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53화
삿된 것을 멸하는 뇌전의 정화는 이런 위험성을 크게 낮춰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1년 전에 스탯을 이용해 중급 현자 비기너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번에도 뇌전의 정화로 넘어서는 듯 야안은 한 차례 크게 떨며 익스퍼트의 경지로 올라섰다.
비기너 때와 확연히 달라진 세상을 바라보던 야안은 지금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상태 창을 열었다.
[이름 : 야안
레벨 : 54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생명력 : 940
마나양 : 1,380
힘 : 32(+15)
민첩성 : 31(+15)
행운 : 26(+15)
지혜 : 47(+15)
마나 : 56(+1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0]
[아이템 B-급(제6감각을 가진 그대가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낸 검식.)
육대검식(이십사수검법에서 얻어낸 여섯 개의 검식이다. 검기를 중첩하여 날릴 수 있는 검식으로 그 파괴력은 상급 익스퍼트도 어려워할 정도로 뛰어나다.)
습득률 : 17.2%
이십사수검법의 초식에서 뽑아낸 힘의 흐름을 찾아 겹칠 수 있게 되었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검기를 중첩할 수 있는 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육대검식을 펼치는 시간이 짧아진다.
*이 육대검식에 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
*마스터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된다.
*이 검법을 펼치면 적은 양이지만 운기의 효과 또한 볼 수 있다.(1한 : 기초적 심법으로 1년간 운기하여 얻을 수 있는 양)]
[건곤대나이
습득률 : 9.6%
사량발천근과 이화접목을 마스터하게 되면서 그 두 개의 구분이 모호해지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얻게 된 고위 기술이다. 제6감각을 깨우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뛰어난 힘의 묘용이기도 하다. 아직 숙련된 자에 불과한 그대에게 너무도 과분한 것으로 진정한 힘의 묘용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련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적은 힘으로 상대의 힘의 방향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옮기며 자신을 보호하며 적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
*마스터하게 되면 어떤 종류의 힘이든(마법이든, 물리적인 충격이든) 힘의 방향을 자유롭게 다스릴 수 있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한 번에 해결할 힘의 개수가 늘어난다.]
행운이 1이 늘어났고, 지혜가 4 늘어나게 되었다. 마나 또한 2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앞으로 상행 거래를 하기 전 몇 달간을 정심히 수련한다면, 어느 정도 중급 현자 익스퍼트의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깨달음을 갈무리하느라 잠시 눈을 반개하며 명상에 빠졌던 야안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되자, 다음 수련을 위해 검을 빼 들었다.
곧 야안의 머릿속에서부터 그려진 일검과 이검이 모습을 보인다. 지난 2년간의 노력으로 야안은 이 둘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십사수검법을 마스터하게 되면서 이검은 물론 일검까지 상대가 가능했던 그는, 그간의 절실한 노력으로 육대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자료 창에서 설명했던바, 육대검식은 이십사수검법에서 나온 강맹한 힘을 지닌 검식이었다. 그 연환이 자유롭게 펼쳐지다 순간적으로 그 흐름 속에서 검기가 중첩되어 펼쳐지는 이것은, 적절하게만 이용하면 이처럼 일검과, 이검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일검과 이검의 연환공격법은 그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다. 야안은 이것을 더욱 발전시켜 자신이 이미지 한 일검과 이검의 공격법에 추가하고 이를 스스로 상대하며 보완해 나갔다.
그가 이런 검진을 다듬는 것은 다수의 노련한 검사들의 합격술에 대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 이를 통해 자신이 키운 검사들에게 알려줄 검진을 만들기 위해 이같이 보완을 하였다.
이것은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익스퍼트 중급에 달하는 검의 경지와 중급 현자의 지혜를 지닌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설사 구존에 달하는 고위 현자라 해도 야안이 구상하는 검진을 만드는 건 시도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육지의 동물과 바다의 동물을 공평한 조건에서 싸우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혜를 지녔다 해도 실제로 행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저 막연히 상상할 수는 있겠지만, 어찌 상상과 현실이 같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마스터에 달하는 검객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다면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아니면 익스퍼트 경지에 올라선 위대한 검객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며 오랜 세월을 공들인다면 탄생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비효율적인 일이었고, 그것을 알기에 어떤 가문도 이런 검진을 만들려 시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저가 지니는 잠재력은 위대하다. 그 능력에 한계가 없으니 아직 미성숙한 야안조차도 이런 뛰어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검진 덕분에 어렵게 키운 그의 검사들이 미처 다 재능을 보이기도 전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일대일의 대결이 아닌 자신의 능력 이상의 강력한 누군가를 제압하거나, 그를 상대로 시간을 끌려고 한다면, 이 같은 검진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최소 다섯 명이 합격진을 만들고, 이후 다섯 명씩 그 수가 늘어날 때마다 더 교묘하게 잘 짜인 검진을 만들려 했다.
이 검진은 강력한 소수를 제압할 때와, 자신보다 많은 수의 적을 상대하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합할 수 있게 하려 한 탓에 야안일지라도 만드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중급 현자 익스퍼트에 오른 뒤 그가 구사하는 이미지는 더욱 정교해져, 이런 검진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어 조만간 약식으로나마 하나의 검진이 나올 듯하였다.
이 약식의 검진은 이번 상행에서 자신과 같이 떠날 검사들에게 가르칠 것으로 제 생각처럼 실전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면, 실전을 통한 그들의 검진을 점검하여 자신이 꿈꾸는 검진을 만드는 데 중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시간에 걸친 치열한 일검과 이검의 대결은 야안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가 이처럼 고전하는 이유는 일검과 이검의 합격진을 점차 그가 다듬고 발전시켰던 탓이 크다.
실제로 일검과 이검이 개개인의 실력과 경험에서 야안이 이미지 하여 만든 존재들보다 강할지 몰라도, 그 합격진에서만큼은 약할 것이다.
야안은 가부좌를 틀어 기운을 갈무리한 뒤 호흡을 다듬으며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곧 그 이미지가 보였는데, 바로 2년 전 전장을 지배하던 황금 갈기 족장이었다. 상상만으로도 황금 갈기 족장의 존재감은 거대했다. 잠시 짙은 긴장감이 그들 사이를 스쳐 갔다.
먼저 공격을 가한 것은 야안이었다. 야안은 그 이미지가 만들어지자 바로 육대검식 중 가장 날카로운 이 검식을 펼쳐 검기를 날렸는데, 황금 갈기 족장의 대검은 그의 그 검기에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뇌성과 같은 괴성을 보이며 단순히 내려치는 것으로 그 힘을 상쇄시켰다.
하지만 힘의 여파를 다 처리하지 못해 한 바퀴 몸을 크게 돌리며 힘을 분산해야 했는데, 이내 번개처럼 야안의 허리를 내려쳤고, 야안은 건곤대나이의 수법으로 그의 힘을 비틀었다.
2년 전의 그였다면 건곤대나이의 수법으로도 그 힘을 제대로 비틀기 어려워 큰 충격을 받아야 했겠지만, 지금은 더욱 견고해진 그의 건곤대나이는 어렵지 않게 비틀 수 있었다.
야안이 대검을 올려치자, 몸통이 비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검을 찔렀으나 역시 육체 능력은 월등한 존재이기에, 그는 몸을 옆으로 비틀어 피하였고, 그 탓에 가죽만 스쳤을 뿐이다.
그 정도까지는 야안도 짐작하였기에, 이내 찌르는 동작에서 앞발을 사선으로 내밀어 옆으로 내려쳤고, 황금 갈기 오크의 대검이 그의 검을 내리쳐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야안의 검이 주저앉는 듯싶더니 이내 그의 왼손에서 파이어 핑거가 세 번 연속으로 황금 갈기 오크의 눈과 목젖을 향해 날아갔다.
그에 야안을 베려 한 황금 갈기 오크는 한 손으로 파이어 핑거를 쳐내며 뒤로 물러섰다. 야안 또한 크게 뒤로 물러서 숨을 골랐다.
이 모든 일이 숨 한 번 내쉬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야안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황금 갈기 오크를 살피다 이내 바람처럼 몸을 날렸고, 황금 갈기 오크 또한 괴성을 지르며 야안을 향해 크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치열한 접전이었다.
일검과 이검을 이겼다고 하나, 그것은 육대검식과 건곤대나이라는 뛰어난 묘용에 기대어서이지 상급 익스퍼트의 끝자락에 있는 존재를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몇 분 버티지 못한 것에 비해 지금은 한 시간가량을 상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 큰 발전이었다. 이는 그를 이기지는 못해도 몸을 피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안은 더 이상 상대하는 데 힘이 부치자 점차 그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그 전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나 자신이 강해질수록 그 존재의 강함을 알 수 있겠구나. 정말 알수록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야안이 지금 자신의 수준에서 ‘호도칸’급의 몬스터를 만나 그를 이기려면 최소 중급 현자 익스퍼트가 되거나, 또는 자신을 보조할 수 있는 익스퍼트 초급 검사 세 명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노련한 존재여야만 가능한 일이었으니, ‘호도칸’급의 몬스터와는 되도록 몸을 피할 수 있을 때 피해야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던전에서 이런 몬스터와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
등급이 더 높은 퀘스트였으니 어쩌면 이 몬스터와 조우할 확률이 높다. 야안은 하루빨리 중급 현자 익스퍼트의 경지를 수습해야겠다 생각했다.
파이어 피스트를 그의 생각만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아주 낮으나 승산이 생긴다. 그 폭발적인 위력과 함께 육대검식이 펼쳐진다면 그 같은 괴물의 방어력도 깨부술 수 있을 것이다.
운기를 해 기운을 수습하고, 몸을 정비한 그는 복수면으로 잠시 눈을 붙이고 동굴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성내의 이른 새벽.
방 안을 밝히는 촛대에 심지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오랫동안 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 방의 중앙에 자리한 사내는 기이하다. 그것은 그의 눈 때문인데 분명 눈이 뜨여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 자인 것처럼 초점이 맞지를 않았다.
하지만 그 상태가 자연스러운 듯 그는 검을 꺼내 휘두르기 시작했다. 초식은 여섯 개뿐이었으나, 그 하나의 초식의 변초가 일순간에 수십 개를 펼쳐질 만큼 현란했다.
그런 초식을 여섯 개를 연속으로 펼치니 검기를 일으키지 않아도 방 안에 무거운 기운이 그를 중심으로 휘돌기 시작한다.
그는 여섯 개의 초식 이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검을 펼쳤는데, 바로 거기서부터 그 사내의 무서움이 드러난다.
조금 전 펼쳤던 초식의 모습과 얇은 종이 한 장 두께의 오차도 없는 똑같은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발 하나 내미는 거리, 발의 각도, 검이 내지르고 들어오는 길이, 호흡의 조절량, 팔의 각과 힘의 분배, 현란한 변초에서 공간을 베어내던 검의 흐름.
어느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이한 일이 벌써 다섯 차례 연속으로 이어지니 저절로 보는 이의 위화감을 자아냈다.
그 기이한 위화감을 자아내던 그, 야안은 길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허공을 비틀며 남은 힘의 잔재를 흩뜨렸다.
동시에 그 스스로 펼쳐졌던 마법도 마나의 흐름이 끊겼고, 그의 눈은 초점을 찾았다.
야안은 뜨거워진 육체를 가라앉히는 듯 한쪽에 놓인 차갑게 식은 허브차를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 이제 한 달 남았군. 다행히 그전에 경지를 완전히 수습할 수 있겠어.”
그가 말하는 경지는 중급 현자 익스퍼트의 경지로 그는 밤새 그 마법의 흐름을 수습하다 저 멀리서 들리는 닭의 울음소리에 시간을 인지하고 몸을 풀며 수련을 끝낸 것이다.
조금 전 야안이 말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실 중급 현자 익스퍼트의 경지를 그저 수습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수습하려면 2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익스퍼트의 경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하다는 말을 하려면 그 경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2년이라는 시간도 변수가 많고 그 습득률이 뛰어난 야안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지, 사실상 다른 현자의 경우라면 10년의 세월이 걸려야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중급 현자의 비기너와 달리 익스퍼트에서부터 진정한 중급 현자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