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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92화 (92/385)

야안 92화

29. 출정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일이라 한다면, 야안의 치료를 통해 회복한 마크 자작이 군을 통솔하게 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재작년에 수확한 포도주는 로리아 상단주가 감탄할 만큼 질이 높았기에 작년의 윌 백작과의 거래에서 얻은 이익은 야안이 거래하는 양을 뛰어넘었다.

그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윌 백작가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이에는 야안과의 거래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윌 백작가에서 가져온 금속으로 얻은 이익 덕분에 영지에서 벌인 공사들을 마무리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야안은 그 금속으로 무구들을 만들어 라문 왕국 북방에 자리한 자닌 자작가의 특산품인 양털과 거래를 하였다.

본래 남작가였다면 직위의 차이로 꺼렸을 거래였지만 이번에 마크 영지가 자작가로 승격되면서 거래의 폭이 넓어졌다.

라문 왕국은 문화 수준이 낮은 만큼 정련된 무구 또한 구하기 어려웠기에, 현재 백작가 수준의 무구들을 얻을 수 있었던 이번 거래를 크게 반겼다.

다른 곳에 비해 물건은 물론 비교적 가격 조건도 좋았기에, 5년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서로가 만족할 거래였다.

마일드 왕국은 추운 지방 쪽이기에 이 같은 보온성이 높은 양털은 큰 가치를 지녔고, 론은 이를 기반으로 상단의 규모를 늘려나갔다.

양털과 와인을 기반으로 로리아 상단과 더 큰 거래를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얻어진 상당수의 실크를 통해 야안은 작년보다 더 많은 말들을 수입해 올 수 있었다.

마크 자작은 그것을 기반으로 기병 1,000을 창설하였다.

자작은 이들을 블랙으로 불렀는데, 이는 지난 전쟁 당시 그가 펼친 작전명이 블랙이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원한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발로였다.

블랙의 수장으로는 테리를 뽑았는데, 무위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머리가 비상하고 무엇보다 현재 기병의 반 이상을 차지한 특무대의 대원들이 테리를 따른다는 점 때문이었다.

더구나 어린 나이임에도 근기가 뛰어나 힘든 훈련과 수련을 무리 없이 해냈다. 또한, 배우고자 하는 의욕도 대단하고 응용 능력도 뛰어나 여러 점에서 가르치는 처지에서는 그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마크 자작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아들을 떠올리곤 했다.

생김새도 성격도 판이하였건만, 기이하게도 마크 자작은 그의 모습에서 아들을 볼 수 있었다.

아니라는 것을 알건만 가끔 훈련에 열중하거나 검을 수련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들의 환영이 그의 모습 위로 보이곤 했다.

그 때문에 그는 점차 테리를 더욱 가까이하였고, 테리 또한 자신의 출생 신분을 알고 있음에도 살갑게 대하는 마크 자작에게 마음을 열고 따랐다.

테리는 가끔 자신을 말없이 바라보는 마크 자작의 눈을 볼 때면 고아로 자라 가족의 정을 모르던 그조차도 가슴이 저려 잠을 설치곤 했다.

챈들러는 군의 부사령관을 맡았다. 이는 그의 무위에 맞는 대우로 수석 천인장에 달하는 직위였다.

그 말은 군에 한해서는 마크 자작의 다음 책임자라는 말이 된다.

그간 마크 자작과 함께 주위의 몬스터들을 조금씩 토벌해 나가며 그의 전술은 놀라운 속도로 진화해 나갔다.

어린 시절 귀족가에서 배운 병법을 기본으로 오랜 세월 동안 용병 일을 통해 실전적인 전술들을 배워나갔다.

그러다 이제 마크 자작의 노련한 전술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의 거칠고 투박한 전술들이 가다듬어졌고, 그 덕분에 그는 보기 드문 뛰어난 장수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마크 자작은 챈들러에게 두 가지 형태의 전술을 가르쳤다.

그중 하나는 그 자신이 주로 하는, 병사들만을 조합하여 펼치는 전술이었다. 소수 병력이 아닌 1,000명 이상의 대군을 이끌 때 쓰는 전술로 전세를 읽는 빠른 판단을 통해 효과적으로 병력 배치를 바꾸는 것이 이 전술의 관건이었다.

마크 자작은 이런 전세 판단 능력이 뛰어나기에 치고 빠지는 형태를 즐겨 기병을 선호하지만, 사실 보병의 병과들이 적절하게 받쳐줄 때 가장 무서운 힘을 낼 수 있음을 잘 알기에 언제든 보병과 합류할 수 있는 기점을 만들어 놓았다.

그 외, 다른 전술은 챈들러의 뛰어난 무위를 이용한 전술이었다.

일반적으로 세모꼴 형태의 모습을 지녔고, 강력한 돌파력이 매력적인 전술로 그 수장이 얼마나 뛰어난 무위를 지녔느냐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이기도 했다.

제국의 검은 폭풍이 즐겨 펼치던 전술인데, 그들은 세모꼴 형태를 발전시켜 톱니 형태로 병력을 운용했다. 강력한 선두에 부딪혀 옆으로 밀리면 그 뒤로는 거대한 입속에 잡아먹히는 형태를 보인다.

그러하기에 그 모습 그대로 그들이 움직일 때면, 전장은 톱날에 갈린 듯한 모습만을 남기곤 했다.

마크 자작은 이 전술이 상당히 큰 효과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정예병의 수준을 뛰어넘은 별동대의 무위를 알아보았기 때문에 한 일이다.

회복 이후 마크 자작은 별동대의 능력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알았다.

그 펼치는 검에서 마나를 다루는 유저의 능력을 본 것이다. 보고를 통해 그는 이들이 새로 받아들인 영지민들이 아니라 대다수가 농노에서 뽑힌 이들임을 알고 있었다.

알아본 결과 비록 급수가 낮으나 제대로 된 마나 심법을 익히고 있었고, 그 익히는 검법도 범상치 않았다.

그는 예전 등용 당시 조사 과정에서 야안이 검을 익히는 자라 들었고, 이후 전쟁에서 받은 보고서를 통해 스승에게 물려받은 것을 기반으로 별동대를 조직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당시 그는 대단한 수준은 아니리라 판단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여 볼품없는 근골을 지닌 이들이 농노였다. 전쟁에서는 화살받이 이상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 농노병이었기에, 농노 중에서 고르고 고른 이들이라 해도 큰 실력 향상은 어렵다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2차 성징 이후 크게 신경을 써주었던 탓인지, 그 키도 평균 장정에 달했고 타고난 근골들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수련을 한 터라 쉬이 지치지 않았다.

야안이 건네준 십사수검법은 단순한 형태이기는 했으나 웬만한 용병들의 검법만큼이나 실전적이라 치열한 전장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될 듯 보였다.

마크는 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테리가 야안의 직전 제자임을 알았는데, 이는 그가 익히는 검법이나 심법의 수준이 격이 달랐던 탓이다.

그것으로 보아 야안 또한 최소 상급 유저임을 알 수 있기에 그는 매우 놀랐다. 인간의 재능은 공평해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한쪽은 부족하게 마련인데, 야안같이 뛰어난 머리를 지닌 이가 상급 유저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야안이 만들어낸 합격진이라 할 수 있다.

약식으로 펼치는 삼방검진과 강력한 공격력이 매력적인 육합검진은 정말 놀라운 위용을 보였다.

같은 병과로써 단순한 형태의 단체전을 벌인다면, 그 힘이 최소 서너 배가량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평생을 전술과 병법을 연구한 마크 자작이 볼 때 이 검진의 한계선은 300명이었다.

그 이상은 치열한 전쟁터에서 움직임을 맞추기가 어렵다. 또한, 육합검진은 상당히 복잡한 형식의 검진이라 최소 5~7년을 훈련해야 그 검진의 힘을 제대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그런 이유로 마크 자작은 오히려 약식 형태인 삼방검진을 크게 눈여겨보았다.

단순하여 훈련하는 시기도 반년이면 충분했고, 그 효과도 최소 두 배 이상의 기량을 보일 수 있었다.

마크 자작은 이 삼방검진을 기마병에 응용한다면 대단한 힘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말이라는 뛰어난 기동력이 있다면 검진의 한계선은 1,000기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검진이라는 것이 수가 늘어날수록 뛰어나다는 것을 안다면 세 배가량의 기량을 보일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마크 자작의 신묘한 전술이 함께한다면 그 이상의 뛰어난 기량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블랙 개개인의 수준은 최소가 하급 유저였고, 조장은 노련한 하급 유저였으며, 열 명의 백인장은 중급 유저에 달했다.

상급 유저는 아직 테리 하나뿐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전한다면 5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는 백인장 중에서 상급 유저에 오를 이는 최소 세 명은 나올 것이라 보았다.

마크 자작은 그런 변화를 만들게 한 야안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물건을 내놓는 배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다는 말인가?

그가 본 야안의 마나 심법은 비록 효율은 낮으나 제대로 된 심법이었다. 세상에 흔히 떠도는 마나 심법과는 질이 달랐다.

일정 경지에 오른 검사가 긴 시간을 고려하여 만든 심법인 것이다.

제대로 된 마나 심법은 몸속의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 담긴 것이었고, 야안이 내놓은 마나 심법은 그런 방법이 있었다.

수련을 통해 얻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마나를 얻을 만큼 효율이 낮지만 마나 다루는 방법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것의 가치는 작지 않다.

이것만으로 수련 기간을 최소 5~7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몸속의 마나를 다루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의식은 하나 투박하고 단순한 형태로 마나를 이용하는 하급 유저였고, 그것을 원하는 형태로 의식적으로 마나를 다루는 단계가 중급 유저였다.

그러니 검의 이해도와 깊어지고 마나 운용에 깨달음을 얻어야 들어설 수 있는 상급 유저까지는 어렵다 할지라도, 최소 중급 유저까지는 체계적인 가르침에 잘 따른다면 들어서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것이다.

마크 자작은 그것을 잘 알기에, 야안의 배포에 감탄을 보인 것이다.

‘나 같은 범인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그릇을 지녔기에 아리스 님의 종자가 될 수 있었겠지.’

신관.

그것은 아리스 님과 인간들을 잇는 고귀한 자리이다.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자애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자이기에, 그 같은 그릇을 지닌 야안이기에 이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생각했다.

마크 자작은 앞서 별동대의 모습에서 야안의 무위가 뛰어나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지만, 마크 자작 자신의 전투에 직접 그를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다.

이는 야안을 뛰어난 상급 유저 정도의 검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행정을 맡아 군에 지원해 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마크 자작은 야안이 지원해 준 영지에서 만들어진 무구들에 대단히 만족했다.

방패는 나무에 얇게 철을 도금하고 그 위에 몬스터 가죽을 덮어 가벼우면서도 방어력이 대단했고, 검이나 창과 같은 무기 또한 전쟁을 여러 번 겪는다 해도 날이 상할 것 같지 않았다.

병사들이 입는 갑옷은 마크 자작이 토벌한 몬스터 가죽을 가공하여 심장을 비롯한 급소 부위에 철을 박은 것이라 몸을 보호하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

1년간 마크 자작이 넓힌 영지의 영역은 야안이 지난 몬스터 토벌 전쟁에서 넓힌 것의 두 배에 달했다.

차근차근, 무리 없이 병력을 운영하였기에 병력의 손실도 없었다. 야안은 마크 자작이 펼친 전략이나 전술들을 보며 크게 감탄하였고, 그는 그것을 모아 좀 더 체계적으로 나누어 책자로 만들려 했다.

마크 자작의 전술은 겉보기에는 단발적인 형태를 띠나 실상은 뛰어난 심리적인 요소를 이용하는 것이라, 병법들을 어느 이상 공부한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야안은 그만의 그 같은 전술이 사장되는 것이 아까워 이를 정리하여 후세에 남기려 한 것이다.

이후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을 마크 자작에게 보였고, 그는 야안의 생각을 매우 반겼다.

사람인 이상 무언가 뜻깊은 것을 남기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는 야안이 저술한 내용을 읽으며, 부족한 점들을 짚어주었고 그 자신도 애매모호한 것들에 대해서는 며칠간 고민한 끝에 답을 찾아내어 저술하는 열정을 보였다.

아직 자작의 영지 크기에 비하려면 30% 정도가 모자란 형태였지만, 본래 마크 영지에서 두 배나 넓어진 상태였다.

그 덕분에 확장 영지 부분의 성벽을 세우는 공사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40%도 채 완성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도로 또한 확장해야 했기에 현재 마크 영지는 예전과 달리 인력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마크 자작 영지가 크게 활성화되자, 여러 곳에서 일자리를 찾으러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수가 3,000에 달했는데, 야안은 이들을 나누어 각 마을에 편입시켰다. 현재로서는 그들을 위해 새롭게 마을을 건설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 편입된 3,000명 중에서 성인 사내는 500에 달했고, 야안은 500명 중 힘이 좋은 이 70명을 군인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병사가 되라는 권유에 꺼리던 그들이었으나, 마크 영지의 복지에 대해 알아본 뒤로는 서로 다투며 지원했다.

잘하면 일 걱정 없는 직장이 생기는 것이고, 전투에서 죽은 뒤에 상당한 보수가 있으니 사후의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야안은 이들 70명을 경비대로 보냈는데, 현재 그 실력을 인정받아 경비대장을 맡은 론의 형 잔은 사람과 땅이 넓혀지며 인원이 부족하였던 터라 크게 반겼다.

남은 사내들은 현재 일손이 부족한 성 확장 공사에 투입했는데, 400명이 넘는 사내들이 들어서자 그제야 공사를 관리하던 한스를 비롯한 관리들은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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