.

“그만큼 책임감이 강한 거겠죠. 오라버니는.”

“선생님 많이 좋아하시나 보네요.”

“좋아해요? 음…… 솔직히 좀 사이코패스 같긴 해도…… 좋은 사람이니까요.”

그 말에 에오니샤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배다른 오라비와 함께 지내다 보니 세상에 점점 찌드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어쨌든. 교수님도 쉬라고 하시니까 푹 쉬셔요. 다리안 이 녀석! 얌전히 있어! 엄마한테 가자.”

“어…… 어마!”

엄마라는 말에 옹알옹알하는 녀석을 보며 에오니샤가 쓰게 웃었다.

“그래요. 어서 갈까요?”

“꺄아!”

다리안을 안고 나가는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요시아는 그제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퀭한 얼굴로 그녀가 달력을 바라보았다.

깔끔한 달력을 노려보던 그녀는 이내 종이를 한 장 들어 올렸고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야…….”

그녀의 표정이 팍 찡그려졌다.

“피…….”

투정을 부리는 듯한 말투였다.

“피 마시고 싶어!!!!”

결국 폭발한 그녀였다.

과거 말수가 적고 문제아라 불리던 샤쿤탈라 아카데미의 문제아이자 천재.

그녀에게서 이미 예전의 모습은 거의 보기가 힘들었다.

“로드. 그 말이 새어 나가면 좋지 않습니다.”

그때였다.

그녀의 곁으로 핏물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내 백의를 입은 한 여성의 모습으로 변했다.

“뭐야. 밀피유.”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하프 뱀파이어이자 요시아의 전속 시녀가 된 뱀파이어. 밀피유였다.

직급상으론 밀피유가 조금 더 위에 있다. 하지만 단둘이 있을 때만큼은 밀피유가 절대로 직급이 높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 언제 오신대?”

“글쎄요. 그보다 너무 많이 드시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가 금단증상이라도 오시면…….”

“선생님 피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아?!”

남의 피를 빤다는 것에 생리적 혐오를 느껴야 할 시기는 지났다.

그녀는 로드로써 자신을 자각했고, 자신을 받아들인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피 줘! 피! 피 줘어어어!”

데이비가 피를 안 주고 튀었다!

그것도 오랫동안!

그 피를 먹지 않는다고 죽는 건 아니라지만 그 맛에 중독된 요시아에게 데이비의 피는 한 번씩 찾아오는 특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때가 되면 창문까지 넘나들어 그의 팔에 이빨을 박아대지 않았던가.

밀피유는 자신에게 안겨 칭얼대는 자신의 군주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면 계약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계약?”

“네. 그가 있는 세상도 결국은 사람이 있는 곳일 테니까요. 뱀파이어라는 게 존재한다면 저희 뱀파이어를 소환하려 하는 자들 또한 있을 겁니다.”

그 말에 요시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눈은 마치 오랜 시간 보물을 찾아 헤매던 보물 사냥꾼이 보물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 때와 같은 반짝임을 머금고 있었다.

“계속해봐.”

* * *

나차의 황궁에는 여러 종류의 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황족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고급 수영장 또한 존재했다.

마나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온과 수질을 조절하는 수영장은 언뜻 보면 지구의 수영장보다 질이 더 좋아 보였다.

본래라면 황족을 제외한 그 누구도, 시종 시녀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도 했다.

“좋게 좋게 생각하자고, 너희 평생 살면서 여기 들어와 볼 일이 있을 거 같아? 황실 직속 상위 시종이나 시녀들이 와서 청소하는 곳이야. 너희는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못 들어온다고.”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나무로 만들어진 선베드에 몸을 누이고 있던 내가 말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고요한 수영장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묘하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수영장을 보고 있는 뮤린 황녀가 보였다.

3분 지났나?

“소야. 어떻든?”

첨벙!!

“얼굴이 빵빵해요. 곧 영혼이 육신에서 빠져나갈 거 같은데.”

그 말과 함께 물속에서 인어 소야가 모습을 드러내며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 악마에 씐 놈들이라 폐활량이 좋겠지.”

“그게 진짜예요?”

“나도 몰라. 악마종과 엮여봤어야 알지.”

악마종.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게 놀랍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악마종은 멸종했을 텐데.”

분명 심연의 공주가 살인범 그림을 통해 끌어낸 악마종은 마지막이었고, 그게 여기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이름만 같은 다른 종일까.

나는 선배드에 누운 채로 손가락을 튕겼다.

퍼엉!!

동시에 물속에서 구체에 갇힌 다수의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웩!! 쿨럭쿨럭…….”

“우웨엑!!”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며 괴롭게 기침을 하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 곁에 의자에 앉아 있던 뮤린 황녀가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저기…… 이렇게 잔인하게 할 필요가…….”

“내가 없었으면 저놈들이 당신을 어떻게 했을지 모릅니다. 황녀.”

다른 건 몰라도. 자기 신변을 건드리는 놈에겐 자비를 베풀지 마라.

마음 같아선 더 잔혹한 방법도 존재하겠지만 나는 애써 그런 방법들을 버렸다.

자칫 다시 기이한 마인드에 물들 수도 있거니와 뮤린 황녀가 직접 보고 있으니 그녀에게 격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생각보다 질기네. 신성력에도 어느 정도 저항이 있고. 이상한데.”

잠시 고민하던 나는 녀석들에게 신력을 쏟아 넣었다.

“끄아아아아아악!!!”

파괴의 의지가 서린 신력은 순식간에 한 놈의 육신을 불태워 재도 남기지 않고 지워버렸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뮤린 황녀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결심을 굳혔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놈들을 응시했다.

그래야지.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이보다 더한 것도 봤어…….”

말은 그리 하지만 표정이 좋진 않았다.

그럴 수밖에 지금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를 습격한 이들 중 일부는 엄연히 그녀를 따르던 기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건 구분해야 했다.

이들은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 그럼 다음 놈으로 가자고.”

내가 시선을 돌리자 다음 타겟이 된 자는 잔뜩 독이 오른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우리는 절대 네놈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한번 굴복한 놈들이 뭐가 잘났다고.”

녀석들은 생각 이상으로 단호했다. 이에 뮤린 황녀가 조심스레 말해왔다.

“쉽게 말할 거 같진 않네요. 저들은 기사단원으로서 혹독한 훈련을 겸했던 자들이에요. 어지간해선 입을 열지 않겠죠.”

언제부터 저들이 인간 이외의 무언가가 되었는지. 아직 알아낸 게 하나도 없었다.

“하. 네놈이 아무리 나를 고문해봐도 절대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외침에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 한 시녀가 조심스레 수영장 내부로 들어왔고 뮤린 황녀에게 귓속말로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

“뭐라? 정말이야?”

“예. 저하.”

“…….”

복잡한 표정을 지은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

“예.”

“저는 잠시 자리를 비울 테니 그동안 저들을 감시해 줄 수 있나요?”

“그러시죠.”

내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가 시녀를 대동한 채 밖으로 나갔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바보 같은 인어 소야와 황녀를 노렸던 악마의 피가 섞인 놈들.

마지막으로 내가 전부였다.

“하. 이거 곤란하네.”

내가 피식 웃자 그들의 얼굴에 비웃음이 어렸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절대 네놈이 알아내고 싶은 것은…….”

“아니지. 지금 니들이 해야 할 말은 그게 아니지.”

“뭐?”

“황녀가 떠났잖아. 그녀를 필사적으로 잡았어야지.”

선베드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을 물 밖으로 완전히 빼냈다.

“무…… 무슨 소리지?”

“별거 없어. 애가 보고 있는데 잔인한 짓을 할 순 없으니까 손대중을 두고 있었다고.”

콰득!!

그 말과 함께 내가 발로 한 사내의 손을 밟아 으깨버렸다.

“끄아아아악!!!”

쉿.

하지만 그들의 비명은 얼마 가지 못했다.

내가 조용히 하라는 재스쳐를 취하자마자 흘러나온 검은 사령 마나가 그의 비명을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장담할게.”

미소를 짓던 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고문이라는 게 참 잔인한 행위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10분 후에 니들은 목숨을 구걸하게 될 거다.”

* * *

조사에서 돌아온 레이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표정이 왜 그래.”

“그게…… 중요한 물건이 부서져 버려서요.”

레이나는 품 안에서 부러진 검 하나를 꺼냈다.

직업병인지 그녀가 내민 검을 받아들기가 무섭게 내 눈이 게슴츠레 뜨여졌다.

“뭐야 이 쓰레기는.”

“그래도 성검인데요.”

“성검? 장난해?”

절로 감탄이 나오는 몰골에 혹시 잘못 보았나 싶어 더욱 꼼꼼하게 살펴본다.

“고칠 수 있나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검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래서. 황제 위치는 찾았어?”

“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리저리 검을 유심히 보면서 내가 말했다.

“어떻게 하긴 슬슬 마무리 지어야지. 안 그래도 내 내면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픈데 황제 때문에 더 시간을 끄는 건 멍청한 짓이야.”

“그럼…….”

“너랑 나 베헤모스 셋이서 간다. 소야는 돌려보낼 거야.”

“아마 집행관 측에서 한 명 정도 붙을 거예요.”

“편한 대로 하라고 그래.”

뮤린 황녀는 어째서인지 계속 내가 이곳에 있는 걸 바라는 눈치를 보였지만 일 전부를 레이나에게 떠넘길 생각은 없었다.

언제든 말하지만 막타를 빼앗기는 바보짓은 사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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