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160화 (160/175)

160화

- 현재, 연합 측과 마법부 측의 대규모 총력전이 발생했습니다.

난데없이 아카데미 내부에 울려 퍼지는 히로빈 교장의 안내 방송.

그 목소리에 훈련을 하던 학생들은 어리둥절해하며 하던 것을 멈췄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야.”

대규모 총력전이라니.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 나는 더더욱 할 말을 잃게 되었다.

- 실제 상황입니다. 현재 연합 측에게 접근하고 있는 마법 안드로이드 수는 50대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긴급상황이므로 아카데미 내부 인원들은 신속히 강당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50대?!”

“마법 안드로이드 한 대가 권좌급이라 하지 않았나……?”

“이제 전면전에 돌입한 건가…….”

주변의 학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금껏 마법부가 연합 측에 보내던 마법 안드로이드 수는 많아 봤자 다섯 대.

그런 지금.

그 열 배에 달하는 유례없는 숫자가 기동되고 있는 것이다.

“50대라니.”

나는 그 어이없는 수치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현재 연합 측에서 마법 안드로이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은 권좌 다섯 명에 인류 최강 노아까지.

비록 만만한 전력은 아니었으나 그만큼 50대라는 수치가 압도적이었다.

“괜찮으려나…….”

아무리 권좌들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의 전력과 맞붙게 된다면 쉽사리 막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곧 아우레인 학생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던 케이든 교수가 학생들의 술렁임을 중지시켰다.

“일단 나머지는 강당에 가서 떠들도록.”

그리하여 모두는 강당으로 향했다.

강당에 도착하자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가 있는 히로빈 교장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오셨습니까. 아까 방송에서 말했다시피 현재 실시간으로 연합 측과 마법 안드로이드의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딱히 마이크나 목소리 증폭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히로빈 교장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강당에 울려 퍼졌다.

그만큼 아카데미에 남은 인원이 적은 것도 있었고, 또 그만큼 히로빈 교장의 말을 경청하는 학생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한 것도 있었다.

“어쩌면 이번 전투로 이 세계의 행방이 결정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쟁이 전면전에 돌입한 만큼, 저희 칼루스 아카데미도 더더욱 경비를 단단히 하고 언제든 싸울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히로빈 교장의 말을 들으니 뭔가 싸한 기분이 들었다.

‘50대라 했지.’

마법부 측이 연합과의 최종전을 벌이기 위해 투입한 마법 안드로이드 대수는 50대.

그리고 지금껏 소모된 마법 안드로이드는 대략적으로 20대가 조금 안 되는 정도.

‘그런데 마법 안드로이드의 개수는 100대 가까이 된다 했었잖아.’

그렇다면 남은 30대의 행방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거기에는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첫째는 애초부터 마법 안드로이드의 개수가 그게 전부라는 것.

100대는 과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100대가 맞는다면.’

그렇다면 두 번째 가설, 여분의 안드로이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문제는 두 번째 가설이 맞는다면 그 여분의 안드로이드의 행방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물론 50대의 마법 안드로이드 자체도 단순히 시선 끌기용은 아닐 것이다.

마법부는, 아니 블랙잭은 지금 진심을 다해서 총력전을 벌이려는 것으로 보였다.

다만, 그럼에도 불안함은 없지 않아 있었다.

“현재 실시간으로 연합 측의 전투 상황을 전달받고 있습니다. 특이 사항이 있으면 바로바로 전달 드리겠습니다. 다만, 그 전까지는 항상 전투태세를 유지하며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적에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를 습격해 올 적을 대비하자고 재차 강조하는 히로빈 교장.

그런데 이미 늦은 듯했다.

콰아아아아앙―!!

난데없이 아카데미 전체에 울려 퍼지는 큰 굉음.

그와 동시에 강당의 몇몇이 비명을 질러 댔다.

“꺄아아아아!!”

“뭐, 뭐야?!”

“설마 쳐들어온 거야?!”

그런 그들을 히로빈 교장이 안심시켰다.

“잠시만요, 여러분! 진정하세요!”

그리고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누군가 결계를 공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콰아아아앙―!!

또다시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는 폭발음.

옆에서 케이든 교수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결계를 힘으로 부수려는 놈들이라니…….”

그만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믿기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일단, 결계 밖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러면서 히로빈 교장은 단상 앞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를 가동시켰다.

그러자 그곳에 곧 결계를 공격하고 있는 범인들의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이 자들은…….”

모니터에 보이는 것은 총 세 명.

여자 둘과 남자 하나였다.

특이한 점은 그중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의 얼굴이 성별이 다름에도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카데미를 공격하는 것은 쌍둥이가 아닌 또 다른 여자 쪽.

장발의 여자는 머리 위에 거대한 검은 구를 생성하더니 그것을 아카데미를 향해 날렸다.

콰아아아아앙―!!

또다시 아카데미 전체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굉음.

폭음의 정체는 바로 여자가 날리던 검은색 구체의 폭발음이었던 것이다.

그때, 강당 한쪽 벽에 서 있던 아텔라가 히로빈 교장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저 녀석들… ‘저주받은 학생’ 녀석들이에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또다시 학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주받은 학생’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 이름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래. 당장 조치를 취해야겠군. 케이든 교수, 아텔라 가스트로디아 교수, 랑켄 슈타이너 교수는 나를 따라와 주게. 나머지 교수들과 학생들은 잠시 대기하도록.”

이윽고 호출을 받은 세 명은 히로빈 교장을 따라 강당 뒤에 마련된 방으로 들어갔다.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전력들을 부른 건가.’

세 명의 공통점이라고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잠시 방으로 들어가는 교수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들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이번 일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였다.

“뭐지? 제로 학생.”

방 안으로 들어가자 케이든 교수가 노려보았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갑고 냉정한 태도.

심지어는 살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전시 상황에 돌발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을 설렁설렁 대할 수 없었기에 나온 단호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그런 케이든을 히로빈 교장이 저지했다.

“괜찮네. 제로는 단순히 학생이 아니니까.”

- 단순한 학생이 아니다라. 뭐, 저도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긴 하네요. 일단은 지금 상황이 더 중요한 거겠죠.

나를 노려보던 시선을 돌리는 케이든 교수와 어깨를 으쓱하는 랑켄 슈타이너 교수.

그리고 애초에 무슨 일인지 알고 있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텔라 교수까지.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히로빈 교장의 브리핑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일단 바깥쪽의 인원은 나와 케이든, 아텔라 교수가 맡도록 하지. 랑켄 교수는 남아서 다른 교수들과 학생들을 지도해 주게. 현시간 부로 교장의 권한은 자네에게 전부 위임하도록 하겠네.”

히로빈 교장의 작전에는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러려고 따라 들어 온 것이었다.

“저도 가겠습니다.”

“제로.”

또다시 내 돌발적인 언행을 저지하는 케이든 교수.

물론 히로빈 교장이 언질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케이든은 나를 단순한 아카데미 학생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다만, 그것은 나를 무시하기보다는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보였다.

의외인 점은 히로빈 교장 또한 고개를 저었다는 것이었다.

“자네는 여기 남게.”

“아닙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블랙잭은 제가 막아야 합니다.”

그러자 히로빈 교장은 살짝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네에게는 자네의 역할이 있지 않겠나.”

“제 역할이라면…….”

히로빈 교장의 말을 곧바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내 역할은 블랙잭을 상대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니 곧 그 말이 ‘제이드를 지켜 내라.’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거기에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랑켄 교수와 함께 혹시 모를 위험 상황으로부터 학생들을 지켜 주게.”

“…예. 알겠습니다.”

“그럼. 곧바로 출발하지.”

그 말을 끝으로 히로빈 교장과 아텔라, 케이든 교수는 외부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랑켄 교수와 함께 다시금 강당으로 복귀했다.

콰아아아앙―!!

또다시 들려오는 폭격음.

그래도 대부분의 학생들의 동요가 가라앉은 것으로 보였다.

- 좋아. 침착해졌군.

랑켄은 단상 위에 서서 아래를 스윽 훑더니 말을 이었다.

- 현재 교장님과 케이든, 아텔라 교수님이 외부의 침입자들을 막으러 갔다. 별일 없을 테니 그동안 이곳에서 대기하도록.

그러고는 강당 위의 모니터를 껐다.

아무래도 전투 장면을 직접적으로 학생들에게 보여 주면 괜히 공포심을 자극할 것 같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였다.

그리하여 나도 다시금 자리로 돌아가서 비어 있는 제이드의 옆자리에 앉았다.

제이드는 내가 앉자마자 말을 걸어왔다.

“아까 표정은 나가서 싸울 기세던데. 쫓겨난 거야?”

“아니. 나는 내 임무를 다하래.”

“임무? 아…….”

제이드는 이내 내 말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나 때문인 거구나.”

“아냐. 그렇게 생각하지마.”

사실 제이드가 이 아카데미에 없었더라면 나머지 학생들과 아카데미 인원들은 안전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제이드를 쫓아낸다? 어불성설이었다.

어차피 제이드를 뺏긴다면 위험한 것은 아카데미가 아니라 이 세계 그 자체.

따라서 모두가 위험해진 것은 제이드의 잘못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두가 목숨을 걸고 제이드를 지켜 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별일 없으면 좋겠네.”

“별일 없겠지. 애초에 강한 사람들이니까.”

200년 전 마계 대전의 영웅 히로빈 그린월드.

그리고 권좌급이라는 케이든 교수와, 공간을 베어 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는 아텔라 교수까지.

고작 블랙잭 녀석들에게 쉽게 당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들의 안위보다는 혹시 모를 변수를 생각하는 것이 맞았다.

그리하여 나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감지 마법을 사용했다.

「프레시스코(præscísco)」

우우웅―

시야에 들어오는 수많은 마나 정보.

물론 아카데미 외부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부의 마나 정보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다행히 외부에 침입자는 없었다.

몇몇 학생들이 화장실에 간 건지 본 건물에 가 있는 것 빼고는 딱히 특이 사항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저건…….”

기분 나쁜 탁한 노란색.

지금껏 몇 번 봐 와서 익숙한 마나 정보.

그것은 다름 아닌 실라이 샌드윅스 교감이었다.

그녀는 다들 강당에 모여 있는 이 시점에, 뜬금없이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설마 싶은 생각이 든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어디 좀 갔다 올게.”

“응? 어디 가게?”

“확인할 게 있어서.”

그렇게 제이드를 안심시킨 나는, 곧바로 실라이 샌드윅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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