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제국의 황자, 베니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황궁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베니타뿐 아니라 역대 어떤 황족들도 황궁 밖을 나간 적 없다.
물론 성인이 된 후에 야행을 나가긴 하지만, 지금의 베니타는 고작 8살이다. 그는 황궁 밖을 나간다는 사실에 설레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북부라니!’
수도를 정찰하고 오라고 했다면 부담스럽지 않았을 거다. 하다못해 인근 영지인 리젠 후작가에 가라고만 해도 용기를 냈을 테다.
그런데 북부라니!
가는 데에만 보름이 걸릴 정도로 멀 뿐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마물이 튀어나와 혹한의 지대라 불리는 곳 아닌가. 운이 나쁘면 가는 길에 객사할 수도 있는 곳이다. 거기다가 더해…….
‘춥잖아, 거기는!’
일평생 따뜻한 곳에서 추위라고는 조금도 겪어보지 못했던 베니타였기에, 북부의 추위가 가장 걱정되었다.
뭐, 마물이야 기사들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두꺼운 모피를 잔뜩 가져가야겠어.’
북부에는 그런 게 있으려나?
없겠지? 북부는 가난한 동네니까.
그럼 모피를 나눠 주면 좋아할까? 생전 처음 보는 옷이라며 나를 신처럼 떠받들지도 몰라!
그렇게 북부에서 호감을 얻고 자리를 잡으면 어마마마도 기뻐해 주시겠지?
베니타는 들뜬 아이의 눈을 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카탈로그를 가져와!”
그리고 방을 지키고 있던 시녀에게 소리쳤다.
야만인들에게 수도의 고상함을 알려주겠노라 다짐하며 말이다.
***
“크흥!”
갑자기 든 한기에 코를 팽 푼 마족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피 외투를 끌어안으며 어깨를 떨었다.
“아우, 왜 갑자기 춥죠? 이상하죠?”
“네가 또 마법 수식을 이상하게 썼나 보지."
“응, 아니죠? 나는 여기 중에 가장 대단하죠?”
“지랄한다, 또.”
“응, 안 들리죠?”
마족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고는 저만치에서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드한을 쳐다보았다.
아침에 한 차례 수련을 한 뒤, 그때부터 해가 중천에 뜬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드한이었다. 참 저놈도 특이한 놈이라고, 마족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생각했다.
“언제까지 저럴지 궁금하죠?”
수백 년간 인간을 지켜봐 온 그로서, 인간의 의지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드한도 얼마 가지 못해 그만두리라 판단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버틸까?
아니면 그만둘까?
이런 양가적인 궁금증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드한에게 나름의 기대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기에 나름대로 판돈을 걸어 볼 생각이었다. 만약 드한이 버틴다면…….
‘조금 도와줄 수도 있고.’
그는 이죽거리며 드한에게 다가갔다.
드한은 마족이 다가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검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신이 마족에게 패배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검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응, 너는 어차피 나 못 이기죠?
-나한테 손끝도 못 대죠?
-어딜 감히 덤비려 하죠?
이런 깐족거림을 들을 때마다 혈압이 올라 죽을 것 같았다.
진짜 딱 한 대만! 한 대만 때리고 싶다!
아아악!
드한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검을 휘둘렀다.
그때였다.
“응, 그렇게 하면 자세 다 망가지죠?”
어느새 다가온 마족이 드한의 어깨를 콕 찌르며 말했다. 그에 드한은 흡 숨을 들이켜며 굽었던 어깨를 활짝 폈다.
“정신 차려야죠? 이제 손님도 오는데?”
음?
드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손님이라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는 생경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마족은 더욱 이죽거렸다. 이 새끼, 아무것도 모르네, 하면서.
“황자가 온다고 하죠? 세키나 님 만나러?”
“……예?”
드한의 눈동자가 일순 싸늘하게 식었다. 세키나, 라는 말과 황자, 라는 말을 합쳤을 때 그가 떠올릴 수 있는 건 단 하나였기 때문이다.
‘약혼.’
그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가문과 가문의 연결에서 가장 좋은 것은 결혼이라는 사실을.
“응, 그쪽에서 단단히 준비하고 오는 거 같죠?”
“…….”
“너 큰일 났죠?”
드한은 저도 모르게 목검을 꽉 움켜쥐었다.
***
서브 퀘스트 <황자의 마음을 얻어라!>
황자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내려진 명령에 부푼 마음을 안고 북부로 오고 있답니다.
그런 황자를 잘 대해 주어야겠지요?
황자에게 호감을 얻어 보세요! (호감도 : 0/100)
(힌트 : 없음! 알아서 잘해 보세요!)
보상 : 황실의 뒷이야기 모음집
실패 시 :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