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78화 (1,478/1,559)

제 1478화

“너무 예쁘다.”

혼의 창조, 아니 혼의 탄생.

비화는 감탄을 가감 없이 토해내며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눈을 반짝였다.

“세상에 우리 동생 너무 예뻐…….”

“처음 보십니까? 혼의 탄생. 수천 년에 걸쳐 극소수로 만들어지는 일부의 혼을.”

“뭐 지는 많이 본 것처럼 이야기하네. 야. 넌 내가 흡수하다 흘린 신력에 깔려 죽어 임마.”

“훗. 저는 선대의 기억이 있습니다. 선배님은 없지 않습니까.”

“뒤져.”

퍼억!!

그대로 넬타리드를 걷어찬 비화는 다시금 황홀한 얼굴로 새로이 탄생하는 너무도 새하얗고 순수한 영혼을 바라보았다.

“기적이겠지 저건.”

“인간들의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렇다고 해도 선배님 동생의 영혼은 일반적인 영혼보다 더 맑고 깨끗합니다.”

본디 영혼이란 생명이 죽으면 윤회의 강에서 업을 청산하고 궤도를 타고 새로이 환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혼은 그 혼이 존재했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곤 하지만 가끔. 아주 극히 드물게 수천 년 단위로 새로운 영혼이 태어나곤 한다.

“제일 마지막으로 새로운 혼이 태어난 건 3천 년 정도 전입니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달라?”

“예, 본래 새로 태어나는 혼의 수는 어림잡아 수백에서 수천 정도지만…….”

이번에 새로이 태어난 혼은 단 하나.

본래라면 이렇게 적은 수로 태어나면 안 되지만 최근 영혼의 수가 더 태어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세계의 법칙이 최소한으로 고정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혼은 일리나의 뱃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와…… 우리 동생 능력도 좋네.”

세계단위의 막내 영혼이다. 아마 굉장한 사랑을 받는 혼이 되리라.

프리아 여신이 괜히 가서 알리지 말라 하여 이곳에 붙잡혀있었지만, 처음엔 비화도 불만이 많았다. 아이가 있었다면 그냥 가서 이야기해주면 될 텐데 굳이 숨기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으니까.

“그럼 저렇게 새로 태어난 혼은 뭐 특별한 힘이 있는 건가?”

“별 차이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가능성 자체는 열려있겠죠.”

“흐음…….”

건방진 후배 놈의 말에 비화는 심드렁하게 탄성을 흘렸다.

“아. 그런데. 너무 절묘하지 않냐?”

“절묘하단 말씀은?”

“엄마가 저 타이밍에 입덧을 해서 하필 들킨 거.”

“잘된 거 아닙니까. 보아하니 조금 무리한 계획 같았는데 그의 혼에 상처가 갔을지도 모릅니다.”

“아빠 구해준 거야? 아유 귀여운 것.”

* * *

방금까지 엉엉 울며 흐느끼던 일리나는 데이비의 한마디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잠시만.”

데이비는 곧바로 일리나의 배 위에 손을 올렸고 신력을 흩뿌렸다.

하지만 일리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육신은 데이비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다.

시공격검을 익히며 혼의 격이 올라가고 육체를 환골탈태하였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방어가 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즉. 다른 모종의 힘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게 바로 전에 생명의 파장을 보낸 아이가 품고 있는 힘이건 외부의 힘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확신할 수 없었던 막내의 존재가 확인되었다는 사실뿐이다.

“데이비.”

뒤이어 페르세르크가 다가와 물었다.

“방금 뭘 본 게야?”

“아이. 생명의 파장.”

“그 말은…….”

“그래. 아무래도 우리는 헛짓거리를 한 거 같다.”

아이는 있었다. 굳이 고민할 필요도 일리나가 이렇게 슬퍼할 이유도 없었다는 뜻이었다.

“신기한 케이스네. 의술이나 마법을 배우면서 여러 경우를 봤지만 이런 케이스는 또 처음이야.”

“데이비.”

그때 굳어있던 일리나가 데이비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도저히 차원까지 베어 가르는 강자의 손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안쓰럽게 떨리고 있었다.

“이 안에…… 우리 막내…… 우리 소원이 있는 거야?”

“아마 높은 확률로 있을 거야.”

“확정…… 은 아니야?”

“거의 확정에 가깝지만, 함부로 속단할 순 없지.”

다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일리나는 그대로 데이비의 품에 파고들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안도감, 그리고 놀라게 한 것에 대한 불만. 여러 감정이 뒤섞여 그녀를 결국 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데이비는 말없이 다독여줄 뿐이었다.

* * *

일리나의 임신 소식으로 인해 영지의 분위기는 한층 더 밝아졌다.

알게 모르게 걱정하던 이들도 일이 잘 해결되니 그 분위기가 전염되는 모양이었다.

영주성의 시종들이나 시녀들 또한 그런 분위기를 나쁘게 여기는 이는 없었다.

“아. 발로 찼어.”

“아니. 발로 찰 시기는 아니라니까.”

“이히히히…….”

뭐가 그리 좋은지 해맑게 웃는 그녀는 전날 그렇게 서럽게 울던 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데이비. 우리 막내가 피아노 듣고 싶다는데.”

“네가 듣고 싶은 게 아니고?”

“그래서, 안 해줄 거야?”

요망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그녀는 아주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이용할 생각으로 가득한 듯 보였다.

“그리고 우리 애가 와플이 먹고 싶다는데.”

“사 올게.”

“헤헤.”

간혹 보이는 저 뻔뻔한 요구는 일리나가 최고점인 듯 보였다.

에이리아와 페르세르크도 마찬가지로 한창 아이를 품고 있을 때 여러 가지를 요구하긴 했지만, 일리나의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제 엄마의 감정 기복을 마구잡이로 흔들 정도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구해줄게.”

“진짜지?”

“그래.”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는 듯하더니 옅게 웃었다.

“참다랑어가 먹고 싶어. 지구문화 중에 오마카세라고 있지?”

일리나의 말에 한쪽에 쭈욱 늘어져 세상 팔자 좋게 잠을 청하던 엔젤캣 참다랑어 녀석이 흠칫 놀라더니 초고속 비상점프를 하며 물러났다.

샤아아악!!

짧은 하악질.

녀석은 일리나가 자신을 먹어치우려 한다고 착각했는지 슬금슬금 물러났다.

“음? 참다랑어, 왜 그래.”

샤아아악!!!!

재차 하악질을 하며 경계하던 녀석을 보며 일리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 설마 내가 참다랑어를 먹고 싶다고 한 거 때문에…….”

하아악!!

또다시 하악질을 하더니 급기야 녀석은 날개를 펄럭이며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아하하하하!!”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일리나가 꺄르륵 웃으며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잡아줄 거지?”

“그래. 실한 놈으로 잡아서 회 쳐줄게.”

데이비는 곧바로 미식연구회를 소집했다.

“지구의 참다랑어 말씀이시죠? 흐음…….”

“데이비 님. 원하는 정보는 이곳에 있다고 보고.”

륀느가 한쪽에 놓인 커다란 서랍에서 서류뭉치를 꺼내와 펼쳤다.

그건 지구의 대양 지도였는데 여기저기 체크와 코멘트가 달려있었다.

“이건 또 언제 조사한 건데.”

“해명, 베헤모스와 소야의 도움으로 조사한 결과. 이곳의 참다랑어가 현재 시기로썬 가장 실하다고 평가.”

륀느가 가리킨 곳은 평소 참다랑어가 발견되지 않는 지역이었다.

“이곳??”

“아. 맞아요. 본래라면 이곳에 참다랑어는 없지만 무슨 이유인지 특수한 시기에 이곳을 지나가는 참다랑어 무리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다만 이곳에 찾아오는 녀석들이 해수 온도의 변화로 내부에 변화를 일으켜서 엄청 맛이 좋아요.”

“너희는 이미 먹어본 것 같은데? 이런 걸 니들끼리만 먹었냐?”

그 물음에 유리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수중용 아티펙트와 작살용 창을 챙기며 배시시 웃는다.

“독이 있는지 먼저 먹어본 게 아닐까요?”

“아주 입만 열면 구라가 자동으로 나와.”

“끼야아악!”

유리아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스산하게 말하자 그녀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럼 가자. 우리 마님이 참다랑어를 산채로 회 쳐서 먹고 싶다고 하신다.”

* * *

에반젤린은 오랜만에 야방을 하고 있었다.

야방이라고 하기엔 그 스케일이 남다른 그녀였던 만큼 그녀는 현재 카메라를 들고 빠르게 바다를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바람 소리는 괜찮아요?”

-어떻게 저속도로 날아가는데 바람 소리 하나 안 들리냐 ㅋㅋㅋㅋ

-미친 거 아님?ㅋㅋㅋ

바람 장막으로 미친 듯이 날아드는 바람을 막고 있는 탓인지 방송 사운드는 에반젤린의 목소리만이 선명하게 들린다.

“사실 그냥 빨리 지나가고 싶지만, 이 근해가 참 예쁜 편이에요. 저거 봐요. 신기하죠?”

-오…… 여기 저런 게 있었음?

-뭔데 저게?

카메라에 비친 것은 해수면의 색이 일정 경계를 기준으로 완전히 다른 지역이었다.

“이게 뭔지 알아요?”

-해수 온도가 달라서 저렇게 경계가 생긴다고 들었음. 가끔 저런 지역이 있는데, 이렇게 보니까 신기하긴 하네.

-아 해외여행 다 갔네. 별거 없구만.

“그래 봐야 직접 가봐야 그 풍미가 있는 거죠. 솔직히 집안에 처박혀서 방송만 보는데 이런 감상을 알겠어? 푸훕.”

-못된 년.

-광역딜 멈춰…….

-스플래시 댐 실화냐…….

비명을 지르는 시청자들을 뒤로한 채 그녀는 목적지인 무인도를 향해 빠르게 날았다.

오늘의 콘셉트는 아름다운 섬을 잡고 그곳의 그림을 그리거나 리퀘스트를 받는 콘텐츠였기 때문이었다.

-??저기 뭐임?

그때 시청자 중 하나가 의문을 표하자 에반젤린이 잠시 허공에 멈춰섰다.

“뭐가요?”

-아니 저쪽에. 저거 사람 아님?

이에 에반젤린도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

-사람???

-사람이 왜 저기서 허우적대고 있음?

의문이 가득한 채팅들이 올라온다.

-아니 그보다 저걸 어떻게 발견한거임 ㅋㅋㅋㅋ

-개 신기하네 ㅋㅋㅋ

이에 에반젤린도 놀란 얼굴로 그곳을 향해 날아갔다.

이 망망대해에 대체 사람이 왜 있는 것일까.

물론, 사람이 분명하다면 일단 구하고 볼 일이었다. 지금 여기서 그녀가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저 허우적대는 사람을 구해줄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조금만 기다려요!”

포탄처럼 빠르게 날아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오는 부유형 카메라가 모든 광경을 찍는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에반젤린과 방대한 수의 시청자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아…… 헬프미. 헬프미 륀느가 도움을 요청.

무표정한 얼굴. 전혀 다급해 보이지 않는 어조.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륀느였다.

대체 이 또x이 골렘이 여기서 뭐 하는 것일까.

에반젤린은 문득 이걸 무시하고 지나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륀느는 영지에서도 악명높은 미식연구회의 기둥.

그렇기에 그녀가 하는 모든 행위에는 사실상 미식연구회가 엮여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배신의 아이콘, 또x이 집합소.

이미 에반젤린도 수차례 배신을 당해본 경험을 미루어볼 때. 이건 절대 엮여선 안 될 수작질이 분명하다.

“저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에반젤린은 황급히 몸을 돌렸다.

평소라면 어지간해선 그녀의 의견을 맞춰주는 시청자들이지만 그들의 근본은 재미를 쫓는 사람들.

당연히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어? 지금 물에 빠진 사람을 무시해?

-이거 맞아?

-논란. 스트리머 에반젤린,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을 보고 무시. 위키에 등록.

“아니 이 인간들아! 저 싸이코들이랑 엮여서 좋을 게 없다니까?! 저게 누가 봐서 사람이 빠진 꼴이에요! 흉내 내고 있는 거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륀느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그저 허우적댈 뿐이다.

“아아…… 륀느. 곧 빠져 죽을 것으로 예측. 이것을 륀느가 낮게 평가아아…….”

한없이 평온하기 그지없는 어조였다.

급기야 채팅창이 나락으로 도배되기 시작한다. 해외에서 방송을 보고 있는 이들 또한 신명 나게 [ X( ) 아이콘을 띄우며 시위에 동참했다.

결국, 패배를 선언한 것은 에반젤린이었다.

“아오! 하면 되잖아 하면!”

이에 그녀가 빠르게 날아가 륀느에게 손을 뻗었다.

“륀느. 여기서 뭐 해요. 내 손 잡아.”

이에 한참을 허우적거리던 륀느의 나른한 눈이 에반젤린을 시야에 담았고 이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리고는 잠시 후 다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아. 륀느가 빠져 죽는 것을 낮게 평가…….”

“아오. 진짜 귀찮게 하네!”

급기야 에반젤린은 손을 뻗어 륀느를 낚아 올리려던 순간.

텁!

묵직한 소리와 함께 륀느의 몸이 에반젤린의 손에 닿기 전에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뽀그르르륵! 거리는 소리가 거품이 되어 올라온다.

“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긋하게 허우적대던 륀느가 무언가에 의해 끌려가 버리자 에반젤린이 놀란 얼굴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

-방금 뭐임?

당황하기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에반젤린이 다급히 물속으로 뛰어들려던 찰나였다.

“미끼 물었어요!”

동시에 어디 있었는지 갑자기 바람의 정령을 타고 나타난 유리아의 외침이 들려온다.

“어?”

그리고. 뒤이어 허공을 밟으며 나타난 데이비가 씨익 웃으며 말한다.

“새끼들 몇 시간이고 고생시킨 보람이 있었네.”

한 손에 거대한 작살을 들고 웃고 있는 데이비를 보며 에반젤린이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본다.

“아빠? 여기서…… 뭐해요?”

“뭐하긴. 낚시 중이잖아.”

“나…… 낚시요?”

“그래. 여기 슈퍼 엘리펀트 참다랑어가 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슈…… 슈 뭐요?”

-???이 해역에 참다랑어 없을 텐데?

-아니 미식연구회랑 티오니스 성자는 볼 때마다 기괴한 짓 하고 있네 ㅋㅋㅋ 볼 때마다 개 유쾌한 가족이다. 진짜 ㅋㅋ

-현직 해양 생물 박사입니다만…… 그 지역에 참다랑어는 없고. 미끼로 사람을 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말에 에반젤린이 시청자들을 대신해서 물었다.

“아빠. 여기 참다랑어가 다니지 않는 해역이라는데요? 사람 무는 참다랑어는 또 처음 듣네.”

“그렇지. 일반적으론 그렇지.”

데이비가 작살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여기 심해에 아주 큰 참다랑어가 있거든.”

“그…… 그게 슈퍼 엘리펀트 참다랑어예요?”

“우리 딸 눈치 빠르네.”

륀느가 바닷속으로 끌려들어 간 상황 속에서도 너무도 여유롭기 그지없는 광경이다.

“그게 륀느가 미끼로 끌려간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아가씨. 잘 숨어다니는 놈을 찾으려면 번거로우니까 녀석을 미끼로 낚는 거죠. 푸훕. 아가씨 보기보다 허당 끼가 있으시네요.”

“아니, 이 싸이코야…….”

할 말을 잃고 어이없어하는 에반젤린이었다.

-슈퍼 엘리펀트 참다랑어? 생전 처음 듣도 보도 못한 어종입니다.

-그런 게 세상에 어딨냐. 멍청이도 아니고 ㅋㅋㅋ

당연히 시청자들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스스…….

해수면 아래로 거대한 물고기의 그림자들이 원을 그리며 나타나기 시작하자 채팅창이 얼어붙는다.

-어?

-엥?

그리고.

퍼어어엉!!!!

바닷속에서 십여 미터는 될법한 초거대 참다랑어 한 마리가 입에 륀느를 문 채 튀어 오른다.

륀느는 양다리와 손으로 녀석의 입이 닫히지 않게 붙잡고 있었다.

“떴네요! 드디어 잡았어요. 이 새끼!”

“저 새끼 묶어!”

그 말과 함께 거대한 빛이 터져 나오며 정령들이 허공에 떠오른 초거대 참다랑어를 휘감는다.

당연히 놈은 온몸을 비틀어 빠져나가려 했지만…….

데이비가 파고드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푸콱!!!!

마치 거대한 쇠갈고리로 냉동 참다랑어들을 걸어놓듯 찔러넣자 대량의 피와 함께 녀석이 퍼덕거리며 온몸을 비틀어댔다.

-??? 참다랑어 큰 건 알았는데 저건 대체 뭐임?

-아니 미친. 저런 게 이 바다 아래에 있었다고?

-학계 논문들 몇 개나 엎어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저게 말이 됨? 크기 왜 저래.

얼이 빠진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반젤린은 이내 추욱 늘어진 거대한 참다랑어와 그런 참다랑어를 작살로 뚫고 있는 데이비를 향해 물었다.

“아빠…… 그거 뭐에요?”

“뭐긴. 슈퍼 엘리펀트 참다랑어지.”

“아니…… 여러분 이런 거 알아요?”

-해양생물학 박사 38년 차입니다. 단언컨대 이런 거 본 적 없습니다.

-몬스터 아님?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참다랑어 사이즈가 아닌데?

-록프사 해양생물학 연구소 직원입니다. 혹시 그 신기한 생명체를 팔 생각 없으십니까.

-ㅋㅋㅋㅋㅋ 살면서 저런 건 또 처음 보네 ㅋㅋㅋ

-미식연구회랑 엮이면 죄다 레전드여 무슨 ㅋㅋ

당연히 그들의 시끄러운 채팅을 보며 에반젤린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이름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몰라요?”

-몰라 그런 거. 대체 누가 지은 이름인데.

-살면서 저런 사이즈의 참다랑어가 있다는 말은 생전 처음 들음.

-그 이름 지은 학자가 누군지 물어봐 주세요.

이에 묻는다.

“아빠. 그 이름을 지은 건 누군데요?”

그 말에 데이비는 잠시 고민하다 빙그레 웃었다.

“아빠가 지었어.”

그럼 그렇지.

지금 데이비는 지구에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물고기를 냅다 찾아서 잡아버린 것이다.

-미친 집안…….

-돌았넼ㅋㅋㅋㅋㅋㅋ

-기존의 해양 생물 메커니즘을 완전히 무시하는 생명체입니다. 부디 연구할 수 있게…….

“안돼 이 양반들아. 이거 우리 와이프 몸보신용이야.”

데이비는 심드렁하게 쳐내며 대답했다.

하지만 뭔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 대신 이건 드릴게.”

그리고는 참다랑어의 배 부분에 달라붙어 있는 기묘한 생명체를 떼어냈다.

-미친!

-고대 기생종 아님?

-그게 먼데 이 덕후들아…….

-제발 알아듣게 설명 좀.

-정보, 방금 티오니스 성자가 건네준 생명체는 화석으로나 발견되는 수억 년 전에 멸종한 기생물고기. 살아있는 게 발견된 건 인류 역사상 처음.

-미친 ㅋㅋ 뉴스 뜨겠네 ㅋㅋㅋ

해양 생물에 빠삭한 이들의 정보 공유로 한창 시끄러워지자 데이비는 기생 물고기를 에반젤린에게 내밀었다.

“에린아. 받아갈래?”

“으…… 징그러워.”

이에 에반젤린은 기묘한 빨판이 꾸물거리는 물고기를 질색하며 물에 던져버렸다.

-미…… 미친! 그걸 왜 버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징그러운 걸 어떻게 해요! 난 해양 연구 방송하는 게 아니라 방송하는 그림쟁이라고!”

당황하여 소리치는 그녀의 말에 채팅창이 한창 타올랐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말했다.

-이러다가 레비아탄이나 메갈로돈도 있다고 말하겠네.

그 채팅에 에반젤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메갈로돈은 있는 거 아니었어요?”

-???

-무슨 소리야…….

-메갈로돈이 왜 살아있어 이 시대에…….

“아니 전에 메갈로돈 대여섯 마리 바닷가에 늘어놓고 자랑하던데 소야 언니가…… 직접 쥐어팼다면서.”

당연히 허언을 한다고 사람들이 그녀를 깠지만 억울한 것은 그냥 못 넘어가는 에반젤린이었다.

“아빠! 메갈로돈!”

이에 데이비는 아공간 속에 손을 밀어 넣더니 잠시 휘적거렸다.

그리고는 거대한 무언가를 슬쩍 꺼냈다.

죽었는지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 크기는 일반적인 것과는 완전히 달랐고 몸의 비대함 또한 완전히 달랐다.

컴퓨터가 복원한 메갈로돈의 형태와는 조금 다른 점이 많지만 한눈에 봐도 이건 메갈로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정도였다.

“이거?”

“맞아요. 그거! 거봐 이 인간들아! 왜 내 말을 안 믿어!”

-????

-이왜진?

-미친…….

이윽고 거대한 참다랑어를 유심히 보던 데이비가 입을 열었다.

“에린아. 혹시 방송 보는 사람 몇 명이야?”

그 물음에 에반젤린은 허공에 띄워둔 태블릿을 확인했고 대답했다.

“15만이요.”

“거기 혹시 참다랑어 손질할 수 있는 일식 요리사 있는 지점 물어봐 줄래?”

“네? 왜요?”

“직접 보니까 아빠가 회 치다간 재료 다 날려 먹을 거 같아서.”

데이비의 말에 대체 어디 숨어있었는지 일부 요리사로 추정되는 시청자들이 미친 듯이 채팅과 도네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나나나나나!!

-내가 함! 내가 함!!

-미친 저런 거 손댈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참음

-미슐랭 쓰리스타 자격 있는 쉐프입니다. 혹시 거기 지원할 수 있습니까?

대체 저런 대단한 인간들이 왜 여기 있는 건데.

의아해하던 에반젤린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있긴 있는 거 같네요.”

“잘됐다. 대가는 충분히 치를 테니…….”

-아니 됐고. 대가고 뭐고 해줄 테니 그거 내가 칼질하게 해줘!!

-미친 저 광택 봐. 역대 최고급 식재다 진짜.

세상은 넓고 생각보다 또x이는 많았다.

결국, 거대한 참다랑어를 포획한 일은 뉴스까지 번져나갔다.

“그런데 그거 어디서 손질하게요?”

“글쎄. 어디 일식집이나 호텔이라도 빌려야 하나.”

-우리 호텔을 이용해주세요. 그 정도 양이면 한두 사람이 먹어서 될 양이 아닌듯합니다.

“에린아. 네 시청자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

애초에 매니저 중 하나가 석유왕 자라 불리던 알하자드가 아니던가.

물론 자신의 일이 바빠 최근엔 비서 안토니오에게 일을 떠넘기고 있지만, 에반젤린의 방송 사이즈는 생각 이상으로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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