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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오랑캐가 입학했다-31화 (31/100)

제 31화

나를...메이지 슬레이어라 불러주지 않겠어?

항마력이라.

저주나 속박처럼 내게 직접 작용하는 마법의 경우에만 유효할 뿐, 화염구 같은 직접적인 공격 마법의 피해는 막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마력 자체는 확실하게 감지한다는 건가.

남학생의 주위를 맴도는 여러 갈래의 마력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무슨 마법을 쓸지 궁금하니까 한번 기다려볼까.

마법사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기도 하니까.

"Ignis Sagitta!"

남학생이 지팡이를 내리그었다.

마력이 허공에 휘돌아 응집하며 네 개의 불화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결국은 불화살인가.

그래도 네 개나 동시에 발동시킬 정도면 쓸만한 녀석이긴 하네.

화르륵 소리를 내며 거세게 타오르는 화살들은 명백하게 위력조절을 잊고 있는 듯했다.

그래. 이 정도는 관대하게 넘어가 줘야겠지. 내가 무서울 테니까.

네 기의 불화살이 서로 다른 궤도를 그리며 날아들었다.

형체가 있는 마법이라면, 아마 충격으로 흩어버릴 수 있을 테지?

일단, 단검을 뽑아 불화살 하나를 노리고 내던졌다.

탄환처럼 쏘아진 단검과 충돌한 불화살이, 산산이 터져나가며 불똥을 흩뿌렸다.

검게 타버린 단검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장검을 휘둘러 다른 하나를 베어낸다.

작은 폭음과 함께, 검신이 살짝 부서졌다.

...단순한 강철이니만큼 슬슬 충격에 못 버티는 건가.

연이어 검을 휘돌리며 세 번째 화살을 베어낸다.

검끝이 깨져나가며 쇳조각을 토해냈다.

그대로 남학생에게 돌격했다.

마지막 화살은 그냥 갑옷으로 받아내었다.

어깨에 박힌 불화살이, 갑옷을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흩어졌다.

남학생이 다급하게 지팡이를 그었다.

마력의 흐름이 내 주변을 휘감았다.

다음 순간 몸이 달아오르며, 주변의 마력이 산산이 흩어졌다.

이것이, 항마력이 발동하는 감각인가?

아마도 구속 마법 같은 걸 시전하려 했나 본데. 안됐네.

경악으로 굳어버린 남학생의 멱살을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 쿠우웅!

남학생이 거품을 문 채, 사지를 쫙 뻗고 부르르 떨었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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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선 남자는 아까 나를 당당하게 쏘아보던 마법사 청년이었다.

어깨쯤에서 일자로 쳐낸 단정한 금발은 잘 관리한 것인지 윤기가 흘렀다.

날카로운 턱선과 예리한 눈매 탓에 어딘가 중성적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걸어오는 몸동작은 우아함과 자신감이 가득했고, 손에 든 지팡이 끝에선 금으로 장식한 루비가 붉은빛을 발했다.

전해지는 압박감으로 보면, 밀리아 이상 데미안 이하 정도이려나.

실력도 그렇고 외견도 그렇고, 고작 학비 정도의 돈에 연연할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실력이 쓸만하구나, 야만인. 시그밀러스 영애가 추천할 만해."

"넌 푼돈에 팔려 나올 만하고, 기생오라비."

다짜고짜 시비를 걸어오기에, 똑같이 대답해주었다.

남자의 미간에 옅은 힘줄이 솟아올랐다.

"내가 그깟 용돈 벌이나 하자고 나선 것 같으냐? 시그밀러스 영애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굳이 네까짓 야만인 따위와 천하게 드잡이질을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그러니까 자기는 오필리아가 특별히 요청했다 이건가?

고개를 슬쩍 돌려 오필리아 쪽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날 보고 슬며시 웃으며 태연스럽게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흐음. 동업자가 된 김에 내 실력을 제대로 확인해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뭐, 좋아. 어디 해 보자.

"한눈팔지 말고 제대로 준비나 해라 야만인. 시간이 아까우니."

"아, 그래. 한 대 맞아 보면, 그 야만 소리가 쏙 들어가게 될 거다. 낯짝을 아주 남자답게 바꿔주마."

으르렁대며 무장을 준비했다.

장검은 부서졌고 단검은 반쯤 타버렸으니, 새 무기들이 필요했다.

칼라인에게 요청해, 단검 네 자루와 장검 한 자루를 받았다.

내친김에 금속 건틀릿도 하나 받아 왼손에 끼웠다.

서릿발처럼 할퀴거나 찌르는 용도로는 못 쓰겠지만, 막아내고 두들겨 패기엔 충분하겠지.

나도 조금 다치긴 하겠네. 전력은 낼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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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마지막 대련을 실시한다. 하샬르 아이샨기오르, 케네스 번스타인. 각자 위치로."

연병장 중앙에 선 채, 상대방을 마주했다.

앞서 싸웠던 셋은 이미 의무실로 실려간 지 오래였다.

...의무실 직원들이 아주 바쁘겠는걸.

그건 그렇고, 케네스 번스타인이라. 역시 모르는 이름이다.

그 말은 딱히 중요한 인물은 아니라는 거겠지.

장검을 뽑아들고, 눈앞의 적을 노려보았다.

여유 가득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겨누어오는 오만한 마법사를.

대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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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든다.

발끝에 닿은 지면이 깨져나가며 파편을 흩뿌렸다.

방금 전 학생처럼 마법을 완성하기를 기다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 정도로 여유를 부리면서 상대할 만한 녀석은 아닌 것 같았으니.

"흠, 일단은-"

케네스가 지팡이를 가볍게 까딱였다.

소용돌이치는 네 줄기의 마력이 내 팔다리를 휘감았다.

"하아앗!"

마력이 산산이 조각나며 흩어졌다. 구속 마법 따위, 나에겐 통하지 않는다.

멈추지 않고 돌진한다.

어느덧 다섯 걸음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역시, 항마력인가...그렇다면."

- 콰르릉!

뇌성을 토해내며, 한 줄기 벼락이 날아들었다.

반사적으로 단검을 뽑아 그 옆으로 내던졌다.

벼락이 단검 쪽으로 흘러들어 가며 궤도가 크게 뒤틀렸다.

- 화르륵!

허공에서 불줄기가 쏟아졌다.

발을 크게 내려찍어 멈추고, 옆으로 몸을 굴렀다.

쏟아진 불줄기가 바닥을 불태우며, 등 뒤로 화끈한 열기를 전했다.

그대로 대지를 박차며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적이 눈앞에 있었다.

적의를 담아 장검을 내리쳤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검신이 채찍처럼 휘었다.

- 카아아앙!

마력을 촘촘히 짜낸 방벽이 장검을 막아냈다.

방벽은 단 일격에 산산조각났지만, 장검의 검신 역시 크게 휘어버렸다.

케네스의 목줄기를 향해 왼손을 갈퀴처럼 뻗었다.

이대로 그 숨통을 반쯤 으깨버려 주마.

"떨어져라!"

마력이 충격파가 되어 사방으로 쏘아진다.

두 팔로 막아냈지만, 압력을 이기지 못한 몸이 뒤로 쭉 밀려났다.

어느새 다시 여섯 걸음 거리까지 벌어졌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상대였다.

단검 한 자루 손실, 장검은 앞으로 서너 번 휘두르면 부러져버릴 테고...

일단 최대한 피해가며, 이것들을 활용해서 어떻게든 접근해볼 수밖에 없나.

- 쩌저저적!

고민하던 사이, 바닥에서 솟아오른 얼음이 발을 붙들었다.

구속 마법 자체는 항마력이 막아내지만, 이런 물리적 구속엔 항마력도 소용없다는 건가.

그다지 견고한 구속은 아닌지, 힘을 실어 발을 구르자 그대로 얼음이 박살 났다.

곧이어 세 자루의 얼음창이 날아들었다.

검을 휘둘러 얼음창 한 자루를 베어 가르고, 다른 한 자루를 왼팔로 후려쳐 깨부쉈다.

산산이 부서진 얼음파편이 햇빛을 반사하며 난잡하게 산란했다.

장검이 거의 반으로 접혔다.

"카아아앗!"

몸을 틀어 남은 한 자루의 얼음창을 피해내며 재차 돌격했다.

세 덩이의 화염구가 날아든다.

단검을 던져 두 개의 화염구를 상쇄하고, 남은 하나는 그냥 앞으로 굴러 피했다.

등 뒤로 폭음이 울려 퍼지며, 풍압에 몸이 앞쪽으로 가속했다.

"이제 단검은 하나 남았군?"

케네스가 씩 웃으며 지팡이를 겨누었다.

지팡이 끝에서 세 줄기의 벼락이 쏟아졌다.

제길.

단검과 장검을 집어던졌다. 벼락이 스며든 검들이 스파크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마지막 한 줄기는 그냥 몸으로 버텼다.

뇌격이 나를 관통했다.

"크...으으으아아!"

작열감이 전신의 신경을 내달린다.

눈앞이 희게 번쩍이다가, 이내 붉게 물들었다.

본능이 이를 갈기 시작한다. 어째서, 고작 이따위 녀석에게 고전하는 것이냐며.

당장 전력을 다해 저놈의 목을 물어뜯으라 맹렬하게 외친다.

아니.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이따위 녀석에게 쓸 힘이 아니야.

악물고 참아내며 내달렸다.

내쉬는 숨에선 타는 냄새가 났다.

"버텨낸다고...?!"

결정타라고 생각했던 걸까.경악한 케네스가 황급히 방벽을 짜올렸다.

단검도 장검도 전부 놓아버려, 이미 내 두 손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상관 없어.

이까짓 거.

"카아아아아!"

내지른 왼손에, 푸른 방벽이 조각조각으로 부서졌다.

"뭣이..!"

건틀릿이 으깨지며 손등을 파헤쳤다. 상관없다.

뻗은 손아귀에, 케네스의 옷깃이 닿았다.

드디어.

"-잡았다."

희열감에 입꼬리가 치솟았다.

그 때문에.

억눌렀던 충동을, 한순간 제어하지 못했다.

케네스의 어깨가 반쯤 뜯겨나갔다.

진득한 피보라가 솟구치며 내 머리카락을 붉게 물들였다.

아직이다.

찍어올린 무릎이 늑골을 파고들었다.

갈빗대 네 개가 동시에 부서지며 케네스가 피를 토해냈다.

아직이야.

내려찍은 왼발이 케네스의 발등을 짓이기고, 채찍처럼 휘두른 오른발 끝이 케네스의 다리뼈를 으깼다.

그의 몸이 맥없이 허물어졌다.

죽어.

오른손을 뻗어 쓰러지는 케네스의 머리통을 붙들고, 손끝에 한층 한층 힘을 더했다.

손가락이 머리를 파고들며, 두개골을 조금씩 으스러트리기 시작했다.

케네스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만, 그만! 거기까지다!"

황급히 외치는 칼라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멍하니 손에서 힘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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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것에 실린 채 의무실로 후송되는 케네스를 멍하니 바라보다,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 대부분은 공포에 질려 창백해진 표정으로, 피에 흠뻑 젖은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푹 젖어버린 머리카락이 거슬려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핏방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주변 학생들이 기겁하듯 물러섰다.

의도했던 장면이었지만...그래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네.

오필리아가 눈을 빛내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내 실력이 마음에 들었다 이거지.

두려움밖에 남지 않은 시선들을 뒤로 한 채, 자리로 돌아왔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전부 멀찍이 떨어졌다.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물고 눈을 감았다.

피에 젖은 담배가 씁쓸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님 다음화입니다!

이로서 하샬르의 신고식이 화려하게 막을 내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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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적으로는 케네스-데미안---------나이젤이지만

제대로 된 마법사 상대가 처음인데다, 크누트 신경쓰느라 전력발휘를 못해서 한 대 맞아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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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오는 마법 주문은 적당히 라틴어를 갖다쓰는 것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통은 시동어보다는 그 효과 위주로 묘사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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