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만 사는 기사-140화 (140/170)

140. 그러지, 뭐

“회피의 감, 이번에 배울 겁니다.”

라그나가 두 개의 검을 몸에 항상 지니라 했다면.

작센은 뭔가 다른 걸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전에 거인을 죽인 날 알려 줬던 것 중 하나이리라.

엔크리드는 동시에 배웠다.

굳이 따로 배울 필요가 없었다.

작센이 알려 주는 건 딱히 다른 훈련에 방해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론 동체 시력의 향상부터라고 해서, 돌멩이에 뭘 써서 던지면 그걸 보고 말하는 거였으니.

물론 쉽진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조금씩, 늘어 가는 중이었다.

이제는 숫제 날아오는 돌멩이에 쓰인 게 잘 보일 정도로.

이게 되는 것 또한 그동안 엔크리드가 쌓은 경험 덕분이었다.

재능을 깨우치는 그런 경험들.

되리라 믿는 마음, 자신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이뤄낸 경험들 말이다.

마침 돌멩이가 이마에 날아오는 타이밍이었고 그때.

“기습이다!”

라는 외침이 터졌다.

엔크리드가 탁 하고 돌멩이를 잡아챘다.

“적군이다!”

삐이이익!

“화살 날아온다! 대가리 숙여!”

지휘관과 놀란 병사의 목소리 사이, 작센이 입을 열었다.

“새겨진 글씨는?”

얘도 참 지독하지.

검 두 자루는 허리에 있고, 가죽 갑옷도 입은 채다.

아무리 널널하게 있다곤 해도 기본 장비도 없이 움직일 순 없지 않나.

그 덕에 갑옷에 땀 냄새가 배여 에스터가 싫어하긴 했지만, 언제 어느 순간 전투가 일어날지 모르는 곳, 아직 이곳은 전장이었으니.

엔크리드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미.”

“좋습니다.”

작센도 답하며 일어나는데.

이런 둘보다 더 빠르고 날래게 뛰쳐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어디냐아!”

렘이다. 벌써 여드레, 엔크리드와의 대련과 앤드류 덕분에 딱히 욕구 불만 상태는 아니지만, 무료한 감은 있었다.

서부 출신 야만인은 도끼를 휘두를 생각에 신이 나서 뛰쳐나갔다.

혹 모를 일이다. 어디서 또 거인 하나가 튀어나올 수도 있지 않나.

그럼 어쩌지?

너무 신날 것 같은데.

렘의 발은 가벼웠고 몸은 날랬다.

렘은 어떤 지휘관이나 병사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엔크리드도 소란이 이는 곳으로 향했다.

부대 외곽이자, 경계선 어림, 적군의 진지 방향이다.

도착한 곳에서 렘이 좌우로 고개를 휙휙 돌리는 게 보였다.

엔크리드도 비슷하게 주변을 둘러봤으나.

그럴듯한 흔적, 특히나 적군은 없었다.

화살에 머리통이 꽂혀 죽은 병사만 덩그러니 있을 뿐.

“적군은?”

엔크리드의 물음에 작센 또한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없군요.”

작센의 눈으로 봐도 흔적이 미미하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예 쳐들어오지도 않았다는 거다.

멀리서 화살만 쏘고 가?

그 탓에 아군 하나가 죽긴 했지만.

과연 이게 효과가 있긴 한가.

사사삭.

아군의 진지 경계 너머, 수풀이 우거진 곳에 움직임이 있긴 했다.

적군이 아니라 아군의 움직임이다.

독수리 견장의 주인들, 변방의 학살자 부대가 움직이는 중이었다.

“쫓아.”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의 말에 발을 놀리는 이들이다. 수풀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을 본 엔크리드는 그들의 걸음걸음이 전부 핀의 그것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전부 레인져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할까나.

최소한 그런 재주를 지닌 부대일 터였다.

“뭐냐.”

그사이에 렘이 있었다.

불만 가득한 렘이, 눈이 삐죽하게 변한 렘이.

“하지 마.”

엔크리드는 급한 불부터 껐다. 저렇게 놔두면 또 난리 칠라.

“이리 와.”

말리고 부른다. 렘의 회색 머리칼이 삐죽대며 솟는 그런 착각이 들 정도로 짜증이 난 것 같았는데, 렘은 픽 하고 콧김을 뿜더니 돌아섰다.

“적군 새끼들이 추잡스러운 것 같수다.”

말하며 렘이 슬쩍 머리통이 뚫린 아군을 바라봤다.

안쓰럽다거나 하는 그런 눈은 아니었다. 그는 화살을 봤다.

“저 미친 새끼를 또 데려와서 이런 염병이라니.”

렘의 눈빛을 보니 아는 화살, 그리 보였다.

“누군데?”

“기억 안 나슈?”

엔크리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렘의 기억에는 있어도 엔크리드가 기억하기에는 그는 렘과 다른 오늘을 보내왔다.

체감 시간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매의 발톱인지, 젖꼭지인지 하던 그 새끼.”

그제야 엔크리드도 화살에 눈을 돌렸다. 다른 화살보다 대가 길고 깃이 뒤로 쭉 뻗은 화살.

피에 젖은 화살촉까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터였다. 일반적인 화살이 아니라는 거다.

렘은 슬슬 턱을 긁었다. 뭔가 답답함이 남았다.

놓친 표적.

한때 사냥꾼으로서 살아온 렘이다. 그의 눈이 표적의 흔적을 쫓았다.

쫓을까 말까, 여기서 쫓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

시간을 가늠하던 렘의 어깨를 엔크리드가 툭 쳤다.

“대련이나 한판?”

놔두자, 언젠가 볼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대화를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입이 아니라 도끼를 이용한 대화일 테고.

“그럽시다.”

렘을 진정시키고 돌아선 엔크리드다.

휙.

엔크리드의 머리 뒤에서 돌이 날아왔다.

순간적으로 눈앞을 스쳐 간 작은 돌멩이다.

그게 엔크리드의 눈앞을 지나 렘의 이마를 스쳤다.

언제 주워서 언제 또 뭘 새겨 둔 건지.

“친.”

글자를 읽은 엔크리드가 내심 놀랐음에도 담담히 답했다.

조금만 방심했다면 놓칠 뻔했다.

“좋습니다.”

작센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고.

“뒈질래? 어디다 돌을 던져?”

렘이 반응했다.

“아, 거기 있었군. 못 봤다.”

작센이 누가 봐도 거짓말이라는 걸 티 내며 말했다.

일상적인 시비다.

“그만.”

일상이지만, 전과 달라진 것도 있었다.

엔크리드는 몸을 밀어 넣어서 말리지 않았다. 이제는 말로 해도 충분했다.

“그만해라, 렘.”

그저 전보다 조금 더 강압적으로, 조금 더 의지를 담아서.

괴력의 심장을 배울 때 느꼈던 거다.

렘은 생각보다 내 말을 잘 따른다는 거다.

그건 작센도 마찬가지였다.

이쪽은 말로 하기보다는 한번 쏘아봐 주면 됐다.

“네, 주의하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답이 돌아왔다.

어쨌든 그리 다시 막사 앞으로 돌아오자.

“무슨 일 있습니까?”

느지막이 일어난 라그나가 묻는다. 엔크리드를 지켜보거나, 그와 대련하는 게 아니라면 여전히 게으른 친구다.

“적군 기습, 활만 쏘고 튀었다.”

“그렇군요.”

이 새끼 듣긴 제대로 들었을까.

아무 관심도 없어 보이는데.

간이 부은 건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후자.’

크로나를 건다면 후자다. 엔크리드는 생각하며 검을 곧추세웠다.

바로 세우고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금 대련에 힘을 쓴다.

중간중간, 돌을 보며 글자를 읽는 훈련도 병행했고.

발라프 식 지압법으로 여기저기 근육을 풀고.

박투와 무투, 관절기 등을 배우며 고립의 기법도 잊지 않고 단련했다.

그러면서도 두 개의 검을 몸에 떨어뜨려 놓지 않았다.

“자세, 자세가 무너지면 안 됩니다. 뭘 해도 자세, 무슨 짓을 해도 자세, 자세부터. 자세가 무너지면 다칩니다. 형제님. 다친 소대장 형제님이 되고 싶진 않으시겠지요?”

이건 호칭으로 장난치겠다는 경고인 건가.

검 두 개를 지니며 고립의 기법 자세를 잡는 건 꽤 고된 일이나.

고될 뿐이었다.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럼, 아무 문제도 없는 거 아니겠나.

적어도 엔크리드에게는 그랬다.

그렇게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갈 무렵이 될 때였다.

“기습! 이런 씹!”

아군 병사의 외침이 들렸다.

적군이 한 번 더 접촉을 시도했다.

처음에야 방심하다가 당했다고 쳐도.

두 번째는 대비했을 텐데, 이번에도 화살이 날아와 아군의 머리통을 뀄다.

대응은 변방 수비대가 했다.

그중에서도 이런 지대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만 모인 소대가 움직였다.

다만, 또 놓쳤을 뿐.

“안 좋은데.”

상황을 들은 크라이스가 눈살을 찌푸렸고.

엔크리드는 무시했다. 멀리서 화살만 날리고 도망가는 놈이다. 잡기 까다로웠다.

그것도 특이한 병기, 그러니까 장궁 중에서도 사거리가 비정상적으로 긴 무기로 한 발만 툭 쏘고 도망가는 놈을 어떻게 잡겠나.

엔크리드는 훈련에만 매진했다.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에 집중하기에도 심력이 부족할 따름이니.

“인.”

미부터 시작해서 다섯 번째 돌멩이의 글자까지 다 읽었다.

이어서 읽으면, 미친 야만인.

“……이건 아까 주의한다고 말하기 전에 다 적어 둔 거라.”

작센이 핑계 아닌 핑계를 댔다. 고개를 돌리고 땅을 보며 하는 말에, 엔크리드는 뭐라고 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참아.”

대신 렘만 말렸을 뿐.

말없이 도끼를 꺼내 드는 걸 보니, 안 말리면 그대로 던질 것 같았다.

하루가 지나, 다음 날도 비슷했다.

단련, 또는 대련.

가끔 적의 기습.

옆에서 크라이스는 계속 안 좋다는 말을 읊조렸고.

엔크리드는 작센과 제대로 된 훈련에 돌입했다.

“회피의 감이란 건 결국, 피하는 능력을 기르는 겁니다. 그건 경험을 통해 예측 능력을 키워 몸의 협응력을 키우면 됩니다. 보고 몸이 움직이는 걸 동시에 해서 피하는 것, 그게 목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뭘 피하라는 말인가 하고 싶어 보고 있자니.

작센이 검을 뽑았다.

스릉.

검신이 빛을 반사하고 작센이 물었다.

“검 두 개 차고 할 겁니까?”

이건 걱정일까, 아니면 경고일까.

둘 다일지도.

“해.”

엔크리드는 뭘 해도 견딘다. 그걸 알기에 작센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이 가진 것 중 하나를 전해 주기로 했다.

“못 피하면 죽습니다.”

경고와 걱정이 담긴 한마디가 더 이어진 뒤다.

핑.

파공음, 이후 엔크리드는 점을 봤다. 작은 점이 쏘아졌다. 시간을 쪼갠 틈, 한 점의 집중을 발동한 채였음에도.

틱.

“다음에는 정말 죽습니다.”

검 끝이 이마에 닿았다. 꼼짝도 하지 못했다. 빠름? 속도? 아니, 그거랑은 조금 다른 문제 같은데.

점과 같은 찌르기다. 빠르기만 해서 가능한 짓이 아니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렘의 도끼질이 채찍처럼 휘어지는 것도 봤고.

섬광이 되어 대기를 가르는 것도 봤다.

적군의 찌르기도 봤으며, 날아오는 휘슬 대거를 피한 적도 있다.

작센의 찌르기는 경험한 모든 것과 달랐다.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

마치 공간을 접어서 툭 찔러 도착한 그런 느낌.

어떤 기미도 기색도 보이지 않은 채로 찔러 넣은 검이다.

“다시.”

엔크리드의 눈이 불탄다. 새로운 것이다. 받아들일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으니.

“못 피하면 진짜 죽습니다.”

작센의 말이 계속됐지만, 실제로 죽는 일은 없었다.

여전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변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엔크리드는.

하루에 세 번 또는 네 번, 적군이 화살을 날리고 찔끔 건드리든 말든.

아군 부대가 그거로 신경을 쓰든 말든.

변방 수비대가 번번이 헛발질할 때도.

훈련에만 매진했다.

찌르기가 보이지 않는가? 아니다.

보인다. 보이긴 했다. 보이지만, 피할 수 없을 뿐.

이제부터 필요한 건, 작센의 말대로 협응력이다.

보고 피하는 것까지, 반응 속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

봤다면 몸이 반응하면 되는 거다.

그러면 왜 작센의 검은 피할 수 없는가.

“무살의 찌르기란 건데, 배울 필요는 없을 겁니다.”

작센이 툭 던지듯 말했는데, 그 말에 엔크리드는 의욕이 더 끓어오르긴 했다.

“그건 언제 배울 수 있는데?”

“이거나 다 하고 나서 말하시지요.”

“그러지.”

‘무살의 찌르기’란, 살기가 없는 고속 찌르기다. 이제까지는 보통 살기에 반응했던 몸이 굳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살기가 없기에 위협을 느끼지 않으니.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거다.

지금은 그 반응을 임의로, 언제든 의지를 일으켜 꺼낼 수 있도록 하는 훈련 중인 거였고.

“보고 반응하고, 하시면 됩니다.”

말처럼 쉽진 않다.

다만, 조금씩 진전은 있었다. 정말 기어가는 수준이었지만, 엔크리드는 자신의 변화를 체감했다.

그러니 이게 어찌 신나지 않겠나.

하물며.

“늘긴 느는군요.”

작센은 다른 선생에 비하면 친절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타입임에야.

실상 작센이 아는 훈련이 그러하긴 했다. 꾸준한 노력, 목숨을 반 개쯤 걸고 계속할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단련이 가능한 그런 훈련이다.

그저 이런 모든 순간에 작센은 의문이 생길 뿐이었다.

‘난 왜 이러고 있는 건가.’

보고 있으면 가만히 둘 수 없어 손을 대긴 하지만.

엔크리드를 돕는 이유, 작센은 스스로 깨달을 수 없기에 신경이 쓰였다.

어떤 행동에도 합당한 이유를 붙이는 게 어릴 때부터 받아 온 훈련인데.

지금은 전혀 반대로 행동하고 있으니.

‘일단 하고.’

작센은 고민을 뒤로 미뤘다. 지금은 엔크리드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움에야.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그런 만족감이다.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고.

죽인 뒤, 확인하고 정보를 찾고.

그런 일을 해 왔다. 그 모든 순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음이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러니 어찌 신이 나지 않을까.

검을 찌르는 작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 건 그런 이유였고.

엔크리드는 작센의 미소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주변에 있던 렘과 라그나, 아우딘만 봤을 뿐이고.

“저 새끼, 아주 사람 잡겠네.”

묘하게 속이 꼬인 렘이 말하고.

“대련이 과해. 내 차례 같은데.”

라그나는 제 욕심을 말했으며.

“허허, 형제님께서 즐거우신가 봅니다. 그래도 모든 건 균형이 중요한 법, 적당히 해야 하지요. 주께서 말씀하시길 저울이 기울면 어찌 되겠나 하셨으니…….”

아우딘도 혀가 길어졌다.

셋 다 불퉁해졌단 거다.

그런 이들을 지켜보던 크라이스다.

‘이거 진짜 안 좋은데.’

이들이야, 별걱정 없이 이리 검이나 휘두르지만.

부대 상황이 뭔가 개의 음경처럼 변하는 중이었다.

지휘관이나 변방 수비대가 알아서 해 주면 좋겠는데.

머리를 쓸 사람이 없는 건지, 아니면 머리를 굴릴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 언제까지 구경만 하는 거냐고.’

크라이스가 생각하기에는 돌파구가 있었다. 이대로 두면 괜히 위험만 자초하게 될 텐데.

왜 그냥 놔두는 건가.

어쩔 수 없었다.

“저기, 대장.”

크라이스는 이대로 여기서 위험을 감내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뻔히 보이는 일이기에,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고.

“응?”

땀을 흠뻑 흘린 엔크리드가 고개를 돌린다. 눈가에 어린 뜨거움, 그딴 건 크라이스에게 들어오지 않았다.

“위에 뭐 건의할 생각 없습니까?”

이게 무슨 소리인가, 엔크리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게 하나 없을 것 같은데…….”

크라이스가 얘기를 시작했다. 길지 않은 이 부대의 가능성과 할 수 있는 일을 늘어놓는다.

“……그러니 기동력은 있는 거고, 통제할 수만 있으면 될 것 같거든요.”

쉽고 간단한 얘기였다.

엔크리드는 몇 번이고 경험한바, 이 눈만 큰 친구가 크로나만 밝히는 놈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안 그래도 시험해 보고 싶은 게 많았다.

이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음에야.

엔크리드가 쉬이 고개를 끄덕이는 건 당연했다.

“좋네요.”

나름 긴장했는지, 크라이스가 말했다. 엔크리드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어차피 판단은 지휘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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