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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79화 (1,479/1,559)

제 1479화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발견된 사례가 없는 고대 생명이 몇 종이나 발견된 소문이 빨리 퍼져나간 탓일까.

무인도의 바닷가에 초거대 참다랑어를 늘어뜨린 채 보존마법을 걸고 있는 나를 보던 에반젤린이 질문을 던져왔다.

“아빠. 지금 채팅창 난리 났는데요?”

“채팅창?”

“네.”

“넌 방송하는 애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당연히 난리 나지, 그 사람들은 네 방송을 보러온 거지. 이런 고리타분한 낚시나 보러온 게 아니야.”

내 대답에 에반젤린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리고는 투덜거리며 태블릿을 내게 던졌다.

“직접 보던가요.”

이에 채팅창과 화면을 출력해주는 태블릿을 보자 불타오르는 채팅창이 보인다.

-아, 아니!! 그걸 그렇게 땡볕에 늘어놓으면…….

-세상에 식재료가…… 저걸 저렇게 망친다고?

-제발…… 제발.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속에 담가서 상태 보존 좀…….

당황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아니. 이 양반들아, 에린이 그림방송 보러와서 무슨 아저씨 낚시하는 걸 구경하고 있어. 빨리 당신네들 방장 꼬드겨서 원래 콘텐츠나 즐겨.”

-응, 지금 이게 더 꿀잼.

-카악 퉤. 아저씨요? 님이 아저씨면 우리는 뭐 할머니 할아버진가.

“애 아빠로 잔뼈 굵었으면 아저씨지. 옆집 아저씨 모릅니까?”

-정보, 자신을 옆집 아저씨라 칭하는 저 미친놈은 실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존재다.

-아니 그보다 저 귀한 거 다 마른다!!! 바닷가 햇볕이 얼마나 뜨거운데…….

“아 그건 걱정 마시고.”

손끝으로 참다랑어의 푸른 살을 스윽 쓸어내리자 미끈거리며 손가락이 쓸려 내려갔다.

“생명력을 넣어서 보존 중이니까.”

-???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임?

-아니 성자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말들이 많어~

이에 에반젤린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내 등짝을 찰싹찰싹 때렸다.

“아빠, 그냥 설명해줘요.”

“아. 그럴까?”

“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손짓을 하자 바닷물이 한 움큼 방울지며 떠올랐다.

“생명력을 강제로 밀어 넣어서 현 상태가 변질되지 않게 틀어막는 건데…… 이게 참 설명이 복잡하니까 패스하겠습니다. 시청자분들도 여기 놀러 온 거지 수업이나 들으러 온 건 아니잖아요?”

내 대답에 채팅창 일부가 미친 듯이 타올랐다.

-아니 제발 가르쳐주세요.

-아니 미친ㅋㅋㅋ 그런 보존마법이 가능하면 불로불사가 가능한 거 아님?ㅋㅋㅋㅋㅋ

-내용 알고 나니까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

물론 기본적인 보존마법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황을 둔화시키는 것일 뿐이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생명력을 방대하게 굴리는 특수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지만 이 마법사라는 족속들에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띠링!

후구어트 마법학교 마탑주 님께서 5,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부탁이니까 제발 원리라도 알려주세요.

후구어트라면 유럽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마법계 각성자들의 탑이라고 알고 있다.

흔히 티오니스에 있는 마탑같은 케이스로, 현재 지구에도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했다.

“아이고, 후구어트 마법학교 마탑주 님 500만 원 감사합니다. 에린아. 이거 아빠가 벌었으니까 리액션하고 아빠가 받아도 돼?”

“그러시던가요.”

“그럼 리액션 들어갑시다.”

그 말과 함께 카메라를 바다 저편으로 돌린 뒤 손을 뻗었다.

-?? 또 뭘 하려고…….

-미친.

“흐읍!”

동시에 내 손에서 방대한 마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내 바다가 폭발하듯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어냈다.

척 보기에도 아름다워 보이는 얼음의 조각상이 이내 내 손끝을 타고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허이짜!”

콰직!! 파창!!!!!

동시에 대량의 마나가 응축되며 순간적으로 하늘의 색이 변하는가 싶더니 얼음의 산이 일순간 엄청난 수의 빛으로 분해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야말로 극한의 마나 낭비.

-미친…… 진짜 살면서 저렇게 낭비 심하고 말도 안 되는 마법은 또 처음 보네…….

-아니 저게 돼? 만화나 영화에서나 볼법한데?

-마법사들이 영화나 만화를 찾네 ㅋㅋㅋㅋㅋ

-아니 미친놈아 그만큼 비현실적이라고 ㅋㅋ

당연히 황당한 리액션에 어이없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걸로 부족한가? 륀느야 리액션이 부족하시단다. 신명 나게 판 좀 만들어봐라.”

그말에 륀느의 눈동자가 푸른색으로 빛났다.

“명령 인수.”

동시에 그녀의 등 뒤로 새하얀 빛을 머금은 세 쌍의 날개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륀느의 의지에 따라 엄청난 수의 입자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

-클럽이세요?

-미쳤냐 진짜 ㅋㅋㅋㅋ

륀느는 입자를 빛으로 굳혔다가 퍼뜨리는 식으로 무슨 클럽의 조명처럼 번쩍거리게 만들었고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모를 힙한 음악을 송출해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춤 진짜 ㅋㅋ

그리고는 작디작은 몸으로 기묘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자. 리액션은 여기까지. 그래도 우리 딸 방송이라 이 이상 내가 붙잡고 있을 순 없겠네요.”

-아니 계속하라고 ㅋㅋㅋㅋ

-미친 진짜 스케일 돌았ㅋㅋ

-lol

-lol

분위기가 나빠 보이진 않는다.

그동안 유리아는 참다랑어의 몸 안에 있는 기생충들을 정령을 이용해 제거해냈다.

-근데 티오니스 성자 질문 있음.

“뭡니까?”

-왜 요새 방송 안 함?

그 한마디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지구에 잠깐 왔을 때 방송을 좀 하긴 했었고 그 후로도 간간이 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아직도 채널 구독 중인데.

-이거 맞아?

-나.

-락.

-나.

-락.

띠링!

사수자리 님께서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성자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사자자리 님께서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초심 잃었네 쯧쯧.

“사수자리. 사자자리. 뒤지고 싶냐?”

한 손에 거대한 에너지를 뭉쳐 유형화시키며 스산하게 웃어 보이자 다시 도네가 왔다.

-사수자리 님께서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충성충성.

사자자리 놈도 마찬가지였다.

-악질 두 명 컷 ㅋㅋㅋㅋ

“내가 방송을 안 하는 이유라…… 별거 없네요. 애 아빠가 돼서 요즘 바쁘거든. 여러분들 그거 압니까? 우리 와이프가 이번에 막내를 임신했어요. 그래서 우리 마님이 참다랑어 회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잡으러 온 건데.”

또 자식 사랑이 지극한 아빠로서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딸임? 아들임?

“그건 알아서 뭐하게.”

-딸이면 우리 백씨 가문의 3대 독자와 이어질 자격이…….

“넌 나가라.”

바로 밴을 먹여버린 데이비는 앗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에린이 방송인데 너무 내가 나댔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나 딸이나ㅋㅋ 하는 짓이 똑같네 ㅋㅋㅋ

-진짜 개 노빠꾸 게스트 ㅋㅋㅋㅋㅋ

-누가 부녀지간 아니랄까 봐 ㅋㅋ

-아니 그 와중에 겁도 없나 ㅋㅋㅋㅋ 백씨가문 삼대독자 뭔데 ㅋㅋㅋ

-선 넘으면 밴이야 밴!

-아이 아빠한테 맞아 죽을 소리지 저건 ㅋㅋㅋㅋ

해외의 시청자들은 이해를 못 한 듯하여 적당히 설명해주고 태블릿을 에반젤린에게 떠넘겼다.

“에린아. 적당히 처리하고 호텔로 갈 거니까 너도 적당히 놀고 들어와.”

이에 에반젤린은 잠시 고민하는듯하더니 말했다.

“여러분. 우리 그림방송이잖아. 그러니까 이런 것도 그림이 되지 않을까?”

그러더니 공간 주머니에서 순식간에 캔버스를 포함한 것들을 꺼냈다.

그리고는 모래사장에서 자리를 깔았다.

“그래도 그냥 그리면 고리타분하니까 조금 어레인지를 할게요.”

-어레인지?

“대왕…… 뭐였지 저거 이름이?”

에반젤린이 뜸을 들이자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슈퍼 엘리펀트 참다랑어 ㅋㅋㅋ

-이름 참 대충 지었다 진짜 ㅋㅋㅋ

-코끼리 의문의 1패 ㅋㅋ

“어쨌든. 이번 컨셉은 인간에게 잡힌 슈퍼 엘리펀트 참다랑어의…….”

잠시 말을 끊은 에반젤린이 물감을 짙게 찍은 붓을 들었다.

밑그림 따윈 없는 과감한 행동이었다.

“의인화.”

에반젤린의 손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내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참다랑어의 손질을 마친 데이비는 에반젤린의 그림이 궁금해져 그녀의 뒤편으로 다가갔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바닷가에 추욱 늘어진 거대한 참다랑어…… 아니 참다랑어의 몸에 사람의 스타킹을 신은 예쁜 다리가 달린 기괴한 그림이 보인다.

그리고 울먹거리는 슈퍼 엘리펀트 참다랑어의 앞에서 긴 회칼을 들고 스산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과 눈을 번뜩이는 미식연구회 일원들의 모습도 그려져 있다.

문제는 그런 괴이한 그림인데도 퀄리티가 너무 좋은 탓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가 돌아왔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이걸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인어? 아니 인어라고 하기엔 사람의 다리가 달린 거대한 물고기가 아닌가.

어인? 이것도 어감이 이상하기 그지없다.

혼란과 공포가 몰려온다.

끔찍한 심연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네 친모가 심연의 공주화했다고 네가 그러면 안 되지.

“……에린아. 이게 뭔…….”

-아니ㅋㅋㅋ 다리 뭐냐고ㅋㅋㅋ

-개킹받네 ㅋㅋㅋ

-아 내 눈 ;;

-미쳤냐 방장 진짜 ㅋㅋㅋ

-그 순수하던 방장 어디 갔냐…….

-그 와중에 티오니스 성자도 벙찐 거 보소 ㅋㅋㅋㅋ

-아빠도 이해할 수 없는 딸의 타락 ㅋㅋㅋㅋ

“니들이지? 니들이 우리 딸 이렇게 만든 거지, 어?!”

-그걸 왜 우리한테ㅋㅋㅋ

-우리 방장한데 뭐라 그러지 마라!

에반젤린 올 라운.

용사를 꿈꾸며 순수하기 그지없던 에반젤린은 너무 짧은 시간 안에 타락해버렸다.

* * *

결과적으로 보면 슈퍼 엘리펀트 참다랑어를 요리해줄 요리사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에린의 방송을 통해 이일을 알고 있는 몇몇 일식 전문 쉐프들, 그리고 손님으로 초대된 알하자드의 전속 일식 요리사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이 거대한 참다랑어의 손질에 관심을 보인 이들을 죄다 실어나른 덕에 거대한 참다랑어의 해체 쇼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그 장소 또한 에린의 방송을 보던 고급호텔의 관리자가 장소를 협찬하면서 광고효과를 크게 누린 것도 한몫했다.

그들 또한 광고효과와 일부 대량의 고기를 획득한 것으로 만족하는 시선이었다.

당연 한 명 한 명 고용하는 데에 엄청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이 거대 참다랑어의 맛을 한번 보고는 일부분을 잘라 가는 것을 대가로 무상으로 요리해주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당연 이런저런 잡음도 많았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신기한 점은 이 거대 참다랑어는 륀느와 유리아의 보고서에 적힌 대로 상상 이상의 맛을 자랑했다. 보통오징어와 달리 대왕오징어가 질기고 맛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독특하기 그지없었다.

듣기로는 더 맛을 내기 위해 유리아가 특수한 재료를 썼다곤 하는데 그 말인즉 이것들은 벌써 이 거대한 참 다랑어를 한번 회 처먹었다는 뜻이 된다.

당연히 도움을 주기로 한 쉐프들 또한 그 특수한 재료를 사용한 고기의 부드러움과 맛에 반한 것이기에 유리아는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의 일부를 건네주었다.

재료를 알아내고 싶으면 알아내 보라는 오만함이 깃들어있는 행동이지만 자신감만큼은 대단했다.

과거 차에 환장하던 이 또x이 엘프는 이미 세계정상급 요리사도 놀랄 정도의 요리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모든 게 맛있고 건강에 좋은 것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생겨난 것이라니 놀라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드셔보시지요.”

“세상에……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에요. 정말 맛이 좋네요. 정말 고마워요.”

“하하. 저는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맛이 좋다고 해주시니 기쁘기 그지없군요.”

일리나는 냅킨으로 입가를 꼼꼼하게 닦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리나를 제외하고도 이 무식하게 거대한 초거대 참다랑어를 먹어본 이들의 입에서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대단합니다. 많은 미식을 먹어봤지만 이번 건 정말 기억에 남겠군요.”

“잘 먹었으니 다행입니다.”

일이 있어서 한창 바빴어야 할 알하자드가 느긋한 얼굴로 시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알하자드. 바쁜 거 아니었습니까?”

“안토니오에게 맡겼습니다. 이런 기회가 잘 없는데 친구의 초대를 거절할 수야 있겠습니까.”

“허어…….”

“설마 안 부르려고 했습니까?”

“그럴 리가요.”

“아하하하. 한데…… 호텔 밖에 소란스럽던데…….”

“참다랑어 말고 고대 생물이나 메갈로돈 때문에 모여든 거겠죠.”

기자든 학자든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야기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다가 축구 구단 하나 만들게 생겼네요.”

“하하. 구단 지원은 내가 해주면 되는 겁니까? 적어도 성자의 자식들이니 대회나 시즌은 다 휩쓸고 다닐 테니 구단의 가치가…….”

“하하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가끔 알하자드가 하는 말은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하던 사업은 잘 되어 갑니까?”

“e스포츠 쪽은 뭐.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실력이 좋은 젊은이들이 많으니까요. 다만 승부 조작 의혹이 한번 터진 적이 있어서 골머리가 아프네요.”

“골 때리네요.”

“예상은 했던 바입니다. 어차피 반쯤은 취미로 시작한 사업이니 빡빡한 스케쥴을 굴리면 쓰겠습니까.”

“그거 세상 사람들이 알면 참 허탈해하겠네요.”

알하자드 정도 되면 공식적인 방문 한 번조차 언론을 들썩이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던가.

“참. 데이비, 그거 압니까?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들이 통화를 하는 걸 뭐라고 부르는지.”

“그냥 무전 아닙니까?”

“아닙니다. 공중전화라고 합니다. 하하. 한국에 재밌는 개그라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어디 가서 그런 거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에반젤린의 비틀림의 근본이 여기 있었구나.

다시금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이게 세계 최고의 부자라 불리는 존재라니.

어이가 없어서 그를 보고 있자 젓가락으로 한입 가볍게 덜어 먹은 그가 다시금 물었다.

“데이비. 묻고 싶은 게 또 있습니다.”

“뭡니까?”

“이번에 태어날 막내는…… 데이비의 자식 중에 유일하게 인간족입니까?”

그 말에 나는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초단이와 청단이 홍단이는 검령. 비화는 여신. 다리안은 수인족. 에반젤린은 고대룡. 아벨은 혼혈 마족.

생각해보니 막내가 유일한 인간종이 아닌가.

내가 그동안 생각지 않았던 사실을 깨닫고 탄성을 흘렸다.

하지만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내 어깨에 앉아있던 페르세르크가 조용히 말했다.

“데이비. 그대는 이제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은가.”

“어? 그렇게 되나?”

그렇게 잠시 고민하고 있던 찰나.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 한쪽에서 륀느가 천천히 고개를 쏙 내밀더니 어디서 꺼낸 건지 모를 금화 주머니를 올렸다.

“륀느, 막내의 종족이 인간이다에 이 돈 모두를 걸 것을 높게 평가.”

“너 임마 지금 막내 가지고 도박질 하냐?”

“쫄리면 물러나면 된다고 보고.”

“반신족 이 새끼야. 받고 두 개 더. 넌 뒤졌어.”

아공간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똑같이 더 얹자 어깨에 앉아있던 페르세르크가 내 뺨을 작디작은 속으로 콱! 하고 찔러버렸다.

“잘하는 짓이로구나.”

“쫄려?”

“본녀도 인간이다에 걸지. 그대가 신체화가 가능한 존재라고 해도 콕 집어 설명하기엔 애매한 존재가 되어버렸음이니.”

거봐 똑같은 주제에.

그때였다.

쿠당탕!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 * *

같은 시각. 프리아 여신의 공간인 신의 영역.

그곳에서도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쾅!!!

사람 몸만큼 거대한 자루를 내려놓은 여성.

연한 보랏빛 머리칼을 늘어뜨린 아름다운 여성이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레 말했다.

“막내는 반신족이에요. 쫄리면 뒤져주세요.”

데스 로드 로 아이아스는 생각보다 빠꾸가 없는 성격이었다.

“받고 올인. 인간이다.”

그리고, 뻔뻔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검신 하레스가 받아친다.

“내 후손님의 피가 자존심이 좀 강해.”

“자존심으로 해결될 문제인가? 나도 반신족. 다만 피가 조금 옅을 거야. 쿼터 정도로 걸게.”

초대 성녀 다프네의 참전을 시작으로 영웅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신들의 판돈을 던졌다.

“받고 이만큼 더! 다 들어와!”

개판 오 분 전의 광경을 차가운 얼굴로 바라보던 마법사 오딘이 비웃음을 던진다.

“저 멍청한 것들, 위험부담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걸 왜 모를까.”

오딘의 옆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래서. 인간? 반신족?”

그 물음에 프리아 여신은 조용히 오딘을 직시했다. 그 시선에는 그것을 왜 알고 싶냐는 듯한 감정이 묻어나는 듯했다.

“정답 알 테니까 가서 싹 쓸어와야죠.”

그말에 여신은 오딘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고 오딘은 결국 씩씩거리며 소리 질렀다.

“누굴 애 취급해! 데이비 이 새끼를 태워버려야겠어!”

애꿎은 데이비를 향한 분노를 토해내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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