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처음 시작은 쇼케 때와 다름이 없었다.
홀로 무대 위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유진.
어두운 밤하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 할지
나라는 사람은 어쩌면
당신이 발견해주지 않았다면
그저 반짝이다 사라졌을
하나의 작은 별
그러나 댄스 브레이크 구간이 삭제되었고.
유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노래하고, 춤췄다.
언젠가 길을 잃어도
따라와 나의 반짝임
빛나는 작은 별을 따라온다면
약속할게 꼭 웃게 해준다고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ㅋㅋㅋㅋㅋㅋ 귀엽네 ㅋㅋㅋㅋ
그래도 춤 많이 늘었는데??
박유진 초딩때 춤춘거 보면 가관인데 ㅋㅋㅋ
팬쏭이라더니 가사 이쁘네 ㅎㅎ
그래도 기럭지 길쭉길쭉해져서 보는 맛은 있네 ㅋㅋ
예전엔 방아깨비 같았다면 이젠 그래도 좀 사람다워진 듯]
변곡점이 찾아온 건.
‘작은 별’의 MR이 모두 끝난 이후.
갑자기 음악이 전환되더니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쇼케이스 때라면 무대 배경에서 유진의 필모그래피가 송출되었겠으나.
지금은 저작권 문제 때문에 불가능했다.
쇼케 때와 달리, 지금은 엠더넷이라는 방송국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영상 대신.
두 명의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머야 백댄서야??
노래 끝난 거 아니었음? 빨리 에이에이 틀어줘 ㅡㅡ
머리색깔들이 화려한데 ㅋㅋㅋ
잠만... 뭔가 낯이 익은데??
풀샷이라 잘 안보이긴 하는데 어딘가 익숙하다??]
그리고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순간.
[헐 ㅅㅂ 저거 V2잖아!!!!
은호랑 민혁이라고?? 빅터 걔네들??
아니 곧 빅터 컴백이라고 안함?? 얘네들 여기서 뭐함???]
댄스 브레이크 타이밍에 은호와 민혁이 등장한 것이다.
빅터에서도 춤 실력, 퍼포먼스 하면 이 두 사람을 꼽지 않았나.
유진을 중심으로 삼각편대로 선 세 사람.
곧 은호와 민혁이 시동을 걸고 먼저 춤추기 시작했다.
아니, 퍼포먼스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들 역시 유진이 쇼케이스에서 그랬듯.
안무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기 시작했으니.
그리고 그에 맞춰 유진 역시 춤추기 시작했다.
은호와 민혁이 안무를 통해 상황설명을 대신한 것.
유진의 필모그래피 속 조연들을 안무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헐 ㅁㅊ 이 장면 어디서 봤나 했는데 리플레이 영화 그 장면 아님?? 박유진이 산 속에서 누구 쫓아가는 거
저 검도 같은 건 호구 그건가? 박유진이 검도대회에서 이기는 장면?
저거 라앺에서 하이드랑 단 표현한거임??? 은호는 거만하고 민혁은 차가운데]
배경을 활용하지 못해 발생한 공백.
부족한 퍼포먼스를 은호와 민혁의 도움을 받아 채운 것.
[와 근데 박유진 밖에 안보임
표정 대체 뭐임 대박;; 무슨 가면 갈아끼우는 줄
저거 촬영 땐 완전 애기였는데 지금은 으른 다 됐다 ㅠㅠㅠ
와 나 박유진 나온 거 하나도 안봤는데도 몰입감 ㅁㅊㄷ]
그리고 유진이 표현하는 압도적 연기력까지.
유진이 쇼케에서 보여준 것이 진정성, 그리고 팬들과의 추억이었다면.
이번 음방에서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모습.
그야말로 행위예술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무대가 끝나는 순간.
세 사람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원샷이 잡힌 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환히 웃었다.
양손을 마구 흔들어대는 모습은, 흡사 수학여행에 온 중학생 같은 모습.
[무대 끝나니까 완죠니 댕댕이 ㅠㅠㅠㅠ 유댕댕 ㅠㅠ
박유진 백룡이 집사라 그런지 뭔가 같은 재질임... 개냥이 같음...
와 근데 대체 뭐냐 ㅋㅋㅋ 무대 찢어놓고 저렇게 무해하게 웃을 일?
이게... 케챔에서 볼만한 무대임?
엠더넷 연말 시상식에서나 나올법한 무대 아님???
와 박유진 뭔 댄스곡을 낸다고 나대냐 했는데 ㄷㄷㄷ 개미쳤다
박유진 춤 못춘다매?? 여태 나한테 춤스라이팅 한거임??
춤이고 뭐고 이건 걍 예술 아님? 표현력이 미쳤는데 진심 ㄷㄷ]
실시간 채팅창은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진 듯한 모습.
이를 휴대폰으로 시청 중인 강사랑 역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자기 필모를 안무로 표현한 거야?”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가 하늘로 치솟은 강사랑.
그러자 구은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치. 와. 나 박유진 쇼케이스에서 춤춘 거 영상도 알고리즘 떠서 봤거든? 그때는 뒤에 영상 틀어놨었어. 그래서 팬들이 감동적이라 많이 하더라고. 근데 이번엔 그런 거 없이 그냥 연기력으로 씹어 먹어버렸네?
은호랑 민혁이 퍼포먼스를 하는데, 존재감이 안 밀리네. 쟤는 그냥 아이돌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구은경이 주절주절 떠들고 있지만.
강사랑은 대꾸하지 않았다.
마치 아직도 에어폿을 끼고 있는 것처럼.
“근데 은호랑 민혁, 저 둘은 왜 저기 있는 걸까?”
강사랑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구은경이 곧장 대답했다.
“원래 박유진 빅터 애들이랑 친하잖아. 박유진한테 춤 가르쳐준 게 저 두 사람이라고 하더라. 아예 무대 도와주러 왔나 보네? 하긴, 박유진이 빅터 컴백콘 게스트로 나와주기도 했으니까.”
“그럼 역대급 푸시네. UB엔터 다른 가수들도 못 받는 걸 박유진이 받은 거야?”
아니, 오히려 유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UB엔터 소속의 다른 아이돌이나 가수를 위해 빅터가 나선다?
그럴 경우 빅터의 팬덤인 빅토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박유진은 소속사도 다르고.
장장 7년 동안 이어진 인연이 있지 않은가?
서로 콘서트 게스트로 나서고, 음방 무대 도와주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납득할 터였다.
“안 그래도 지금 차트 1~2위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잖아. 팬들이 엄청 화력 보태는 모양이던데, 이 무대 이후엔 더 난리나겠다.”
“뭐? 지금 에이에이 컴백하지 않았어? 아이돌이랑 비비고 있단 소리야?”
“어! 진짜 웃겨. 무슨 아역배우가 댄스곡을 내질 않나, 내자마자 차트 1위에, 백댄서로 빅터를 쓴다니. 이대로라면 다음주 1위 후보에도 오를 거 같은데?”
구은경의 말을 들은 강사랑은 갑자기 꺅꺅 소리내어 웃었다.
정말 재미있는 걸 발견할 때면 내는 웃음소리였다.
“역시! 내 안목이 맞았어. 박유진, 얘보다 재미있는 애는 아마 없을 거야.”
이미지니 이해관계니.
그런 걸 따지며 판에 박힌 말과 행동들이 오고 가는 게 바로 연예계 아닌가.
특히 영향력이 강한 톱스타일수록 운신의 폭이 좁기 마련.
그러나 박유진은 그 행보가 예측불허였다.
다른 의미로 좌충우돌인 강사랑이 박유진에게 강한 흥미를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
“아, 이거. 원래 주인경 놀려 먹을려고 참가한 건데······오랜만에 진짜 제대로 연기하고 싶어지네.”
흥미본위인 강사랑에게 의욕까지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언니. 나한테 하려던 말 있지 않았어?”
그제야 아까의 통화가 떠오른 구은경은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아, 맞다. 우리 <열다섯, 서른다섯> 리딩 날짜 잡혔잖아. 근데 넷플러스에서 리딩 현장을 생중계하고 싶다던데?”
*
유진의 음방 출연 이후 1주일이 흘렀다.
<박유진의 ‘작은 별’, 상승세 무섭다······>
<에이에이의 신곡 ‘RED SUN’과의 경합!>
<‘별’과 ‘태양’의 대결, 박유진이냐 에이에이냐! 음원 사이트마다 1위 달라>
그 사이 유진은 에이에이와 1위 경합전을 벌이고 있었다.
[제발 화력 좀만 더 보태요!!
생각난 김에 망고에서 스밍 한 번 더 돌리고 오자
유진이한테 잊지 못할 기억 선물해줘야지!!!]
대박이들의 총력전.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단 하나.
유진에게 트로피를 안기는 것이었다.
그만큼 쇼케에서 받은 대박이들의 감동이 매우 컸으니까.
[네. 마지막 무대까지 잘 봤습니다! 그럼 <케이팝 챔피언>! 이번주의 챔피언은 과연 누가 될까요?]
곧 화면에 표시되기 시작하는 양측의 점수.
[1위 후보 박유진 에이에이
음원 점수 1705 1701
선호도 점수 824 911
SNS 점수 1500 1462
문자투표 점수 998 912 ]
[합계 점수 5027 4986]
[이번주 케이팝 챔피언 – 박유진]
[축하합니다! 이번주 챔피언! 박유진 ‘작은 별!’]
펑!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흩날리기 시작하는 반짝이가 흩날렸고.
[어? 어어어어?]
얼빠진 유진의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잡혔다.
오히려 에이에이 등 다른 가수들이 뛸 뜻이 기뻐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
특히 에이에이는 과거 유진과 사인을 주고 받은 인연도 있으니 말이다.
데뷔한지 오래 된 아이돌이라 그런지, 1위에 연연하기보단 순수하게 축하해주는 모습이었다.
[자, 트로피 받으시고! 박유진 씨.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인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트로피를 건네받은 이후에도 유진은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어어, 네. 어어? 제가, 어. 트로피를 좋아하긴 하는데. 설마 이렇게 받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트로피를 내려다보던 유진.
곧 아, 하고 탄성을 내지르며 관객석을 향해 말했다.
[아, 음, 어. 우리 대박이들! 사랑해요!]
그러자.
“와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으로 답해주는 대박이들.
사녹이었던 저번 주에 비해.
이번 주는 생방송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 힘을 얻기라도 한 것인지.
유진은 한결 자연스러워진 어조로 말을 소감을 이어갔다.
[무대에 같이 서준 은호 형이랑 민혁이 형, 멋진 노래 만들어주신 베디베어 작곡가님과 제 찐팬 세라킴 안무가님 모두모두 감사드리고요. 어, 그리고.]
곧 유진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특유의 90도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앞으로도 시청자 여러분의 작은 별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짝짝짝-
객석에서.
그리고 무대 위 다른 가수들에게서 쏟아지는 박수.
“저 아직도 그때 해준 사인 갖고 있어요!”
“저두요. 이번에 <열다섯, 서른다섯>도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1위 경쟁 상대였던 에이에이가 유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외의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
시기하거나 못마땅해할 법도 하지만.
모두 따뜻한 시선으로 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했어요. 진짜 댄스 브레이크 장면 대박!”
“진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고마워요.”
무대를 보기 전, 음원 사이트를 보고선 그런 시선이 있던 게 사실이었으나.
무대 위 유진의 노력과 퍼포먼스를 보고 모두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는 훌륭한 댄스가수는 아닐지언정.
폭발적 있는 아티스트라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그들을 향해, 그리고 객석을 향해 바삐 허리를 숙이는 유진.
유진의 경력에 트로피가 한 줄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
얼마 뒤.
이번에 <열다섯, 서른다섯>에 연출PD로 내정된 감독 최희숙.
오랜만에 넷플러스 한국지사를 방문했다.
“리딩 일부를 넙튜브 생중계로 한다는 방침. 거기엔 변함이 없는 건가요?”
최희숙의 질문에 넷플러스 한국지사장, 데니스 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지사장이 이렇게까지 작품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열다섯, 서른다섯>은 넷플러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기에 힘을 싣는 것.
게다가 샤샤토끼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고 말이다.
“예. 아무래도 작품이 촬영에 돌입하고, 넷플러스에 런칭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릴 테니까요. 캐스팅으로 인한 최고조에 이른 지금, 기대감이 식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려 합니다.”
넷플러스의 의중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최희숙은 걱정이 앞섰다.
“스포일러는 상관없는 겁니까? 각색 과정에서 달라진 점을 리딩 생중계 때 전부 보여주게 될 텐데요.”
“그래서 생중계용 대본을 따로 준비해주셨으면 합니다. 리딩 과정 전부를 생중계할 생각도 없거든요. 어디까지나 맛보기를 제공하려는 게 목적이니까요.”
“아아, 네. 하지만 배우들이 동의할지 모르겠습니다.”
리딩은 말 그대로 리딩.
본격적 촬영에 앞서 먼저 합을 맞춰보는 단계다.
호흡도 잘 맞지 않고, 여러모로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확률이 크다.
그런 모습을 배우들이 보여주길 원할까?
그것도 생중계로 말이다.
“일단 주인경 배우 측은 동의했습니다.”
“주인경 배우가요?”
최희숙이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참여배우 중 누구보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이 주인경일 텐데.
이번 리딩 중계를 받는다니?
그러나 최희숙이 걱정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지사장님. 저희 주역들 중엔 아역배우들도 있습니다. 15살이라곤 하지만 미성년자입니다.”
물론 아이들도 이제 벌써 15살이고, 경력도 제법 오래됐다곤 하지만.
미성년자는 미성년자.
성인으로서 보호해야 할 대상임은 틀림없었다.
아역배우들 입장에선 리딩 생중계가 제법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네. 그래서 아역배우들 파트를 제외하고 성인 배우들만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습니다만.”
데니스 윤은 그리 말한 뒤 조금 뜸을 들였다.
그 부분에서 최희숙은 불길함을 느꼈다.
“그런데, 박유진 배우와 김선미 배우 측에서도 동의했습니다.”
“네? 동의했다고요?”
“네. 그래도 리딩 송출시간은 30분으로 제한하고, 배우가 요청하면 얼마든지 송출을 중지하거나 중단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만일을 대비해 심리치료 전문가도 동석할 예정이고요. 저희로서도 배우 보호가 최우선이니까요.”
다행히 넷플러스 측은 돈만 보고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었다.
아역배우 보호를 위한 이런저런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은 모양.
하지만 최희숙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넷플러스 측이 아니라 박유진과 김선미 쪽을 말이다.
‘굳이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을 텐데. 이 애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미팅이 끝난 뒤.
최희숙은 곧장 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아. 여보세요?”
그런데.
유진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흐느끼는 것 같기도 한.“
“지금 뭐해?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죄송해요. 지금 축하파티 하고 있어서요. 아버지가 우는 소리에요.”
“······미안하다.”
본의 아니게 탈룰라를 시전한 최희숙은 곧장 사과했다.
유진은 쿨하게 넘겼지만.
“저 저번 주에 <케이팝 챔피언> 1위 했잖아요. 그 파티를 지금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트로피 보자마자 아빠가 또 기뻐서 울고 계시거든요.”
“그랬지 참. 축하해. 연락한다는 걸 잊고 있었네. 요즘 드라마 준비하느라 바빠서.”
“하하. 감사해요. 하지만 일주일 천하였어요. 이번 주에 에이에이 분들한테 곧바로 밀렸거든요”
하지만.
아역배우가 아이돌을 상대로 주간 1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앞으로도 유례가 없을, 그야말로 엄청난 일.
그날 대박유진 팬카페는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팬들의 힘으로 유진에게 음방 트로피를 안긴 셈이었으니까.
팬들에게도, 유진 본인에게도.
여러모로 댄스곡 싱글 ‘작은 별’ 발매는 기념비적인 일이 되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전화하셨어요?”
“아, 내 정신 좀 봐. 유진아. 너 리딩 생중계 동의했다며? 무슨 생각이야?”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리딩 생중계라니, 한 번도 해본 적 없잖아요.”
유진의 능글맞은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최희숙은 뒤늦게 깨달았다.
역시 박유진은 이런 무대를 겁내는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이런 상황을 이용하면 이용할 녀석이었다.
“설마 너, 거기서 또 뭐 할 생각은 아니지?”
최희숙의 물음에 유진은 글쎄요? 하고 웃는 소리를 냈다.
“벌써 스포일러하면 재미없잖아요. 리딩날 뵈어요,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