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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97)화 (69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97화

같은 시각.

집에서 뒹굴거리거나 외출 중이었던 수플레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지금 뉴블랙 우주 지하철 방송함!!]

인터넷에 올라온 어느 글이 시작이었다.

수플레들이 달달 떨리는 손으로 글을 클릭했다.

‘또 뭐지? 뭐가 있나?’

매 앨범마다 독특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뉴블랙.

그 이벤트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팬들이었다.

-예? 뉴블랙이 이벤트를 한다고요? 짭플레 출동합니다. 티켓 신청은 어디로 가면 되나요?

-호일입니다. 저도 갑니다.

-허허허허. 뉴블랙의 사랑스러운 할배할매 팬크-럽, 송편일세. 거 마우스는 왼쪽, 오른쪽 어느 걸로 눌러야 됩니까? 아 오른쪽? …이 천인공노할 작자들이……!

이벤트 하나만 진행해도 전국의 온갖 사람들이 참석 의사를 밝히기 때문이었다.

팬들끼리 농담 삼아 ‘뉴블랙은 공공재다’ 라고 말하는 상황.

그 때문에 이벤트 소식만 떠도 바짝 긴장하는 팬들이었다. 머글들에게 순번을 빼앗기면 안 되니까.

‘지하철 안내 방송? 어디서 티켓팅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며 클릭한 수플레들의 앞에 짤막한 글이 떠올랐다.

[지금 뉴블랙 우주 지하철 방송함!!]

2호선에서 지하철 안내방송하는 중

+ 하도 낚시글이라 해서 미튜브 영상 링크 첨부함

미튜브 링크를 클릭하니 정말로 우주가 ‘이번 역은…’ 하고 있었다.

“……찐으로 지하철 안내 방송이었어?”

이번 신곡의 제목 메트로(Metro).

‘대도시의~’ 하는 접미사가 되기도 하지만, 대도시 지하철에도 쓰이는 명칭 중에 하나가 바로 메트로였다.

뉴블랙의 신곡 배경이 지하철과 관련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건만.

‘아니, 근데 진짜 지하철 안내방송을 하는 거냐고.’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지하철 노선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게 몇 번이라고 했지?”

핸드폰을 검색하고 있는 어느 팬의 가슴이 미친 듯이 콩닥거렸다.

‘꼭 봐야 해.’

최애의 얼굴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최애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혹시라도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긴장감에 팬이 침대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나가던 아빠가 포착했다.

“소영아. 뭐 해?”

“아빠 나 잠시만, 말 걸지 말아 봐. 나 중요한 거 검색 중.”

“……?”

우주가 탄 지하철이 어디를 지나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 지하철이 동네 주변에 오려면 얼마나 될지, 혹은 여기서 택시를 타고 움직일 때 우주가 탄 지하철이 도착할 역까지 얼마나 걸릴지. 고도의 두뇌 활동이 이어졌다.

볼펜으로 선우주의 지하철 이동경로와 택시 이동경로를 A4 용지에 그려 가기를 5분.

“후우, 후우!”

“어디 가?”

다급하게 카드 지갑을 찾는 딸의 모습에 아빠가 재차 물었다.

“나 뉴블랙!”

“뉴블랙?”

“우주가 지금 지하철에서 안내 방송 하고 있대. 시간 맞춰서 얼른 그 지하철에 타 보려고.”

“…….”

보통의 아이돌이라면 부모님들이 ‘어이구’ 하면서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고개를 슥슥 저었겠지만.

“뉴블랙?”

뉴블랙은 경우가 달랐다.

딸을 바라보던 아빠의 머릿속에 황금빛 미래가 펼쳐졌다.

-차장님! 휴가 때 뉴블랙 우주 안내 방송 직접 들으셨다는 게 진짜예요? 어땠어요? 진짜 웃겼어요?

-허허허. 신기하더라고~

회사 사람들한테 신이 나서 자랑할 수도 있고, 뉴블랙 우주를 실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황금빛 미래가 폭발했다.

“아빠? 아빠는 지갑 왜 챙겨? 어디 가?”

“같이 가자.”

부녀가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긴장감 어린 공기가 감돌았다. 아빠가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점검하며 말했다.

“딸랑구.”

“응.”

“우리 반드시 성공한다.”

“성공해야지. 성공해서 우리도 계 한 번 타 보자.”

운동화 끈을 여민 부녀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우선은 대로변으로 나가 다급하게 택시를 잡았다.

“어유.”

8월 중순에 땀을 뻘뻘 흘리는 부녀를 바라보던 택시 기사가 백미러를 힐끔거렸다.

“급하신가 봐요?”

“예? 예… 지금 뉴블랙이 지하철에서 안내방송을 한다고 그래 가지고. 헤엑… 급하게 가고 있습니다.”

“뉴블랙이요?”

“우주가 안내 방송을 한대요.”

“오, 그래서…….”

이제야 이해가 되는 부녀의 다급한 행색.

택시 기사가 코밑을 쓱 비비며 웃고는 운전대를 잡았다.

“신속 정확하게 모시겠습니다, 손님.”

“기사님……!”

택시 기사는 그가 공언한 대로 지하철역까지 신속, 정확하게 내렸다.

“거스름돈은 괜찮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택시에서 허겁지겁 내린 부녀가 2호선 왕십리역을 향해 헉헉거리며 뛰어갔다.

곧이어 역사 안에 도착한 후.

“세이프.”

“세이프?”

“휴…….”

딱 맞게 곧이어 지하철이 도착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저거야?”

“아니, 저거 다음 거.”

곧바로 도착한 지하철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 진짜 별로 없네.”

“그치? 그래서 이 시간대 골랐나 봐. 우리 오빠들 보면 피해 주고 그런 거 진짜 예민하거든.”

“리혁이가 그런 거 예민하긴 하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산한 지하철을 넘겨 버린 둘이 다음 지하철을 기다렸다.

지하철 특유의 경쾌한 알림음이 들려오고.

멀찍이서 우주가 탑승한 지하철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부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우, 우주다……!’

‘진짜 우주!’

스크린 도어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기관사실에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대한민국에 저런 옷을 떳떳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선우주밖에 없었다.

둘의 심장이 폭발할 것처럼 뛰었다.

‘계 탄다!’

‘회사 직원들 관심 폭발…!’

하지만 그 마음은 10초도 지나지 않아 식어 버렸다.

“어?”

“어어어…?”

뭔가 이상하다.

우주를 어렴풋이 볼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왜… 지하철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거지?’

빼곡하다 못해 퇴근길을 연상시키는 지하철 풍경이었다.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빼곡했다.

“아빠, 이거…….”

“아직 좌절하긴 일러. 한 명은 내릴 거야.”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치이이이익!

이윽고 지하철 문이 열렸다.

“…….”

“…….”

하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미리부터 ‘아, 이거 붐비겠다’ 해서 내릴 사람들은 모두 내리고, 탈 사람들만 탄 지하철.

마이너스는 없는데 플러스만 계속된 결과, 지금 지하철은 아무도 탈 수 없는 포화상태였다.

선 하나를 경계로 그들을 애잔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과 부녀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늦게 온 것에 대해 누구를 탓하겠는가.

눈앞에 뉴블랙 지하철이 있음에도 타지 못한 이들이 문이 닫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윽고 허망하게 멀어지는 지하철.

-차장님. 뉴블랙 우주 그래도 멀찍이서 보셨다면서요?

-응.

아빠는 회사에 가서 할 말을 떠올렸다.

-별처럼 멀어지더라고…….

부녀가 제자리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   *   *

그리고 이것은 많은 수플레들이 실시간으로 겪고 있는 일이었다.

“허억, 허억……!”

“저기 봐요! 자리가 하나쯤은… 없어?”

달음박질을 쳐서 도착한 지하철역에서 좌절을 맛보고.

지하철 빵집에서 빵 먹다 놓치고.

잘못된 지하철을 타고 희희낙락하다가 ‘왜 우주의 목소리가 안 들리지?’ 하고 있었다.

“…….”

허망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수플레들이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화면에 떠 있는 뉴스.

[서울교통공사 측은 ‘혼잡함을 우려하여 출, 퇴근 시간대를 피해 한산한 시간대를 골랐다’면서 ‘지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의도로…’]

수플레들이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어디가 한산한 건데!”

“덕후는 계를 못 탄드아아아! 못 탄드아아아!”

“아, 목소리… 목소리 듣고 싶다.”

그런 그들을 위로하고 싶었는지 곧바로 관계자 측에서 조치를 취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LIVE] 뉴블랙 우주 안내방송’ 라는 영상을 올린 것이다.

“우리 이거라도 듣죠.”

“그래요…….”

이어폰을 낀 수플레들이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최애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곤 온라인에서 서로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지금 덕친이랑 카페 와서 노선도 보면서 이어폰 꽂고 있음ㅠㅠㅋㅋㅋㅋㅋ

-큐ㅠㅠㅠㅠ안웃긴데 웃기고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햐 진짜

-그래도 우주 0.5초 정도 봤으니 다행.. 인사하니까 손도 흔들어 줬어

-가까이서 본 그대는 누구보다 빨리 멀어졌습니다..

-시속 60km로 멀어지더라구

-김숯불(27세), 터덜터덜 지하철 계단 내려가다가 구두굽 부러져 시발

-지하철 탑승 실패하고 밥먹으러 가는중

-그래도 지금 지옥열차 타고 있는 사람들보단 우리가 더 나을 거예요ㅠㅠㅠㅠ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여름철이라 상당히 덥긴 하지만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고 있고, 또 그 속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이었다.

‘우리가 승리자다.’

오늘 이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울궈먹을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이야깃거리를 얻은 셈이었다.

어디 가서 ‘나 그 지하철 탔지~’ 하면서 썰 풀 수도 있고.

무엇보다 뉴블랙을 마주할 수 있는 행사 자체가 워낙 경쟁이 치열하기에, 스스로가 뿌듯하기도 했다.

[다음 역은 강남역,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안내 방송을 마친 우주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겠죠….]

지하철에 웃음이 울려 퍼졌다.

왠지 모르게 목소리가 촉촉하다.

[원래 제 의도는 서울 시민 분들께 즐거움을 주기 위함이었는데, 그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 것이 맞을지… 기쁘시다면 박수로 의사를 표현해 주세요.]

짝짝짝짝!

[들리네요.]

이윽고 무언가를 고민한 듯 우주가 물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여러분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가도 될까요? 원래는 1시간 동안 안내 방송만 하려고 했는데…….]

짝짝짝짝짝짝!

관객… 아니, 승객들의 압도적인 동의에 의해 우주가 편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다면 지금 서울교통공사 미튜브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입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댓글이 이미 많네요. 신청곡은 받지 않을게요.]

곧이어 라디오 특집 방송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졸개들은 어디에 있나요? 라고 ‘메트로대박기원’님이 보내 주셨네요. 네, 대박 기원 정말 감사 드립니다. 졸개들은 지금 각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에요. 지하철이 전국에 있잖아요?]

도시 철도가 있는 광주, 대구, 대전, 부산으로 각각 이동했다는 이야기였다.

곧이어 그 소식이 퍼지면서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수플레들과 머글들이 환호하며 옷을 입기 시작했다.

[김덕춘 작곡가님과 우주선 작곡가가 동일인물인가요? 라고 ‘메트로흥하자’님이 보내 주셨네요. 아닙니다. 동일인물이 아니에요.]

먹히지도 않을 뻔한 거짓말에 시민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Q&A 시간을 시작으로 흥이 오른 우주가 뉴블랙의 명곡들을 즉석으로 흥얼거려 불러 주기도 하고.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지하철 안내 방송에 시민들이 웃고 즐기며 떠들었다.

‘즐겁다.’

모두가 미소를 머금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엔터테이너라는 역할에 가장 걸맞은 연예인이 어쩌면 선우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듣기 좋은 노래로 귀를 즐겁게 만들어 주고.

보고 있으면 얼굴 덕분에 눈이 즐겁고.

조금 지루해질라 치면 예능이나 각종 웃긴 것으로 등장하거나, 이런 깜짝 이벤트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오늘 이 지하철에 운 좋게 탑승한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뭔가 알찼다.’

무언가 얻어 간다는 느낌을 받는 가운데.

사람들이 오늘 지하철 라이브에서 가장 큰 소득이라고 여긴 부분이 있었다.

[네. 다음 역에 접근합니다.]

우주의 목소리가 장난스럽게 들렸다.

[저의 방송을 듣다 보니 이제 어느 역인지 모르시겠죠?]

‘어? 그러네?’

사람들이 두리번거렸다.

[이제 두리번거리실 거예요. 노선도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사람들에 가려 보이지 않고, 어느 역인지 저번 역을 기억하지 않아서 모르겠고… 그런 분들의 시선이 이제 한 곳으로 향합니다.]

바로 전동차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였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이제 의지할 곳은 저 모니터뿐이죠.]

승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주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 이제 어느 역이 뜹니다. 하지만 이 역 알림을 한 번 놓치는 순간, 괴로움이 시작되죠.]

사람들의 웃음이 더 커졌다. 마이크 사이로 기관사의 웃음소리도 같이 들리는 것 같다.

[내선과 외선순환이 뜨고……. 한 번 놓친 안내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내리실 문은 오른쪽이라고 합니다. 문은 열리지만 네가 내리는 역이 어디인지 안 알려 준다는 거죠. 그리고 여러분이 긴장하고 있을 때.]

우주의 목소리가 음산해졌다.

[영어로 알림이 반복되기 시작합니다.]

1호차부터 10호차까지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본 일이 아닐까 싶네요. 음…? ‘메트로띵곡일듯’ 님이 우주님 건의해 주세요 ㅠㅠ, 라고 하시네요. 이따 서울교통공사 사장님을 뵙게 되는데 한 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가 터져 나왔다.

*   *   *

대략 1시간 30분가량의 안내방송을 마친 후.

승객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기관사실에서 내렸다.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즐거웠어요.”

기관사님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나왔을 때.

와글와글.

북적북적.

“…….”

리혁이가 그러던데, 지하철이 꽉 차면 최소 2천 명이 넘는다고.

그 사람들이 지하철역사에 우르르 내리면서 어마어마하게 혼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잠시 당황해서 얼떨떨하게 서 있었다.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소박하게 ‘오늘 즐거운 하루 되세요~!’ 하고 1시간 30분 정도 안내 방송을 하고 헤어지는 거였다.

혹시 사람이 몰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산한 시간대를 골랐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우주다! 우주!”

“우와아아아아아!”

“김덕춘! 김덕춘!”

박수를 쳐 주며 좋아하는 시민들에게 꾸벅 숙이고는 민수 씨에게 확성기를 받아 들었다.

-네, 오늘 저의 안내방송을 즐겁게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우셨나요?

“네에에에에-!”

-정말 다행이네요.

주변에서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들을 바라보며 씩 웃고는 말했다.

-저희 메트로가 언제 나온다고요?

“8월 25일……!”

-평창?

“1829!”

-18년?

“2월 9일~!”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로서 올림픽 개막식 날짜를 상기시켜 주는 역할까지 마친 후.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매니저들에게 둘러싸여서 빠르게 이동했다.

안전 관련해서 신신당부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통제를 잘 따라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방송 잘해 놓고 마지막에 안전사고 나면 비난의 화살이…….

“으으.”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민기 형.”

“고생 많았다. 우주야.”

민기 형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으며 웃었다.

그러고는 나머지 행사를 이어 갔다.

서울교통공사 측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 간담회를 짧게 가진 후.

각 지역으로 흩어진 졸개들과 화상 미팅을 통해 얼굴을 마주했다.

“성공이다……!”

-성공!

-형, 지금 기사 완전 폭발하고 있어여! 우리 메트로 프로모션 이거 하길 진짜 잘한 듯?

-포털이랑 SNS에 우리 이야기 엄청 많아요.

각자 이동시간이 달랐기에 지하철 안내방송을 하는 시간도 조금씩 달랐다.

졸개들이 단톡방에서 보내 주는 기사 링크나 사람들의 댓글 반응을 보니 ‘METRO’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제대로 성공한 것 같다.

“졸개들아. 이제 너희가 힘을 내면 돼.”

-열심히 하고 올 거예요.

-저도 오늘 멘트 이것저것 준비했어요. 오늘의 기상 예보도 준비하고.

-저는 가만히만 있어도 귀여우니까.

믿음직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잘하겠지.

“그런데 나 다음 순서가 누구… 아, 리혁이구나.”

-네, 다음 순서 리혁이.

그래서 화면에 안 보였구나.

오, 리혁이네… 하고 활짝 웃던 우리의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리혁이……?”

-리혁이에요?

-리혁이야?

-어휴.

불만과 불통의 아이콘 서리혁이 진행하는 단독 생방송. 추진할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이제 와 보니 불안하다.

“……리혁이도 말 잘하니까.”

-그죠. 리혁이도 잘할 거예요!

“…….”

-…….

동생들과 함께 대전도시철도공사에서 라이브로 진행 중인 리혁이의 방송을 다급하게 확인했다.

*   *   *

대전광역시.

1호선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어머, 하고 좋아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지하철 안내방송을 맡게 된 서리혁입니다.]

다정다감한 목소리.

처음엔 그래서 아닌 줄 알았는데 진짜 서리혁이 맞았다.

인성과 목소리는 반비례한다는 뉴블랙 막내의 주장대로 뉴블랙에서 가장 우아하고 고상한 목소리를 가진 메인 보컬이었다.

클래식 방송을 듣는 느낌.

리혁이 다정한 목소리로 대전 시민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가운데.

맏형과 마찬가지로 댓글창을 확인하던 서리혁이 시민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음? ‘선우주보다리혁이잘생김’ 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네요. ‘우주선보다위대한리혁’ 님은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리혁 님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과학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어떤 식으로 닉네임을 지어야 뽑히는지 깨달은 시민들이 닉네임을 바꾸기 시작했다.

[으음… 흥미로운 이야기가…….]

골똘히 고민하면서 흐음 하고 허밍하는 것조차 감미롭다.

시민들이 미소를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예전부터 저는 정말 지하철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 열차는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기에 이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저 속도로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마치 ‘흥미롭지 않나요?’ 하듯이 반짝이는 목소리.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이 탑승하신 이 지하철은 현재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고, 최고 속도 80km로 달리고 있습니다. 신비롭지 않나요? 내가 올라타고 있는 이 지하철이 거대한 운동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는 것이……?]

“…….”

“…….”

다음 역에서 몇몇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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