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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71화 (170/216)

171화. 영화

브록스는 결국 23시 32분. 화요일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슬프지 않을 거라고, 이미 다짐했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물먹은 한지마냥 쉽게 찢겨 떨어졌다.

옆에 함께 있었던 메디슨은 제임스와 브록스의 관계를 모르고 그냥 팬과 스타의 관계라고만 알고 있었다.

물론 그건 메디슨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브록스와 제임스의 관계는 메디슨의 생각대로였다.

다만, 제임스한테 다가오는 브록스의 이미지는 조금 특별했다.

조금 특별한 팬.

그 조금이라는 관계가 더욱 애매하기에 제임스는 브록스의 죽음에 슬퍼할 뿐 무엇조차 하지 못했다.

조금만 더 가까웠던 관계라면, 조금만 더 친근한 관계였다면 오히려 마음 놓고 울어 젖힐 수 있겠지만 그조차도 아니었다.

제임스도 스스로의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한심하기까지 한 모습이었지만 제임스는 울지 않았다.

먹먹한 가슴을 느끼면서도 제임스는 자신의 마지막 성장을 완성하고, 브록스를 인도하기 위해 울지 않았다.

“내일..... 영화 보러 갈 거야?”

“......”

누나의 말에 나는 침묵했다.

메디슨 또한 지금 이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시사회에서 영화를 봐야 했던 제임스는 영화가 개봉되고도 보질 못했다.

어느 작가나 원하던 작품의 영화화를 제임스는 첫 개봉 때도, 시사회 때도 놓친 것이다.

그렇기에 내일 있을 영화 관람을 놓치면 제임스는 자신의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영화화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제임스 작가가 영화를 보고 SNS나 혹은 Live 방송에 소감을 남겨야 그로서 이 영화는 무사히 완성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어째서 아직까지 제임스 작가의 감상 후기가 없느냐며 SNS나 팬카페에 댓글이 치솟고 있었다.

가장 큰 건 그들이 블루스타게이트하고 제임스 작가와의 불화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야지. 예약을 취소할 순 없잖아.”

명장 마그누스의 작품이자 원작이 제임스 작가의 소설이라 그런지, 예매권이 불티나게 팔렸다.

작가 특권으로 화요일에 영화를 볼 수 있게 예약을 해놨는데 갑자기 취소할 수는 없었다.

“영화 보고 장례식도 가야지......”

제임스는 브록스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

흥행 수익 1억 달러.

제임스가 제시한 조건이었다.

다만, 이에 대해 딱히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자신의 위상을 모르고 있었다 보니, 1억 달러라는 기준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미 박스오피스 흥행 수익 1위가 ‘현 시세 기준’으로 18억 달러 정도였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인기 많았던 히어로 영화의 종결 게임이 흥행 수익이 9억 달러인 걸 보면, 1억 달러도 무시 못 할 금액인 것이다.

해외 흥행 수익을 포함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제임스는 오직 북미 박스오피스만을 이야기해놨다.

‘충분히 가능한데......’

블루스타게이트의 대표 한스는 영화가 개봉되면 그날은 며칠 동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체지방률 0%로 만드는데 그 이유는 루틴이었다.

영화가 성공하길 바라는 루틴 같은 것이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안함 때문이기도 했다.

적자가 나는 걸 생각하기 싫기에 미친 듯이 운동해서 생각을 비우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번 [사막의 전갈] 영화화에 쓴 제작비는 총 6,000만 달러.

CG 작업을 추구하지 않는 마그누스 감독님이기도 했고, [사막의 전갈]은 추격신이 대부분이기에 많은 비용이 필요로 하지 않았다.

-철컹!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던 한스는 들고 있던 바벨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옆에서 물병을 들고 서 있던 비서가 수건을 내밀었다.

“고맙네.”

“별말씀을...... 근데 오늘은 그리 운동에 집중이 안 되시는 것 같습니다?”

수건으로 얼굴 전체를 닦던 한스의 손이 멈추었다.

“......티가 났나?”

“예. 평소에는 무리하실 정도로 운동하시지 않습니까? 오늘은 약간 설렁설렁하는 느낌이 납니다.”

운동하느라 땀을 흥건하게 흘린 한스를 보고도 설렁설렁하게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비서밖에 없을 것이다.

평소에 영화가 개봉되면 얼마나 자신한테 혹독하게 구는지 알고 있기에 비서는 의아해했다.

“딱히 망할 거라 생각하진 않으니까.”

첫날 수익을 보자마자 한스는 안심했다.

어제 월요일 하루 수익이 1,300만 달러였다.

이는 인기 있는 시리즈 영화나 가능한 수익이었지만 제임스 작가의 팬덤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였다.

“그럼 어째서...... 운동을 하러 오신 겁니까? 혹시 제임스 작가님이 아직 SNS에 글을 홍보하지 않아서입니까?”

한스는 그 말에 딱히 답하지 않았다.

긍정이었기 때문이다.

“한 주 정도는 작가님의 팬덤으로 인해 영화 수익이 나올 거란 말이지...... 하지만, 한 주가 끝이 나면 본격적인 영화 평론이 들어갈 걸세.”

물론 지금도 각각의 시선에서 평론이 들어갈 테지만, 본격적으로 한 주 정도가 지나면 평론가들이 평론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그때부터 영화의 가치가 변할 것이다.

“또 2편도 있지.”

1억 달러는 한스나 비서가 생각해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북미 한정이다 보니 살짝 아슬아슬할 것 같기는 하지만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충분하리라.

그럼 2편도 맡을 텐데, 그 2편의 내용을 정하는 건 이번 영화를 본 제임스 작가였다.

“현재 제임스 작가님은 별말 없으시네,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지도 않았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이지.....”

그 점이 불안했다.

수많은 평론가들이 평론보다도 이 소설의 원작자가 재밌다고 하는 걸 듣고 싶었다.

그래야 마음 놓고 운동을 편히 할 수 있을 텐데......

-띠링!

그렇게 다시 운동을 하려고 바벨에 손을 가져다 댈 때, 비서의 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비서는 뭔가 하고 핸드폰을 들어 올려 알림 내용을 확인했다.

“제임스 작가님이 SNS에 글을 올리셨습니다.”

“.....줘봐.”

한스는 긴장된 얼굴로 비서한테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후우.....”

잠깐 심호흡을 한 한스는 이내 조금 망설이는가 싶더니 핸드폰 화면을 슬쩍 바라봤다.

『제임스 권(Dragon one)

【사진】

제 첫 영화 [사막의 전갈]을 관람하기 위해 영화관에 도착했습니다.

영화관을 오랜만에 방문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것저것 음식을 구매하게 되었네요.

마그누스 감독님과 블루스타게이트라는 거대한 제작사가 만든 작품이다 보니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굳이 영화에 대한 품평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품평하지 않아도 완벽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애매했다.

평론을 기대했으나 그런 내용은 일절 올리지 않겠다고 못을 박아놓았다.

“작가님한테 무슨 일 있으신가? 평소와는 달리 글이 좀 진중한 느낌인데?”

“음..... 확실히 그렇군요.”

항상 신나있던 글씨체와 다르게 오늘은 약간 진중한 느낌이 들었다.

신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이번 휴식기에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일까?

유쾌해 보려고 노력은 해보는 것 같지만 평소와 다른 모습에 댓글의 변화도 많았다.

“알아볼까요?”

“흠..... 그러는 게 좋겠지. 금방 알아 올 수 있나?”

“일단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그래.”

한스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비서는 밖으로 나가 제임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봤다.

알아보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임스의 행적을 조사하면 오래 걸리다 보니 그냥 메디슨한테 전화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 것이다.

영화에 들어가기 직전이었기 때문인지 메디슨은 비서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고, 예상대로 메디슨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비서는 메디슨한테 제임스 작가의 심경 변화를 물어보았고, 잠시 주춤거리던 메디슨은 이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메디슨과 전화한 이후로도 한 시간 정도 정보를 조사한 비서는 한스의 개인 헬스장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까앙

이번에는 하체를 조지느라 레그 프레스를 하고 있던 한스는 운동을 하며 비서한테 말했다.

“금방 알아 왔네?”

“예. 누님분한테 연락을 들였는데 말씀해주시더군요.”

미션 그룹과는 다르게 블루스타게이트는 메디슨이 제임스의 누나임을 알고 있었다.

“후욱..... 후욱..... 무슨 일인데?”

“그거 마저 하시고 들으시죠?”

“조금만... 후욱. 기다리게.”

잠시 후 20개를 마저 채운 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말하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임스 작가님과 조금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던 소년이 죽었다고 합니다.”

“......!”

입으로 커피가 들어간 텀블러를 가져가던 한스는 비서의 말에 팔을 멈추었다.

비서는 한스의 모습에 계속 입을 열었다.

“휴식기가 끝나자마자 사망했다고 합니다. 올리비아님이 후원하는 병원에 있던 아이인데......”

“병원?”

“예. 소아암이라고 하더군요. 만났을 때부터 가망이 없던 상태였다고 합니다.”

“......음.”

그냥 가벼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브록스라고 하더군요. 집안 자체가 가난하다 보니 여러 후원을 받으며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암이라..... 여러 약물로 실험하다가 몸이 더 안 좋아지기도 하니까..... 흐음.”

어쩌면 작가로서 가장 심경의 변화가 클 수 있었다.

이럴 때 심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글 쓰는 인생을 그만두는 작가들도 많았기에, 현재 제임스 작가한테 크나큰 갈림길이 나왔으리라 생각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회사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후원금 정도겠군요. 그것도 아니면 영화 할인 정도입니다.”

“음......”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임스 작가의 팬으로서, 그리고 더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한스로선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한스는 비서한테 말했다.

“뭐가 좋을까?”

“음...... 가장 좋은 건 역시 돈이겠죠. 알고 보니 부모님 쪽이 아이를 살리겠다고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왔다고 합니다. 거기에 장례식 비용까지 추가되었다고 하니 아마 힘들 겁니다.”

“그럼 이렇게 하자. SNS에 영화 관람을 하면 그 비용의 일부를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한테 기부하는 걸로 말이야. 그리고 거기에 블루스타게이트와 브록스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거지.”

“흠..... 그중 일부는 브록스한테 가겠군요.”

“맞아. 브록스의 이름을 빌렸다고 하면서 슬쩍 돈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좋은 방법입니다. 그럼 SNS에 바로 올리겠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제작사 차원에서 영화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광고비도 들고, 거기에 영화제작비도 상당히 들다 보니, 손해를 보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만 했다.

하지만 한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임스 작가님의 심경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상관없어. 그리고 좋은 일에 쓰는 거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자고.”

“예에......”

이때까지만 해도 비서는 몰랐다.

지금 말한 이 결단이 어느 결과를 가지고 올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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