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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74화 (74/195)

74화

이현지는 눈썹을 찡그리며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이현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야? 사람을 왜 그렇게 쳐다봐?”

“네가 지금 사람 모습이긴 해?”

“나 참…….”

이현지가 후지산 등산로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강우가 물었다.

“어디가?”

이현지가 고개를 뒤로 돌리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하이퍼타우로스 잡으러!”

이현지는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고개를 한 번 옆으로 까딱인 뒤, 이현지의 뒤를 따랐다.

이태민과 이형철은 후지산을 오르고 있었다. 둘은 직선으로 오르지 않고, 최대한 많은 범위를 보기 위해 지그재그로 다녔다. 이태민과 이형철뿐만 아니라, 현재 후지산을 수색 중인 능력자들 대부분이 그러고 있었다.

이태민과 이형철이 오르고 있던 중이었다. 이태민이 무신경하게 중얼거렸다.

“오고 있네.”

이형철은 이태민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네?”

“앞에.”

이형철이 앞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정면에서 몬스터가 달려오고 있었다. 정면으로 오고 있는 몬스터는 ‘주오다스’였다. 주오다스는 전신이 시커먼 털로 뒤덮여 있었는데, 고릴라와 흡사한 생김새와 몸집이었다. 주오다스의 키는 약 2m, 체중 300kg 이상으로 팔 하나가 웬만한 성인남자의 몸통만큼 굵을 정도로 근육질이었다. 고릴라와 다른 점이라면, 두 눈은 언제나 광기가 서린 듯 새빨갰고, 이빨은 육식동물의 것처럼 삐죽했다.

이형철의 전신에서 주황색 빛이 흘러나왔다.

“이런 젠장!”

주오다스가 양 주먹을 모아 치켜들며 뛰어올랐다. 이태민은 걸음을 멈추고, 졸린 눈으로 무신경하게 말했다.

“이제 너도 이성 상급이지? 저 녀석은 이성 중급이야. 30초 내로 끝내.”

이형철이 양 주먹을 뒤로 당기며 소리쳤다.

“물론입니다!”

이형철이 뛰어오른 주오다스를 향해 점프를 했다. 이형철과 주오다스가 공중에서 맞닥뜨렸다. 주오다스가 양 주먹을 세로로 크게 휘둘렀다. 이형철은 뒤로 당겼던 양 주먹을 동시에 뻗었다.

쿠우우우우웅!

주황색 빛이 크게 퍼지며 폭발음이 울렸다.

치이이익, 쿵!

뒤로 날아간 것은 주오다스였다. 주오다스는 자신이 힘으로 밀렸다는 사실에 당황한 듯 몸을 일으키며 “쿠아아아아아!”하고 포효했다.

턱.

주오다스가 포효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이형철이 순식간에 다가가 왼손을 주오다스의 가슴팍에 얹었다. 주오다스가 양손을 치켜들었다.

“쿠아아아아…….”

투웅!

이형철의 오른쪽 주먹이 주오다스의 복부를 때렸다. 이형철의 주먹에 맞은 주오다스는 그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형철의 주먹에 주황색 빛이 모여들고 있었다.

취이잉, 퍼엉!

주오다스는 뒤로 멀리 날아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주오다스는 일어나지 못했다. 이형철은 이태민을 향해 뒤돌아봤다. 이태민은 무신경하게 말했다.

“13초…. 성장했네.”

“물론이죠.”

이형철은 쓰러진 주오다스에게로 다가갔다. 이형철은 주오다스의 몸통 위로 주황색 빛을 이용해 자신과 이태민의 이름을 새겼다. 이태민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

“그거 꼭 해야 돼?”

“그럼요. 계산은 확실히 해야 되니까요.”

“그래…. 다 했으면 가자.”

이태민과 이형철은 다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강우와 이현지는 지그재그로 돌아다니지 않고, 직선으로 쭉 올라가고 있었다. 이현지가 빠른 걸음으로 올랐고, 강우는 그 뒤를 따라갔다. 강우가 말했다.

“좀 천천히 가면 안 돼?”

“빨리 가야지.”

“이 주변을 자세히 보면서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이현지가 걸음을 멈추고, 강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건 약한 녀석들이 알아서 해줄 거니까, 우리는 빨리 올라가서 하이퍼타우로스를 잡아야지. 알겠어?”

“하이퍼타우로스는 삼성 하급이잖아.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

이현지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가 처음 예거 등록할 때 무슨 등급이었는 줄 알아? 일성 중급이었어. 그런데 난 지금 벌써 이성 상급이야.”

“그래서?”

“그래서라니. 내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올라왔겠어? 인간이고 몬스터고 나보다 등급이 높은 것들만 상대해왔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그냥 입 다물고 따라와.”

이현지가 다시 몸을 돌려 빠르게 올라갔다. 강우는 말없이 이현지의 뒤를 따라갔다.

‘쪼그만 게 겁도 없이 되게 까부네.’

이현지와 강우는 한참 동안 몬스터와 마주치지 않고 올라갔다.

약 30분 뒤, 강우와 이현지가 후지산 500m 지점을 넘어서고 있을 때였다.

“푸르륵.”

강우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방금 못 들었어?”

이현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뭐가?”

“방금. 무슨 소리 들렸잖아. 말이 내는 소리 같은….”

“아무것도 못 들었어. 왜, 겁나?”

강우는 답답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진짜…….”

강우가 말을 끝마치기 전이었다.

“푸쉬, 푸쉬식.”

강우가 말했다.

“들었지! 방금!”

이현지가 주변을 둘러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 나도 들었으니까 좀 조용히 해봐.”

강우와 이현지는 주변을 경계했다.

파스, 파스슥, 풀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빠직, 빠지직,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흥! 크흥!”

콧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강우와 이현지의 시선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옮겨졌다. 몬스터가 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위로 뻗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크고 굵은 검은색 뿔이 보였다. 사자와 같은 검은색 갈기털, 상반신은 인간의 몸과 같았다. 보디빌더 같은 근육질이었고, 하반신은 검은색 털로 뒤덮여있었다. 검은색 발굽은 무엇이든 밟아 짓이길 수 있을 것처럼 커다랬다. 사람의 손과 비슷한 양손에는 네 개의 손가락만이 달려있었다. 손가락 끝에 달린 손톱은 검은색 철로 돼있었고, 갈고리 같은 모양이었다. 손에는 날의 길이만 1m가 넘는 커다란 은색 도끼를 들고 있었다. 도끼는 한쪽으로만 날이 뻗어있었고, 도끼머리의 위쪽으로는 창처럼 찔러서 공격할 수 있도록 삐죽하게 솟아있었다.

“끄워어어어어어어어억!”

털 하나 없는 얼굴이 드러났다. 놈의 얼굴은 성난 황소와 비슷했고, 회색빛 두 눈에는 눈동자가 없었다. 얼굴 전체는 언제나 잔뜩 화가 난 것처럼 주름이 가있었고, 커다란 콧구멍에서는 뜨거운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강우가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하이퍼타우로스인가?”

이현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멍청아! 미노타우로스잖아!”

강우와 이현지 앞에 나타난 몬스터는 미노타우로스였다. 크기는 타우로스보다 한참 작았다. 키는 뿔의 길이까지 합쳐도 3m가 안 됐다. 미노타우로스 역시 하이퍼타우로스와 마찬가지로 삼성 하급이었다. 하이퍼타우로스보다는 약한 편에 속했지만, 같은 등급인 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임은 분명했다.

이현지는 왼발과 왼손을 전방으로 내세우며 옆으로 비스듬히 섰다. 이현지는 노란빛을 몸에서 뿜어내며 말했다.

“잘됐어. 이 녀석을 잡으면, 하이퍼타우로스도 잡을 수 있다는 뜻일 테니까.”

“조금 다르지 않나?”

“어쨌든 같은 삼성 하급에 타우로스잖아.”

강우는 양 주먹을 꽉 쥐고,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어쨌든…. 그래, 일단 잡아보자.”

미노타우로스는 거친 콧김을 뿜으며 강우와 이현지를 노려봤다. 강우는 미노타우로스를 위아래로 훑었다.

‘핫도그가 보면 좋아했을 텐데…. 그런데 상반신은 사람 같아서 좀 찝찝하다.’

미노타우로스가 도끼를 왼손에 잡고 치켜들며 이현지에게로 달려들었다.

“끄워어어억!”

후웅!

미노타우로스가 세로로 도끼를 휘둘렀다. 누가 봐도 크고 무거운 도끼였다. 미노타우로스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휘두르듯 너무나 가볍고 빠르게 휘둘렀다.

꿍!

이현지는 뒤로 몸을 날려 피해냈고, 도끼는 땅을 깊게 파고들어있었다. 이현지는 전신에서 노란빛을 뿜어내며 곧바로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뛰었다.

턱, 쉭.

미노타우로스는 땅에 박힌 도끼를 뽑아들어 삐죽하게 솟은 부분을 이현지에게 들이댔다. 이현지는 몸을 옆으로 틀어 미노타우로스의 오른쪽으로 접근했다. 이현지가 왼쪽 주먹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이거나 먹어라!”

뻑!

이현지가 주먹을 뻗기 전이었다. 미노타우로스의 오른쪽 주먹이 이현지의 안면을 후려쳤다. 이현지는 그대로 바닥에 뻗어버렸다.

검은 그림자가 이현지의 얼굴 위로 드리웠다. 미노타우로스는 오른쪽 발을 들어 이현지를 짓밟으려 했다.

쾅!

이현지는 누운 채 양발로 바닥을 차서 움직였다.

쿠웅!

미노타우로스의 발굽은 이현지가 누워있던 바닥을 50cm 이상 파고들었다. 이현지는 몸을 일으킨 뒤, 뺨을 타고 흐른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이현지는 자신이 누워있던 자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밟혔다간… 즉사하겠어.”

강우가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좌우로 까딱였다.

“내가 처리하지.”

이현지가 강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웃기지 마. 내가 끝낼 거니까.”

“네 실력으론 무리일 거 같은데?”

“뭐? 나 혼자서도 충분하거든!”

“끄워어어어억!”

강우와 이현지가 미노타우로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미노타우로스가 도끼를 치켜든 채 달려왔다.

후웅!

미노타우로스가 도끼를 옆으로 크게 휘둘렀다.

콰, 콰, 빠지직, 쿵!

주변의 나무들이 한 번에 썰려나갔다. 이현지는 몸을 납작하게 엎드려서, 강우는 뒤로 몸을 날려서 도끼를 피해냈다.

미노타우로스가 도끼를 높이 치켜들었다. 도끼날은 이현지를 노리고 있었다.

텅!

미노타우로스는 이현지를 향해 수직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이현지는 양손으로 도끼의 옆면을 잡아냈다.

쿠쿠쿠쿠.

미노타우로스는 그대로 힘을 가해 이현지를 찍어 누르려 했다. 이현지는 전신에서 노란색 빛을 뿜어내며 버텼다.

취이잉.

이현지의 양팔에 노란빛이 모여들었다. 이현지가 도끼날을 잡은 채 손을 비틀었다.

쩌정!

도끼날이 깨져버렸다. 이현지는 재빨리 몸을 뒤로 피했고, 날이 부러진 도끼가 바닥에 꽂혔다. 이현지는 양손에 쥐고 있는 도끼 파편을 미노타우로스에게 던졌다. 미노타우로스는 귀찮다는 듯 도끼 파편을 오른손으로 툭 쳐냈다. 미노타우로스는 날이 부러진 도끼를 들고 이리저리 쳐다봤다.

이현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강우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봤지? 녀석의 무기도 못 쓰게 만들어버렸다고.”

“앞을 봐!”

“뭐?”

이현지가 미노타우로스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미노타우로스는 날이 부러진 도끼자루를 양손으로 구부러트렸다. 도끼자루를 완전히 구겨 둥그렇게 만들어 쇠공으로 만들었다. 미노타우로스는 손에 든 쇠공을 이현지에게 힘껏 집어던졌다.

이현지는 양팔을 교차해 ‘X’자를 만들어 방어했다.

꽝!

이현지의 몸이 쇠공과 함께 뒤로 멀리 날아갔다. 이현지는 나무 두 그루를 쓰러트리고, 그 다음 나무의 기둥에 걸려서야 날아가는 것을 멈췄다.

강우가 미노타우로스에게로 달려갔다.

“이 소새끼….”

미노타우로스가 오른쪽 주먹을 쥐며 치켜들었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옆구리 뒤쪽으로 당겼다.

미노타우로스의 오른쪽 주먹이 위에서부터 강우에게로 날아갔다. 강우의 오른쪽 주먹은 아래서부터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날아갔다.

꽈아앙!

미노타우로스의 주먹과 강우의 주먹이 맞부딪쳤다. 미노타우로스가 왼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강우는 미간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멍청한 소새끼.”

강우는 왼손을 펴서 맞부딪치고 있는 미노타우로스의 오른팔을 아래서부터 올려쳤다. 미노타우로스의 오른팔이 위로 들렸고, 궤도를 벗어나 미끄러졌다. 미노타우로스의 균형이 무너졌고, 치켜들었던 왼쪽 주먹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탁, 터턱, 팡, 쾅!

강우는 그대로 미노타우로스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강우는 오른쪽 손바닥을 펴 미노타우로스의 명치를 밀어 쳤다. 그 다음 왼쪽 주먹과 오른쪽 주먹으로 양쪽 옆구리를 가격, 오른발로 복부를 프론트킥을 복부에 날려 거리를 벌렸다. 강우는 곧바로 오른발 뒤차기를 날려 미노타우로스를 뒤로 날려버렸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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