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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3화 (23/385)

야안 23화

하기야 그렇다 할지라도 재료에 비한다면 놀라운 결과임을 부인하는 자는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중년인은 그 말을 끝으로 침묵을 유지하며 야안을 바라보았다. 야안은 기대하는 그의 시선을 잠시 곤란하다 여기다 말문을 꺼냈다.

“하면 이 마법 물품은 가격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습니까?”

야안의 말에 중년인은 두 가지 물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답해 주었다.

“이쪽은 10급 중 9급으로 대략 40골드, 이쪽은 8급으로 200골드입니다. 보호 마법의 수준이 좀 낮은 편이지만 반영구적인 마법 기간을 생각한다면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 중년인에 야안은 눈에 이채를 띠다 이내 진실의 눈을 펼쳤다.

//초급 현자 마스터. 마법 물품 감별관. 이득보다 신의를 중시한다. 입이 무겁다. 특기는 마법 물품 제작.//

진실의 눈에 의해 그에게 얻은 정보를 정리하면 이 정도였다. 야안은 이자를 믿어도 되는가를 고려하다 신의를 중시한다는 그의 정보에 품속에서 가죽 주머니 두 개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중년인은 야안에게서 이 물품의 제작자를 알기 위해 친절을 베풀다 야안이 말없이 자신에게 건네는 가죽 주머니에 의문을 보였다. 이내 가죽 주머니를 열어본 그는 그 안에 들어 있는 마법 물품들을 보고 감탄했다.

“하! 많은 양이군요. 설마 이런 마법 물품이 더 있을 줄이야.”

감탄을 보이는 그에게 야안이 말을 꺼냈다.

“그것을 만든 이를 알려드리는 것은 지금은 좀 어렵군요. 다만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10년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는 계약을 하신다면 가르쳐 드릴 수도 있습니다.”

물건을 살피며 등급을 나누던 중년인은 야안이 가르쳐 준다는 말에 미소를 머금었다.

“물론입니다. 저는 블루 마법 상점 지부장인 루이라 합니다. 지금 당장 계약을 체결하지요.”

그렇게 말하던 그는 방 한쪽에 있는 서재에서 종이와 마법 펜을 꺼내더니 막힘없이 술술 써 내려갔다.

그 계약서에는 그자에 대해 알려주는 대가로 야안에게 블루 마법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 시 5% 할인을 해준다는 내용과 신분 보장을 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5%의 할인, 그것은 마법 물품이 고가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무리한 것이지만, 그만큼 그의 기쁨이 큰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야안은 잠시 계약서를 살피다 만족스럽다는 듯 사인을 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작은 나뭇조각을 꺼냈다. 그 나뭇조각은 혹시나 싶어 인벤토리에서 꺼내놓은 마을 저장고 나뭇조각 중 하나였다.

루이 지점장은 야안이 사인을 하며 계약을 체결하자 살짝 흥분된 상태였다.

비록 재질이 모자라 마흔이 가까운 아직도 초급 현자에 머물고 있지만, 그런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는 마법 물품 제작은 그에게 전부라 해도 무방했다. 그런지라 평소 감정이 잘 보이지 않는 그였지만 여지없이 조금씩 그 감정을 엿보이고 있었다.

한데 야안이 그에 대한 말을 하지 않고 느닷없이 나뭇조각을 꺼내니 기이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평소 선입견 없이 세상을 보라는 스승님의 말을 따르는 그였지만, 그때까지도 그는 야안이 마법 물품을 제작한 이와 동일 인물임을 믿지 못했다.

사실 야안의 외모는 시골에서 막 올라온 촌놈처럼 보였다. 검과 훈련을 통해 잘 단련된 몸은 농사일을 통해 단련된 막노동 몸처럼 보이기까지 해 그의 옆구리에 찬 검은 장식용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주었다.

그러니 그가 룬 조각을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도 동일 인물임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으음.”

하지만 초급 현자인 그로서도 느낄 수 있는 마나의 유동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 기이한 도형과 그 속에 잠긴 룬 문자들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

이미 그에게 야안의 외모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오직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마나를 움직이는 야안에게 모든 감각이 집중되어 있었다. 한나절이 지났을 때쯤 야안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마나가 대기의 마나를 안내하며 룬 조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0여 분, 마나를 정리하느라 고심하다 눈을 뜬 야안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머금었다. 어느새 현란한 빛을 발하던 나뭇조각은 처음과 같은 모습이었다.

행운 스탯을 올린 뒤부터 마법 물품 등급이 실력보다 높게 나오니 확실히 무의식에는 자신이 짐작도 하지 못하는 놀라운 세계가 있는 듯했다. 그는 이내 새로 탄생된 마법 물품의 정보를 알기 위해 상태창을 불렀다.

//회복의 나뭇조각

등급 : D―

소지자에 한해 약하게나마 마케의 마법을 10년간 지속적으로 걸어준다. 골절이 아닌 이상 부상을 회복해 주고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소지자는 무병장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대의 운이 절정에 달해 아리스가 보살핀 끝에 만들어졌다.//

자신의 느낌처럼 상당한 물품이 나오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야안은 완성된 물건을 경악과 감탄에 잠긴 루이에게 건네주었다.

야안으로부터 물건을 받는 루이의 손이 잘게 떨렸다. 그의 손처럼 그의 심장도 세차게 뛰었다. 그는 천천히 물건을 감별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0여 분이 지나 그는 작게 감탄을 터뜨렸다.

그는 이내 일어나 오른손을 심장에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예법은 현자가 다른 현자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경을 표하는 방법이었다.

잠시 당황하던 야안은 이내 예법을 생각해 그런 루이의 인사를 받으며 자신 또한 왼손을 배에 올리며 작게 고개를 숙여 그의 인사를 받았다.

조금 전까지 마치 깎아놓은 듯 표정 변화 없는 루이의 얼굴은 상기된 채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눈이 없어 진리의 현자를 눈앞에 두고 예의를 표하지 못했군요. 죄송합니다. 지금 만들어내신 물건만 해도 잘하면 7등급은 될 듯 보입니다. 가격으로 치면 600골드에 달할 것입니다.”

“아닙니다. 사정이 있어 밝히지 못했습니다.”

야안의 말에 루이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잘 아는 것이다. 이 같은 형식의 마법 물품을 제작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것은 이쪽 세계에서는 새로운 혁명이었다. 비록 물건 양에 비해 마법이 두 가지 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만들 수 있는 물건에 제한되어 있음을 알지만,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다.

사실 지금 이 방법만 해도 많은 권력자가 크게 욕심을 가질 만한 것이었다. 이 어리지만 뛰어난 능력을 지닌 현자는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리라.

‘지혜로운 자일수록 부각되지 않으려 한다 하셨던가.’

스승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자는 어린 나이에 가장 경계해야 할 치기 따위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의 옷차림을 보노라면 풍족한 삶을 지내는 것도 아니라 시골에서 농사 따위를 주업으로 하는 듯 보였다.

‘10년을 이야기하셨으니, 아마 그때에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능력으로 세상에 큰 빛이 되리라.’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하는 보석의 진가를 본 자의 즐거움이라 할까? 그런 마음이 들자 야안에 대한 호의가 점차 커져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계약된 내용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이곳의 지부장답게 눈치가 빠른 루이의 대답에 야안은 만족한다는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루이 지부장께서 괜찮으시다면 지금 내놓은 물건을 다 구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첫 거래이니만큼 만족할 만한 가격을 제시하겠습니다.”

이내 루이는 마법 물품들을 등급을 나누며 계산하기 시작했다. 차갑게 식은 홍차가 바닥을 보일 때쯤 루이는 계산을 끝냈다.

다행히 같은 마법이 걸린 물품들의 등급만을 나누는 것이라 계산이 빠르게 끝난 것이었다. 등급이 같아도 그 걸린 마법 형식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총 2,880골드입니다. 지급을 어떤 식으로 해드릴까요?”

야안은 판매한 금액이 오기 전 짐작하던 액수를 한참이나 넘기자 순간 현실감이 오지 않았다. 그 정도 금액이면 자신의 마을 10년 치 예산에 달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스리던 야안은 크게 궁리했다.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돈이 많으면 좋다지만, 사실 시골에서 이만한 돈이 풀려서 좋은 일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면…….’

야안은 미리 생각했던 물품 구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써야 할 때는 과감하게 써야 했다. 앞날을 길게 보자면 물품을 많이 구입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더구나 쉽게 들어온 돈이었던 점이 그 생각에 한몫했다.

잠시 이리저리 생각하던 야안은 이내 루이가 쓰던 마법 펜과 최하급 마정석 스무 개, 하급 열 개를 구입했다. 중급 마정석 이상부터는 1만 골드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에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처분하자 120골드 정도가 남았다. 5% 할인을 했던 탓에 그 같은 대량의 물건을 구입했음에도 이 정도의 돈이 남은 것이다.

그가 그처럼 대량의 마법 물품 재료를 구입하는 이유는 이번 붉은 오크 토벌 퀘스트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마법 물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직 마법 물품 제작 기간이 짧았던 탓에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근 들어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을 생각한다면 잘하면 만들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마정석이라고 해보았자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크기인지라 부피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야안은 이곳에서 인벤토리를 열 수가 없는지라 품속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남은 금액은 조금 전 현자가 받아 가던 수표라는 것으로 대신 받았는데, 돈거래 환전소에 가면 돈으로 바꿀 수 있기도 하고 또는 실제 상인들이 돈 대신 받기도 한다. 수표에는 알 수 없는 재질의 마법 물품이 발려 있어 복제는 불가능해 보였다.

야안은 처음으로 친분을 쌓은 현자와 마법에 대한 토론을 한참을 즐기다 어둠이 깊어질 때에서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마법 상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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