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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21화 (21/475)

〈 21화 〉 21화 : 한적하고 평화로운 호숫가

* * *

날이 밝은 후, 우리는 다시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말들도 그간 계속 걷기만 해서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나보다. 박차를 차지 않아도 알아서 쌩쌩 달려나갔다.

덕분에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호숫가에 도착했다.

“……여기야?”

메린이 안장 위에 서서 호수 저편을 내다보며 물었다.

나는 지도와 호수를 번갈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정확하게는, 저기 어딘가.”

“……아무것도 없는데?”

오늘 날씨도 굉장히 맑기 때문에 호수 건너편까지 훤히 보였다.

그래서 이상했다. 호수 중앙에 섬이 하나가 떡 자리잡고 있어야 되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지도 잘못 본 거 아냐?”

메린이 나를 향해 의심스러운 눈길을 던졌다.

나 참, 어이가 없네.

“야, 임마, 여기선 지도를 의심해야지, 어떻게 날 의심할 수가 있냐?”

“상식적으로 지도가 잘못됐겠냐? 네 눈이 삐꾸였겠지.”

“내 눈 멀쩡하거든? 애초에 나침반 보고 잘 왔으니까 호수가 나온 거 아냐.”

“확실해? 너 옛날에 도감 보면서 민들레를 국화라고 박박 우겼었잖아.”

“……”

이 자식, 쓸데없이 기억력만 좋아 가지고.

갑자기 자신감이 팍 사라졌잖아!

나는 조용히 지도와 나침반을 다시 꺼내어 확인해보았다.

……맞게 온 거 같은데?

“이상하네…… 다른 방향에 다른 호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로나, 뭐 아는 거 없어?”

로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하느라 내 말을 듣지 못했고, 그래서 한 번 더 물어보아야 했다.

그녀는 지도를 한 번 보고, 그리고 호숫가를 죽 둘러보았다.

“여기 맞는 것 같은데요. 보세요, 여기 그려진 나무집, 저 아래에 있는 저 집 아니에요?”

“근데 왜 호수에 아무것도 없는 거지? 호수 중앙에 섬이 있어야 되는데.”

로나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아!” 하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

“맞아, 맞아. ‘마녀의 숲’은 마법으로 감춰져 있어요. 그래서 정해진 수순을 밟아야 들어갈 수 있어요.”

음, 납득이 된다.

마녀들이 사는 곳이니까 마법이 걸려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

이해는 되지만 귀찮네.

“무슨 수순?”

로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것도 납득은 할 수 있다.

거처를 지키려고 마법을 건 건데, 그걸 뚫는 방법을 누구나 다 안다면 의미가 없으니까.

이해는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진짜 귀찮네.

“일단은 저 나무집으로 가보자. 호숫가에 있는 걸 보니, 마녀들과 관계가 있는 곳일 거야.”

어차피 달리 갈 곳도 없다.

물론 마녀와는 하등 관계가 없고, 그냥 낚시 좋아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일수도 있다.

그래도 기왕 조사할 거면 호수 가까이에서 하는 게 더 낫겠지.

우리는 호숫가에 자리잡은 나무집으로 향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가까이서 본 나무집은 조금……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짧은 풀들 위에 정리하다가 만 그물이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고, 건조대에 널린 생선도 먹혔거나 썩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창문으로 집 안을 살펴보고 싶어도, 죄다 닫혀 있어서 불가능했다.

안에 누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에서 내린 뒤, 내가 앞장서서 문을 두드렸다.

쿵쿵.

“……”

반응이 없네.

손잡이를 당겨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이 망가졌나?

“아무도 안 사나?”

……라고 중얼거리자마자, 집 앞에 낚시대가 하나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근처 작은 상자에는 바늘과 찌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적어도 한 명은 살고 있다는 뜻인데…….

“어디 나갔나?”

“글쎄? 기다릴 거야?”

“음…… 그래야겠지? 밤이 돼도 안 오면 이 앞에서 야영하자. 내일은 오겠지.”

내 말에, 메린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내일도 안 오면?”

“안 오면? 다른 데로 가는 거지, 뭐.”

“아…… 그래……?”

……응? 어째 실망하는 것 같은데?

설마 이 자식, 문 부수고 들어가고 싶었던 건 아니겠지?

그나저나 아직 날이 한참인데, 뭘 해야 알차게 보냈다고 뿌듯해할 수 있을까?

낚싯대라도 빌릴까?

잠깐 빌리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좋아, 오늘 점심이랑 저녁은 평범한 생선이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평범한 생선!

나는 낚싯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뒤쪽에서 풍덩, 하고 무언가 물에 빠지는 소리가 났다.

“……?”

뒤를 돌아보니, 로나가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메린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고, 대신 호수면이 잔잔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으엑, 설마?!

황급히 호숫가 근처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옷가지가 떨어져 있진 않았다.

“휴, 다행이다. 옷 입고 들어갔군.”

씻으러 들어간 줄 알았네. 진짜 십년감수했다.

……근데 그게 아니면 뭐 하러 들어간 거지?

로나에게 물어봤지만, 그녀도 모르는 듯했다.

“갑자기 들어가셨어요. 호숫물 자체는 그냥 평범하니 무슨 문제가 있진 않을 거에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뭐, 메린도 무슨 생각이 있겠지.

별 생각 없으면 또 어때?

어차피 오늘은 달리 할 일도 없는데.

나는 나무집 앞에 있는 낚싯대를 들고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았다.

미끼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물 놈은 물겠지.

호수를 향해 낚시줄을 퐁당 던졌다.

그동안 로나는 말들을 끌고 호숫가로 가더니 물을 먹이기 시작했다.

“……”

평화롭다. 좀 난감할 정도로.

일 년 뒤에 세계를 멸망시킬 드래곤이 깨어난 건 그냥 꿈 얘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화롭다.

그나저나 낚시대로 낚시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고향 마을에서는 빨리 낚아서 마을로 튀어야 되니까, 운 없는 놈 걸리라는 심정으로 그물 대충 휙휙 던졌었는데.

낚시도감 서문에 ‘낚시는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닌, 세월을 낚는 것이며,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귀한 수행의 시간’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던 게 떠올랐다.

세월을 낚는다…… 뭔가 감성을 자극하는 말이다.

……근데 그거 그냥 허탕친 걸 얼버무리는 거 아닌가?

“오.”

갑자기 찌가 물속으로 홱 들어갔다!

이야, 진짜 있긴 있구나.

미끼도 없는 바늘을 덥썩 무는 친절한 물고기가.

나는 재빨리 낚싯대를 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우와, 묵직해!

“으으으!!”

고기가 엄청난 기세로 낚싯대를 끌어당겼다.

부러지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낚싯대가 활처럼 크게 휘었다.

아무리 내가 비실거리더라도 물고기한테까지 질 수는 없지!

이를 악물고 젖 먹던 힘을 다해 당겼다.

“으랏챠아아아!”

푸샤아아아­­­!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 생애 역대급 대어가 물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햇빛을 가리는 바람에 뭔지 잘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크기 하나는 엄청나게 컸다.

“우와, 오늘 배 터지게 먹……”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물론 너무 감격해서 그런 게 아니다.

호수 바깥으로 나온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엄청나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몬스터인드라우너였다!

드라우너는 지독한 한을 품고 물에 빠져 죽은 여자가 변하는 몬스터로, 수초 같이 너풀거리는 머리카락과 길다란 손톱이 특징적이다.

나무 몽둥이로도 때리면 죽는 놈인데, 그렇게 허약한 것 치고는 악명이 대단히 높다.

몸이 약해서 그런지 교활한 수를 쓰기 때문이다.

이 놈은수초인 줄 알고 따러 오는 사람이나,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인 줄 알고 건지러 오는 사람을 손톱으로 갈기갈기 찢은 뒤, 그 피를 물과 함께 흡수한다.

그럼 물 속에만 안 들어가면 되겠다 싶겠지만, 이 놈은물 밖에 있는 사람도 그 긴 머리카락으로 붙잡아서 물 속으로 끌고 간다.

그래서 물가에 사는 사람들은 누가 물에 빠져도 절대로 건져주지 않는다.

더 심하게는, 희생양 비스무리한 걸로 몇 명 골라서 물 당번을 시키는 곳도 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굉장히 삭막하게 만드는 악랄한 몬스터인 것이다.

근데 그런 놈이 왜 낚싯바늘을 무냐고!

하필 또 내 걸!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낚싯대를 옆에 던지고 바로 검을 뽑았다.

“로나! 조심해!”

드라우너가 두 손의 손톱을 쫙 펴며 거품 끓는 소리를 냈다.

우와, 저 녀석, 거품 토하려는 건가?!

놈이 양 볼을 부풀리고 앞을 보는 순간, 갑자기 놈의 머리 위로 커다란 철퇴가 떨어지며 놈을 짜부라뜨렸다.

“……”

“카엘 님~ 괜찮으세요~?”

로나가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역시 전투사제 무서워.

잠시 후, 호수 안에 들어갔던 메린이 다시 뭍으로 올라왔고, 우리는 그녀가 옷을 말릴 수 있도록 불을 피웠다.

로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까르륵 웃으며 메린에게 말을 늘어놓았다.

“있죠, 메린 님, 카엘 님이 낚싯대로 드라우너를 낚으셨어요! 우와~ 그 무거운 놈을 한 번에 팍 하고 끌어올리는 걸 보셨어야 하는데!”

메린이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와, 네가 용사가 맞긴 하구나. 호수 안에 물고기 되게 많던데, 어떻게 거기서 몬스터를 콕 집어서 낚냐.”

“……”

전혀 기쁘지 않아.

“……그래서, 넌 물에 왜 들어갔냐?”

메린은 옷의 물기를 짜며 대답했다.

“물 속에 뭐 있나 보려고. 꽤 맑더라. 멀리까지 잘 보이던걸. 아, 그래서 말인데, 봤어.”

“뭘?”

고개를 돌려 메린을 보았다가, 모닥불로 다시 눈을 돌렸다.

……녀석이 물기를 짜느라 옷이 몸에 착 달라붙어서 몸의 굴곡이 다 드러나 있었다.

그냥 옷 갈아입고 오면 안 되나?

녀석을 흘긋 보니, 전~혀 개의치 않고 불을 쬐고 있다.

젠장, 왜 내가 민망해해야 되는 거야?

“그 왜, 호수 중앙에 있다는 섬. 보이더라.”

“오? 물 속까진 마법이 안 걸린 건가?”

이걸로 지도와 내 눈, 둘 다 멀쩡하다는 게 확실히 증명되었다.

이 호수 중앙에 정말로 ‘마녀의 숲’이 있다는 건 알았으니, 어떻게 갈 수 있는지만 알아내면 되는데…….

메린이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거기까지 헤엄쳐 가볼까 했는데, 뭔가 예감이 안 좋아서 그냥 돌아왔어.”

“그래, 잘했어.”

로나는 ‘정해진 수순을 밟아야’ 그곳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수순을 무시하고 가까이 갔다간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

“……근데 너 왜 아까부터 딴 데 보고 얘기하냐?”

“불 쬐느라. 드라우너 낚을 때 물에 좀 젖었거든.”

거짓말은 아니다.

맞은편에서 로나가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절대 마주치지 않으려고 불만 노려보았다.

……내가 다시 메린을 쳐다본 건 그로부터 삼십 분이 지난 후였다.

“집, 아직 비어 있지?”

옷이 잘 마른 메린이 집 쪽을 흘긋 보며 물었다.

“어. 왜?”

“그냥 들어가보자.”

“싫어.”

머리가 일하기 전에 입이 바로 대답을 뱉었다.

메린이 얼굴을 찌푸렸다.

“싫은 건 또 뭐야?”

“집주인한테 내가 사죄해야 되니까 싫다고.”

“오기 전에 조사하고 가면 되지.”

이 녀석, 사고방식이 글러먹었어!

아니, 무슨 강도도 아니고 잠겨 있는 남의 집 문을 왜 열어?!

하지만 나는 대꾸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나저나, 오늘 점심은 드디어 여행용 보존식량을 먹는 건가.

말린 고기니까 역시 끓여야겠지?

여기가 호수라서 물은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좋네.

“사람이다!”

호수를 보던 로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뭐?”

고개를 돌려 로나를 바라보니, 그녀는 호수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어기 물 위에, 사람이 떠 있어요!”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정말로 물 위에 사람 한 명이 둥실 떠 있었다.

배를 타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맨몸으로 물 위에 떠 있는 거다.

사람일 리가 있나.

“드라우너 아니야?”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으음~ 아니지 않을까요?”

“드라우너는 물속에 뜨지, 물 위에 뜨는 놈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그거 말곤 달리 설명할 게 없는데…….

“누구냐.”

눈을 한 번 깜박였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 사람이 나타났다!

“꺄아악!”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주먹을 날려버렸다!

“커허억!”

내 주먹의 희생양이 된 그 사람은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더니, 호숫물에 얼굴을 처박고 축 늘어져버렸다.

“……”

엇, 안 움직이네.

서, 설마……!

메린이 휴우, 하고 휘파람을 짧게 불었다.

“오, 한 방에 보내다니 제법인데?”

“보내긴 뭘 보내?!”

정신을 잃은 그 사람을 황급히 땅 위로 끌어올렸다.

머리카락이 얼굴에 착 달라붙어서 좀 기괴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생긴 걸 보니 인간 남자 같다.

로나가 찬찬히 남자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으음…… 기절했네요. 와아, 역시 카엘 님, 대단해요! 아무 상처도 안 내고 주먹 한 방에 제압하시다니!”

“어, 음…… 고마워…….”

왠지 쑥스러웠다.

아무튼 갑자기 등장한 것도 그렇고, 이 사람이 여기 관계자인 게 분명하다.

게다가 이 나무집의 주인이다.

이거 생각보다 빨리 일이 풀릴지도 모르겠는데?

혹시 겁을 먹고 도망갈지도 몰라 손발을 꽁꽁 묶은 후, 남자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으으…….”

해가 막 중천에 떴을 무렵, 남자가 신음을 흘렸다.

그다지 큰 타격은 아니었는지 생각보다 금방 깨어났다.

남자는 눈을 끔벅이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곤, 바로 우리를 향해 매섭게 소리질렀다.

“이 빌어먹을 강도 놈들! 젊은 것들이 할 게 그렇게 없냐! 어디 강도질을 하고 있어?!”

“강도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내가 대꾸하자, 남자의 눈초리가 더 사나워졌다.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맘대로 식량 훔쳐먹는 놈들이 강도가 아니면 뭐냐!!”

“……”

음, 할 말이 없군.

하지만 이건 뭐라고 할까, 의도치 않은 사고이다.

아니, 내가 이 사람을 밧줄로 묶는 동안 메린이 열쇠를 훔쳐갈 줄 누가 알았냐고.

어째 옆에서 뭔가 꼼지락거린다 했어.

내가 작업을 마쳤을 땐 이미 나무집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무서운 건, 저 녀석에게 별 악의는 없다는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뭐하냐?’고 물었더니, 메린은 어깨를 으쓱이며 딱 한 마디 했다.

­­조사.

……나쁜 의도는 없는데 거기에 상식도 없으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집 안엔 별 특이한 게 없었고, 녀석은 지금 이 집 부엌에서, 이 집 창고에 있던 말린 생선을 한창 굽는 중이다.

물론 집주인의 허가 따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 남자를 밧줄로 묶은 건 나란 말이지?

훗, 완전 강도구만.빌어먹을.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저지른 거 뻔뻔해야지, 별 수 있어?!

나는 빙그레 웃으며 남자에게 말했다.

“외로운 이웃사촌분께 창조주님의 사랑을 나눠드리러 왔답니다♡ 평안하신가요, 형제님?”

“지랄 마, 이 미친놈아!!”

……생각보다 일이 좀 복잡해질지도 모르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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