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10화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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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쉬운 일이 없구만."
나는 최강자의 퀘스트를 보고 기함을 질렀다.
레벨 80에 붉은 늑대 500마리라니. 막노동 직업의 일인자라고 알려진 '창기사' 전직 퀘스트도 이만큼은 아닐 것이다.
"최강자라... 말로만 들었는데 그게 실제로 있는 직업이었네요."
"완전 사기 아니야?"
나의 직업을 들은 두 명이 웅성거렸다. 사기... 그래 사기라 보일 수 있긴 하다.
난이도가 헬인것만 빼면 말이다.
"얻으면 사긴데... 문제는 이걸 언제다 잡냐는 거지."
분명 0-1인 걸로 봐서는 남은 퀘스트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쓸수있는 스킬이 생기긴 했지만...
우리는 지금 아르티움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 비공정 줄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 메인 퀘스트 지역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공정을 타야 한다.
아르티움은 월드 어드벤처의 모든 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크지만. 시작 지점이라는 위치답게 초반부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냥 규모만 큰 도시 느낌.
물론 산업이 열린다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구역이지만.
비공정 티켓 가격을 내고 타던 와중, 베린이 궁금한 듯 물었다.
"근데 아줌마 특성이 구름 타고 가는 거라며, 그러면 이거 탈 필요 없이 구름 타고가면 되는 거 아니야?"
"아줌마 아니라니깐!"
나는 둘의 투닥거림을 잠시 지켜본 뒤 말했다.
"구름을 타고 갈 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야. 게다가 함부로 국경을 넘으면 범죄기록이 새겨질지도 모른다고."
범죄기록이라는 말에 베린이 흠칫했다. 물론 넘는다고 진짜 범죄기록을 새겨지지 않는다.
신분 상 우리는 용사니깐.
"전에도 많이 봤지만 오랜만에 보니깐 예쁘네요."
비공정.
판타지의 이동 수단 중 하나로,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배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한눈에 가득 차는 도시의 모습.
이 장면을 다시 보다니.. 정말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하지만 그 광경을 방해하듯 알 수 없는 검은색 무리들이 배의 상공으로 날라왔다.
"박쥐 때다!"
"으악! 다들 선실로 피해!"
박쥐가 어떻게 맑은 하늘에서 무리로 다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여긴 판타지 세계라는 설정이기에 가능하다.
애초에 평범한 박쥐도 아니고.
[ 검붉은 박쥐 LV 55
HP : 10220
설명 - 마왕의 기운으로 검붉게 변한 박쥐입니다. 강력한 초음파를 이용하니, 기계를 사용한다면 극히 주의해야 합니다. ]
박쥐는 강한 공격력과 단체로 몰려다니는 대신 체력이 매우 낮은 걸로 유명하다. 그런데 체력이 10000이나 넘는다니 이젠 놀랍지도 않다.
"제가 처리할까요?"
앉아서 쉬던 다윤이 칼을 뽑아들었다. 노랗게 물들은 다윤의 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체 일어섰다.
"보고 있어."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스킬 좀 써봐야지.
[ 스킬 / 일격(一擊). LV.1
설명 -
최강자가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술입니다. 기술의 위력 자체는 극히 약했지만, 시전자가 매우 강했기에 모든 존재는 그 힘의 편린조차 버티지 못한 체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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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
쿨타임 30분
전방으로 대미지 100%의 광역 피해를 입힙니다.
히든 직업 '최강자' 일시 '강함' 스텟마다 대미지가 20%씩 증폭합니다.
*너무 강한 힘을 사용시 육체에 반동이 올수 있습니다.]
나는 상점제 칼을 꺼내들었다. 제법 쓸만한 목검. 20골드짜리.
이런 걸로 때려봤자 저 박쥐한테는 대미지가 20조차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스킬이라면.
"모든 스텟을 '강함'에 투자한다."
[ 미사용 스텟 80을 '강함' 스텟에 사용합니다. ]
[ 육체가 스텟에 맞춰 변화합니다. ]
[ 공격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온몸이 뿌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따랐지만 버틸 만은 하다. 키도 좀 커진 거 같고 어깨도 좀 늘어난 거 같다. 나는 목검을 팬처럼 한 바퀴 돌려서 잡은 후 뱃머리 위로 올라갔다.
나를 발견하자 일제히 날아오는 박쥐 때들. 나는 그들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일격(一擊)"
[ 스킬 일격(一擊)을 시전합니다. ]
[ 강함 스텟에 의해 일격의 대미지가 1600% 상승합니다! ]
"...미친."
손에 아득히 차오르는 감각과 그에 맞춰 나가는 검격. 이런 기분이구나. 최강이 된 기분은. 순식간에 내지른 검격이 박쥐 때를 덮었고. 박쥐들이 갈기 갈기 찢겨 떨어졌다.
[ 검붉은 박쥐 20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 박쥐 날개 7개를 획득했습니다. ]
[ 400G를 획득했습니다. ]
[ 레벨이 41로 상승합니다. ]
역시 40레벨로 올라가니, 경험치가 서서히 안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
"... 윤 씨!"
"너 괜찮.."
베린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나는 온몸이 끊어지는 고통과 함께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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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거리는 소음. 창문 너머로 들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들.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도착해 숙소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다윤이 나를 바라보고 있네.
"정신이 들어요?"
".... 그럭저럭."
"안 괜찮은 거 같은데..."
사실 온몸이 부서질 거 같다. 반동이 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번 스킬을 썼다고 바로 기절하다니.
'전직을 제대로 하기 전까지는 못쓰겠는데..'
전직 퀘스트를 받으면 그와 관련된 스텟 사용과 기초 스킬들을 얻을 수 있지만. 강한 직업일수록 전직하기 전까지는 많은 제약들이 걸려있다.
아무래도 그 '최강자'니깐. 이만한 제약이 걸린 것도 당연하겠지.
"역시 템이 좀 필요하겠어."
"네?"
"나가서 템 좀 맞추자고. 어차피 지금 수준이면 사냥 못하니깐."
다윤이나 나나 전직을 제대로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대로는 60레벨 때 몬스터인 고블린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내 특성을 제대로 활용할 순간이 왔다.
"오래간만에 돈 좀 제대로 써봐야지."
[ 남은 금액 99,982,938,003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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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베린은 도착한 새로운 도시에서 쓸만한 무기들을 보고 있었다.
상업이 발달한 아르티움과 달리 이곳 '테라딘'은 병장비와 각종 전투 물품들이 가득한 도시이다. 테라딘의 삼면은 몬스터들의 영역이 대부분이기에, 항상 전투가 치열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요거 좋네."
베린은 한 대장간에 들어가 날이 새파랗게 선 단검을 집어 들었다. 딱 봐도 괜찮아 보이는 무기. 그것을 요리조리 살펴보자 대장간 주인은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아 역시! 용사님은 무기를 보는 눈이 좋군요."
"아, 그래. 이거 좋아 보이는데..."
"그럼요! 이건 동쪽 숲에 살고 있는 상급 마물의 이빨과 뿔로 만든 단검입니다. 특수한 마력도 있을뿐더러 그립감도 아주 좋죠."
"그, 그래?"
뭔가 사기꾼 냄새가 살짝 나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둘러본 것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것이었다. 주인은 다 넘어온 물고기를 당기듯 말했다.
"네! 단돈 50만 골드-"
"엑? 그렇게 비싸다고?"
"비싸다뇨! 이만한 물건을 구하는 것도 힘들 것입니다. 용사님도 아시다시피 마물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기에 매물을 구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어.... 그런가?"
"그럼요. 용사님! 어서 계산..."
그 순간 대장간에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들어온 한 쌍의 남녀. 행색을 보아하니 용사들 인거 같다.
들어오자마자 남자는 말을 내뱉었다.
"뭐야. 이딴 고물을 사겠다고?"
"고, 고물?? 아니 아무리 용사님이라고 해도! 제 작품을 욕하시다뇨!"
"이게 고물이지 뭐야. 딱 봐도 다른 천을 이용해 오래된 칼 손잡이를 덮었구먼."
"...! 어떻게..."
"그리고, 상급 마물은 무슨? 그냥 멧돼지 이빨로 만든 거구만, 이게 어디서 사기를 쳐."
주인은 놀란 듯 주춤거렸다. 방금 전 무기를 사간 마법사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이 남자는 단숨에 무기의 비밀을 알아냈다.
옆에있던 베린은 충격받은 얼굴로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씩 웃었다.
"내가 '감'이 좋아서."
"어떻게 감으로..."
남자는 사람들을 대리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주인은 모두가 나가버린 문을 바라본 체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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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스킬이 있으니깐 보기 편하네.
[ 스킬 / 장비 관찰. LV.1
설명 -
"이건 제법 좋은 무기 군."
한 왕국의 왕자는 무구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부와 지위를 이용해 수많은 명작들을 모아, 왕국의 무구 창고에는 항상 그의 명작으로 가득했다.
그 사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명작 무구들을 왕자에게 팔기 시작했고, 그중에는 명작이 아닌 가짜 명작들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왕자는 갈수록 느는 사기 행각을 막고자. 자신의 직속 마법사에게 무기의 능력치를 알 수 있는 마법을 개발하도록 명했다.
훗날 그 마법이 완성되고 나서는 왕자에게 가짜를 바치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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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
레전드리 미만의 모든 장비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직업을 얻으면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장비 관찰. 나는 아직 전직 전이라 이 스킬을 얻을 수 없지만.
[상점 레벨 LV.3
오늘의 특별 상품 : 스킬 - 장비 관찰
*추천 상품
- 검은 맷돼지의 해머 : 400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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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날 때마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오늘의 특별상품.'
대부분이 쓰레기 스킬, 혹은 장비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가다가 이게 상점에서 나온다고? 정도 수준의 아이템이 나올 때도 있다. 그렇기에 상점창은 매일 한 번씩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
정말 중요한 아이템이 나올 때가 있으니깐.
살짝 충격을 받은 듯한 베린이 거리를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사기꾼 이였다니.."
여기가 병장비 산업이 많이 발달한 만큼 사기꾼도 제법 많다. 뭐, 그건 어딜 가나 다 있긴 하겠지만.
'....?'
그런데.... 얘는 따지고 보면 도둑인데 사기에 충격을 받다니. 도둑질은 되고 사기는 안되는 건가?
"그보다 너는 전직했는데 장비 관찰은 안 배웠냐?"
베린은 우리와 달리 이미 전직을 모두 마친 케이스다. 능력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속도.
그런데 장비 관찰 없이 무기를 살려 하다니 이상한 노릇이다. 베린은 빰을 긁적 거리며 말했다.
"그거보단 대미지를 좀 올리려고 그 스킬 포인트 안 올렸는데..."
"? 뭐?"
장비 관찰은 모든 직업에 전부 있는직업 전용 스킬 중 무조건 찍어야 하는 스킬 중 하나다. 상점제나 드롭 아이템을 제외한다면. 마을이나 제작 장비들은 능력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배워둬야 한다.
"... 그거 스킬 포인트 생기면 찍어둬."
"안 찍고 사면 안돼?"
"어?"
"너도 산 거잖아. 굳이 스킬 포인트 낭비할 필요 없이 사면 되지 않나?"
"나야 지금 당장 필요하니깐 산 거지만 효율이 달라. 상점 스킬은 1렙부터 시작이지만, 직업 스킬은 만렙으로 배우니깐."
상점 스킬을 만렙까지 찍으려면, 거의 마을의 모든 장비 상점을 돌아서 모든 무기를 다 일일이 확인하고 다녀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깐 너도 그냥 찍어둬."
"알았어. 그보다 왜 왔어? 너도 아줌마랑 무기 보러 온 거야?"
"어."
옆에서 다윤이 '저 꼬맹이가!'라고 말했지만 나는 무시한 체 마을을 둘러봤다. 역시 쓸만한 걸 파는 데는 없다. 설정상 마을이나 도시의 장비를 제작하는 곳은, 대부분 외부의 상황에 따라 장비의 품질이 달라진다.
상점에 맷돼지 무기나 슬라임 갑옷들이 추천상품으로 뜨는것이, 그 이유니깐.
그리고 지금은 고위 마물들이 안 잡히는 시기다. 좋은 무기가 안 나오니 사기꾼들이 판치는 거겠지.
"지금 당장 좋은 무기나 방어구 같은 건 없을 거야. 아마도 100렙 이상 때가 뚫리면 그때부터 잔뜩 나오겠지."
"그럼 어떡해? 랭킹 1등이 깰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지."
"?"
장비가 없다면 장비를 만드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