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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오랑캐가 입학했다-57화 (57/100)

제 57화

전방 주시의 중요성

- 콰아아앙!

맹렬한 폭발음과 함께, 특별관 3층의 창문들이 일제히 깨져나갔다.

부서진 창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전투의 소음을 뒤덮어 지워버릴 정도의 굉음.

인간과 수인, 모두의 시선이 일순간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프리데가 내달렸다.

산산조각나 쏟아지는 유리의 비를 뒤로한 채.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알 바 아니었다.

눈앞의 수인을 죽인다. 처음부터 그 생각뿐이었으니까.

"크윽!"

올가가 황급히 할버드를 치켜들어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신경이 쏠린 탓에, 한발 늦은 반응이었다.

흉흉하게 빛나는 톱날이, 암컷 늑대의 상체를 가로질렀다.

피보라와 고깃조각이 흩뿌려졌다.

"캬아아아악!"

격통은 반응을 둔하게 만든다.

그것이 수인이라 해도 마찬가지로.

연이은 작살 단검이 복부를 관통해, 내장을 거칠게 찢었다.

맹독을 삼킨 것처럼, 뱃속이 녹아내리는 듯한 아픔에 올가가 비명을 질렀다.

반사적으로 내려친 할버드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며 지면에 틀어박혔다.

프리데의 메이스가 측면에서 무릎을 후려갈겼다.

무릎 관절이 피부를 찢고 튀어나오며, 올가의 다리가 힘없이 꺾였다.

"올가아아!"

뒤늦게 휘둘러진 알렉세이의 도끼가, 마무리를 지으려던 프리데를 후려갈겼다.

막아낸 메이스가 박살나며 쇳조각을 흩뿌린다.

세차게 튕겨 나간 프리데가, 마차에 충돌한 사람처럼 바닥을 구르며 나가떨어졌다.

정원의 잔디가 붉게 물들었다.

"크, 아흑...!"

그녀가 피를 토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부서진 금속 파편들이 어깨에 틀어박혀 피가 줄줄 흘렀다.

다음 공격이 날아들면, 막지도 피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다.

그러나 알렉세이의 공격은 이어지지 못했다.

"커으으윽......"

중상을 입은 올가가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프리데를 뒤쫓으려던 알렉세이가 다급하게 올가를 부축했다.

그 틈에, 프리데가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대로 쭉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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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네프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도와줄 수 없었다.

그야, 내 검을 막기에도 바쁜 상태니까 말이지.

아이멜라의 장검이 푸른 잔광을 남기며 수십 개의 호선을 그린다.

끝없는 참격이 곰 수인의 발을 묶었다.

카메네프의 권갑이 불똥을 토하며, 검을 막아낼 때마다 갈려 나가 파편을 흩뿌렸다.

"하아아아아아!"

검의 폭풍을 일으킨다.

두 팔이 찢어질 듯 당겨오고, 폐가 공기를 요구하며 말라붙는다.

밀려드는 격통.

무리한 연격에 몸이 비명을 지른다.

무시한다.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야.

숨을 들이쉬는 틈조차 낭비이니.

전신의 여력을 쥐어짜며, 그저 미친 듯이 장검을 휘둘렀다.

그저 끝없이. 더 빠르게. 더욱 맹렬하게.

"이, 암캐가...!"

카메네프가 신음했다.

흑철로 만든 권갑이 부서져 나간다.

진은이 팔을 긁어내며, 핏줄기가 솟아오른다.

진은.

수인의 최대 강점, 초월적인 재생력조차 무위로 만드는 저주받을 금속.

인류의 상징.

곰 수인이 분노로 포효하며 상처로 뒤덮인 주먹을 치켜들었다.

=======[보리스]========

"크으으..."

보리스가 이를 갈았다.

상황은 명백했다. 한순간 정신이 팔린 것만으로, 전세가 급변했다.

올가는 치명상에 가까웠고 카메네프도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아마 특별관으로 보낸 셋조차 목숨을 잃었겠지.

적들에게 저 정도의 화력을 가진 존재가 있으리라곤 예측하지 못했으니.

...근 4년에 걸쳐, 특례생들에 관한 정보는 모조리 수집했다 생각했건만.

그나마 알렉세이가 건재했지만, 저 폭발을 일으킨 놈이 건물에서 나오면 그걸로 끝이다.

습격 계획은 사실상 이미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성공한 건 나탈리아에게 맡겼던 일차 목표 뿐인가.

밀리치야 전원의 목숨을 내던진 결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적어도, 달인 하나쯤은 여기서 확실히 없애지 않으면.

보리스가 눈앞의 여기사를 노려보았다.

너덜너덜해진 몸 상태로, 거친 숨을 내쉬며 창과 검을 겨누어오는 암컷을.

기묘한 체술을 쓰는 상대였다.

적의 몸마저 도약의 받침대로 삼아, 회전하듯 공중을 노닐며 팔다리로 무기를 쏘아내는 전법.

기사의 전법이 아니었다.

마치, 서너 마리의 독수리가 발톱을 세운 채 일제히 달려드는 것 같았다.

지독하게 자유분방하고 불규칙적인 움직임.

보리스 자신조차 감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

공격경로를 예측하는 것도, 분석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나마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 덕분에, 그가 우위를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역시 안심할 정도로 큰 차이는 아니었다. 무기에 섞인 진은이 상처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었기에.

그 빌어먹을 금속이.

보리스가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몸을 사릴 때가 아니었다.

긴 하울링을 내뱉으며, 보리스가 나이젤에게 돌격했다.

대도가 한층 격렬하게 휘둘러진다.

방어를 아예 포기하고, 상처를 견뎌내며 오직 공격만을 반복하는 동귀어진의 수법.

나이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는, 참혹한 혈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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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의 하울링과 함께 수인들의 기색이 일변했다.

표정들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노란 눈동자에 각오와 결의가 서렸다.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크하아아아!"

알렉세이가, 부축하고 있던 올가를 거세게 내던졌다.

할버드를 든 늑대가 내 쪽으로 날아왔다.

피와 내장을 추진제처럼 흩뿌리며.

상상조차 못 했던 투척.

당황한 정신에 앞서, 전투로 고양된 육신이 빠르게 반응한다.

장검이 할버드를 튕겨내며 불꽃을 튀기고, 연이어 그어진 호선이 짐승의 팔을 가른다.

올가의 오른팔이 잘려 나가며 내 얼굴에 피보라를 흩뿌렸다.

"크읏!"

순간적으로 시야가 막혔다.

반사적으로 휘두른 검이 무언가를 깊게 베어냈다.

다음 순간, 어깨에 격통이 일었다.

"아악!"

날카로운 이빨들이 견갑을 부수며 어깨에 틀어박힌다.

왼쪽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파왔다.

눈을 가린 핏물을 닦아내고 상황을 확인한다.

만신창이의 암컷 늑대가, 내 어깨를 물고 늘어져 있었다.

복부가 길게 잘려, 상체와 하체가 척추뼈만으로 간신이 이어진 상태였다.

바닥에는 쏟아진 내장이 가득했다.

이것이 수인의 생명력인가.

즉사하지 않은 것이 신기한 치명상이었다.

"크오오오오오!"

알렉세이와 카메네프가, 일제히 내게 달려들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결사적인 돌진이었다.

피하려는 순간, 올가가 하나 남은 팔로 날 붙들었다.

젠장할, 끝까지 진짜...!

"이거, 놔!"

장검으로 목을 잘라버렸다.

핏물이 쏟아져 어깨를 적신다.

늑대의 몸이 축 늘어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찌나 독하게 깨문 것인지, 머리통은 여전히 내 어깨에 박힌 채였다.

도끼와 주먹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늦었다.

맹렬한 위기감이 등을 타고 치솟는다.

장검을 두 손으로 붙잡아 휘두른다.

- 카아아앙!

굉음과 함께, 팔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충격이 검신을 타고 전해진다.

어떻게든 도끼를 막아냈다.

깨물린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팔이 뒤로 확 꺾였다.

카메네프의 주먹이 다가온다.

검을 다시 되돌릴 시간은 없었다.

"크, 아아아아아!"

고함을 지르며, 날아드는 주먹을 머리로 받아낸다.

- 퍼어억!

무언가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의식이 흔들린다.

눈앞이 검게 물들었다.

아, 이건. 위험-

"짐승 새끼가!"

추격해온 프리데의 톱날이, 카메네프의 등을 갈랐다.

뿜어지는 선혈이 그녀의 코트를 적신다.

카메네프의 움직임이 멈췄다.

연이어 뻗은 프리데의 왼손이 곰 수인의 상처를 파고들었다.

"이제, 좀, 죽어어!"

프리데가 피 섞인 노성을 내뱉으며, 그대로 왼팔을 거칠게 잡아뽑았다.

반쯤 갈린 척추뼈가 그대로 뽑혀 나왔다.

"커어억!"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마침내 카메네프가 무너졌다.

무리한 추격이었는지 프리데 역시 비틀대며 무릎을 꿇었다.

알렉세이의 도끼가 프리데의 머리를 노리고-

- 채앵!

내 장검에 튕겨 나간다.

이 새끼가, 어딜 감히...!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 때문일까, 적의 모습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시야가 온통 뒤흔들려 어지럽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온몸이 달아올라 타는 듯이 뜨거워서.

생각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사자의 오른발이 쏘아진다.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채, 내 몸통을 노리고.

"캬아앗!"

이를 악물고 맞받아 찬다.

괜찮아. 부러지지만 않는다면, 싸울 수 있어.

부러지더라도 싸울 수 있어.

"야만인!"

톱날이 이를 번뜩인다.

질척한 파육음과 함께, 프리데의 일격이 알렉세이의 왼쪽 다리에 틀어박혔다.

살점을 뜯어낼 힘도 남지 않았는지 종아리 근육을 반쯤 파고들다 멈추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알렉세이가 크게 휘청이며, 오른 발톱이 맥없이 하늘을 갈랐다.

내 발끝이 그의 하복부를 파고들었다.

커억, 하는 신음과 함께 알렉세이의 허리가 굽혀졌다.

벼락처럼 솟구치는 푸른 섬광이, 사자의 아래턱을 파고들었다.

세로로 잘려 나간 사자의 머리가 피와 뇌수를 토해내며 두 쪽으로 쪼개진다.

조각난 뇌가 내 얼굴에 들러붙어, 뺨을 타고 질척하게 흘러내렸다.

눈이 돌아간 알렉세이가 쿵, 소리와 함께 엎어져 부들부들 경련했다.

틀림없는 즉사였다.

"하아...하아......!"

나는 비틀대며 카메네프 쪽으로 걸어갔다.

척추가 뽑혔는데도 서서히 재생하고 있는 것인지, 바닥을 기며 꿈틀대는 곰 수인을 향해.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몸이 이리저리 휘청였다.

그래도. 아직 움직인다. 그렇다면 걷는다.

아직 한계는 오지 않았으니까.

아니, 틀렸어. 그게 아니야.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한다.

내게 한계 따위는 없다.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신음을 내뱉는 갈색곰에게 다가가, 그 머리통에 검을 쑤셔박았다.

카메네프가 축 늘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반가워요.

특별관 습격조가 보리스 빼고 전멸해버렸습니다.

전투 중에 한눈팔면 큰일나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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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한 특례생들 : 아니, 화석 선배가 우리 방을 다 날려버렸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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