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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70)화 (71/149)

70화

“와, 지금 나한테 돌멩이 던지려고 한 거야? 미쳤어? 애를 때리려고? 나 저거 맞았으면 죽었겠는데? 이거 아동 폭행 아닌가?”

“하등한 인간 놈이 감히……!”

메르데스와 파르데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다.

그리고 세키나와 드한은 깨진 창문 너머로 그들을 보고 있었고.

“그…… 전에 온실에서 봤던 분들 아닌가요. 세키나 님 가족이라고.”

드한은 눈에 띄게 당황한 어투로 말했다.

“가족 아니야…… 가족 안 할래…….”

창피해서 쥐구멍으로라도 숨고 싶어졌다. 아니, 쟤네가 왜 밖에 있어? 그리고 지금 뭐 하는 거야?

세키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뱉었다.

그러다 상황을 정리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재빨리 여관을 나갔다. 드한도 그런 세키나의 뒤를 쫓았다.

그들이 있는 곳은 여관의 뒤쪽, 골목길이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었다. 그래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어도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 것이리라.

“그러니까 애는 꺼지라고 몇 번을 말하냐고! 이놈과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는데 너네 알 바 아니라고!”

“와, 알 바가 아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기절시키고 끌고 가려는데 알 바가 아니다?”

“정말 한심한 놈이로군. 그런 말이 우리에게 먹힐 거라 생각하나?”

쌍둥이는 어떤 남자와 싸우고 있었다. 마르틴만큼은 아니지만 덩치가 꽤 큰 이였는데, 주변에 몇 명이 더 서 있는 걸로 보아 무리인 것 같았다.

“무쓴 일이지?”

세키나는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으르렁거리며 달려들려던 메르데스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악! 뭐…… 세키나?”

“너네 머 하냐?”

세키나는 다소 굳은 얼굴로 메르데스를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호문쿨루스는 영지에 나오는 게 금지되어있었으니까. 몰래 나온 것 같은데 또 이런 사고를 친다고? 뒷목이 당겼다.

“세키나아! 흐엉! 저 인간 놈들이 우리 때릴라고 했어!”

“앵기지 말고. 가만히 있는데 때리지는 않아쓸 거 아니야. 먼 일인데. 빤니 말해.”

세키나의 심상찮은 표정을 느낀 모양인지 서둘러 파르데스가 대답했다.

“저놈들이 한인가 뭔가 하는 인간을 기절시켜서 끌고 가려 했어.”

“그걸 우리가 붙잡고 있는 거야!”

“나쁜 인간들 같으니까.”

파르데스는 먼젓번 메르데스에게 영지 이야기를 들은 후 리아트의 허락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파르데스가 의젓하니 사고를 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 리아트가 베풀어준 자비다.

그렇게 해서 오늘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외출에서 메르데스와 친한 인간들을 소개받았다. 조셉, 한, 유리. 파르데스는 나름대로 그들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오늘로 두 번째 만남을 하려 했다.

하지만,

-와, 이 새끼 여기 있었네.

갑자기 나타난 거구의 인간들이 한을 때려 기절시켰다. 그리고 끌고 가려 했다.

조셉과 유리가 자리를 비운 지금.

한과 외출을 나온 쌍둥이가 그를 지켜야 했다.

여기까지 설명을 마친 파르데스는 슬그머니 세키나의 눈치를 살폈다. 세키나의 표정은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때, 한을 끌고 가려던 인간들 중 하나가 외쳤다.

“하아…… 그러니까, 아까부터 계속 말했잖아! 우리는 이놈한테 볼일이 있는 것뿐이라고!”

쌍둥이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볼일이 있는 거면 카페 가서 차나 마시지 왜 기절시켜서 끌고 가냐고, 이 미친 인간들아!”

“그건 당연히 이 새끼가 곧이곧대로 안 따라올 테니까!”

“그럼 안 데리고 가야지!”

씨익씨익, 메르데스는 양 뺨을 벌겋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마음만 같아서는 힘을 써서 저들을 다 때려눕히고 싶다.

하지만 그랬다간 리아트에게 혼난다.

사고 치지 않는 조건으로 영지 외출이 허락된 게 아닌가.

그래서 지금 꾸역꾸역 참고 있는 중인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애새끼들이잖아. 대충 처리하고 가자. 사람들 몰려오니까.”

이 빌어먹을 인간들이 자꾸만 뚜껑 열리게 만든다. 메르데스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미안하다. 대장 명령이라 어쩔 수 없어.”

“그냥 얌전히 돌아갔으면 좋았을걸. 쯧.”

인간들이 쌍둥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 대만 맞을까? 맞고 나서 때리면 정당방위 아닌가? 나 그렇게 배웠는데? 파르데스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는, 그때였다.

빠악!

소리가 나며 맨 앞에 서 있던 인간이 쓰러졌다.

“으억! 뭐, 뭐야!”

쓰러진 인간의 앞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드한이었다.

“세키나. 쟤, 같이 있었어?”

“왜 같이 있어, 저놈이랑?”

“일이 쫌 이써서.”

세키나는 쩝 입맛을 다시며 드한을 쳐다보았다.

드한을 말릴 생각은 없다. 여기서 쌍둥이가 난장판을 피우는 것보다 드한 한 명이 나서는 게 나으니까. 자신도 나설 생각이 없고 말이다.

싸움 실력이 나쁘지 않을 테니 맡겨도 괜찮지 않을까.

“다들 도망가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드한은 굴러다니던 각목 비슷한 나무막대를 쥔 채 말했다. 꽤 멋져 보일 법한 모습이다.

“저 남자를 구해 오면 되는 거죠? 알겠습니다. 광장 뒤쪽에서 만나는 걸로 하고…… 윽!”

하지만 드한은 고작 5살이었다. 싸움 실력이 나쁘지 않은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다. 거구의 성인 남성을 드한이 상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새끼들이 진짜 열받게 하네, X발.”

“야. 쟤네 다 끌고 와. 다 쥐어 패버리게.”

음. 캘빈이나 유리엘을 데리고 와야 하나. 세키나는 살짝 떨리는 손끝을 말아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일딴 우리는 도…….”

“와. 형아. 나 말리지 마.”

“너나 날 말리지 마라.”

세키나의 말을 끊고 나선 건 쌍둥이였다.

“야. 딱 봐도 비리비리한 새끼가 어딜 나대냐?”

쓰러져있는 드한에게서 나무막대를 뺏은 메르데스가 씨익 웃었다.

“우리가 할 테니까 세키나 데리고 뒤로 가 있어.”

“아, 아니요. 이런 건 제가……!”

“뭐래.”

“애는 지키는 거랬어.”

“맞아. 그러니까 애는 가만히 있어.”

메르데스는 목을 풀며 나무막대를 꽉 쥐었고, 파르데스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발목을 돌렸다.

리아트는 영지에서 마법을 쓰지 말라고 했다. 마족인 걸 들킬 수도 있으니까.

그럼 주먹은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일반적인 폭력은 괜찮은 거 아닌가?

“따악 쟤네만큼 힘쓰면 되는 거지?”

메르데스는 입술을 비죽 올리며 중얼거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쟤네만큼.”

그들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 나갔다.

오늘이 바로 ‘다이몬 백작가의 쌍둥이’ 첫 업적이 새겨지는 날이었다.

***

“와. 지짜 야무지게 때렸네.”

세키나는 널브러져 있는 인간 다섯을 쳐다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정말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얻어맞은 놈들이다. 세키나는 슬쩍 쌍둥이를 흘겨보았다.

“마법, 안 썼어.”

“그냥 주먹으로만.”

그들은 세키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3장로님이 알려줬었어. 선빵필승이라고.”

“말을 안 들으면 폭력을 쓰라고 했지.”

“애 가르치는 꼬락서니가 아주 조폭이네.”

아, 머리야.

세키나는 이마를 짚었다.

“여기가 다른 인간들 안 다니는 길이라는 거를 다행으로 생각해. 광장이어쓰면 너네 다 들켜써.”

“에이. 우리도 다 생각이 있었어.”

“그럼, 그럼.”

세키나는 파르데스를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메르데스는 원래 나사가 빠져있는 놈이라고 해도, 파르데스는 이 정도까지 아니지 않았나?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고 사고를 치는 거지?

이 일이 마왕성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세키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때였다.

“저…….”

벽에 기대앉아 쉬고 있던 드한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다.

쌍둥이는 드한을 보자마자 그를 살폈다.

“아, 너 괜찮냐?”

“아까 꽤 세게 얻어맞던데.”

“아…… 네. 괜찮습니다.”

드한의 뺨은 살짝 상기돼 있었다.

호기롭게 뛰쳐나갔다가 얻어맞고 널브러졌으니, 민망하겠지.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드한은 5살이고, 인간들은 성인이었다. 애초에 싸움이 안 되는 판이었다. 쌍둥이는 인간이 아니었으니 이길 수 있는 거였고.

“감사합니다. 덕분에 크게 안 다쳤습니다.”

드한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쌍둥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원래 애는 지키는 거랬어.”

“맞아. 애니까 우리가 지켜 준 거야.”

이 쌍둥이 형제가 5살이라는 건 드한도 알고 있다. 유리엘이 말해줬으니까.

그런데…….

“저, 1월생입니다만. 제가 제일 나이가 많을 텐데요.”

자신은 이들보다 일찍 태어났다.

드한 입장에서 ‘애’는 쌍둥이와 세키나란 말이다.

이를 깨달은 쌍둥이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괜히 나섰네.”

“에이 씨.”

자신들도 경비대 인간들처럼 애를 지키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나이가 많은 놈이었다니.

쳇. 쌍둥이는 꿍얼거리며 입술을 비죽였다.

그러다 문득 세키나가 자리에서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휙휙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핀 파르데스는 곧 인간들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세키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키나, 거기서 뭐 해?”

“웅?”

세키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그들을 돌아보았다.

“저 인간 끌고 갈라고 해따면서. 근데 저 인간이 안 일어나니까 얘네한테 무러바야지. 먼 일이냐구.”

합리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쌍둥이는 당황하고 있었다.

“어어. 알겠는데…….”

“그, 송곳은 어디서 났어? 그건 왜 들고 있어?”

세키나의 손에 무시무시한 무기가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영지에서 이딴 개짓거리를 해 노코 그냥 경비대에 넘기면 억울하잔아?”

송곳을 치켜들며 세키나는 씨익 웃었다.

“인간의 몸에 구멍은 참 많으니까, 한두 개쯤 더 늘어도 모를 거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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