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164화 (164/166)

서리명가 검술천재로 회귀했다 164화

164화. 내가 맡아줄게

엘프 특유의 기다란 귀와 다크 엘프의 징표인 잿빛 피부.

피부 결 자체는 탁하지 않고 곱고 매끈했다.

딸 쪽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빠라 불린 쪽도 피부 나이만 보면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그래서 왜 따라온 거지? 넥타르를 훔치려고?”

“아!”

유릭이 묻자 둘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너희는 양분이 그렇게 모자란다며. 인간 세계에 떨어진 세계수의 수액을 찾아야 할 정도로 그렇게 모자라나?”

“자, 잘 알고 계시는군요. 역시 성자님이십니다.”

무녀라는 호칭은 어떻게 해서든 바꿔놓았다.

원래는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고 하였으나 그건 한사코 거절해서, 간신히 타협을 본 것이 성자님이란 호칭이었다.

사실 그것도 좀 싫긴 하지만.

“실은…….”

아빠 엘프, 디올가란 이름이라고 했던 그가 구구절절한 사연을 이야기했다.

대충 8할 정도는 메르에게도 들었던 다크 엘프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것이었고, 그 외의 것이 나머지 2할.

앞의 얘기는 다 흘려듣고 뒤엣것만 집중해서 들어보니.

“이상한 검은 진흙에 땅이 오염되고 있다고?”

“예. 저희가 사는 곳은 원래가 척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양분이 없을 뿐이지 오염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검은 진흙 같은 것이 곳곳에 나타나 도저히 살기 힘든 땅으로 변했어요.”

안 그래도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는 다크 엘프에게 땅의 오염은 심각한 문제였다.

얼마 되지 않는 그나마 살 만한 땅이 점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땅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세계수의 힘이 필요했으나, 얻을 방법이 도저히 없었다고.

“엘프나 하이 엘프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나? 그런 일이라면 사정만 잘 설명하면 도와줄 것 같은데.”

“하아…….”

그리 묻자 디올가가 크게 한숨을 쉬며 푹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처음엔 그리하려 했습니다만, 잘 안 됐습니다. 엘프들에겐 니들이 씻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니냐며 비웃음만 당했고, 하이 엘프들은 애초에 만날 방법조차 없습니다. 저희 같은 다크 엘프가 함부로 하이 엘프의 영역에 접근했다간 경고 없이 사살당하거든요.”

“흉흉하군…….”

침입도 아니고 접근만 했다고 바로 사살이라니.

뭐 어쨌든 이야기는 알았다.

이런저런 일로 세계수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겼고, 평범하게는 도저히 그 힘을 끌어올 수단이 없었다는 것.

‘예상외의 지출은 힘들지.’

수입이 낮아 대부분의 수입을 생활비로 써야 할 때, 갑자기 큰 지출이 생기게 되면 빚이나 복권 외엔 답이 없어진다.

다크 엘프의 상황이 딱 그런 셈이었다.

살아가기 위한 양분 섭취만으로도 벅찬데 사건을 해결할 만한 방대한 양의 양분은 구할 도리가 없었다고.

때문에 방법을 물색했고, 인간계에 있는 넥타르에 눈독을 들였다는 얘기였다.

‘검은 진흙이라…….’

유릭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들은 얘기는 그것뿐이었지만, 어쩐지 불온한 예감이 들었다.

‘메르. 잠깐 나와봐.’

-네? 저요?

유릭의 부름에 메르가 빼꼼 튀어나와 그의 손에 올랐다.

“앗! 귀여워~”

메르를 보고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다이앤이었다.

눈을 빛내는 그녀와 의아해하는 디올가 앞에 유릭이 메르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이미 나아 있었지만 털을 잘 헤쳐 보면 아직 거뭇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혹시 그 진흙이란 게 이런 느낌인가?”

“아앗! 이겁니다, 이거예요!”

기운을 확인한 디올가가 경악스럽게 소리쳤다.

자신들이 사는 요정계에서 말썽인 기운을 인간계에서까지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이런 어린 짐승에게서 말이다.

“이게 어찌…….”

“이 애도 이것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어서 말이야.”

“헉! 설마 성자님께서 치유해 주고 계신 겁니까?”

“응 뭐.”

유릭이 살짝 불꽃을 일으켜 메르의 상처에 대었다.

표면의 검은 기운이 꿈틀거리며 위축되는 것이 보인다.

그걸 보곤 두 엘프 부녀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여, 역시 성자님…….”

“이거라면!”

감격해 부둥켜안는 두 사람을 두고, 유릭은 홀로 눈을 찡그렸다.

이 정체 모를 기운이 생각보다 자주 발견된다.

‘처음은 메르를 봤을 때고, 둘째는 이그네시아의 시체를 봤을 때.’

둘의 공통점은 모두 용과 관련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요정계에도 용과 관련된 무엇이 있다는 것일까?

이 기운의 주인은 대체 누구고 어떤 목적을 가졌길래 용들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그때 그 반시룡의 마법진이요. 거의 다 해석했어요.

‘그래?’

-지금 말씀드릴까요?

‘일단 나중에.’

그건 조금 침착해지면 듣는 걸로 하고.

“성자님! 부디 그 힘으로 저희의 고향을 구해주세요!”

“부탁드려요!”

디올가와 다이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유릭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일전의 경매장에서의 일과 다를 것 하나 없다.

그들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자신에겐 더욱 급한 일이 있다.

“미안하지만…….”

“잠깐. 기다리렴, 유릭.”

“외숙?”

그때, 멀리서 가만히 보고만 있던 발터가 다가왔다.

발터가 디올가와 다이앤을 쳐다본다.

그저 평범하게 봤을 뿐인데 두 부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발터에 대한 공포가 머리에 새겨진 모양.

“대충 얘기는 들었다만, 그 문제란 건 너희 엘프가 사는 공간에서 일어난 얘기겠지?”

“그, 그렇지요. 이곳 인간계와는 다른 요정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 요정계의 중심에는 세계수가 자라고 있을 거고.”

“저희가 사는 땅에선 잘 보이지도 않지만요…….”

발터가 고민에 잠겼다.

단칼에 거절하려던 유릭으로선 의외의 일이었다.

천 년간 보이지 않던 엘프의 등장과 요정계로의 초대. 확실히 흥미로운 일이지만, 지금 자신들이 눈을 돌릴 일은 아니다.

로스카에서 최우선인 일은 로즈의 일이란 걸 외숙부도 알고 있을 텐데…….

“왜 그러세요?”

“유릭. 일단 대답은 잠시 보류하자꾸나.”

“보류요?”

의아해하는 유릭에게 발터가 얘기했다.

“세계수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어쩌면 기회가 될지도 몰라.”

* * *

유릭은 발터의 뒤를 따라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옆에는 데릭도 함께였다.

참고로 디올가와 다이앤은 한쪽에서 유릭이 피워준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열기를 쬐고 있었다.

‘불멍이라도 때리는 거냐고.’

모닥불의 근처에는 작게 날아다니는 녹색 빛이 있었는데, 숲의 정령인 것 같았다.

유릭으로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광경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외숙?”

“그게 말이다…….”

데릭이 이야기를 재촉하자 발터가 입을 열었다.

“나도 듣기만 한 거라 확실한 얘긴 아닌데, 세계수에는 이 별의 수많은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별의 역사?”

“무슨 말씀이시죠?”

두 쌍둥이가 갸웃거리자 발터가 처음부터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세계수는, 지금은 요정계에 있지만 천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계에 있었다고 한다.

마신의 침략으로 지상이 불타고 세계수마저 파괴될 위험에 처했을 때, 그걸 지키기 위해 엘프들은 세계수와 함께 다른 공간으로 거처를 이동했다고.

그날부터 세계수는 물론 엘프들 역시 이 땅에선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계수가 요정계로 떠난 지 겨우 천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전까진 이곳에 있었단 거지.”

“그렇군요.”

“근데 그게 왜요?”

“세계수의 나이는 문자가 발명되기 전보다도 더욱 오래되었다고들 하지. 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나이를 먹은 존재는 세계수 외엔 없단다. 때문에 세계수에는 갖가지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는 말이 있어. 대륙의 모든 고고학자들이 원하는 꿈의 기록실 같은 거지.”

이쯤 되니 유릭도 데릭도 발터가 하려는 이야기를 알아차렸다.

“그 말씀은 월하무녀에 대한 것도 있을지 모른다는 말입니까?”

“어쩌면.”

발터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솔깃한 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유릭은 조금 고민을 해봐야 했다.

이야기 자체가 조금 허무맹랑하기도 했고, 애초에 저 부녀를 따라 요정계로 간다고 해서 세계수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반면 세계수에 월하무녀의 기록이 있다는 것은 확정이 아닌 가정.

리스크는 더없이 큰 데 반해 리턴은 불확실한 셈이다.

“나도 당장 요정계로 가보자는 건 아냐. 다만 누님의 지시를 받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어머니의 지시를요?”

“위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도시가 하나 나온단다. 로스카에서 남부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도신데, 거기 가면 가문에 연락할 수단이 있어.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거기서 연락을 보내고 지시를 받을 때까지 결정은 보류하란 얘기군요.”

“누님이라면 세계수에 대한 것도 더 자세히 알고 있을 테니 적절한 지시를 내려주겠지.”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당장 결정하란 것도 아니고 지시를 기다려 보잔 얘기니까.

“그럼 일단 그 도시까지는 저 부녀와 동행해야 되겠군요.”

“안전은 걱정 말거라. 부하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말게 할 테니까.”

애초부터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자님 성자님 거리면서 귀찮게 굴지나 않을지…….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유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터의 제안을 받았다.

* * *

필리페의 시체는 정중히 관에 넣어져 아칸에 도착했다.

그것은 아칸 전체에 큰 충격을 불러왔다.

“2공자님이 죽어?”

“그것도 로스카의 3공자한테?”

필리페 아칸은 이미 옛적에 마스터에 오른 자.

반면 유릭 로스카는 바로 얼마 전에 7성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렸던 놈이다.

최연소 7성이니 뭐니 시끄럽길래 조금 재능이 있다곤 생각했는데, 고작 그 정도 경지의 놈한테 필리페가 당하다니?

가문 내가 혼란에 빠지며, 동시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휴전임에도 불구하고 이쪽을 공격하다니.

비록 필리페의 죄상이 있었다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고 가재는 게 편인 법.

그들은 필리페의 죄에 반성하기보단 그를 죽인 유릭에 대해 분노하는 것을 택했다.

그런 와중 필리페의 장례식이 열렸고.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문의 기둥이신 오라버니께서 이렇게 가시다니…….”

식의 주관은 그의 동생인 샤니스가 맡게 되었다.

윗사람인 라그룬과 루카스가 모두 불참했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서열인 샤니스가 장례를 주관하게 되었고, 그녀는 그것에 조금의 불만도 없었다.

“제 걱정은 마세요. 큰 오라버니가 영 관심이 없으니 동생인 저라도 챙겨야죠. 안 그래도 둘째 오라버니는 어릴 때 저와…….”

필리페의 장례에 참석한 이는 대부분 그의 세력이었던 이들.

그들 앞에서 샤니스는 눈물을 찍으며,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잘 갔어. 안 그래도 눈에 거슬렸는데.’

필리페의 죽음을 그녀가 슬퍼할 이유가 없다.

가주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인 둘은 오히려 외부의 적보다도 더욱 험악했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남매였을지 몰라도 뒤에서는 서로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던.

‘붕 뜬 필리페의 세력을 얼마나 흡수하느냐. 그게 관건이야.’

그녀가 적극적으로 필리페의 장례를 주관하는 것도 그것을 위해서였다.

때문에 반대로 큰오빠인 루카스의 행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가 알기로 루카스는 지금 딱히 바쁜 일도 없었다.

그런데 세를 불릴 이런 좋은 기회를 거저 넘기다니.

‘뭐, 나야 좋지.’

그녀가 웃으며 -물론 겉으론 침울한 표정으로- 장례 절차를 이어갔다.

시간이 흘러 새벽 밤.

달이 뜨고 고즈넉한 밤이 내려앉았다.

시끌시끌했던 화장터에는 지금은 아무도 없이, 필리페의 시체를 화장하는 큰 화로와 기다란 굴뚝만이 남아 불을 지피고 있었다.

시체는 3일 밤낮을 불태워 연기를 올려보내고, 화장한 가루는 땅과 바다에 흩뿌리는 것이 아칸의 장례 절차였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불과 연기만이 은은한 열기를 뿜어내는 그곳에.

루카스가 홀로 찾아왔다.

“멍청한 놈.”

그가 잎담배 하나를 말아 입에 물었다.

물자마자 저절로 불이 붙어 연기를 피워낸다.

동생의 시체가 타고 있는 화로 앞에서, 그가 조용히 담배를 태웠다.

그때.

“루카스 공자님.”

세 명의 남자가 찾아와 그의 앞에 무릎 꿇었다.

힐끔 보니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얼굴들이었다.

분명 필리페의 부하였던…….

“부탁드립니다. 부디 주군의 복수를!”

쿵!

셋이 땅에 머리를 박으며 간청했다.

그래 봤자 루카스의 표정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샤니스나 찾아가 보지 그래. 아주 신이 나서 요란 법석이던데.”

“샤니스 공녀는 주군의 복수 따위 조금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스스로의 일만 생각할 뿐. 입으론 뭘 떠들어도 절대 복수에 나서줄 사람이 아닙니다.”

“후.”

이런 와중에도 루카스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 저렇게 자신의 동생을 잘 알고 있을까.

역시 가신들의 안목도 함부로 볼 게 아니다.

“샤니스 공녀에게 넘어간 동료들은 애초부터 충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얄팍한 자들뿐입니다. 진짜 주군을 생각하는 가신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죠.”

“그 진짜들을 모아서 내게 왔다, 이거냐?”

“저희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입니다. 주군의 복수를. 그것만 이뤄진다면 저희는 공자님께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 드립니다.”

필리페의 가신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

그의 말 하나하나에서 절절한 진심이 느껴졌다.

유릭 로스카, 그 꼬맹이 놈을 손봐주는 것만으로 필리페의 핵심 세력이 굴러들어 온다는 말인가…….

하지만.

“꺼져라. 나는 생각 없으니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

“하지만 공자님…….”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루카스의 단호한 말에 가신들의 눈이 떨려왔다.

그들이 꾹 입술을 깨문 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 말만을 남겨놓고 떠나갔다.

화장터에는 다시 루카스 혼자 남게 되었고, 그가 반쯤 피운 담배를 툭 던졌다.

딱 절반이 남은 잎담배가 필리페를 태우고 있는 화로 속에 들어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마치 죽은 그가 담배를 태우는 것처럼.

짧은 애도를 마치고 루카스가 자리를 떠나려 했고.

“직접 올 줄은 몰랐는데, 집사.”

느껴지는 기척에 홀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뒤쪽에서 답이 들려왔다.

“알고 계셨군요. 여전히 감이 좋으십니다.”

화려하지 않으나 세련됨이 느껴지는, 정장 차림의 노신사.

오랫동안 가주인 라그룬을 모시고 있는 집사, 칼이었다.

칼리오르페란 그의 진짜 이름을 루카스는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범상치 않은 노인이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얘기했던 건 어떻게 됐지?”

“여기 있습니다.”

칼이 루카스에게 비단 손수건에 싸인 무언가를 건넸다.

그걸 열어보곤 루카스가 눈을 깜빡거렸다.

“이게 뭐지? 내가 부탁한 건 정보였을 텐데?”

“그게 그 정봅니다. 유릭 로스카의 다음 행선지로 추측되는 장소죠.”

영문 모를 소리에 찡그리며 루카스가 손수건 안을 보았다.

그곳엔 잎사귀가 달린 웬 나뭇가지 하나가 천에 싸여 있었다.

* * *

“이거예요.”

어쩌다 보니 엘프 부녀와 함께 북상하게 된 유릭 일행.

도중에 유릭은 다이앤에게 귀중한 정보를 듣고 있었다.

“이게 요정계로 가기 위한 열쇠라고?”

“세계수의 가지와 잎이에요. 이것만 있으면 어디서라도 요정계로 갈 수 있거든요.”

“흐음.”

다이앤이 자신 있게 내보이는 나뭇가지를 유릭이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살펴보았다.

이 가느다란 가지 하나에 정말 그 정도의 힘이 있다고?

“믿어주세요! 아빠랑 제가 여기 올 때도 이걸로 온 거란 말이에요!”

“알았어, 알았어. 믿을게.”

울상 짓는 다이앤을 적당히 달랜 유릭이, 이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이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예요?”

“내놔.”

“……네?”

어쩌면 세계수 속에 월하무녀의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단서를, 유릭이 그냥 방치해 둘 리 없었다.

여차해서 이 부녀가 그냥 돌아가 버리기라도 하면 이쪽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지 않는가?

“잃어버리면 안 되잖아? 내가 맡아줄게.”

“아니, 그게…….”

“걱정 마. 나중에 제대로 돌려줄 테니까.”

세뱃돈을 맡아주겠다는 부모와 같은 미소로 유릭이 얘기했고, 다이앤은 진땀을 흘리며 눈알을 굴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