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16화 (216/430)

제216화

진상상이 펄쩍 뛰었다.

진상상이 말한 공적 9단계의 9단계는, 매희의 구체적 경계를 가리킨다.

영단경, 영변경과 같이 공적 9단계도 경계의 이름이며, 상고 시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 단계는 구체적인 단계가 전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뭉뚱그려 ‘공적 9단계’로 불렀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도 1~9단계가 세분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찌하겠느냐? 내 목표가 바로 그녀인 것을.”

운청휘가 그윽이 바라보며 말했다.

“맙소사…….”

진상상은 하마터면 턱이 떨어질 뻔했다.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도 내 목표다.”

운청휘는 담소를 나누는 것처럼 가볍게 덧붙였다.

“잠시만 생각을…….”

진상상이 손사래를 쳤다.

운청휘의 그 말을 다른 사람이 내뱉었더라면, 진상상은 손뼉을 치고 다음과 같이 조롱했을 터였다.

“허풍을 떨지 않아도, 우리는 여전히 친구일세!”

그러나 운청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진상상은 홀린 듯이 믿게 되었다.

“자네와 함께하겠네. 단, 조건이 있네. 일이 끝나면 매희의 아공간 반지를 내게 주게. 그리고 자네가 밀린다면, 나는 도망갈 것이네. 내가 의리 없다고 비난하지 말게. 나는 선천적으로, 죽는 게 두렵다네!”

죽는 것이 두렵다는 말을 할 때, 진상상은 되레 의젓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겉치레를 하는 진상상을 보며, 운청휘는 반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친근감을 느꼈다. 그에게서 소도도의 그림자가 보였다.

과연 그는 소도도와 똑같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성격마저도 소도도와 똑 닮아 있었다!

운청휘는 지상으로 내려와 하흡을 곁에 데려왔다.

진상상도 따라 내려왔는데, 그는 용오천을 알고 지내다 못해 사이가 무척 좋았다.

“운 형제, 그대에게 소개를 시켜 주겠네. 이쪽은 용오천이고 교룡족의 소주이며 내 형제라네. 그는 이미 교룡족을 대표해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네.”

진상상이 용오천을 손수 데리고 운청휘에게 다가오며 정식으로 소개해 주었다.

“운 형제!”

용오천은 빙긋 웃었다. 그 웃음에는 어떠한 악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용 형!”

운청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냈다.

진상상과 관계가 없었더라도, 운청휘는 용오천과 교룡족은 공격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운청휘는 은원은 확실하게 가리는 동시에, 옳고 그름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선의를 보여 주었으니, 운청휘 또한 선의로 보답하는 게 옳았다.

“공작족의 반절 공적과 대붕족의 반절 공적은 내게 맡기고 나머지 사람들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진상상이 직접 말했다.

“당연하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는 반절 공적을 제외한 다른 영변경과 현경 무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쓸모가 있으니 살려 두지. 나머지는 네게 맡기지.”

운청휘가 진상상에게 당부했다.

“문제없다네!”

진상상이 직접 대답했다.

공원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허둥지둥 대붕족 심판에게 날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붕 형님, 우리 태상장로님이 오셨지만 환진에 사로잡혀 해제하는 데 일 다경 정도 걸릴 것입니다. 그동안 대붕족이 저희를 도와 운청휘와 진상상을 붙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네! 그러나 사후에 운청휘와 진상상은 우리 대붕족에게 넘기게!”

대붕족 심판이 오히려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가 운청휘에게서 물건을 얻고 진상상에게서 공작 깃털을 되찾으면 그들을 대붕족에게 넘기지요!”

두 요족은 합의를 본 후, 각자의 족인에게 호소하였다.

족히 30여 명의 영변경과 10여 명의 반절 영변, 60여 명의 현경이 있으니 운청휘와 진상상을 생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용오천, 그대는 교룡족을 대표하는데 인간의 편에 서고 우리 두 종족과 적이 되려고 하는 게냐?”

용오천이 묵묵히 서 있자, 공원이 그를 흘겨보았다.

“우리 교룡족은 어느 편도 돕지 않을 것이오!”

용오천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어찌 되었든 그도 요족이니 진상상을 위해 두 요족과 척을 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진상상을 칠 수는 없으니, 나서지 않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용 형. 종족들을 데리고 이곳에서 만 장까지 물러나십시오.

운청휘가 용오천에게 몰래 음을 보냈다.

“어?”

용오천의 눈에 의혹이 스쳤으나, 곧바로 운청휘의 지시에 따랐다.

-알겠네!

용오천과 다른 사람들이 후퇴하기 무섭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진상상은 두 명의 반절 공적과 홀로 맞섰고, 운청휘는 나머지 사람들을 맡았다.

펑펑펑펑……!

고막을 찢을 듯한 폭음이 울려 퍼지며 사방을 뒤덮었다.

하늘과 땅은 요란한 소음으로 뒤덮여, 천지가 요동을 쳤다.

순식간에 지면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리고, 하늘은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운청휘는 수적으로 금세 열세에 밀렸으나, 아직 검집을 꺼내 들지 않았다. 그는 하흡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며 적들을 상대해나갔다.

챙!

그가 마침내 검집을 뽑아 들었을 때, 동시에 선제진해의 제1식을 사용했다.

직경 수천 장의 검기가 그대로 수십 명의 현경과 8명의 반절 영변, 2명의 영변경에게 중상을 입혔다.

운청휘가 여지를 남겨두었기에 망정이지, 독하게 마음을 먹었더라면 그들은 검기에 휩쓸려 사망했을 터였다.

운청휘의 시선은 이내 공화에게 고정되었다.

지금으로선 그의 전력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키고 싶었다.

“응?”

운청휘가 공화를 향해 검을 겨누자, 별안간 공작족의 공주 공련이 나섰다.

공련은 긴 채찍을 들고 위압감이 넘치는 기세를 내뿜더니 그대로 채찍을 운청휘에게 휘둘렀다.

짝!

허공을 경쾌하게 때리는 채찍 소리가 매서웠다.

운청휘가 몸을 돌려 채찍을 피하고, 검집을 들어 채찍과 맞섰다.

스걱!

채찍은 단번에 두 동강이 났다.

“이럴 수가, 이 채찍은 소천급의 법보인데 검집에 절단되다니……!”

놀란 공련이 뒷걸음질을 치며 멀어졌다.

운청휘는 철저히 끝을 보기 위해 쫓아갔고,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영변경을 공격했다.

두 영변경이 시간을 끄는 동안, 공련은 이미 공화를 데리고 삼천 장 바깥으로 후퇴한 뒤였다.

그녀는 공화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놓은 후, 재차 운청휘를 공격하러 돌아갔다.

이번에는 그녀 혼자가 아니라, 10여 명의 영변경 공작족과 함께였다.

운청휘는 되돌아온 그들을 상대하며 곧바로 붉은 검기를 휘둘러내었다.

스걱!

오른쪽 가슴을 베인 영변경 공작족 한 명이 피를 토하며 휘청거렸다.

그 순간, 운청휘는 생명이 꺼져가는 공작족의 몸에 마종을 넣었다가 다시 낚아챘다.

그 장면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고, 심지어 누군가는 마종을 알아본 듯 눈을 부릅떴다.

“우, 운청휘가 도심종마……!”

‘도심종마대법’을 다 말하기도 전에, 운청휘의 검식이 그자의 목을 꿰뚫었다.

“전투력뿐만 아니라 신비한 검집마저 갖추었구나.”

공련의 얼굴에 패색이 짙어졌다. 곧 그녀의 시야에 하흡이 들어오자,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내 어찌 그녀를 잊었는가……!”

공련이 중얼거리더니 곧바로 족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운청휘가 아니라 그의 뒤에 있는 인간 여자를 노리거라!”

공련이 소리를 지르자 수십 개의 공원의 힘이 하흡을 노렸다.

운청휘가 얼굴을 굳히더니 참천검집을 들어 하흡을 노리는 모든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때, 공련이 아공간 반지에서 대천급의 기를 발산하는 한궁(寒弓)을 꺼내 들었다.

운청휘가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내느라 분주한 동안, 공련은 활시위를 당겼다.

푸슉!

화살은 그대로 운청휘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흰 뼈가 고스란히 보일 정도의 부상이었다.

* * *

진상상은 반절 공적 두 명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무위로는 진상상이 영변경 9단계로 열세이나, 그는 음혈광도를 이용하여 경계상의 열세를 극복해냈다.

게다가 그는 이 음혈광도로 공적 1단계를 벤 전적이 있으니, 전투가 오래 이어진다면 열세를 뚫고 두 요족을 격파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공원과 대붕족의 반절 공적은 진상상을 경계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각자의 병기를 꺼내 들었다. 둘 다 대천급의 법보였으며, 그들의 마음속에는 각자 계산이 있었다.

공작족의 매희가 환진을 깰 때까지만 시간을 끈 뒤, 매희가 합류하여 판세를 뒤집도록 하는 게 그들의 계획이었다.

“좋지 않군, 운 형제가 부상을 당했어!”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던 중, 운청휘의 부상을 알아차린 진상상의 안색이 굳었다.

그는 곧바로 운청휘를 도우러 가려 했으나, 공원과 대붕족의 반절 공적이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한편 공련은 멈추지 않고 다시금 활시위를 당겼다.

쾅!

그러나 이번에는 운청휘의 붉은 검기에 막혀 화살이 튕겨나갔다.

운청휘는 하흡의 옷깃을 붙든 채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승천하는 용처럼 구불구불 솟아오르는 그의 아래로 금목수화토, 풍빙뇌암흑광의 열 가지 오행의 힘이 폭사되었다.

“맙소사, 열 가지 힘이라니!”

이 장면을 본 요족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진상상과 싸우고 있던 두 요족 반절 공적의 눈에도 언뜻 두려움이 스쳤다.

콰르릉!

열 가지 오행의 힘이 순간 무리를 덮치니, 7명의 현경 요족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화했다.

운청휘로서는 내키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요족들은 그에게 있어 보약이나 다름없었지만,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피슝! 피슝! 피슝!

그때, 공련이 세 발의 화살을 연달아 쐈다.

운청휘 혼자라면 가볍게 피했겠으나, 하필 화살촉이 노리는 대상은 하흡이었다.

운청휘는 가까스로 몸을 틀어 참천검집으로 화살을 막아내었다.

캉! 카캉! 캉!

연달아 세 발의 화살을 막아내자 또다시 공련이 쏜 화살이 날아들었고, 이번에는 운청휘를 직접 노리고 쏜 화살이었다.

푸슉!

날카로운 화살이 운청휘의 무릎을 파고들었다.

운청휘의 안색이 순간 파리해졌다.

“그녀를 먼저 제거해야 해!”

운청휘가 영단의 힘으로 만들어 낸 밧줄로 하흡을 자신의 등에 단단히 묶었다.

“선제진해 제1식, 횡추팔황! 횡추팔황! 횡추팔황!”

운청휘가 연이어 세 번에 걸쳐 직경 수천 장에 이르는 붉은 검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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