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얼마 뒤.
리딩날 아침.
넷플러스의 사옥 안 지사장 실 안.
“<열다섯, 서른다섯>의 리딩 생중계 방에 벌써 8천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데니스 윤에게 보고하는 사람.
데니스 윤의 비서, 최강목이었다.
“아직 시작 시간까지는 멀었는데.”
“그만큼 저희 작품에 관심이 많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기대감이 큰 만큼, 만약 실패한다면 타격이 클 겁니다.”
최강목이 내민 커피를 마시는 데니스 윤.
곧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벌써부터 초치는 건가?”
“경영에선 항상 리스크와 리턴을 염두하지 않습니까. 그저 만일의 수도 대비하시는 게 어떨까 싶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이 넘었다.
한국지사가 생기기 전, 넷플러스 본사에서부터 이어진 관계니까.
그렇기에 최강목은 이따금 데니스 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건네곤 했다.
“투자 규모가 초기 예상보다 훨씬 늘었습니다. 주인경이야 저희 쪽에서 픽스했다 쳐도, 박유진은 원작가의 픽이었고. 게다가 갑자기 강사랑까지 붙어서 스케일이 커졌죠.”
그들로서도 배우들의 네임밸류가 이렇게까지 높아질 줄은 몰랐다는 소리.
넷플러스의 자본이 막대하다고 해도.
그들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니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만 4명.
김선미를 제한 나머지 세 명은 국내 최정상급 스타들이고.
그렇기에 출연료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감독으로 최희숙을 선임한데다, 제작 스탭들까지 최고로 꾸렸다.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당연한 일.
“한국 첫 오리지널 작품이야. 네임밸류가 높아서 나쁠 건 없지. 스스로 합류를 자청한 강사랑은 의외 중 의외였지만 말이야.”
데니스 윤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최강목은 여전히 뭔가 켕긴다는 얼굴이었다.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은데?”
“아시다시피 본사 측에선 원작자가 중학생인 작품에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우려하는 모양입니다.”
인기 로맨스 작가 샤샤토끼가 아직 중학생이다.
넷플러스 본사 입장에선 그게 일종의 리스크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허, 참 웃긴 일이야. 본사에서도 <열다섯, 서른다섯>의 드라마화를 적극 추진하라 했으면서. 막상 미팅 이후 중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우려를 표한다니 말이야.”
데니스 윤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말씀하신 대로 한국 첫 작품이잖습니까. 리스크는 최대한 없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이봐, 강목. 우리가 작가가 누군지 보고 작품을 선택했나? 작품 그 자체에 대해 논의한 거잖아. 원작자가 각색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 정체가 중학생인지 아닌지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질 좋은 컨텐츠였고, 샤샤토끼 작가의 작품이 제일 이상적이었던 것뿐이야.”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게 문제가 되지 않지. 당장 우리 영화에 출연하는 박유진 배우만 해도 그를 증명해. 편견에 갇혀서는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없어.”
“알겠습니다. 주제넘은 참견 죄송합니다.”
어차피 비서인 최강목은 작품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오로지 데니스 윤의 업무를 보좌할 뿐.
그럼에도 비서가 이렇게까지 말한 건, 순전히 두 사람의 친분이 이어진 10년이란 세월 덕분이었다.
“아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그런 속담처럼, 스스로를 의심하는 건 좋은 습관이지.”
그리고 데니스 윤은 이런 대화를 싫어하지 않았다.
“강목. 내가 얘기한 적 있던가? 어릴 적 내 꿈.”
“꿈, 말입니까? 들어본 적 없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TV를 틀면 외화를 방영해줬지. 성우들의 목소리를 입힌 외화 말이야. 드라마도, 영화도 모두 외국의 것이었어. 명작들이었고, 하나 같이 수준이 높았지. 그때부터 난 막연히 생각했어. 문화 컨텐츠를 공부하려거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그 어렸을 때의 기억이.
데니스 윤을 넷플러스 한국지사장의 자리에까지 올려놓았다.
“과연 세계로 나오니 눈이 휘둥그레졌어. 평생 봐도 모자랄 질 좋은 컨텐츠들이 세계엔 널리고 널렸지. 그를 공부하고, 분석하고, 어떻게 세일즈 하는지에 대해 파고 들다보니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났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의 컨텐츠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어. 그러나 아직은 미미한 바람이지만.”
현재 넷플러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한국 컨텐츠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넷플러스를 지배하는 것은 미국 등 영어권 컨텐츠.
절대적 수치만 놓고 본다면 한국 작품은 새발의 피다.
“이게 곧 그쳐 버릴지, 아니면 무시무시한 태풍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야.”
데니스 윤은 곧 씨익 미소 지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작품으로 태풍을 만들어보려고 해. 대한민국의 컨텐츠가, 전세계를 휩쓸어버리게 말이야.”
“이번 작품으로 가능하다 생각하시는 거군요.”
“물론. 로맨스만큼 보편적인 장르는 없고, 한국 컨텐츠는 멜로에 특화되어 있지. 누구나 좋아하지 않나? 사랑 이야기. 게다가 우리에겐 박유진이라는 부적이 있으니까.”
“부적,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가 선택한 작품은 단 한 개도 실패한 적이 없지. 심지어 성우로 참여한 애니메이션조차 말이야.”
그런 그가 이번 <열다섯, 서른다섯>에 주연으로 참여한다.
그것만으로 마치 성공은 보장된 것만 같았다.
“이제 곧 펼쳐질 리딩 생중계를 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겠지. 우리의 첫 작품, 그 향배를 말이야. 그리고 내 촉이 맞다면.”
데니스 윤은 힘껏 주먹을 쥐며 말했다.
“이번 작품은 세계를 휩쓸 수 있을 거야.”
*
몇 시간 후.
<열다섯, 서른다섯>의 리딩 현장이 이뤄지는 회의실.
물론 배우들을 배려하여 고정된 위치에 캠을 설치한 정도지만.
생중계라는 압박감이 지워지진 않을 터다.
“으으.”
화려한 출연진, 리딩 생중계.
이에 김선미가 주눅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
아무리 김선미가 지난 3년간 스텝 업을 했다고 해도.
주연 4인방 중에선 그녀의 이름값이 가장 떨어지는 게 사실이니까.
그런 김선미가 의지할 구석은, 당연하게도 유진뿐이었다.
“긴장하지 마, 선미야. 리딩인데 뭐 어때.”
유진은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긴장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 표정을, 김선미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넌 무섭지 않아?”
“무서울 게 뭐 있어?
“사실 그렇잖아. 배우들은 생중계, 생방송보단 녹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니까. 실수 하나라도 하면 곧바로 박제될 거야.”
“넌 15살이잖아. 실수할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박제하면 그 사람들이 나쁜 거야. 나쁜 사람들의 말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 말에 김선미가 피식 웃었다.
“웃겨. 넌 15살 아니니?”
“나 사실 150살이야.”
“진짜 말이 되는 농담을 해야지. 하여튼 박유진 진짜.”
그래도 유진의 농담 덕에 긴장이 많이 풀어졌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얼굴에 웃음이 생겨났으니.
곧 유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부담되면 언제든지 감독님한테 말해. 말만 하면 곧바로 중단한다고 하셨으니까. 시청자들한테도 사전고지 모두 해놓은 상태라 모두 이해해줄 거야.”
“아니, 괜찮아.”
그럴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생중계 제의를 거절했을 것이다.
캐스팅이 확정된 순간부터 김선미는 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싶었다.
유진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아역배우 세계에 입문하고, 넥스트가 성장하기까지.
김선미 역시 유진에게 받은 도움이 어마어마하게 컸으니까.
이번엔 이 톱배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스스로 빛나기보단, 유진을 서포트 해주는 역할을 자청하고 싶었다.
유진의 국내 복귀 첫작인 만큼.
제대로 힘을 실어주고 싶은 것.
“그래. 근데 혹여나 네가 우려하는 대로 이상한 인간 있으면, 내가 반드시 콩밥 먹여줄게. 우리 사장님 알지? 애들 보호하는데 진심이라는 거. 변호사비에 아낌이 없으시거든.”
무서운 소리를 당당히 하는 유진.
하지만 그 덕에 김선미의 긴장도 많이 풀어졌고.
평소처럼 당당한 김선미로 돌아왔다.
“아, 맞다. 기열이는 뭐라고 안 했어?”
“어. 삐졌는지 뭔지. 여태 아무 말도 없어.”
그 순간.
우웅-!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무음모드로 설정되어있던 김선미의 휴대폰이지만.
유일하게 진동이 오도록 설정해놓은 것이 바로 기열의 연락처였다
-기열놈 : 쫄지 마
-기열놈 : 다 부숴버려
-기열놈 : 너 성질 더러운 김선미잖아
김선미는 피식 웃었다.
-김선미 : 네 성격이 더 더러움
그리 답장한 김선미는 휴대폰을 종료했다.
하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저, 감독님.”
그때.
한 남자가 최희숙 감독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네, 인경 씨. 뭐죠?”
그는 바로 주인경.
일찌감치 리딩실에 와서 아무 말 없이 대본을 점검하고 있던 그가 갑자기 나선 것이다.
“아무래도 대본대로 하면 아역배우들이 먼저 리딩을 하게 되겠죠?”
“그렇죠. 씬 넘버 순서대로 리딩을 진행한다고 고지했으니까요.”
“아무래도 리딩을 생중계로 송출하는 만큼, 아역배우들의 부담감이 상당할 거라 생각합니다.”
주인경은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리딩은 서른다섯 살 파트부터 먼저 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아역배우들도 나중에 하면 좀 더 긴장이 풀리고, 한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흐음. 맞는 말이네요.”
동갑인 딸을 두고 있는 만큼.
최희숙은 작품에 참여하는 아역배우들에게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렇기에 주인경의 제안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먼저 본인들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게 좋겠네요.”
최희숙은 그리 말하며 유진과 최희숙을 바라보았다.
“박유진 배우, 김선미 배우. 어떤가요. 순서를 바꿀래요?”
김선미는 대답 대신 유진을 바라보았다.
물론 주인경의 제안은 배려의 차원도 있겠지만.
분명 그뿐만은 아닐 것 같았다.
이번 리딩은 드라마 <열다섯, 서른다섯>이 시청자에게 보여지는 첫 번째 모습이다.
첫인상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주인경의 연기가 ‘정은호’라는 남주의 캐릭터 이미지를 먼저 선점해버릴지도 모르는 일.
리딩은 작품 속 배우들의 연기톤, 결을 미리 살펴보고 정하는 자리니 말이다.
“네. 좋아요.”
그런데.
이를 모를 리가 없는 유진이 기꺼이 양보했다.
“저희가 뒤에 할게요.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인경 형님.”
유진이 너무도 쉽게 받아들이자, 오히려 주인경 쪽의 눈빛이 미묘해졌다.
오히려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건 아닐까.
그를 가늠해보는 것처럼.
“아니야. 이 정도로 뭘.”
주인경은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리딩 생중계는 주인경과 강사랑의 서른 다섯 살 파트를 먼저 시연하기로 하고.
그 뒤에 유진과 김선미가 열다섯 살 파트를 이어서 하기로 했다.
“유진아. 난 괜찮아. 그냥 먼저 해도 돼.”
김선미가 생각하기에 유진은 순서 따위에 얽매이는 성격은 아니었다.
압박감을 느끼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니, 긴장한 것처럼 자신을 배려해 그런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응? 아니. 그런 거 아닌데?”
유진이 무슨 소릴 하느냐는 얼굴로 대답했다.
“어? 그럼 뭐 때문에 바꾼 거야?”
설마 천하의 박유진도 이런 상황에선 긴장하는 건가?
그러나 김선미는 곧 볼 수 있었다.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니까.”
긴장은커녕.
오히려 자신만만하게 웃는 유진의 모습을.
“아, 선미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뭔데?”
“리딩 때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놀라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주면 좋겠어.”
“무슨 짓? 무슨 짓이 뭔데?”
“우리가 찍을 장르가 멜로잖아? 시청자들에게 두근거림을 선사해줘야지.”
*
넷플러스의 넙튜브 채널.
<열다섯, 서른다섯>의 리딩 현장.
그곳에선 생중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문 열어!!
언제 시작해요? ㄱㄷㄱㄷ ㅠㅠㅠ]
대기화면이 종료되고.
카메라는 곧 넷플러스 건물 내에 있는 회의실을 비췄다.
“시작했나요?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열다섯, 서른다섯>의 감독을 맡은 최희숙입니다.”
GV 등 다수 행사에 참여한 경력 때문인지.
최희숙은 긴장하지 않고 깔끔한 진행으로 이번 리딩 중계를 이끌어갔다.
“그럼 먼저 배우들의 자기소개가 있겠습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사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나이 많은 민유라를 맡은 강사랑입니다.”
최대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 리딩처럼 해달라고 했거늘.
강사랑은 짓궂은 아이처럼 계속 카메라를 보며 행동했다.
물론 이를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사랑 언니 넘 귀엽 ㅠㅠㅠㅠ
배우 생활 몇 년차인데 아직도 해맑고 귀욥 ㅠㅠ
언니 오늘 미모 역대급...결혼해주세요...]
강사랑의 해맑은 모습을 그저 귀엽게 보고 있을 따름.
“그리고 함께하는 배우분들. 우리 재미있게 연기해요. 개인적으론 이번 촬영, 입가에서 미소가 내내 떠나지 않을 거 같아요.”
그리 말하는 순간.
강사랑의 시선이 유진에게로 날아갔다.
유진은 그런 강사랑을 보며 박수를 보낼 따름이었다.
“안녕하세요. 서른다섯의 정은호를 맡은 주인경입니다.”
곧이어 주인경이 깍듯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만의 정은호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어서.
“아, 안녕하세요! 열다섯의 민유라를 맡은 김선미입니다. 정말 좋은 배우님들과 함께하는 작품이니만큼,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애써 도도한 척하지만.
긴장한 티가 역력한 김선미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우와, 너 예쁘다.”
레몬과도 같은 상큼함을 내뿜는 목소리.
“안녕? 네가 오늘 전학 온 그 애구나?”
변성기가 온 후 다소 진중해진 유진의 목소리를 예상했던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반가워. 난 정은호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유진의 특장점, 폭넓은 목소리 변성이 강점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카메라를 향해 싱긋 지어보이는 눈웃음까지.
유진은 곧 양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네! 열다섯 정은호 역을 맡은 박유진입니다. 은호의 대사처럼 우리 작품이 끝날 때까지 잘 지내봐요!”
리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유진이 먼저 자기소개 시간에 연기를 펼쳐보인 것.
그러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와 옆구르기 하면서 들어도 젊은호;;
목소리 뭐임?? 미쳤다
그냥 목소리가 킹카재질 ㅋㅋㅋ 벌써 찰떡이다
리딩 생중계라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 진짜 내가 존버탄 보람이 있다...]
시작부터 폭발적.
젊은호.
<열다섯, 서른다섯>의 원작 팬들이 쓰는 말이었다.
15살과 35살의 주인공들을 구분하기 위해 15살의 정은호와 민유라를 젊은호, 젊유라라고 부르고.
35살 때는 늙은호, 늙유라라고 부른다.
‘이래서 그냥 순서를 바꾼 건가?’
그를 보며 김선미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유진이 시작부터 저렇게 선수를 쳐버릴 줄이야.
‘주인경 배우님 쪽은 한 방 먹었다는 느낌이려나?’
슬쩍 주인경 쪽을 흘끗 거린 김선미.
그러나 주인경은 얕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재미있다는 듯.
[아 벌써 리딩 기대치 하늘 뚫는다 ㅠㅠㅠㅠ
시작부터 이렇게 상큼하기 있냐??
유진이 목소리 들었더니 오늘치 비타민D 다 섭취했다...
그 아기강쥐가 언제 저렇게 햇살댕댕이가 되었어 ㅠㅠㅠ]
시작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열다섯, 서른다섯>의 리딩 생중계.
아직은 그 전초전에 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