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술 빚어 재벌 되렵니다-214화 (214/254)

굿밤 (7)

굿밤 맥주는 부활했다.

확실히 예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역시 맥주 본연의 맛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굿밤은 조금 독특한 맛이 있었다.

화이트 에일의 특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라거와 흡사한 느낌마저 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맛도 훨씬 농후해졌다.

LTAT(장기 숙성 공법)을 말할 때.

숙성 과정을 2배로 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굿밤은 요정 덕분에 몇 개월쯤 숙성하는 것과 비슷한데 숙성 기간마저 다른 맥주보다 길었다.

숙성 기간이 짧아질수록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을 포기한 대신에 첫 모금만 마셔도 차이가 곧장 느껴졌다.

어디 내놔도 절대 뒤처지지 않을 그런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마셔봐야 안다.

오저당의 숙제는 거기에 있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굿밤을 선보이고 다른 맥주와의 차별성을 알려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인플루언서와 너튜버들을 이용한 홍보였다.

[국내 최초 굿밤 맥주 시음]

[1년 만에 리뉴얼되어 되돌아온 굿밤, 과연 그 맛은?]

[오저당이 야심 차게 준비한 맥주, 굿밤]

### : 이거 꼭 마셔봐. 지금껏 마셨던 맥주와는 완전히 달라.

ㄴ### : 앞광고 믿는 거 아니다.

ㄴ### : 직접 맛보면 아마 무슨 말인지 알 거야.

### : 오늘 마트에 보여서 사 왔는데 진짜 이게 맥주구나 싶었다. 밍밍한 맥주는 더는 못 마시겠더라.

### : 그런데 라거가 아니라 화이트 에일이라고 하던데 그 차이가 뭐야?

ㄴ### : 영상 좀 보고 댓글 달자. 거기서 다 설명해줬는데 왜 또 물어봄.

ㄴ### : 더럽게 까칠하네.

ㄴ### : 설명해주고 싶어도 이게 몇 글자로 설명이 끝날 문제가 아니야.

### : 편의점에서 오늘 봤는데 디자인은 무조건 합격. 나도 모르게 손이 갔어.

ㄴ### : 저도 같은 경험을 했어요. 예전에 팔던 거랑은 완전히 다르네요.

ㄴ### : 오저당이 그런 디자인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뽑는 것 같아.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우선은 디자인을 보고 끌렸고,

맛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크지 않았다.

굿밤을 인수하면서 가장 의견이 갈렸던 것이 화이트 에일이란 문제였다.

국내 라거 소비량을 생각하면 에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은 도박이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도 점차 수제 맥주와 해외여행을 하며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접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더구나 굿밤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기존에 오저당이 뚫어 놓은 다양한 주류 상사와 대형 마트를 비롯해 편의점까지 곧장 굿밤이 진열되기 시작했다.

상품을 입점하기 위해 최소 수량을 맞추는 것쯤은 손쉬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맥주의 판매량은 금방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올라갔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네.”

“여기 있는 숫자가 계속 이어질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속 편해.”

“왜 그래야 하는 거야?”

“지금은 시장에 물량을 풀고 있으니 매출이 높게 잡히는 거잖아. 진짜는 다음에 들어오는 발주부터라고 봐야 해.”

수호는 금방 내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녀석의 말대로 꽤 분위기가 좋았기에 급격하게 떨어지진 않겠지.

거기에 소담과 굿밤의 조합도 은근히 잘 먹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폭탄주 잔을 요청하는 곳들도 제법 많았고 삼촌이 운영하는 오저당의 주점에서도 판매량이 상당했다.

참고로 마이크로 양조장에서 빚은 술의 대부분은 F&B에서 소비 중이었다.

오저당의 주점 숫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삼촌에게 약속했던 대로 30억 규모의 추가 투자가 이뤄졌고 가맹점을 받으며 어느덧 25곳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이제는 F&B가 보유한 직영점과 가맹점을 통해서 소비되는 오저당의 술이 작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리고 가맹점을 통해서 회사의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지철이 형이 맡은 해외 직영점도 얼마 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LA에 마련된 주점만 세 곳이 있었는데 확실히 어반 스카이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별다른 문제는 아직 없었다.

‘솔 인테리어 사장님도 대박이 났지.’

과거 1호점을 인테리어 해줬던 솔 인테리어의 김우종 사장은 요즘 가맹점 공사를 하기 위해 무척 바빠졌다.

다른 곳에 맡기고 싶어도 오저당 주점 특유의 컨셉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김우종 사장이 대충 일을 하진 않는 편이었다. 지금까지 25곳이나 공사했으나 아직 하자는 거의 없었다.

더구나 가게마다 특색있게 만드는 정성도 보였다.

예를 들면 벽화가 대표적이었다.

실력 좋은 이를 고용해서 가맹점주 취향에 맞춰서 벽화를 그려 넣었다.

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물의 요정도 있었고 어떤 곳은 달이 배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저당의 주점을 돌아다니며 방문하는 이도 있었다.

한번 가맹점을 낼 때마다 시간이 꽤 걸린다는 단점도 있었으나 그런 점은 감수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쨌든 굿밤이 잘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기존에 굿밤 브루어리가 쌓아 놨던 마니아층도 무시할 수 없었지.”

“그러게 생각보다 기다렸다는 반응이 제법 많이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이선우 과장 어깨가 잔뜩 올라가 있더라.”

“굿밤만 보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잖아.”

굿밤 브루어리를 정리한 뒤.

4억의 빚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지만,

굿밤의 판매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라 조만간 그 빚도 해결될 것이다.

그러니 이선우 과장의 그런 반응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는 지금 꿈을 꾸는 것 같은 심정일 것이다.

자신의 브루어리에서 이뤄내지 못한 것들이 오저당을 통해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더해 해외 쪽으로 소량이나마 수출이 진행되고 있었다.

벽향주 퍼플 라벨과 돈 레오넬 덕분이다.

퍼플 라벨을 쓸어간 끌루소는 당시에 우리 맥주를 유통해주는 조건을 걸었다.

그리고 바크모는 돈 레오넬의 물량 확보를 조건으로 굿밤을 받아들였다.

“올해 바크모와 맺었던 돈 레오넬의 독점 계약은 끝나는 거야?”

내가 그 이야기를 언급하자,

수호는 돈 레오넬에 대해서 물었다.

그 문제는 엄밀하게 따지면 OGD 멕시코와 바크모가 맺은 계약이나 실질적인 결정은 내가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올해 봄에 끝내야 할 것 같아.”

“아직 바크모에서 소화 가능한 양이 생산량을 웃도는 상태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돈 레오넬과 바크모를 동일한 선상에 올려놓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카를로스가 원하던 바가 그것이었다.

돈 레오넬을 사려면 무조건 바크모를 찾아와야 한다는 것은 깊게 인식됐다.

작년에 KR마트에도 납품을 했으나 양이 많지 않아 이벤트 형식으로 소모됐다.

하지만 그런 틀을 깰 필요가 있었다.

카를로스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OGD USA가 운신하기 어려워진다.

우리 오저당의 술과 한국의 전통주를 다른 체인에 입점하려고 해도 돈 레오넬을 조건으로 거는 곳이 많았다.

“단순하게 돈 레오넬 문제만은 아니구나. 그런데 카를로스가 그냥 두고 볼까?”

“그래서 돈 레오넬의 추가 생산량 중의 일부를 더 얹어주기로 했잖아.”

미국과 한국의 오저당이 발전하는 사이.

당연히 멕시코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돈 레오넬을 판매하며 지난해 거둔 순수익만 700억 원 이상이나 된다.

매출만 따지면 5,500억 원 규모였고 올해 들어오는 배당금만 250억 규모다.

따지고 보면 오저당의 가장 큰 효자 상품은 벽향주가 아닌 돈 레오넬이라고 봐도 되었다.

“아··· 맞다. 조만간 멕시코도 추가로 짓고 있는 생산 시설이 완공되지?”

“한두 달 이내에 끝날 거야.”

“그러면 3월 정도부터는 공급되는 양이 확실하게 늘어나겠네.”

OGD 멕시코에 돈을 쌓아둘 이유는 없었다. 우리에게 들어오는 배당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재투자했다.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역시 생산량을 더 늘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기존에 매달 생산 가능하던 100만 병의 단위가 이제는 부족해질 정도였다.

현재 생산량만 따져도 전체 테킬라 브랜드 중에 상위 10위 이내다.

하지만 안심할 때는 아니었다.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판매 단위가 완전히 달라지기에 우리도 차근차근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해야만 했다.

“아가베만 확보할 수 있으면 적어도 지금의 두 배에서 세 배까지도 가능하지.”

“아가베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미국에서 테킬라 소비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잖아. 다른 증류소도 아가베 확보하느라 전쟁 중이야.”

적당한 금액에 최대한 많은 아가베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호르헤가 생각 이상으로 일을 잘해주고 있었다.

처음에 돈 레오넬을 맡았을 당시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경영에 눈을 떴다.

하지만 그게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호르헤도 나름 꽤 노력을 했다.

이야기 듣기로는 쉬는 날도 거의 없이 공부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났다고 했다.

그게 지금 상당히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호세가 멕시코에 가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왜 그런 생각을 했는데?”

“호르헤 밑에서 일하는 게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잖아.”

“그럴 거면 귀화 문제로 고민하지도 않았겠지.”

호세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오히려 책임감이란 것이 더 생긴 것인지 회사 일을 하는 것에 더 몰두했다.

봄이 될 무렵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호세는 아이가 한국에서 자라길 바라고 있었다. 멕시코의 상황상 그러는 편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테킬라를 비롯한 그 인근 지역은 여러 사건과 사고가 잦았다.

아이 혼자 등하교를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고 쉽게 마약에 손을 댈 수 있는 환경이란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에 자칫 발을 잘못 들이면 갱이랑 어울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강진희 사원을 끔찍하게 아끼는 녀석이잖아.”

“하긴 나는 호세가 그렇게 애처가가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내 생각에는 너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

“제길··· 그런 거는 연애부터 해보고 이야기하자.”

오저당에서 일한 뒤부터.

수호는 거의 연애란 것을 못 해봤다.

그나마 작년쯤에 두어 달 정도 데이트를 하긴 했으나 그리 길게 가진 못했다.

애초에 어울리는 커플이 아니었다.

수호는 활동적인 편이었고 그때 만나던 사람은 정반대의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는 수호의 돈을 더 사랑하는 느낌이었다.

딱히 돈을 쓰는 데가 없어서일까.

수호가 오저당에서 일하며 모은 돈이 벌써 7억 가까이 된다. 잘하면 내년 연말쯤에 10억을 찍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게 나는 언제 연애해보냐.”

“너 이번에 선보라고 삼촌이 자리 마련해준 것도 마다했다며?”

“아직 28살밖에 안 됐는데 무슨 선을 봐. 그럴 나이는 아니잖아.”

“지금 가리고 있을 그럴 때는 아니잖아. 너 그러다가 노총각 되는 거 순식간이다.”

“누굴 만날 돈이 없어요.”

오히려 수호보다 내가 개털이다.

이번에 집을 지으며 나가는 비용이 생각보다 상당히 큰 탓이었다.

그나마 RJ와 동시에 짓고 있는 탓에 세이브되는 비용이 꽤 커서 다행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수호는 말도 안 된다며 비웃었다.

“풉! 장난치냐. 너 마음만 먹으면 수천 억대 자산가도 될 수 있잖아.”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내가 그런 돈이 어딨어.”

“지난달에 돈 레오넬을 팔면 9천억을 주겠다고 했던 회사도 있잖아.”

수호가 헛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에 글로벌 주류 회사 중에 TOP 5안에 들어가는 곳에서 찾아왔다.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알려진 그곳은 수년 내에 1위인 오션의 아성에 도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 같으면 작년 매출이 5천억을 넘겼고 순수익만 700억인 곳을 미쳤다고 그 가격에 넘기겠냐.”

“조 단위를 써도 부족하지.”

“그리고 얼마를 줘도 팔 생각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있다면 덩치가 커질수록 그렇게 간을 보는 인간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어지간한 곳이 아니면 돈 레오넬을 삼킬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겁 없이 나섰다가 제대로 삼키기도 전에 목구멍에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1조쯤 되는 돈이 생기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지 않냐?”

“글쎄다. 상상해본 적이 없네.”

“지금 당장 은퇴해서 호화 요트를 사서 여행도 다니고 그럴 수도 있잖아.”

“오늘부로 바로 은퇴시켜줄까?”

“사양하겠습니다.”

잠시 시시덕거리며 실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스마트폰을 꺼내 액정을 보니 미국에 있는 홍진구의 번호였다.

나는 잠시 수호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통화 가능하십니까?]

“물론이죠.”

[케이티가 다음 주에 버번 숙성이 끝난다고 해서 미리 알려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 왔다.

지난 여름 무렵에 빚기 시작한 버번은 6개월이란 시간을 거쳐 숙성이 끝났다.

그 말은 곧 잠들어 있던 요정이 깨어날 거란 의미였기에 당연히 그 순간에 내가 있어야만 한다. 자칫 순서가 어긋하면 금고 속에 요정이 갇힐 수 있었다.

“제가 직접 갈 테니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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