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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77화 (57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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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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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스미스가 떠난 후.

홀로 남은 이리나는 살짝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소파에 몸을 기대고서 아직 다 식지 않은 몸의 열기가 날아가기를 기다렸다.

-이리나경.

주륵.

“……시발.”

그녀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안 그래도 찝찝하게 젖은 사타구니가 더 흥건해지는 것에 이마를 찌푸렸다.

태어나 처음 안겨본 남자의 품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너르고 탄탄했다. 또, 옷을 올려 복부를 쓰다듬던 손은 어찌나 크고 뜨겁던지.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이리나는 작은 벼락이 온몸을 강타한 듯 미칠듯한 짜릿함을 느꼈다.

“하아…….”

이리나는 셔츠의 단추를 풀어 흐트러진 브래지어를 바로 고쳤다. 그 과정에서 새빨갛게 부어오른 젖꼭지의 모습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꾸욱.

그리고 브래지어를 고치던 손으로 아직 남자의 손길을 잊지 못해 딱딱하게 발기한 제 유두를 살짝 꼬집어 보았다.

“……이게 아니야.”

하지만 조금 전 등허리를 관통하던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순 없었다.

똑. 똑. 똑.

그때 부하 중 누군가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려왔다.

-단장님. 루벨입니다.

루벨. 평민 출신이지만 무투대회에서 우승해 기사가 된 여자, 그리고 지금 자신의 부관이기도 한 녀석.

“들어 와.”

이리나는 자신의 꼴이 지금 어떤지 알고 있음에도 부관인 루벨의 출입을 허락했다.

“단장님께서 남자를 들…….”

문을 열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던 루벨은 여자라면 누구나 눈을 찌푸릴 암컷내음과 후끈한 열기에 잠깐 이마를 구겼고, 동시에 소파에 추욱 늘어져 있는 이리나의 모습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단장님.”

“뭐.”

딱딱하게 굳은 루벨의 부름에 이리나는 실실 웃으며 풀었던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잠갔다.

“…하셨습니까?”

“뭐어…….”

한 건 아니지만 이리나는 그저 한쪽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는 것으로 적당히 오해하게끔 상황을 유도했고, 그것은 아주 잘 먹혀들었다.

“이런 시발……!!”

상관의 앞인 것도 잊고 거칠게 욕설을 내뱉는 루벨.

그녀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얼른 문을 닫고 상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지, 진짜 하셨습니까?! 진짜?!”

“시발. 진짜 인생 절반 손해 보고 산 기분이더라.”

이리나는 살짝 젖은 제 사타구니를 당당히 내보이며 웃었다.

그에 부관인 루벨이 제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분개했다.

“아아악!! 뭔 덩치도 크고 개 쩌는 남자를 데려왔다고 지랄 하길래 개 구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진짜였다고요?! 근데 그런 남자가 뭐 아쉽다고 단장님 같은 여자를 따먹어? 왜? 단장보다 더 파릇파릇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

빠악!!

루벨은 예고도 없이 날아온 이리나의 발길질에 그대로 얼굴을 직격당하면서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채 소파와 함께 뒤로 발라당 넘어져 버렸다.

“시끄럽고, 찾아온 이유부터 말해 이년아. 멱 따버리기 전에.”

“시발…… 코 부러진 거 아니야?”

“진짜 비틀어 줘?”

“…….”

얼굴에 군화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루벨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를 똑바로 세워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상관에게 묻는다.

“병력 지원 건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날이 갈수록 지쳐가는 기사와 병사들.

그러나 범죄를 일으키는 제도 민의 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

지금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인데, 당장 다음 달은 또 어떻게 버티란 말인가. 지금 당장 그만두고 떠나겠다는 병사들만 하더라도 수백에 이른다. 그야 봉급은 다른 곳의 배는 받지만 정작 그걸 쓸 여유가 없으니 이해하지 못할 선택이 아닌 것이다.

“단장님?”

“…….”

부관의 물음에 이리나는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리고는 정말 비통한 얼굴을 연기하며 말했다.

“그년들이 받아들였겠냐?”

“서, 설마…… 셋 모두 거절한 겁니까?”

황제와 황족을 지키는 근위 기사들은 오로지 황제의 명령만 듣기에 자연스럽게 제외하고, 나머지 세 명의 단장들이 거절한 것인지 재차 묻는 루벨.

“루벨아. 우리 희망찬 루벨아.”

이리나는 정말 원통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년들이 도와줄 거였으면 진즉에 도와줬겠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말 긴박하단 말입니다!!”

“그래. 긴박하지.”

우리만 긴박하지.

이리나는 피식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보관고에서 차가운 위스키를 꺼내 병째로 입에 물고 목을 축이는 그녀.

“루벨.”

“…뭡니까. 설마 남자 하나 잡았다고 혼자 도망가겠다는 그런 미친 소리 하시려는 건 아니시겠죠.”

미쳤냐.

어떻게 찾아온 기횐데.

이리나는 속마음을 삼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달까지만 애들 좀 잘 다독여 봐. 내가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가서 무릎이라도 꿇으실 겁니까?”

“필요하다면.”

물론, 그 대상이 빌어 처먹을 년들은 아니겠지만.

사뭇 진지한 상관의 얼굴에 루벨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저보다는 단장님께서 더 마음이 심란하실 텐데.”

이리나는 분통해 하면서도 자신을 걱정하는 루벨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생각했다.

‘미안하다. 기회 되면 남자 한 명 꼭 소개해줄게.’

이리나는 짧게 기침을 토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보다 청장미 그 얼굴마담들 보고서 좀 챙겨서 내일 아침에 가져와라.”

“……새로 단장으로 취임한 분께서 요청하셨습니까?”

“그건 아니고.”

정확히는 내일부터 제도를 순찰하는 청장미단의 뒤를 미행해 달라는 부탁이었으나.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시면…….

‘어떤 게 유효한 건지 모를 땐 그냥 다 챙겨가는 게 최고지…… 흐흐….’

청장미 기사단원들이 업무를 내팽개치고 유흥과 향락을 즐긴다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번에 인원이 충원되어 이제는 스무 명이 되었으나,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열다섯 명으로 운영되던 단체다.

열다섯 전원이 제도를 순찰하더라도 4분의 1이나 돌아볼 수 있을까인데 그중 절반도 안 되는 다섯 명이 치안 담당이다.

‘역겨운 새끼들.’

청장미 기사단의 진짜 존재 의의는 황자들의 시중과 남성 귀족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평민 사내를 압박하기 위한 단체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리나가 치안 관리라는 명목으로 제도에 나와 유흥을 즐기는 청장미단의 보고서를 따로 작성해 둔 것은 세 명의 황자들에게 줄을 대기 위한 용도로 작성해 둔 것이었다.

남자의 적은 남자다.

사막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으나,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바로 그 말.

제국의 사내들은 자신보다 잘나거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을 가진 남자를 시기하고 질투한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즉, 혹시라도 황자들 중 누군가가 청장미 기사단장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그 휘하 귀족 자제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합법적으로 처리 할 수 있도록 자료들을 수집해 둔 것이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그동안 모아두었던 자료들에 쓰임이 생긴 것이고.

“그리고 내일부터 얼굴마담들 감시 다시 시작해.”

“…다음 달에 인원 보충 꼭 따내셔야 합니다.”

“나만 믿어 이년아.”

이리나는 아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출근 이틀 차.

나는 어제와 똑같이 마차에서 내려 사람들의 시선과 함께 청장미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충!!””

“어, 그래.”

그리고 일렬로 나열해 있는 단원들의 우렁찬 경례를 받으며 녀석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음? 로안경. 안색이 나쁜데 어제 무슨 일 있었나?”

“…….”

나는 실실 웃으며 몹시 피로해 보이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회의 끝나고 돌아오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할 수만 있다면 한 대 치고 싶다는 얼굴로 그리 묻는 놈을 향해 나는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아, 이런. 어제 너무 대단하신 분들과 만나서 깜빡해버리고 말았네.”

그리고 다시 본래의 얼굴로 돌아와 놈에게 물었다.

“그래서…… 서류는 다 정리했나?”

“예…….”

“하하!! 역시 로안경!! 아주 대단해!!”

“윽, 윽!!”

힘을 주어 치면 혹시라도 쓰러질까 봐, 나는 서의 힘을 뺀 상태로 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잠깐 웃었다.

“그래서. 오늘 치안 담당 인원들은 어떻게 되지?”

내 물음에 일렬로 나열해 있던 놈들 사이에서 열 명이 번쩍 손을 들었다. 잠깐 뒤로 물러난 나는 손을 든 녀석들의 얼굴을 한 번씩 훑었다.

“신입을 다 데려가는군.”

“…일을 가르쳐야 하니 말입니다.”

로안은 내게 맞은 어깨를 주무르며 잔뜩 찌푸린 얼굴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녀석을 마주 보며 물었다.

“아픈가? 자고로 몸이 약한 건 단련이 부족해서…….”

“하, 하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

나는 상당히 애쓰는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맡은바 다들 열심히 하도록.”

지금 당장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기에 나는 몸을 돌려 그대로 집무실로 향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따박─ 따박─

낯선 발소리가 입구 쪽에서부터 들려왔고, 자연스럽게 나와 단원들의 시선은 입구가 있는 복도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머리칼과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가 매력적인 이리나경이었다.

“이리나경?”

“마, 마, 마침… 계셨군요…….”

내가 모자를 벗으며 이름을 부르자, 당당히 들어오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뭐지?’

적어도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품에 안고 있는 저 커다란 상자는 뭘까.

“선물을 주시려고 오신 것 같은데 우선은 올라가시죠.”

“……네에.”

내가 먼저 계단을 밟았고 그녀가 얼른 내 뒤에 따라붙었다.

막 삼 층 복도에 올라섰을 때, 나는 코끝을 간지럽히는 은은한 라벤더향기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혹시 향수 뿌리셨습니까?”

“이, 이상합니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더니 몹시 불안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에 나는 피식 나오려던 웃음을 삼키고 옅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아뇨.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아…….”

위로 올라가기 위해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숨기기 위해 다시 고개를 숙이는 이리나경.

그녀의 반응을 통해 나는 확신했다.

저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내용물 속에 내가 바라던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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