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7화
“운 동포, 우리는 가겠네!”
흙보살의 목소리가 운청휘의 귓가에 울렸다.
그리고 그와 풍경양의 그림자가 거의 순간 이동을 하듯 사라졌다.
화약운과 영흥황제의 그림자도 사라졌다.
그들 넷은 이미 하늘 밖 전투를 하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하늘 밖이란, 천성대륙 밖의 별을 가리킨다.
밖의 별로 이동해야 그들 급의 강자가 진짜로 맘 놓고 싸울 수 있었다.
“이전에 네놈들을 제때 죽이지 못했는데, 하마터면 기회를 놓칠 뻔……”
운청휘가 중얼거렸는데, 그림자가 이미 공중에 떠올라 소무위와 제2성자 쪽으로 날아갔다.
제2성자의 안색이 변했는데, 그는 공포와 동시에 의외였는데, 이럴 때 운청휘가 그를 죽이려고 하다니!
소무위는 오히려 침착했다.
비록 의외였지만, 운청휘가 이때 공격을 하다니, 눈에는 조금의 공포도 없었다.
운청휘의 그림자가 접근하길 기다리고 소무위는 도리어 냉소를 지었다.
“네놈은 정말로 내 부황과 천성성주가 떠나고 누구도 네놈을 막을 수 없다고 여기나?”
“아니냐?”
운청휘가 냉소했고, 힘을 만들어 소무위를 공격했다.
소무위의 무위는 이미 운청휘에게 박탈당했고, 지금은 무위가 없는 범인에 가깝다.
운청휘가 마음대로 공격해도 막아낼 수 없다.
다음 장면은 뜻밖에도 운청휘의 그림자가 신속하게 후퇴했다.
운청휘의 공격이 소무위에게 닿으려는 순간, 소무위 앞에 공간이 갑자기 열리더니 회색 안개가 가득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운청휘는 그 그림자에서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명선!”
운청휘의 신식이 상대의 무위를 판별했다.
명선, 역시나 선인이지만 명계(冥界)의 선인이다.
상대가 ‘명선’임을 알아채고 운청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천성대륙이고 인간계지, 명계가 아니다!
다른 세계의 생령은 이곳에서 실력이 모두 억압받는다.
이것은 마치 운청휘가 처음 명계에 들어갔을 때 명계 천의에게 억압받은 것과 같다.
“그대가 운청휘인가?”
‘명선’은 보아하니 인간과 다름없고 겉모습은 보통의 40대 같았다.
그의 몸에 옅은 연기가 감돌았고, 회색에 편향된 것 같지만 또 옅은 회색이다.
운청휘는 한눈에 봐도 이 회색 연기는 저승의 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치 천성대륙의 천지 영기에 해당한다.
명계의 강한 생령이 다른 세계에 오면 몸에는 그윽한 저승의 기가 감돈다.
“나를 아는가?”
의외였다.
“물론. 천운왕조, 혈살군 및 영주에서 그대의 이름은 유명하거든!”
명선이 말했고, 잠시 후 그가 또 말했다.
“내 소개를 잊었군. 본 황의 봉호는 유영(幽影), 응…… 본 황의 세계에서는 본 황을 유영명황이라 존칭한다네!”
천운왕조, 혈살군, 영주!
세 단어만 듣고 운청휘는 갑자기 눈빛이 굳어졌다.
“오해하지 말게. 본 황은 사전에 그대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천운왕조, 혈살군, 영주 세 곳에서 그대의 이름을 들었을 뿐이라네.”
유영명황은 표정을 보고 그의 생각을 짐작한 듯 또 말했다.
운청휘가 말을 듣고 무언가 생각난 듯 미간이 갑자기 좁혀졌다.
“낭야산이 사지로 변한 것은 그대가 한 짓인가?”
“그렇다네!”
유영명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숨기지 않고 말했다.
“본 황이 인간계에 왔을 때 중상을 입어서 생기를 삼켜 상처를 치료했다네.”
“자, 시간이 진귀하니 본 황은 그대와 잡담은 하지 않겠네! 본 황이 영주에 섞여 있을 때 그대가 ‘도심종마대법’을 수련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런 일이 있는가?”
“사부님께 아뢰옵니다. 이 일은 진실입니다. 제자의 무위가 운청휘의 ‘도심종마대법’에 의해 빼앗겼습니다!”
운청휘가 대답하기도 전에 둘째 황자 소무위가 냉소를 지으며 화제를 가로챘다.
“그대는 인황 꼭대기의 무위이니 그대 부황의 능력으로 그대를 전성기로 회복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라네.”
유영명황이 우선 소무위를 보고 말했다.
이어서 시선을 다시 운청휘에게로 옮겼고, 이번에는 유영명황의 두 눈엔 숨길 수 없는 탐욕이 나타났다.
"도심종마대법은 원래 우리 명계의 공법이라네. 오늘, 주인에게 돌려주거라!“
유영명황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운청휘를 향해 공격했다.
유영명황의 계획은 운청휘를 고문하는 것이 아닌 우선 운청휘를 죽이고 그의 영혼을 빼내어 영혼 수색을 하려는 것이다.
“만약 명계에 있었다면 내가 그대를 두려워했을 텐데, 애석하게도 여기는 인간계다!”
운청휘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그림자가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다음 순간 운청휘는 스스로 하늘을 찌르는 살인기로 유영명황의 공격을 맞이했다.
운청휘와 유영명황은 하늘 위로 가서 싸웠다.
가는 곳마다 공간 균열이 널려 있고 육안으로 보면 하늘 전체가 땅에 떨어진 꽃병처럼 조각이 났다.
“비록 청휘 오라버니가 네놈들을 혼냈지만…… 내가 보기에 네놈들의 죄는 용서할 수 없어!”
운청휘와 유영명황이 고공으로 올라가 공간 균열 안으로 들어가 싸우자 능설의 그림자가 갑자기 허공에 나타났다.
시선은 소무위와 제2성자에게로 향했다.
“느…… 능설 , 제…… 제발 침착하게나. 아니야. 충동적인 일은 하지 말게나!”
소무위의 동공이 둔해졌는데, 능설이 운청휘를 위해 나설 줄은 생각도 못했다.
소무위는 이미 운청휘에게 무위를 박탈당했다.
전성기의 소무위여도 능설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서야 한다.
“저는 지금 매우 침착하답니다!”
능설이 조용히 입을 열다가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소무위의 가슴에 대고 말했다.
푸헉 소리!
광속이 소무위의 심장을 그대로 관통했다.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며 영흥제국을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던 소무위는 능설의 손에 죽었다.
“네놈은 더 죽일 놈이야!”
능설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제2성자를 바라봤다.
이번에 능설은 제2성자가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고 똑같은 수법으로 제2성자의 가슴을 관통했다.
***
천성대륙 밖의 별.
무수한 힘과 불빛은 인황경, 동천경의 무자가 이곳에 있어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선인의 수단은 별 가운데 철저히 발휘되었다.
화약운과 영흥황제의 전투는 웅장하고 진짜로 천지를 파괴했으며, 한 주먹, 한 손바닥 모두가 대륙을 침몰시키는 위력이 있었다.
그들의 주위 별이 무너지고 무수한 검은 소용돌이가 치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영흥황제가 손으로 별 중에서 운석을 하나 얻었다.
멀리서 보면 이 운석은 물통 크기에 불과하지만 만약 근거리라면…… 이 운석의 크기는 거의 소형의 인간 성지와 맞먹는다.
영흥황제는 이 운석을 손에 쥐고 팽배한 힘을 주입시켜 화약운에게 던졌다.
화약운의 눈은 굳어졌는데, 황급히 공간을 찢어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우르릉……
거대한 충격파는 거의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주위의 별을 휩쓸었다.
운석은 훼손!
검은 소용돌이는 붕괴!
흙보살과 풍경양의 전투는 화약운과 소황보다 한 단계 높았다.
그들의 전투는 완전히 무도의 범략에서 벗어났다.
풍경양은 눈빛으로 운석을 움직여 흙보살을 때렸다.
흙보살도 눈빛으로 순식간에 그를 향하는 운석을 격파했다.
픙경양이 손가락을 휘두르자 흙보살 주위의 별들이 붕괴되었고, 검은 소용돌이가 단번에 흙보살을 삼켜버렸다.
그러나 흙보살은 검은 소용돌이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손에 든 깃털 부채를 흔들어 공간 폭풍을 만들어 풍경양을 휩쓸었다.
“공간 폭풍——”
풍경양의 시선이 갑자기 굳어졌다.
공간 폭풍은 공간 균열보다, 검은 소용돌이보다 몇 단계나 높은지 모른다!
설령 그가 공간 폭풍에 빠져도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쨍!
예리한 소리가 울리더니, 풍경양의 손에 오싹한 장검이 나타났다.
“검서천하(剑噬天下)——”
풍경양이 칼을 겨누자, 별이 진동하고 공간이 포효하더니 그를 덮친 공간 폭풍이 억지로 그에게 두 동강이 났다!
“네놈이 졌다!”
공간 폭풍이 풍경양에게 두 동강이 나자 흙보살은 손을 떼지 않고 조용히 풍경양을 보며 말했다.
“졌다고? 내가 천성신검(天星神剑)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내가 졌다는 것인가?”
풍경양이 냉소했는데,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말이 끝나자 또 베었다.
풍경양이 검을 휘두르자 온 별이 모두 들끓었다.
다음 순간, 별은 두 동강이 났지만, 흙보살의 그림자는 오히려 비켜갔다.
“선기(仙器)는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단다!”
별이 두 동강 나자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났고, 무수한 운석, 소형 별들이 모두 검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다.
흙보살의 그림자가 재차 나타났고 검은 소용돌이에 몸을 맡겼지만, 그림자는 소용돌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마치 소용돌이의 풍안 속에 있는 느낌이다.
흙보살의 소리가 떨어지자 손에 쥔 부채를 갑자기 휘둘렀고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마치 대기하고 있던 군대처럼 풍경양에게 휘몰아쳤다.
“범인(凡人)따위를 위해 나와 싸우다니, 가치가 있는가?”
풍경양의 표정은 이미 싸늘해졌다.
다음 순간, 회오리바람을 향해 돌진했다.
우르르릉……
별은 불붙은 폭죽처럼 모두 터졌고 풍경양은 천성신검을 방패삼아 겹겹의 회오리바람을 뚫고 흙보살 앞으로 돌진했다.
“내가 보호하려는 사람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흙보살은 드물게 냉담한 표정이었고, 깃털 부채를 병기로 삼아 풍경양과 전투에 들어갔다.
펑펑펑펑……
우르르릉……
두 사람의 공격은 더는 보수적이지 않았고, 별은 들끓고 공간은 요동치며 허공에 뜬 공격은 갑자기 높이 뜬 달을 향했다.
그러자 달 전체에 격렬한 진동이 일어났다.
화산 폭발, 폭풍이 몰아치고 대지가 갈라지고 폭우가 쏟아지고……
다행이도 달에는 생령이 살고 있지 않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이 별의 생령들은 모두 세계 종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화약운과 소황의 전투도 어느새 멈췄다.
두 사람의 시선은 흙보살과 풍경양의 전투를 보고 있었다.
“선과 선의 차이가 이렇게나 거대한 것인가……”
소황은 거의 실성에 가까웠고, 눈에는 믿을 수 없는 공포가 가득했다.
흙보살과 풍경양의 전투는 그도 개입할 수 없었는데…… 심지어 여파가 그를 소멸시킬 수도 있다!
“내 고향에서, 당신은…… 선이 아니라네!”
화약운이 소황의 눈을 보며 말했다.
“어?”
영흥황제가 의혹 가득하게 화약운을 봤다.
화약운이 비록 그와 같이 시선이 흙보살과 풍경양의 전투를 보고 있으나, 화약운의 표정은 충분히 차분했고, 단순하게 전투를 지켜볼 뿐이다.
그는 화약운의 내력이 신비하여, 학식이 남을 놀라게 하며 무도에도 신기한 소견이 있는 것을 알았기에…… 설령 소황이라도 화약운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었다.
화약운은 비록 그녀가 어디에서 왔는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황의 마음속에는 이미 은은하게 답이 있었는데, 그녀는…… 고등 세계에서 온 것이다.
“선은 두 가지로 나눈다!”
화약운이 소황의 눈을 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