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74)화 (37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74화

마에다 신.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일본의 유명 가수.

촬영 준비가 이루어지는 동안 일본 스탭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렸다.

「저 사람이 마에다 신이구나. 얼굴은 처음 본 거 같아.」

「마에다 신이면… 아, 우리 엄마가 매일 듣던 노래가 저분 거였네. 신기하다.」

요즘은 음악활동이 뜸한 편이지만, 워낙 유명했던 분이라 지금도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다나.

옆에서 생수병을 흔들어 보던 중년 가수가 스탭들에게 물었다.

「맹물이네. 차 같은 건 없어? 여기?」

「잠시만요!」

스탭들이 다른 페트병을 찾는 동안 우리는 옆자리에 앉은 중년 가수를 잠시 바라보았다.

상대가 중절모를 벗자 머리가 조명에 반짝였다.

반짝반짝.

스님처럼 삭발한 머리에 기다란 콧수염을 지니고 있는, 어딘가 득도한 도인 같은 인상이었다.

「……?」

땀이 맺힌 머리를 문지르던 마에다 신이 그를 힐끔거리던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대범한 말투가 들려왔다.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아, 오늘 방송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선생님.」

비주가 상냥한 표정으로 손수건을 건넸다.

‘아, 상큐’ 하던 중년인이 손수건을 받아들어 머리를 슥슥 문지르자, 그제야 발광력이 좀 줄어들었다.

마에다 신이 손수건을 예쁘게 접어 돌려주었다.

「걱정 말라고. 폐는 안 끼치고 갈 테니까.」

자기 몫은 제대로 하고 갈 테니 걱정 말라는 투였다.

그런 가수를 보면서 우리는 며칠 전 기억을 떠올렸다.

스페셜 앨범에서 리메이크 작업을 한 이후로 부쩍 친해진 백상교 선생님과의 통화.

방송국 빵집에서 마카롱을 보다가 우리가 생각났다고 전화를 주셨다.

‘그니까 너희들 팬클럽이 마카롱 아니냐. 이야. 빵집에서 보니까 빵이 이쁘게 생겼더라.’

‘수플레예요. 선생님…….’

‘아. 그러냐? 마카롱이 더 비싼 거 아닌가?’

맥락 없는 대화를 신나게 주고받다가 일본 미튜브 컨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너희들 일본 게스트는 안 필요하냐?’

‘예? 있으면 엄청 좋긴 한데…….’

‘거 그러면 잠깐만 기다려 봐라잉.’

…하더니 10분 후에 ‘됐다’ 하며 섭외 완료 문자를 주신 선생님이었다.

옛날에 일본에서 이름을 날렸던 가수가 하나 있는데, 자기랑 호형호제 하는 사이라고.

그러면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 주셨다.

‘그놈이 성격은 좋은데 주둥아리가 엄청 가벼워.’

‘아하.’

‘기분 나쁜 말을 엄청 할 텐데, 딱히 대가리를 거치고 하는 말이 아니니까 맘 상해하지 말고.’

‘넵. 꼭 기억할게요.’

그리고 개인사에 대한 질문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이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엄청 까칠하게 반응하니, 말을 안 꺼내는 게 이롭다나.

‘이혼만 세 번이여’ 하는 선생님의 말에 단체로 사레가 들렸다.

「저, 음악이나 가수 활동 외에 개인적인 사생활 관련은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마에다 신의 매니저도 그 부분을 생각했는지 피디님에게 통역으로 그 부분을 재차 확인하는 게 보였다.

그런 주의사항을 머릿속에 되새기고 있을 때.

“……?”

이번에는 우리를 힐끔거리던 마에다 신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가 환하게 웃으며 꾸벅했다.

움찔.

어딘가 경계심을 품은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이었다.

지호가 눈을 깜빡거리며 우리에게 눈으로 물었다.

‘경계하시는 거 같은데여?’

‘왜 그러시지?’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뭔가 꼭 이상한 사람을 바라볼 때의 눈빛이었다.

널찍한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비어 있는 벤치들을 놔두고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신문을 펼칠 때.

그런 경우에 보일 법한 표정이라고 할까.

아무래도 낯가림이 조금 있으신가 싶어서 일부러 더 환히 웃으며 마에다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음?」

「특별한 거 안 해도 되고, 그저 편하게만 하시면 돼요. 오늘 저희가 엄청 즐겁게 해 드릴게요.」

「……뭐, 뭘 하려고.」

「그건~」

우리가 검지를 입가에 올리며 말했다.

「비밀입니다~!」

왜 더 경계하시는 거지.

그때 지호가 ‘이빠이~’ 하며 양손을 크게 펼치며 더 환하게 웃었다.

「엄청 즐겁게 해 드릴게요.」

「…….」

「여기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마에다 신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   *   *

미친 아이들이다.

그것이 바로 마에다 신이 뉴블랙에 대해 느낀 첫인상이었다.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

어디 신전에 나올 것 같은 비장한 화음으로 ‘뉴블랙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를 불렀던 게 잊히지 않았다.

만화에서처럼 다섯 명의 얼굴이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세뇌하는 듯하다고 할까.

성스러운 오프닝 BGM을 지우려고 애쓰며 머리를 흔들었다.

‘요즘 젊은 애들이 무섭다고는 들었지만…….’

아까 대기하는 동안 앞서 촬영한 장면들을 보았다.

거꾸로 내려온 현수막을 읽겠다고 물구나무를 선다든가.

박장대소를 하며 손바닥으로 플라스틱 테이블을 내려치다가 큼지막한 구멍을 뚫어 버린다거나.

기묘한 장면들이 가득한데 한국 스탭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야. 오늘 우리 애들 방송 진짜 차분하게 한다.”

“그니까. 되게 잔잔하고 좋네.”

무엇이 잔잔하고 차분하단 말인가.

뉴블랙의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촬영 스탭들까지 그런 장면을 보면서도 덤덤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평소에는 대체 어떠하기에 저런 반응이 나오나 궁금해서 미튜브에 들어가 보았지만.

첫 장면부터 새우깡으로 저글링을 하고 있는 리더의 모습에 포기했다.

‘어딘가 뒤틀려 있어. 이곳…….’

언제 이상한 것이 나올지 몰라 신경 쓰인다고 할까.

그냥 한국 아이돌의 미튜브 방송이라기에 내용을 미리 안 알아보고 온 게 패착이었다.

갑자기 실내 암벽등반이라도 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검은 상자에 손을 집어넣으라고 하는 건 아닐까.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있을 때, 촬영 카운트다운을 앞두고 메인보컬이 스으윽 머리를 기울였다.

「선생님.」

「……!」

서리혁이 나직이 속삭였다.

「여기 다 이상한 사람들 같죠?」

「아니. 그런 생각은…….」

「사실이에요. 전부 비정상입니다.」

사실이었던 건가!

서리혁이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니까. 다 이상한 사람들이니 저만 믿으시면 돼요.」

「오오.」

「제가 제일 정상인이거든요.」

짜게 식었다.

뉴블랙 월드 송을 부를 때, 누구보다 힘차게 후렴구를 불렀던 사람이 여기 메인보컬 아니던가.

역시 여기선 스스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자, 그럼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화이팅!”

요란한 박수와 함께 녹화가 시작됐다.

‘과연 어떤 포맷이 나올 것인가.’

방송 내용에 대해 긴장하고 있을 때.

우주의 손가락이 키보드의 하얀 건반과 검은 건반 위로 춤추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복소복.

눈이 산뜻하게 쌓이는 듯한 귀여운 멜로디.

마에다 신의 눈가에 이채가 감돌았다.

‘이건 즉흥으로 만든 멜로디로군.’

듣자마자 싱어송라이터로서 상대의 재능을 알아차렸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즉석에서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대한 감탄이 나왔다.

일반인이 들으면 듣기 좋은 광고 시그널 같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구성부터 사소한 부분까지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역시 재능도 유전인가.’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했던 선명주의 연주 일화 등이 떠올랐다.

생일을 맞이했다는 팬을 위해서 즉석으로 바이올린을 꺼내 특별한 생일송 연주를 했다든가.

하시모토 겐지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노래를 즉석에서 5분 만에 편곡해서 한층 더 높은 경지를 보였다든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서 와요~

먼 길 오신 마에다 신

뉴블랙 카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멤버들도 즉석에서 가사나 랩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환영 노래를 불러 주었다.

연주자도 연주자지만 이쪽도 범상치는 않았다.

특히나 메인보컬은 자신이 만든 노래를 건네주고 불러달라고 하고 싶은 실력이었다.

‘역시 미친 아이들답게 음악적 재능이 충만하군.’

간단한 환영 인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여러 요소들을 파악하며 그는 동질감을 느꼈다.

나이를 떠나 같은 뮤지션을 만난 느낌.

마에다 신도 답례하듯 작게 박수를 치면서 고개를 꾸벅 숙일 때.

「자, 오프닝이 끝났으니 코노방구미와 나와 주세요!」

「……?」

‘코노방구미와?’라는 키워드에 마에다 신이 당황하고 있을 때.

눈썹도 부리부리하고 카리스마 있게 생긴 멤버가 탁자 밑에서 거대 응원봉과 미니 응원봉을 꺼내 들었다.

X자로 교차하니 파라오 같았다.

근엄한 목소리의 ‘코노 방구미와…’ 하는 방송 문구였다.

「이 방송은 왕봉이와 달봉이. 그리고 저 중현.」

「비주!」

「서리혁. 이거 꼭 해야 돼요?」

「지호!」

「우주.」

차례대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듯 상큼한 미소를 짓더니 이어 그에게 시선이 향했다.

무언의 압박.

저도 모르게 ‘마, 마에다 신’ 하며 대답하자 그들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박수를 친다.

「이야. 잘했다. 중현아.」

「감사합니다. 나는 흐뭇하다.」

「일본 방송 보면 이거 꼭 하더라고요. 저희도 한 번 따라해 보고 싶었어요.」

마에다 신은 어색하게 ‘그, 그래’ 하며 답했다.

한편으론 안심이 됐다.

‘이상한 게 맞군.’

노래를 듣는 동안 착각할 뻔했다.

「자, 그럼 마에다 선생님!」

우주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저희 뉴블랙 카페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인상적인 인사였어. 고마워.」

「이 영상을 보고 계신 시청자 분들과 저희 팬, 그리고 마에다 선생님의 팬분들에게 인사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리고 나의 팬 여러분. 내 팬을 하느라 고생이 몹시 많네.」

거침없는 언사에 뉴블랙 멤버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마에다 신이 당황했다.

‘……이게 웃긴가?’

평범한 인사 한 마디 했는데 너무 웃기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메인댄서 비주가 보였다.

그것도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웃음장벽이 1mm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뺨이 씰룩거렸다.

“흐하하하핫!”

한 마디 할 때마다 빵 터지는 걸 보고 있자면 자신이 꼭 재미있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살짝 업 되는 기분을 느낄 때.

「근데 카페라면 뭘 하는 건지?」

「‘뉴블랙 카페’는 여러 나라의 가수 분들을 초청해서, 그분들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입니다.」

「호오.」

코너 내용이 몹시 마음에 든다.

뉴블랙이 다른 나라 가수들의 음악을 배우고, 그런 가수들을 소개하는 코너인 듯했다.

나라마다 다양한 음악적 특성.

뉴블랙과 가수들 모두 낯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할까.

지호가 손으로 전화 모양을 만들며 말했다.

“오늘 출연해 주신 마에다 선생님 외에도 뉴블랙 카페의 문은 열려 있으니 많이들 연락 주세여~!”

“Please contact us!”

옆에 있던 비주가 선생님도 같이 해요, 하듯 눈을 반짝이며 양 주먹을 들었다.

마에다 신도 동참해서 같이 영어로 외쳤다.

‘뭐지.’

뭔가 유치해서 민망하긴 한데 어딘가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 때.

그의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름은 왜 카페…?」

「보시다시피 세트장도 카페 분위기고.」

그건 그랬다.

이야기를 나누기 좋게 카페 풍으로 꾸며진 곳이었다.

우주가 말을 이었다.

「실제로 디저트도 먹고 음료도 마시며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 예정입니다.」

「아. 그런 거였군.」

「자, 그럼 오늘의 디저트! 나와 주세요!」

곧바로 드르륵 굴러온 수레 위에 담긴 디저트가 나타났다.

새하얀 생크림 위로 탐스러운 딸기가 여기저기 보석처럼 박혀 있는 쇼트 케이크였다.

멤버들이 ‘와아아-’ 하며 감탄했다.

「이건 꼭 얻어 내야겠네요.」

「진짜 지면 안 돼요. 이건.」

마에다 신도 동감하며 케이크의 비주얼에 시선을 뺏겼다.

최소 4천 엔 정도는 들여야 사겠다 싶은 케이크였다.

한편 입가에 침을 고이는 걸 느끼던 중년 가수는 대화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잠깐. 얻어 낸다니?」

「아, 모르셨나요? 음료는 무료 제공이지만 디저트는 게임을 통해 얻어 내야 하는 룰이에요.」

「……세상에. 그런 끔찍한 규칙이 있다니. 이건 너무한데.」

「죄송합니다. 저희가 만들었어요.」

「나름 합리적인 규칙이군.」

빠르게 정신을 수습한 중년 가수가 시치미를 떼자,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깔깔거렸다.

뭔가 점점 방송이 몸에 익는 느낌.

그러는 동안 6명이 케이크를 얻기 위해 3개의 조로 나뉘었다.

「일단 게스트인 마에다 선생님께 기회를 드릴게요. 누구랑 팀을 하고 싶으신가요?」

승률이 높으려면 제일 이상한 애를 골라야겠지.

「우주.」

「크, 탁월한 선택입니다. 선생님.」

하이파이브를 하며 마에다 신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3개 조로 나뉜 후.

조의 이름도 정해졌다.

「2조입니다.」

마에다 신과 우주가 속한 1조가 손을 들었다.

「3조예요!」

중현과 비주가 속한 동갑내기 2조가 손을 들었다.

「하…. 1조입니다.」

서로에게 떨떠름한 표정의 리혁과 지호가 손을 들어 시무룩하게 말했다.

곧바로 내분이 벌어졌다.

“아. 진짜, 리혁이 형이랑 순발력 있어야 하는 거 하면 꽝인데. 이 형 도망치는 것만 빨라여!”

“아니. 얘랑 머리 쓰는 거 하면 망한다니까요. 진짜.”

티격태격이 얼마 이어진 후에 각 조가 자리를 잡았다.

피디와 작가들이 동공에 지진이 일어난 얼굴로 ‘2조? 3조?’ 하며 혼선이 온 표정을 지을 때.

“흐하하!”

마에다 신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재미있긴 하네.’

여기 다섯 사이에 껴서 뭘 하고 있으니 뭔가 기분이 유쾌해지는 듯했다.

멤버들도 왜 웃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좋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동안 제작진이 팀명 정리를 마치고 이제 알겠다는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어, 1조?”

「예, 1조!」

3조인 리혁과 지호가 손을 들었다.

제작진이 다시 한 번 혼선이 와서 ‘3조!’ 하고 부르자 2조가 손을 들었다.

“…….”

다시 두뇌에 혼선이 온 제작진.

피디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팀명을 다시 정해 주세요.”

다시 원래대로 팀이 돌아온 후, 본격적인 게임이 소개 됐다.

큼지막한 상자로 만든 주사위 3개와 룰렛 하나.

“아주 간단한 게임입니다. 이중에서 가장 높은 눈을 기록한 사람이 케이크를 얻습니다.”

“주사위를 먼저 3개 굴리고. 룰렛으로 여기에 곱할 배수를 정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큰 눈금인 X1이 걸리면 1배가 되고. 가장 작은 눈금인 X100은 100배.”

「아니이……!」

메인보컬을 비롯해 멤버들이 황당하다는 듯 일어났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편법이잖아여! 우주 형 주겠다고 아예 선언을 한 건데…!”

“불법 증여 규탄한다!”

“우우우.”

“이건 정말 아니에요.”

제작진이 ‘?’ 하고 있는 동안, 마에다 신은 옆자리에서 우아하게 턱을 괴고 있는 미남에게 시선을 돌렸다.

손으로 가린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웃고 있네?’

아무리 봐도 랜덤으로 하는 게임인데 멤버들이 절대 안 된다고 주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준비한 게임이니 그대로 갈 때.

마에다 신은 기묘한 현상을 포착했다.

“여러분.”

우주가 성난 얼굴의 멤버들에게 워워 하듯 말했다.

“이건 정말 운으로 하는 게임이에요.”

“거짓말…! 순 거짓말!”

“비주 군. 저를 못 믿습니까?”

“형은 믿지만 이건 못 믿어요오-!”

마에다 신은 뒤에서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구경했다.

‘너무하는 거 같은데.’

분명 랜덤으로 하는 게임인데 멤버들이 리더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우주가 대충 주사위를 굴리듯 손을 튕겼다.

‘……음?’

방금 스냅이 굉장히 전문적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아니!」

주사위 눈이 차례대로 6, 6, 6이 나왔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제작진과 마에다 신이 눈을 비빌 때.

「에?」

가볍게 룰렛을 돌리더니 얼마 안 가 ‘X100’이 나왔다.

순식간에 최고점이 되는 모습에 마에다 신은 다시 한번 눈을 비볐다.

「뭐,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우주가 브이를 했다.

「이게 바로 한국말로 ‘우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

끝나고 나면 검색을 해 봐야겠다.

그가 아는 한국어 ‘우연’에 사기나 편법이란 뜻은 없었던 터였다.

어딘가 꺼림칙하긴 했지만 같은 팀이니 일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작진이 ‘뭐지?’ 하며 웅성거리는 동안 우주와 마에다 신이 각자 포크를 들고 디저트를 음미했다.

「방금 한 거 말이야.」

「주사위요?」

「방송이 나가면 아무래도 카지노나 파칭코에서 출입금지 명단에 올리지 않을까 싶은데…….」

「안 갈 거라서 괜찮아요.」

「좋은 정신이구만.」

그런 이야기와 함께 본격적으로 뮤직 토크가 시작됐다.

과거 마에다 신의 노래를 듣거나 라이브 영상을 함께 시청하면서 코멘트를 하는.

데뷔 초창기인 80년대 영상이 흘러나왔다.

「오오. 지금도 그렇지만 굉장히 미남이셨네요.」

「아이돌 같아요.」

저화질 영상 속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꽃미남 외모는 과거의 자신이 맞았다.

마에다 신이 포크를 내려놓고 어깨를 으쓱였다.

「뭐, 지금도 저때와 큰 차이는.」

재생이 멈춘 검은 화면 위로 빛나는 머리의 중년인이 비쳤다.

숙연한 분위기.

뉴블랙 멤버들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 때, 마에다 신은 ‘패스’ 하며 손을 넘겼다.

이어지는 영상들.

「와, 확실히 시티 팝의 절정이 저때라고 듣기는 했는데, 정말 좋네요. 음이 정말 계단식으로…….」

「오, 보컬이 조금 변하셨네요?」

어찌나 예리한지 무대 매너를 비롯해 시기별로 달라지는 점을 귀신같이 캐치하는 뉴블랙이었다.

대화가 통하는 느낌.

거기다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진지하게 듣는 리액션에 말할 맛이 났다.

「이 부분은 작곡을 할 때도 고민이 많았지. 전 앨범이 역대급 반응을 얻은 상황에서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무슨 말씀인지 알 거 같아요. 저희도 매번 그런 고민을 하거든요.」

「너희는 주로 어느 부분이 고민이지?」

그런 식으로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점점 업 되는 느낌이었다.

‘좋구나. 좋아.’

이런 이야기는 별로 안 하고 싶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하니 구멍이 뚫린 댐처럼 이야깃거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간 자신이 얼마나 이런 음악 이야기에 대해 갈증이 나 있었는지 새삼 깨닫는 것과 함께.

「저때는 기획사와 대판 싸우고, 독립했을 때였지.」

「오. 잘 되셨나요?」

「사기 당해서 쫄딱 망했어. 바깥세상은 내가 함부로 나댈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고.」

평소에 절대 하지 않던 이야기인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본래의 말투도 나왔다.

90년대 활동곡을 들으며 우주가 물었다.

「시티 팝에서 장르가 옮겨 갔는데, 이때는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내가 변한 건 아니고, 시대가 변했지.」

음료를 홀짝이며 경청하는 멤버들에게 그가 말했다.

「시티 팝이 부흥했던 80년대는 경제 호황기였는데, 이후 90년대에는 버블이 터져서.」

「아아…….」

「일본 경제가 폭망해 버렸어.」

“푸훕-!”

뉴블랙 멤버들이 음료를 마시다 사레가 들렸다.

당황한 표정.

그리고 그와 함께 본래 페이스를 되찾은 중년 가수의 거침없는 입담이 시작됐다.

*   *   *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금지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마에다 선생님의 개인 정보가 폭발하듯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회사 나와서 창업하면 잘 될 거 같았는데 전혀 오산이더라고. 바로 사기를 당해서.」

“콜록!”

「하루아침에 다 휴지조각이 됐지.」

말씀을 하실 때마다 사레가 들려서 음료를 마시기가 힘들었다.

이래서 백상교 선생님이 ‘거침없는 주둥이’를 조심하라고 미리 경고하셨구나.

동시에 우리를 완전히 후배로 인식하셨는지 폭풍 같은 조언이 시작됐다.

「외모로 사람들이 너희를 평가한다고 해서 나쁘게 받아들이지 마. 난 연기로 평가 받을 거야, 하며 스스로 외모를 망가뜨리는 할리우드 배우처럼 돼선 안 돼.」

「엇, 네.」

「미모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격한 외침.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음주도 자제하고.」

「아, 네.」

「아티스트 생활에 좋지 않아. 그리고 이걸 보고 있는 여러분도 명심하세요. 술은 자제해야 합니다.」

마에다 신이 진지한 표정으로 외쳤다.

「이혼당합니다! 반드시!」

촬영장에 있는 모두가 뒤집어져서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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