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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40화 (1,539/1,559)

제 1540화

이클립스는 맹목적으로 비화를 공격한다.

반대로 나머지는 공격은커녕 혹여 공격의 여파가 닿으려 하면 보호해주는 기행을 보였다.

저건 정말 적일까. 아니 대체 왜 갑자기 내게서 비화에게로 타깃을 돌린 것일까.

애초에 이공간에서 비화의 힘이 폭주했을 때 그녀를 구해준 건 이클립스였을 텐데.

지금의 행동은 과거의 일 같은 걸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마치 시스템처럼 말이다.

“으왁!!”

순식간에 비화가 펼친 장막을 부서뜨려버리며 파고드는 그 충격 때문에 그녀는 결국 손에 쥐고 있던 붉은 보석을 놓치고 말았다.

“앗! 보석이?!”

깜짝 놀란 비화가 소리치기가 무섭게 이실디가 바닥을 박차며 허공으로 튀어 오른 보석을 낚아챈 뒤 미끄러지듯 거리를 벌렸다.

“내가 잡았…… 으아아아악!!!”

호쾌하게 소리친 그녀였지만 이내 이클립스의 서슬 퍼런 보랏빛 눈동자에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도망 다녔다.

강력한 심연의 공주였다곤 하지만 이클립스는 논외의 대상이다.

순식간에 타깃을 돌려 이실디를 맹렬하게 공격하자 이실디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이게 진짜!! 갑자기 나한테 왜 이래!!”

급기야 열이 뻗친 그녀가 자신의 검을 들어 반격하려 하지만.

“오 미친…….”

이클립스의 기세에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붉은 보석을 베르단데에게 던졌다.

“망할 보석이 내 힘도 먹고 있잖아!! 야! 이거 네가 가지고 있어!!”

급기야 이실디는 힘을 빨아 먹는 붉은 보석의 존재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상황에 이르렀고 보석을 멍하니 있던 베르단데에게 던졌다.

휙!!

그러자 이클립스의 시선이 그녀가 던진 보석을 향한다.

파아앙!!!

순식간에 이실디를 개무시하고 보석을 낚아채려는 듯 손을 뻗는 그녀였다.

휘리릭!!

하지만 베르단데가 자신의 힘을 이용해 보석을 먼저 낚아챘다.

“어머니. 저에요! 베르단데라고요!”

베르단데는 양팔을 벌린 채 이클립스를 맞이했다.

“야! 너 미쳤어?! 뭐 하는 짓이야!”

“어머니는 딸인 내가…… 으악!!”

별 헛소리를 하던 베르단데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어휴…… 저 등신…….”

이실디가 혀를 쯧쯧 찼다. 냉철한 성격인 베르단데가 한 것치곤 굉장히 미련한 판단이었기에 나로서도 도저히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베르단데는 손에 넣은 붉은 보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장막으로 바꾸어 이클립스의 진격을 막았다.

“어머니! 제발 정신 차리세요!!”

쾅!! 쾅!!

일격마다 그녀의 장막이 부서져 나간다.

“힘 조절을 하는 건가? 진짜였으면 한방에 다 깨졌을 텐데.”

“지금 그게 중요해요?!”

비화가 당황한 듯 소리치며 달려들어 이클립스를 저지하려 했다.

처음엔 나. 그 후엔 비화. 이실디 베르단데 순으로. 이클립스에겐 어떤 대화도 통하지 않았다.

오직 돌려달라는 말만 할 뿐.

처음엔 그녀가 돌려달라고 하는 게 에반젤린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이클립스는.

아니 이클립스의 탈을 쓴 저 생명체도 아닌 무언가는 블랙 슬라임 검둥이가 변한 붉은 보석을 원하고 있다.

“앗!!”

그와 동시에 이실디와 비화를 모두 떨쳐낸 이클립스가 우악스럽게 베르단데의 손에 쥐어진 보석을 빼앗듯 낚아챘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거리를 벌리며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

“망할 빼앗겼어…….”

“붉은 보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공격해. 나머지는 공격하지 않고.”

“대체 무슨 상황이…….”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이클립스는 소중하게 붉은 보석을 쓸어내리다 눈을 감고 무언가를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 보석이 빛을 내뿜으며 진동하고 떠오르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않아 붉은 보석에 막대한 에너지가 모여들더니 이내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

우리는 그저 그걸 지켜만 보았다.

이후 이클립스는 조용히 눈을 뜨더니 우리를 바라본다.

서늘한 시선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베르단데의 몸에 난 상처들을 보는 순간 그녀가 일순간 사라졌다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어…… 어머니?”

이클립스는 말없이 베르단데에게 손을 뻗었고, 따스한 기운을 일으켜 그녀를 치료해준 뒤 다시 사라져버렸다.

“와…… 망할. 대체 뭔 상황이냐 이건.”

얻은 거라곤 그리 많지 않은 첫 탐사였다.

* * *

“에헤헤! 기분 째진다!”

가차 10연차 만에 최상위 캐릭터 3개를 뽑아버리는 기행을 자랑하는 에반젤린.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붉은 보석이 보인다.

“여러분들, 나 오랜만에 운이 엄청 좋아진 기분이야. 검둥이가 살아있을 땐 익숙했는데. 없으니까 그 소중함을 알겠는 거 있죠.”

-저게 맞나…….

-유착 관계 해명해…….

-정보, 회사도 어이가 없어서 불법프로그램을 의심했으나 아무 흔적도 없다.

그리고, 에반젤린의 방송을 태블릿으로 보던 비화가 중얼거렸다.

“아빠…… 이거…….”

“그게 보낸 게 틀림없네.”

이클립스의 손에서 사라진 보석은 에반젤린의 곁에 와있었다.

이클립스가 보낸 것인가. 아니면, 이클립스가 무언가 하려 했는데 붉은 보석이 이곳으로 빠져나온 것일까.

어느 쪽이든 명확하진 않지만, 가능성만 놓고 보면 전자 쪽이 맞았다.

그렇다면, 이클립스가 노린 것은 붉은 보석. 그녀는 오로지 붉은 보석을 되돌려받으려 했고, 돌려받자마자 그걸 에반젤린에게 보냈다는 뜻이다.

저 붉은 보석이 에반젤린에게 해를 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되면 경계를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이클립스가 에반젤린을 이용해서 무언가 수작을 부리려는 걸까요?”

“……확실하진 않지.”

“그럼…… 저걸 에린이 곁에 두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네요.”

“우선 네가 저걸 회수해.”

“또요?”

“이렇게 된 상황에서 명확하지도 않은데 저걸 에린이 곁에 두는 건 너무 위험하다.”

이클립스가 무슨 생각인 건지. 정말 이클립스가 맞는 건지 둘째치고, 에반젤린은 이 일과 엮여서 좋을 게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정말로 이클립스가 저걸 에반젤린에게 보낸 거라면 말이에요.”

“음?”

“그동안 아빠나 저나 저 보석을 가지고 있을 땐 아무런 문제가 없었잖아요. 그럼…… 저희 가설도 틀린 게 아닐까요? 이클립스가 보낸 게 아니라. 이클립스가 자기 할 일을 끝내고 보석을 놓아주니까 보석이 에반젤린에게 돌아간 거죠. 생명이 없다곤 해도 저거. 지 혼자 돌아다니는 기묘한 존재잖아요.”

“……내가 직접 감시해야겠네.”

내 말에 비화는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비화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반젤린의 방송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어라? 언니?”

“방송 중이야?”

“응. 무슨 일이야?”

“어…… 그게 말이야. 에린아.”

잠시 뜸을 들이자 에반젤린이 해맑게 웃었다.

“맞다. 이거 돌아왔어. 언니가 보내준 거야?”

파악!!

보석을 꺼내 보이는 에린의 말에 비화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낚아챘다.

“어?”

-???

-???

채팅창에서도 물음표가 마구잡이로 떠오른다.

“미안.”

스팡!!

그 후 비화가 사라져버리자 에반젤린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

“아니 또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뺏겼죠?ㅋㅋㅋ

-이제 방장 운 나락이죠?ㅋㅋㅋㅋ

-아니 똑같은 방법으로 두 번을 털리냐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저 재미있어서 웃고 있지만 보는 입장에선 마냥 웃을 순 없었다.

그 후에도 그 공허의 공간에 찾아가 봤지만, 이클립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생명력이 전혀 없는 것들이라 관리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었다.

그렇게 비화는 붉은 보석을 회수해왔고 그것을 적당히 봉인 결계에 넣어둔 채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클립스가 정말 보석에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라면, 짧은 시간 안에 이상이 감지될 테니까.

다만 결계 속에 갇힌 붉은 보석은 뭔가 빠져나가려는 것처럼 계속해서 에너지의 방출을 보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 외에도 비화에게 이실디와 베르단데를 붙여주고 이클립스가 있던 그 공간을 감시하게 하거나 페르세르크에게 부탁해 에반젤린의 레어에서 며칠간 머무르며 그녀를 지켜보게 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하인스에서도 떨어진 인적이 드문 사막 지역으로 누군가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역이기도 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을까.

더 이상 지켜보는 게 의미가 없다고 여겨질 즈음.

사고가 발생했다.

“보고드립니다.”

“뭔데.”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하인스 그림자 부대의 수장인 다크 엘프, 아이나가 건네준 영상 저장 아티펙트를 가동시키자 심상찮은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대륙 끝의 산맥 일부입니다.

“사막화…….”

“네. 일대 전체가 한순간에 사막화해버렸습니다.”

이런 미친 짓이 가능한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예상을 입증하듯 넓게 변해버린 사막의 중앙에 보랏빛과 붉은빛이 섞인 고딕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멍한 얼굴로 서 있는 게 보였다.

“이클립스…….”

그녀가 그 공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나? 왜 그동안 그러지 않았지? 아니 애초에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클립스가 찾는 건 붉은 보석이 분명하고. 그녀는 어떤 대가를 과감하게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이 있는 공간을 빠져나와 이곳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 광기 하나만큼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저희로선 대처가 불가능합니다.”

“괜히 나서지 마. 휘말리면 답 없으니까.”

나는 붉은 보석을 품 안에 챙긴 뒤 메가로드리아를 불러냈다.

[계약자. 무슨 일이지?]

“동쪽으로 간다. 이클립스가 나타났어.”

[이클…… 뭐라고?]

메가로드리아의 얼굴에 보기 드물게 당혹스러운 감정이 묻어났다.

“이클립스.”

[그 존재는 죽은 게 아니었나?]

“맞아. 죽었어. 이클립스의 껍질을 쓴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녀가 생전에 사용하던 힘의 상당수를 사용하는 건 분명해.

[빌어먹을 재수가 옴 붙었군.]

“쫄았어?”

[빌어먹을 계약자! 그 괴물을 보고 쫄지 않는 놈은 몇 되지 않을 거다!]

메가로드리아의 심정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셰인의 계약이 끊어지고 모종의 이유로 약해져 있던 세 환수왕은 울드에게 제압당해 심연에 잠식된 전례도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셋 모두가 동시에 당한 게 아닌 하나하나 당했고, 잠식당한 동료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도 한몫하겠지만. 환수왕들에게 있어서 심연의 공주. 그것도 최상위 심연의 공주는 껄끄러운 존재였다.

그럼에도 녀석은 도망치지 않고 나를 태웠다.

순식간에 창공을 가로질러 도착한 그곳은 거대한 운동장 십여 개 정도 되는 부지가 사막화되어있는 현장이었다.

뭘 찾고 있는 건지 그녀는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다만 그런 그녀도 내가 나타나기가 무섭게 보랏빛 안광을 일렁이며 말한다.

“돌려줘.”

“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뭘 돌려달라고. 이거?”

내가 붉은 보석을 꺼내 보여주자 그녀의 눈동자가 보석으로 향한다.

괜한 장난기가 샘솟아 보석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마치 처음 보는 장난감에 눈길을 빼앗긴 아이처럼 그녀의 시선이 보석을 따라 계속해서 움직였다.

“맞았나 보네. 그 공간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혹시 네 상태가 엉망인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억지로 나온 페널티?”

“돌려줘!!!”

하지만 그녀의 인내심이 폭발하는 데엔 많은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달려드는 그녀의 힘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느낀 것처럼 약해져 있었다.

그 힘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 건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힘을 수급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그녀는 본래 이곳으로 나올 수 없으나 억지로 나왔고, 급기야 저 꼴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상했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다가 왜 이제 와서?

정말로 붉은 보석을 다른 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문제를 삼을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랬어야지.

‘설마. 비화가 그녀와 접촉했기 때문에?’

우리가 그녀와 접촉함으로써 그녀가 관측되었기 때문에? 뭐 그런 복잡한 생각이 오가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중요한 건 지금의 이클립스는 이 보석이 나나 다른 이들에게 쥐어져 있는걸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점점 약해지고 있네.”

사막화를 일으킬 정도로 강한 힘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약해져 있었다.

초단이를 휘두르며 이클립스의 공격을 죄다 상쇄시키고 거리를 벌리자 그녀인 보랏빛 안광이 더욱 서슬 퍼렇게 번뜩였다.

그때였다.

내 손에 있던 붉은 보석이 마구잡이로 날뛰기 시작하더니 주변에 퍼져나간 막대한 힘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어어?”

이렇게 저돌적으로 힘을 빨아들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나는 급히 보석을 회수하여 아공간에 처박아 넣으려 했다.

하지만 이클립스의 힘이 갑자기 강해지더니 그대로 내게 육탄돌격을 시도해왔고.

터어엉!!

자신이 상처 입는 것도 무시한 채 내 손에 있던 붉은 보석을 회수했다.

“야이 멍청아!!!!”

당연히 그녀를 노리던 신력의 창들이 고스란히 그녀의 몸으로 날아든다.

하지만 빼앗는 것에 집중하고 있던 참이었는지 힘이 부족했는지 이클립스는 보석을 낚아채 내게서 벗어날 뿐, 제대로 된 대처는 하지 못했고. 결국 신력의 창에 온몸을 꿰뚫려 버렸다.

“끄륵…… 끅…….”

고통스러운 듯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면서도 그녀는 비틀비틀 일어났다.

그리곤 품 안에 있는 보석을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또 이런다.

보석을 손에 넣자마자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시한다.

그녀는 생명체가 아닌 맹목적인 목적을 지닌 기계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뒤늦게 힘의 충돌을 눈치챈 비화가 이실디와 베르단데를 데리고 이곳에 나타났다.

“아빠! 헛?!”

그리고 온몸에 창을 꿰뚫린 이클립스를 보며 놀란 얼굴로 나를 본다.

“아빠?”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보석을 회수하자마자 다른 건 관심 없다는 듯 몸으로 받아냈다.”

이클립스는 망가진 육신을 이끌고 내게서 등을 돌렸다.

전처럼 보석에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몸에 부상이 극심해서인지 아니면 힘이 부족한 건지 그녀는 전처럼 보석을 어디론가 보내려다 실패한 듯 피를 울컥 토해냈다.

“대체 그녀가 하려는 게 뭐죠?”

“내가 알겠냐.”

딱히 악한 행동을 꾸미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이클립스가 저렇게 필사적인 모습은 정말로 보기 힘든 장면이기도 했다.

그렇게 휘청거리며 무언가를 하려던 그녀는 본래 하려던 게 안된다고 느꼈는지 필사적으로 힘을 끌어내려 했다.

이전처럼 보석에 무언가를 하여 사라지게 하는 게 안되는 모양이었다.

“…….”

비화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이거…… 우리가 나쁜 것들이 된 기분인데요…….”

“…….”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 찰나.

이클립스의 등 뒤로 빛으로 된 날개가 뻗어져 나가더니 이내 날아오른다.

그리고는 마치 도망치듯 우리에게서 허겁지겁 등을 보이고 공간 너머로 사라졌다.

“야! 쫓아!”

“저거 놓치면 안 돼!”

이에 깜짝 놀란 우리는 곧바로 그녀를 뒤쫓기 시작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차원의 틈.

강제로 틈을 잡아 벌린 그녀는 어디론가 정처 없이 날아갔다.

그녀를 잡기 위해 힘을 사용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에 부상이 생기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어디론가 날아갈 뿐이었다.

어째서일까.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저런 행동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으니까.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마치…… 새와 같았다.

이후 그녀는 어딘가를 발견한 듯 강제로 몸통박치기를 하며 공간을 찢어발겼다.

무슨 이유인지 그녀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신력의 창의 상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다 뽑아버렸고, 상처도 아물었으니까.

아마 지금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는 듯 보였다.

그녀는 휘청휘청 걸어 공간 너머로 사라졌고 우리도 늦기 전에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모두 굳은 얼굴로 시야에 비친 것을 담았다.

“…….”

레어에 있는 해안가. 그곳에 놓인 선베드에 누워 곤히 잠들어있는 에반젤린.

곤히 잠든 에반젤린을 확인한 이클립스는 휘청거리고 피를 토하면서도 천천히 다가갔다.

아주 조심스럽게 말이다.

이후 에반젤린을 보던 이클립스는 천천히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잠든 에반젤린의 품 안에 붉은 보석을 놓아준 이클립스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피를 울컥 토해냈다.

그리고.

스르르륵…….

마치 녹아내리듯 그대로 사라졌다.

“아빠…….”

“저거 그냥 에린이에게 줘라.”

이제야 확신이 섰다.

이클립스의 탈을 쓴 저 잔재인지 뭔지 모를 그것은 모종의 이유로 에반젤린의 손에 붉은 보석을 쥐여주려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 만났을 때도 보석을 회수해 에반젤린에게 보냈고, 이번에는 보석을 회수한 채 시간을 지속하자 직접 나와 그것을 다시 빼앗아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제대로 확인하려면 다시 에반젤린에게서 그걸 회수해야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감정, 생명력 하나 느껴지지 않던.

단순히 돌려달라고만 외치던 인형과도 다를 바 없는 이클립스가. 에반젤린의 곁에 보석을 내려놓았을 때.

에반젤린을 보던 그녀의 눈빛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어머니인 레니 알리샤드가 죽기 전 내게 보내주던 시선과 같았으니까.

아이를 보는 어머니의 눈이었다.

그렇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보석이 대체 뭐길래. 죽었을 이클립스가 나타났고, 그녀가 저렇게까지 되어가면서 에반젤린의 손에 쥐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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