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역부터 씹어먹는 천재배우님-157화 (157/237)

157화

하루 뒤.

유진과 차동석, 박태종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중이었다.

“설마 일본에 오자마자 이런 연락을 받을 줄이야.”

차동석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매번 자신이 차를 몰았지,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탈 일이 거의 없는 차동석.

그게 어색한지 자꾸 운전석 쪽을 흘끔거렸다.

그곳엔 매우 푸근한 인상에, 정장을 입은 남자가 편안히 차를 몰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바로 그 일본 기획사 사람들입니까?”

박태종의 물음에 차동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JG 매니지먼트. 일본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대형 연예기획사입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저희 유진이를 왜······.”

“역시 비즈니스 얘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데리러 오겠다며 차까지 붙여주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차동석의 말대로.

JG 매니지먼트 측에선 수행원이며 경호원까지 붙었다.

아직 일본 활동도 개시하지 않은 배우에겐 부담스러울 정도로 매우 극진한 대우였다.

“신기하네요. 저 일본에서 아직 뭐 한 것도 없는데.”

입국 당시의 친절이 스윗터 등에서 화제가 된 건 알고 있었으나.

그 외엔 외부 노출이 전무한 유진이다.

재오의 <입김> 오디션을 참관하느라 바빴으니.

“그러게. 또 의아한 점이 있어. 내가 인맥을 통해 알아봤는데, JG 매니지먼트는 해외 배우들과 교류가 그리 많은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야.”

“그런 회사에서 저를 찾는다고요?”

“일단 가서 얘기를 들어봐야 알 것 같은데. 설마 안 좋은 일로 불렀겠어?”

지금 이 대우만 봐도.

JG 매니지먼트가 유진에게 호의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유진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에 들어온 전광판에서 한 광고가 송출 중이었는데.

바로 라앺이었다.

[화제의 한국 판타지 로맨스,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일본 상륙!]

그 뒤 연이어 나온 것은.

[한국에서 상륙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 절찬상영 중!]

한창 일본에서도 상영 중인 .

모두 유진이 출연한 작품이었다.

‘확실히. 내가 탐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네.’

드라마면 드라마, 성우 활동이면 성우 활동.

거기에 노래까지.

유진의 모든 활동이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해외배우와 교류가 없는 곳에서, 나를 이렇게까지 극진히 대우하며 만나고 싶어한다?’

유진의 머릿속에서 맞춰지는 퍼즐조각들.

답은 곧 쉽게 나왔다.

유진은 차동석과 박태종을 향해 말했다.

“저, 사장님. 아빠.”

“응?”

“왜 그래?”

“이번 미팅이요. 저한테 맡겨주실 수 있나요?”

뜻밖의 말에 두 남자의 눈동자가 커졌다.

“뭐라고?”

잠시 후.

“도착했습니다.”

수행원이 말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JG 매니지먼트의 사옥.

엄청난 높이의 건물이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수행원을 따라 건물에 들어가니.

출입구에서 유진 측을 맞이하는 인물.

그는 과도할 정도로 허리를 굽히며 유진에게 인사했다.

“저는 JG 매니지먼트 해외전략부서의 부장을 맡고 있는 와타베 카즈야입니다.”

*

‘박유진 측이 언제 귀국하는지는 몰라. 그러니 이번에 제대로 확답을 받는다.’

와타베는 그리 다짐했다.

그는 허리를 굽히며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자 차동석도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명함을 내밀었다.

“아, 그. 그런데 전 한국 명함입니다만.”

“네?”

일본어를 구사할 줄 모르는 차동석이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그에 와타베가 당황하고 있을 찰나.

“저희 사장님이 한국 명함 밖에 없다고 하시네요. 괜찮을까요?”

유진이 차동석의 말을 번역해주며 나섰다.

그러자 와타베가 흠칫 놀라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박유진 배우께선 일본어를 매우 잘 하시는군요.”

“잘 하기는요. 아직 배우는 단계인걸요.”

“하하, 겸손하시기까지. 갑작스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죠.”

미팅룸으로 안내하는 길.

와타베는 흘끔흘끔 유진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확실히 외모가 매우 뛰어나군.’

보통 국적에 따라 외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박유진의 외모는 취향을 탈 만한 요소가 거의 없었다.

예쁜 거 같으면서도 잘 생겼고.

귀여운 것 같으면서도 선이 굵다.

‘도화지 같으면서도······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히 있어. 그 오묘함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거겠지.’

엔터 업계에서 일하며 숱한 연예인을 본 와타베조차 놀랄 정도.

그만큼 유진의 비주얼은 특출났다.

‘저런 외모로 성우 활동까지 한다니. 참 놀라운 일이야. 왜 인기를 끄는지 확실히 알겠군. 하지만 지금은 결국 일본에 처음 온 어린아이일 뿐이지.’

이방인은 지도 없이는 길을 헤매기 마련이다.

와타베는 그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생각이었다.

“호의에 감사드려요. 이렇게 사람이랑 차까지 보내서 마중을 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유진의 감사 인사에 와타베가 싱긋 웃었다.

“당연한 일입니다. 박유진 배우는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핫한 아역배우입니다. 함부로 모실 수는 없는 노릇이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유진을 한껏 띄워준 와타베.

잠시 후, 그들은 미팅룸에 도착했다.

“늦었지만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국하실 때의 모습이 매우 감명 깊었습니다. 훌륭한 매너를 갖고 계시더군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모여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릴 뿐이죠.”

웬만한 공식행사만큼 핫했던 유진의 첫 일본입국.

스윗터에서 화제가 된 것만 해도 그 화제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하고 셀카를 찍어주는 모습까지.

JG 매니지먼트 수뇌부가 원하는, 리스크 없는 톱스타.

와타베가 생각하기엔 거기에 박유진이 딱 들어맞았다.

“박유진 배우 측도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계획해보실 생각이 있으리라 짐작됩니다만.”

“제가 그럴 정도로 인기가 많나요?”

자신의 인기를 알면서 물어보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지.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어보는 유진.

와타베는 곧장 대답했다.

“지금 일본에서 박유진 배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미니시리즈였던 <호구>부터 시작해 영화 <데드맨>, 초대박 작품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이번 까지. 심지어 박유진 배우에 대해 다뤘던 다큐멘터리조차 정식으로 수입되어 방영될 정도입니다.”

유진은 우와, 하고 입을 벌렸다.

그 모습은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 같은 모습이었다.

‘좋아. 박유진 측은 아직 일본 내에 자기들 영향력을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점을 노린다.

“하네다 공항에서도 느끼셨겠지만, 박유진 배우를 원하는 일본 팬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러니 저희 JG 매니지먼트가 박유진 배우의 일본 활동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그리 말하며 계약서를 내미는 와타베.

계약서의 내용은 매우 놀라울 정도.

정산 비율부터 톱스타 급 대우였고.

심지어 개런티까지 있었다.

“······미쳤는데?”

협상에 관해서라면 악마가 되는 차동석조차 감탄한 얼굴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못 봤던 내용들인데요. 이 정도로 정산비율이 좋다니.”

이제 계약서 보는 눈이 생긴 박태종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만.

“흐음.”

유진만큼은 진지한 얼굴로 계약서를 계속 살펴보았다.

“그리고, 계약과 관련하여 한 가지 제안 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와타베는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계약을 주도할 것은 사장인 차동석과 아버지 박태종일 터.

“일본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서, 얼마간 일본에 거주하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마침 박유진 배우께선 일본어도 매우 능숙하시니, 적응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 생활 전반에 대해서는 저희 회사가 아낌없이 지원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원하신다면 계약서 조항에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와타베의 영업 전략이었다.

최대한 상대방에게 예의와 친절을 베풀고, 한껏 띄워준다.

그렇게 상대가 구름 위에 놀고 있을 때, 은근슬쩍 원하는 것을 찔러넣고.

상대방이 기분에 취해 승낙하게 만든다.

‘지금 한창 핫할 때 최대한 이익을 봐야겠지.’

즉.

JG 매니지먼트로선 짧은 기간 내에 유진을 최대한 뽑아먹겠다는 소리.

듣자 하니.

박유진 측 소속사는 소속배우가 고작 3명에, 한국에서도 소규모로 꼽힌다고 한다.

분명 일본 활동에 대한 정보력도 없고, 협상능력도 좋지 않을 터.

와타베는 그리 판단했다.

“자주 비행기를 타시면 피로도 누적될 것이니,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1세대 한류 아이돌 분들 중에선, 어린 나이부터 일찍이 일본에 넘어와 생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음.”

그런데.

어른들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유진이 계약서를 덮었다.

“죄송하지만, 전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어요. 그게 보장되지 않으면, 저는 계약할 생각이 없어요.”

단호하게 말하는 유진.

그 어린아이 같지 기백에 와타베가 적잖이 놀라고 있었는데.

“······라고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그쵸, 사장님?”

갑자기 차동석을 향해 얼굴을 틀었다.

“어? 어? 물론이지.”

차동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렇군요.”

예상보다 단호한 유진의 태도.

본인이 싫다고 하면 아버지도, 사장님도 설득할 수 없을 터다.

와타베는 계속 권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한발 물러섰다.

“하긴. 아직 초등학생이시니 그건 힘들겠죠.”

그는 이해심 넘치는 척,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향후 2년 정도는 한국이 아닌, 일본 활동에만 전념하시는 걸로. 하네다 공항에서도 느끼셨을 테지만, 지금 일본은 박유진 배우를 강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

적어도 박유진을 일본에 계속 묶어두기라도 해야한다.

그렇기에 정산 비율도 높고, 개런티까지 얹어주는 것.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으음, 죄송해요. 아무래도 JG 매니지먼트와 저랑은 원하는 게 서로 다른 것 같아요.”

철저한 비즈니스맨이라 표정관리가 특기인 와타베.

그런 그가 순간 표정이 무너질 뻔했다.

‘어떻게 저리 강하게 나올 수 있는 거지? 믿는 구석이 있나?’

와타베의 시선이 곧장 박유진의 뒤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사장도, 아버지도 입을 열고 있지 않았다.

조금 당황한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박유진을 만류하고 있지도 않다.

‘설마, 이 계약을 박유진이 주도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미리 사전에 말을 맞춰놓은 건가?’

그러나 와타베가 보기에.

유진은 자의적으로 발언하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뒤에 있는 차동석과 박태종의 반응이 그 증거.

굳이 통역사를 대동하지도 않았고.

일본어를 쓰며 자신과 1대 1로 협상하고 있는 것은 옆의 저 두 어른이 아니라 박유진 자신 아닌가?

‘배우라 그런가. 도무지 얼굴 표정을 보고 속내를 짐작하기가 어려워.’

서로 원하는 게 다르다.

그 말은 즉, 박유진 측도 원하는 게 있다는 것이다.

JG 매니지먼트와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다른 일본 기획사를 찾아 나서겠다는 이야기.

‘만약에라도 박유진이 다른 일본 매니지먼트와 계약하는 건 막아야 해.’

와타베가 속한 해외전략부서는 최근 설립된 부서다.

해외 영업에 다소 보수적이던 JG 매니지먼트였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회사 내에서의 파워가 약하다.

실적을 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부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류는 큰 기회였고, 부서 자체의 명운이 걸려 있었다.

‘지금 한류열풍 속에서 박유진은 확실히 실적을 낼 수 있는 카드야. 그런데 지금 이 아이를 놓친다면.’

수뇌부에게 박유진을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게 와타베고.

그것이 받아 들여져, 협상을 위해 와타베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와타베가 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한다?

어떤 문책이 벌어질지 안 봐도 뻔했다.

“박유진 배우께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와타베의 물음에 유진은 짐짓 턱을 괴었다.

“음. 일본 활동이 하고 싶긴 한데. 일본 활동에만 전념하는 건 힘들어요. 전 학교도 다녀야 하고, 우리나라 팬들도 저를 무척 아껴주시거든요.”

저 순진하고 느긋한 태도.

그게 오히려 와타베를 압박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야 알겠군. 박유진은 자신이 얼마나 핫한지 분명히 알고 있어.’

어쩌면.

하네다 공항에서의 그 팬서비스도 계산된 행동일지 모른다.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겠군. 박유진은 분명히 목적을 가지고 일본에 왔고. 최대한의 이익을 보기 위해 행동할 거라고.’

와타베는 직감했다.

박유진은 어린아이라고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고.

그 점이 더욱 구미가 당기게 만들었다.

저 아이는 무엇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지 알고 있다.

분명 JG 매니지먼트에 이익을 가져다줄 테니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아마 끝이겠지. 여기서 박유진을 놓칠 수는 없어.’

협상에선 조급함만큼 금기시되는 것도 없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와타베는 저도 모르게 목이 타는 걸 느꼈다.

“처음으로 돌아가죠. 서로 원하는 것을 얘기해봅시다.”

와타베의 말에 유진이 씨익 미소 지었다.

“네. 좋아요!”

협상이란 본래,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행위니까.

“저희 JG 매니지먼트는 일본 최고의 연예기획사라 자부합니다.”

당연히 다급한 쪽인 와타베 쪽에서 자체세일즈에 나섰다.

“네. 사실 저희는 매니지먼트 사업만 하는 게 아닙니다. 현재 드라마 제작 및 투자 역시 주요 사업 중 하나입니다.”

“우와. 대단하네요.”

순수한 얼굴로 감탄하는 유진.

저 속에 대체 능구렁이가 몇 마리나 있을지, 와타베로선 상상할 수 없었다.

‘아군으로 두기 까다로운 타입. 그러나 적으로 둬서는 더더욱 안 될 타입이다.’

와타베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을 이었다.

“일본 최고의 배우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

잠시 후.

JG 매니지먼트 사옥을 빠져나온 세 사람.

“괜찮겠어?”

차동석이 물었다.

확실히 JG 매니지먼트는 유진의 편의를 많이 봐주었다.

거기다 정산 비율도 확실히 톱스타 급.

대신 협상 결과.

2년 간의 방학 기간 중엔 일본 활동에 집중한다는 조건이 내붙었다.

'전념'이 아니라 '집중'이라는 단어를 쓴 만큼.

유진이 계속 일본 활동만 할 필요는 없어졌다.

그러나.

일본 쪽 활동에 중심을 둔다는 건 확실했다.

“네. 그래도 일본 정도면 가까운 거리니까요.”

이는 유진 역시 바랐던 부분.

적어도 향후 2년.

한국에서 유진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작품은 따로 없었으니.

차라리 새로운 시장인 일본 활동에 집중해보려는 의도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 <찬란>도 내가 알던 미래에선 없던 영화니까.'

그래서 일본 활동에 올인한다는 조항은 어떻게든 뺀 것이다.

혹시나 그런 작품이 들어왔을 때, 일본 활동 때문에 보내야 한다면.

그것만큼 원통한 일이 없을 테니.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해놓은 셈이다.

'뭐, 그래도 일본 쪽 활동에 집중할 생각이긴 하지만.'

와타베의 말은 사실 틀리지 않았다.

일본에서 유진은 현재 신선한 얼굴이다.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와 로 연타석 홈런을 쳤으니.

일본 연예계에서 유진에 대한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추후 <입김>까지 개봉한다면.

분명 일본 내 유진의 영향력은 더욱 솟아오를 것이다.

‘외화벌이만큼 쏠쏠한 게 없지.’

게다가 무엇보다.

"<데드맨>부터 까지. 제가 요즘 좀 잘 나가긴 했으니까요."

현재 한국에서 매번 연예뉴스 기사란을 장식하는 유진 아닌가.

"사실, 방학하기 전에 학교에서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연예뉴스 기사란에 제 얘기가 너무 많아서 지겹다고요."

“지겨워? 누가 그래! 내가 당장 가서 혼내주던가 해야지.”

“아하하. 아무튼 저도 조금 쉴 생각이었거든요.”

아직 유진이 배우로 활동할 날은 길고도 길다.

벌써 대중들을 질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은주 누나가 그랬어요. 사람이든 뭐든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한 법이라고요."

오히려 이번 기회로, 유진은 제 존재감을 높일 생각이었다.

연예인, 배우란 대중들이 필요로 할 때 비로소 존재 가치가 생기는 법.

유진은 대중들이 자신을 더 필요로 하도록 만들 셈이었다.

“마침 넙튜브 쪽도 넥스트에 집중할 생각이었거든요.”

여러모로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진 않을 거다.”

차동석이 노파심에 말했다.

“지금이야 우리가 최고로 주목받고 있는 것 같지만, 연예계라는 곳은 꾸준히 얼굴을 비추지 않으면 잊혀지는 곳이니까. 자주 나오면 지겹다고 하지만, 안 나오면 잊혀지는 곳. 그게 바로 연예계지.”

12살짜리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이미 유진도 4년차 배우.

이 바닥에 대해선 분명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걱정 마세요!”

유진은 그리 말하며 차동석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 안으로 보이는 것은 뉴스 헤드라인.

[이순철 일생을 담은 영화 <찬란>, 개봉일 확정!]

[다큐멘터리 <나는 아역배우입니다>에서 다뤄졌던 화제의 영화 <찬란>, 개봉 전부터 관심 집중!]

유진에겐 아직 무기가 많이 남아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