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지상파인 MBS의 예능국.
언제나 아이디어 회의로 밤낮을 지새우는 그곳.
예능2팀 회의실도 마찬가지다.
“흐으음.”
테이블에 둘러앉은 메인PD와 작가진들.
모두 펜대를 굴리며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중이다.
평소 같으면 정말 별의별 아이템을 꺼내며 회의했을 그들이지만.
어째서인지 모두 의욕을 잃은 모습.
“선배님. 그거 진짜 엎어진 거예요? <별을 보러 떠나요>.”
일명 똥머리를 한 여자 작가.
강주란이 물었다.
“어. 그거 엎어졌다.”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는 남자.
예능PD 김오태였다.
둘이 지금 몰골은 이렇지만.
나름 여럿 예능을 히트시킨 능력 있는 제작진이었다.
“왜 이걸 엎어요? 파일럿으로라도 한 번 간 보기엔 좋은 아이템이었잖아요.”
얼마 전 이들이 구상했던 프로그램.
가제는 <별을 보러 떠나요>였다.
바로 스타와 그 자녀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포맷.
최근 스타의 사생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에 맞춰 스타의 자녀를 전면에 내세운 기획을 구상한 것.
아이템에 대한 예능국 내부 평가도 좋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가 싶었거늘.
“좋은 아이템이면 뭐하냐? 섭외가 안 되는데.”
다만.
방송에 자녀를 전면에 노출시킨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스타들을 섭외하는 것이 영 쉽지 않았다.
덕분에 기껏 다 짜놓은 아이템과 기획을 모두 폐기해야 할 상황.
“도장 찍으려던 이준오도 돌아가는 꼴보고 발 뺐잖아. 출연할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강행을 하겠냐.”
A급 연예인 한 명만 확정이었어도 파일럿으로라도 편성을 했을 텐데.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사했다.
아직 24시간 카메라가 돌아가는 관찰 예능이 익숙하지 않은 것.
“이미 엎어진 거에 미련 두지 말자.”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김오태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강주란 너. 인터넷 그만 뒤지고 일 좀 해. 또 무슨 팝송 찾아보지 말고.”
“아이, 소재 탐색하는 중이거든요.”
김오태의 타박에 신경질적으로 대꾸하는 강주란.
준비해오던 기획이 엎어져 서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물론.
강주란은 소재 탐색이 아니라 넙튜브 탐방 중이었지만.
해외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기에 여기보다 좋은 곳이 없거든.
그렇게 팝송을 검색하던 강주란의 눈에.
“어?”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들어왔다.
잠시 후.
강주란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선배님, 선배님! 이것 좀 보세요.”
“뭔데?”
힘겹게 일어나 강주란 쪽으로 다가가는 김오태.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것은 한 넙튜브 영상이었다.
“야. 소재 찾는다더니 뭔 동영상을 보고 있냐?”
“제목이나 좀 읽어보세요.”
그제야 제목을 확인한 김오태.
[유진이는 지금은 검도 연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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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유진이면, 그 아역배우 박유진?”
“네, 맞아요. 넙튜브에 개인채널 개설했더라고요.”
“뭐야. 그냥 이번에 들어가는 드라마 연습 영상이잖아? 이게 뭐 어쨌는데?”
“자세히 보세요.”
김오태는 우선 잠자코 강주란의 말에 따랐다.
동영상 속에는 아역배우 박유진이 검도 수업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유진아, 유진아! 다치면 안 된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은데, 응? 알았지?]
한 중년 남성의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넵, 아빠!]
멀리서 대답하는 박유진의 목소리.
찍고 있는 쪽이 아버지인 모양.
그리고 박유진의 행동 하나하나에 아버지의 리액션이 달라졌다.
잘할 때는 흐뭇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걱정스러울 때는 카메라 워킹이 다소 불안정해졌다.
그런 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박유진은 연습에만 매진하는 모습이었지만.
[수고하셨습니다!]
곧 연습이 끝났는지 카메라 앞으로 다가오는 박유진.
[어? 우리 아들이 키가 좀 큰거 같은데?]
[넵. 검도 시작하고나서 키가 엄청 큰 것 같아요.]
[그러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만했는데.]
[그것보단 더 컸어요, 아빠.]
[기어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아들이, 흑, 흐윽. 언제 이리 커서는······.]
[아빠, 울어요? 뚝! 그만 울어요!]
느닷없이 울기 시작하는 박유진의 아버지.
김오태는 순간 꽁트인가 싶었다.
그러나 울음소리가 너무 리얼했고.
눈물을 닦아주는 박유진의 모습이 잡히자 진짜라는 것을 알았다.
“허. 이 부자지간 재미있네.”
아들 걱정뿐인 아버지와 의젓한 아들.
보기 힘든 두 부자의 독특한 매력이 영상에 단편적으로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을 보면 머리가 돌아가는 것이 바로 예능국 사람들이다.
“댓글 반응도 되게 좋아요. 선배. 이거 좀 구미가 당기지 않아요?”
“그래. 야, 주란아. 이거다 이거!”
강주란의 말에 뒤늦게 김오태가 손뼉을 쳤다.
“굳이 스타가 어른일 필요가 있냐? 지금 활동하는 아역들하고 그 부모가 출연하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 이쪽으로 한번 틀어보면 어떠냐?”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짝,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두 사람.
좀비를 연상케하던 회의실에 연료가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
한양독립영화제가 열리는 GGV압구정 1관.
시상식은 폐막식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영화 <리플레이>의 주인공으로서 참석한 하진무.
오랜만에 정장을 꺼내입고 왔다.
“와, 진짜 멋지다!”
그런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한 꼬마.
바로 유진이다.
“오늘 진무 삼촌 진짜 멋져요! 최고!”
그 말에 하진무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삼촌 놀리는 거냐?”
“응? 왜요?”
하진무는 뭐라고는 못하고 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게.
남아 턱시도를 입은 유진의 모습이 장난 아니었으니.
평소에도 얼굴이 특출난 유진이었으나.
편집숍을 다녀와 세팅을 받고 거기에 턱시도까지 입었다.
보자마자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의 비주얼.
7:3 정도로 가른 가르마 덕에 귀여움과 멋있음이 공존하는 중.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역시 불공평한 세상이다.”
“음? 방금 뭐라고 했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직접 붙는 씬은 하나도 없었지만.
<리플레이> 촬영을 거치며 어느 정도는 친해진 두 사람.
유진이 삼촌이라 부르며 하진무를 잘 따랐다.
하진무는 그런 유진을 귀여워하다가도.
이따금씩 커다란 위화감을 느끼곤 했다.
‘아무리 봐도 믿기지가 않아. 저 순진해 보이는 꼬마가 그런 연기를 보여준다는 게.’
<리플레이>에서 유진의 연기를 직접 목격한 이후.
하진무는 유진이 나오는 작품은 다 챙겨보았다.
한 번은 미끄러지겠지.
한 번은 안 좋은 모습을 보이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하지만 미끄러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했어.’
가장 결정적인 건 <호구>에 참여한 이순철 때문이었다.
하진무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가 바로 이순철이었으니.
‘이순철 선생님께서 굳이 아역 투톱 미니시리즈의 조연으로 합류하셨다는 건, 선생님께서도 이 애의 연기를 인정했다는 뜻이겠지.’
하진무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이순철과 호흡을 맞추는 것.
그런데 9살짜리의 어린 배우가 하진무보다 그 꿈을 먼저 이룬 것이다.
‘대체······어떻게 가능하지? 저 나이에’
“하진무 배우님, 박유진 배우님! 포토존으로 이동하신 뒤 사진이랑 인터뷰 끝나면 1관으로 입장 부탁드립니다!”
그때 영화제 진행스탭이 나타났다.
안내에 따라 포토존으로 향한 두 사람.
그러자 곧 기자들이 우르르 붙었다.
“두 분! 여기 좀 봐주세요!”
화제성이 비교적 적은 독립영화계지만.
상업영화에서도 여러 번 출연한 하진무.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진.
둘의 조합은 확실히 구미가 당길만 했다.
“박유진 배우! 아역 최초로 새로운 발견 부문에 후보로 올랐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혹시 수상을 기대하고 있나요?”
“하진무 배우님께선 박유진 배우의 수상확률이 몇 퍼센트라고 보십니까?”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은 온통 유진에게로 쏠렸다.
평소라면 하진무에게도 질문이 쏠렸을 터다.
하지만 유진이 새로운 발견 후보로 오른 것.
그게 영화제 최고의 이슈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또한 기자들로선 유진이 어린아이답게 솔직하게 대답해주길 바랄 터.
그러면 자극적 헤드라인을 뽑기 쉬우니까.
하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아!”
유진은 매우 노련하게 넘어갔다.
재미없는 대답에 기자들은 조금 실망한 눈치였으나.
유진이 대뜸 폴더 인사를 하자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포토존을 벗어난 직후.
하진무는 슬쩍 유진에게 물었다.
“너 진짜 상 못 받을 것 같냐?”
“음? 아뇨? 제가 받을 것 같아요!”
기자들 앞에서와는 달리.
매우 당당하게 말하는 유진.
‘당최 종잡을 수가 없는 녀석이네.’
유진의 노미네이트 소식.
만약 <리플레이>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누구보다도 탐탁지 않게 생각했을 사람이 바로 하진무다.
그는 꼰대 소리를 들을 만큼 연기론에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연기란 경험에 근간한 것이고.
세월이 깊이를 만든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자면.
이미 괴물같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유진이다.
고작 9살의 나이로.
그렇다면.
‘이 녀석, 대체 나중엔 어떤 연기를 보여주려고?’
갑자기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하진무였다.
촬영 전, 아역에 맞춰 대본을 수정했을 때부터.
첫 만남에서 봤던 메소드 연기.
이후 <리플레이> 본촬영 때까지.
하진무는 유진이 어리다는 이유로 매번 의심과 의문을 품었으나.
유진은 매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영화는 독립영화제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유진은 아역 최초로 새로운 발견 부문 후보에 올랐으니.
그러니.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알았다.”
하진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선 유진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
잠시 후.
유진은 하진무와 함께 1관으로 향했다.
‘영화제 시상식이라.’
회귀 전엔 단 한 번도 참석해본 적 없는 자리.
유진은 눈을 빛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짜 기분 좋은 거구나. 이런 자리.”
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
저마다 인사를 하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상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다소 달아오른 분위기.
덩달아 유진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TV, 인터넷으로만 보던 광경이 실제로 펼쳐져 있으니.
지금만큼은 유진도 정말 9살짜리 아이였다.
‘예전엔 한 번도 욕심을 내본 적이 없었는데.’
그저 연기를 하는 게 좋았을 뿐.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유진이다.
상을 받는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너무 멍청한 생각이었지.’
연기란 남에게,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
연기를 하면서도 주목받고 싶지 않다는 건.
거울을 보며 원맨쇼를 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욕심을 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에 유진은 기꺼이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하진무 씨, 유진아! 여기야.”
유진 일행은 마침 미리 도착해있던 최희숙과 합류했다.
곧 좌석에 사람들이 들어찼다.
진행된 시상식.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양독립영화제 시상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을 맡은 남녀배우의 멘트를 시작으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이후 몇몇 부문의 시상이 진행되었고.
신인감독상 차례가 다가왔다.
“신인감독상 부문 수상자. <리플레이>의 최희숙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최희숙의 눈동자가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축하드려요, 감독님!”
결과를 알고 있던 유진은 최희숙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내주었다.
평소 초췌한 모습과는 달리 한껏 신경 쓰고 온 최희숙.
그녀는 계속 입을 벌린 채로 무대 위에 올랐다.
“상을 받을 줄 몰랐는데······정말 감사합니다. 아, 흡.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네요.”
눈물을 글썽이는 최희숙.
그 모습을 보며 유진은 신기한 기분이었다.
‘감독님의 첫 시상식은 풋풋했네. 나중엔 매번 상을 받으셔서 그런지 여유가 넘치시는데.’
최희숙은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함께 고생한 우리 다님길필름 식구들, <리플레이>에 참여해준 모든 배우 덕분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제 영화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어준 배우 박유진 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러자 카메라가 유진을 비췄다.
그에 놀라 눈이 동그래진 유진.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사방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하나뿐인 제 인생의 보물, 제 딸 신애에게 모든 영광을 바칩니다.”
그렇게 말하곤 눈물을 줄줄 쏟으며 내려온 최희숙.
그런 최희숙을 위해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그럼 다음 순서는 ‘새로운 발견’ 부문입니다!”
“독립영화에 처음 출연한 배우에게 주어지는 상이죠! 즉, 일생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영광스러운 상입니다. 그럼 후보 만나보시죠!”
스크린에 나오는 후보들의 모습.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배우들이었다.
그러나.
[리플레이 – 박유진]
10살도 안 된 유진의 등장에 빛이 바래는 모양.
“새로운 발견 부문! 올해의 수상자는!”
다른 부문과는 달리.
곧장 발표하지 않고 길게 끄는 진행자.
시상식 때 흔히 쓰는 드럼 소리가 점점 고조되어 갈 무렵.
진행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축하합니다. <리플레이>의 박유진 배우!”
그러자 아주 잠깐.
박수 대신 술렁임이 일었다.
설마 진짜 유진에게 상을 줄 것이라곤 생각 못 했던 모양.
짝!
그때 박수를 가장 먼저 친 사람.
바로 하진무였다.
그가 벌떡 일어나 유진에게 박수를 보내기 시작한 것.
그러자 곧 파도처럼 박수가 퍼져나갔다.
“축하한다. 네가 받아 마땅한 상이야.”
하진무가 유진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유진아, 흐윽. 너무 축하해!”
아직 울고 있는 최희숙 역시 유진을 세게 껴안아 주었다.
곧 무대로 올라간 유진.
커다란 꽃다발과 트로피를 안으니 영 벅차 보였다.
제게 집중된 조명들.
유진은 객석을 한 번 빙 둘러보았다.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역배우가 받은 걸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 얼굴을 찌푸린 사람.
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
여러 사람이 있었다.
‘역시, 아직 더 올라가야 해.’
저들의 표정을 모두 감탄으로 바꿔놓고 싶다.
상을 받았지만.
오히려 더한 자극을 받는 유진이었다.
“안녕하세요, 박유진입니다!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이렇게 주실 줄은 전혀 몰랐어요!”
마이크 높이가 맞지 않아서 까치발을 들며 말하는 유진.
그 모습을 카메라가 잡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아요. 최희숙 감독님, 하진무 삼촌, <리플레이> 스탭 형, 누나들. 차동석 사장님이랑 장미소 사모님. 모두모두 다 감사드리고요. 오늘 예쁘게 해주신 실장님도 감사드려요!”
여기까진 평범한 수상소감이었다.
“아, 맞다. 죄송해요. 사실 거짓말했어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했는데, 사실 무지무지 상을 받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하는 유진.
어린애가 그리 말하니 귀엽게 느껴지는지.
객석에선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왜냐면 엄마랑 아빠한테 자랑스런 아들 되고 싶었거든요. 항상 저 믿어주시는 아빠! 정말정말 사랑해요!”
그 뒤.
유진이 눈동자를 빛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렸다.
마치 하늘에 대고 이것 좀 보라는 것처럼.
“그리고 하늘에 있는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저 상 받았어요! 유진이는 아빠 덕분에 잘하고 이렇게 상도 받았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 말을 끝낸 직후.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유진.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날.
박태종은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