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110화 (110/385)

야안 110화

루시우는 잠재력이 뛰어난 새로운 왕자의 출현과 더불어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불가사의한 능력을 지닌 사내의 출현이 쉽사리 정리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심정을 억지로 가라앉혀야 했다.

곧 위험 순위가 높은 부상자들을 위주로 데려온 수하들에 그는 야안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고, 야안은 작게 묵례하며 그들에게 다가와 리젠을 비롯해, 마케와 힐링을 펼쳤다.

죽을 위험 순위에 오른 부상자는 아홉 명이었다. 한 시간에 걸쳐 그들을 구해낸 야안은 남은 여섯 번의 리젠을 그다음으로 위험한 부상자에게 펼쳐 그들의 부상을 고쳤다.

그 외의 부상자는 힐링과 마케를 연속으로 펼쳐 그 상처를 약화시켜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었다.

겨울이었고, 숲 속이었기에 해는 빨리 졌다.

전장을 정리하는 와중 해가 졌고, 그들은 이제 눈의 꽃 영역이 아닌 전장의 흔적만이 남은 숲의 한 곳에서 노숙을 준비하였다.

야안은 부상자들을 구해낸 뒤, 다른 경상을 입은 자들을 치료하고 난 뒤에야 준비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들 노란 빛살 부족이 준비한 음식이었는데, 바차쿠라는 것으로 지방이 적은 소나 로텐이라는 짐승의 분쇄한 고기를 말린 야채들과 섞어 불에 구운 음식이었다.

보통 말안장 밑에 넣어두던 전투식량으로, 공기의 접촉이 적어 보관이 긴 말안장 밑에서 고기가 으깨진 것을 뜯어 구워 먹은 데서 유래된 음식이다.

뛰어난 사냥꾼은 훌륭한 요리사라는 말이 있는데, 전사들은 대부분 사냥에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바차쿠는 그 맛이 대단히 훌륭했다.

별다른 조미료 없이 야채와 고기를 뭉개어 굽는 것만으로 그처럼 훌륭한 식감을 자아내니, 처음 이 음식을 먹는 야안과 라진은 절로 감탄사를 흘려야 했다.

로즈와 포를란 부녀 또한 오랜만에 먹는 바차쿠에 감회가 새로웠다.

식사 이후 운기행공을 하며 소모된 마나를 채운 야안은, 자신을 어렵게 생각하면서도 감사하게 여기는 루시우에게 다가가 현재 하얀 까마귀 부족의 현황에 대해 알려달라 부탁했다.

그저 숲 밖의 존재라면 은인이라 할지라도 꺼릴 수 있을 것이나, 그 존재가 아리스 님의 뜻을 잇는 신관이라는 사실에 그는 어려움 없이 현 숲 속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하얀 까마귀 부족에는 세 명의 스승과 한 명의 큰 스승이 계십니다. 대전사도 열한 분이나 있는 대부족이지요. 대족장께서는 그 대전사 중의 한 분이시며 고위 대전사이시기도 합니다. 현재 대족장께서 쓰러지신 이후 하얀 까마귀 부족은 큰 스승님의 주도 아래 일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본래, 대족장님의 옆에서 부족 간의 일을 돕는 분이셨으며, 또한 현명한 지혜를 가지신 큰 스승이시니 그분을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대족장님께서 쓰러지시기 전 후계를 정하시지 않은 터라 최근 몇 년 동안 후계에 대한 문제가 하얀 까마귀 부족을 힘들게 하고 있으시죠. 그분의 슬하에는 네 명의 자녀분이 계시는 데 이 중, 두 분은 여인이라 각각 대전사의 부인의 신분이십니다. 그리고 후계의 정당성을 가진 두 분은 한 살 터울의 이복형제이신데 앞서 말한 두 부인께서는 각각 그 두 분의 누이기도 하지요.”

거기까지 말하던 그는 잠시 수하가 조심스럽게 천막 안에 들어와 바친 술병에 양해를 구하고 말을 끊었다.

그 술은 이야기 전 수하에게 가져오란 것으로 히드로멜리라는 귀한 술이었다.

히드로멜리는 벌꿀 술의 종류 중 하나로, 그저 달달하기만 한 저급의 벌꿀 술과는 차원이 다른 술이었다. 본래 그들 부족에서도 1년에 두 번 있는 제사에서나 쓰는 것인데, 혹시나 하여 가져온 것이 다행이었다.

영초와 조화를 이룬 술이라 기력을 회복하는 데 상당히 뛰어난 것이었다. 한 잔만 마셔도 추운 밤을 무리 없이 보낼 수 있는 약술이기도 했다.

그는 손수 수하가 가져온 잔에 술을 부어 나누었다. 과연 그 맛도 이름 높은 고급 와인에 못지않은 깊은 풍미가 느껴진 터라 절로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에는 스승이라는 존재가 나오는데, 이는 숲 밖 인간들의 현자와 같은 개념이었다. 이 중 큰 스승이라는 존재는 최소 중급 현자 마스터 이상의 경지에 오른 자를 말한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현자 대부분은 중급 현자 익스퍼트에서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스승은 앞서 나가 밝히는 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그들은 그 명칭처럼 자기계발에 상당한 시간과 재능을 소비하는 숲 밖의 현자와 달리 부족을 돕는 데 자신의 힘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그 지닌 재능은 자기가 아닌 타인에게 쓰이면서 비로소 그 가치가 빛이 나는 것이라 믿는 것이다.

부족한 실험으로 미숙해진 자기계발 부분은 부족을 뛰어넘어 스승끼리의 아낌없는 유대 관계를 통해 해결된다.

스승은 단순히 한 부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저주받은 숲의 모든 부족의 스승이기에 서로서로 발전을 돕는 것이다. 큰 스승은 스승들의 부족한 점들을 이끄는 것이 그 가치를 빛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지식을 아낌없이 베풀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관계는 현자의 탑과 비슷한 개념이나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다.

히드로멜리 덕분에 추위에 움츠린 몸이 풀어지는 것을 느끼던 그들은 다시 시작되는 루시우의 설명에 집중하였다.

“그 두 부인은 같은 배를 타고난 분을 지지하셨고, 이에 중위 대전사이자 부족에 그 영향력이 높은 그들의 세력 또한 나뉘었습니다. 그렇게 첫째 후계자 밑으로 세 분의 대전사가 둘째 후계자 밑으로는 두 분의 대전사와 스승 한 분이 들어서 세력이 갈라졌습니다. 그 외의 분들은 큰 스승 밑의 세력에 들어선 이들로 이들은 중립을 이야기했는데, 이는 아직 대족장께서 돌아가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루시우는 설명을 이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서로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부족이 갈라지려는 기미까지 보이려 하자, 큰 스승께서 어쩔 수 없이 나서 이번 비법을 치르시기로 하셨습니다. 단순히 명을 잇는 것만이라면 그분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지만, 야안 님의 말씀처럼 이 비법은 상당히 어려움이 많은 듯 비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분은 이 비법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쪽에 대족장님의 사후 그 세력 밑으로 들어가 부족을 통합하도록 하겠다 선포하셨고, 그에 양측 세력은 열여섯 가지의 구하기 힘든 재료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시고 계십니다. 저희 부족은 그 어느 쪽 세력도 아닌 중립이나, 오랜 세월을 하얀 까마귀 부족의 보살핌을 받았기에 이번에 작게나마 은혜를 갚고자 출정을 나섰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가 아는 하얀 까마귀 부족에 대한 부수적인 설명들을 하기 시작했다.

야안은 그들 하얀 까마귀 부족의 저력이 마일드 왕국의 힐튼 공작가의 저력을 크게 상회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 인구의 분포는 백작가정도였으나, 신분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기회를 주어 재능이 뛰어난 자들을 아낌없이 지원하여 발굴하기 때문이다.

이들 숲 속 부족에도 농노와 비슷한 개념인 하리잔이라는 계급이 있지만, 소나 말처럼 그들을 부려 먹는 인식은 아니었다.

오히려 하리잔이라는 계급에게 봉사를 하여 도와주는 개념이었다.

예를 들어 사고로 부모님이 죽은 고아가 있다면 그를 데려와 적당한 일자리를 내주어 그를 보살피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그 밑에서 재산을 모을 수도 있고, 그것으로 다른 하리잔을 데려와 일자리를 내주어 보살피기도 했다.

그렇기에 하리잔을 많이 데리고 있는 자에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그의 인품에 감복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하리잔의 계급에 속한 이도 재능이 있다면 부족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데리고 있던 하리잔에서 그 같은 인재가 나온 것은 가문에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라, 여유가 있는 이들은 이들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그중에 인재가 나오게 유도하기도 했다.

다음 대의 붉은 눈 부족의 왕이 될 후계로 떠오른 왕자는 다섯이나 되었으나, 이들 중 가장 유력한 왕의 후계자는 첫째 왕자라 하였다.

올해 마흔 다섯인 그는 어린 동생들을 포용하는 인품이 훌륭했고, 지닌 무위도 대단해 검으로는 하위 대전사의 실력을 지녔고, 정령으로는 중급 정령 마스터에 도달했다.

현재 직위에 계신 붉은 눈 부족의 지배자이자 저주받은 숲의 모든 부족의 왕 또한 그를 다음 대의 후계로 두기 위해 준비 중이라 하였다.

하얀 까마귀 부족의 족장은 이 첫째 왕자에게 검을 가르쳐 전사로 이끈 이라, 다음 대 왕으로 거의 확정되다시피 한 지금 그의 위치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야안은 잠시 그들과 담소를 나누다, 히드로멜리의 향이 천막에서 가실 때쯤 천막을 나섰다.

천막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작은 빈터에서 수련을 시작했는데, 다른 때와 달리 그의 검은 중간 중간 멈칫거리다 다시 펼쳐지곤 했다.

이는 오늘 그가 연습하던 검을 실전에 사용하면서 깨달은 부족한 점들을 복원하기 위해서인데, 숲의 기나긴 밤으로도 그 부족한 점을 채우는 데 부족할 것 같았다.

루시우는 물론이고, 노란 빛살 부족의 전사들은 전장의 핵이 되어 가장 치열한 전투를 하여 지쳤을 것이 분명한 야안이 늦은 밤에도 수련을 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루시우는 야안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그가 그처럼 불가사의한 능력을 가지는 바탕에 저 같은 노력이 있다 생각이 들자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처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자도 저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고달픈 여정에서도 수련을 멈추지 않는데 그 자신은 부족을 이끈다는 핑계 따위로 수련을 게을리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은 그만이 아닌 듯, 노란 빛살 부족의 전사들은 잠을 미루고 검을 들어 수련을 하기 시작했고, 루시우 또한 수하들의 검을 봐주며 자신의 검을 갈고닦았다.

라진은 그 같은 광경에 낮게 웃음을 흘렸다.

“하하, 노력하는 천재는 세상을 변화시킨다. 누군가 그 고언을 부정하려 해도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결코 할 수 없을 것이야.”

그는 여인의 몸으로 고된 전투를 한 탓에 결국 피곤해 잠이 든 로즈를 잠시 바라보다 그녀의 아버지 포를란에게 부탁했다.

“부족하나마, 대련해 주지 않겠소. 사실 상급 유저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족한 점이 많다오.”

히드로멜리와 야안의 마케에 의해 기력을 차린 포를란은 흔쾌히 라진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물론입니다. 부족한 제 솜씨라도 괜찮으시다면야.”

그간 60%에 달한 기력을 회복한 포를란은 저주받은 숲에 온 이후 여타의 노련한 상급 유저를 상회하는 검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라진이 정령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능히 대련을 할 기량은 가지고 있었다.

곧 그들의 대련이 펼쳐졌고, 그들의 대련에 흥이 돋은 전사들은 실력이 맞는 자들끼리 뜻을 모아 대련을 펼치기 시작했다.

늦은 밤, 여기저기 횃불에 의지하며 대련을 하는 그들의 열정에 겨울의 추위조차 물러서는 듯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다.

열흘이라는 긴 여정에서도 노란 빛살 부족의 안내 덕분에 한 차례 몬스터를 만난 것 이외에 그들은 별다른 피해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내일이면 하얀 까마귀 부족의 영역에 도달하게 되는지라, 이 긴 여정의 한고비가 끝이 날 듯했다.

야안은 그간 라진에게 정령과 함께 공격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숙지시켰는데, 지금에 이르러 라진의 불의 구는 능히 오우거의 피부를 꿰뚫을 수준에 올라 아직 완숙의 단계에 오르지 않았음에도, 초급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자도 상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야안은 그간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전사들을 가르치면서 여러 가지로 깨달은 바가 많았다. 그들의 검은 상당히 실전적이었고, 간결하였다.

어떻게 보면 죽음과 함께하는 용병들의 검과 유사하면서도 긴 시간을 다듬고 다듬었던지라, 그 특유의 투박스러움이 사라져 있었다.

야안은 전사들이라면 누구나 익힌다는 검은 뱀을 가르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 검은 뱀이라는 검법은 그에게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준 검법이었다.

검은 뱀은 대륙에서 보기 드문 발검술의 형태였다.

아니, 이곳에서는 발도술이라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들 전사는 한 날인 도를 주로 사용하는데, 대륙의 도와 달리 검처럼 폭이 좁고 끝이 뾰족하여 찌르기에 알맞았다.

검과 유사한 점이 많은 도에서 만들어진 발도술이라 검으로 펼쳐도 지장은 없었다.

이 발검술이 검은 뱀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공격 형태가 이곳 저주받은 숲의 검은 뱀의 사냥 모습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목표한 곳을 향해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날아가 먹이를 사냥하는 검은 뱀처럼 이 발검술은 굉장히 깔끔하면서도 대단한 파괴력을 보일 수 있다.

발도 또는 발검의 원리는 간단하다.

보통 오른손잡이라면 왼쪽에, 왼손잡이면 오른쪽에 검을 잡는다. 이후 검을 빼낼 때 검집을 따라서 빼내게 되는데, 검집 안의 공간을 따라 검로가 형성되기에 굉장히 깔끔한 검식이 나온다.

이때 검을 빼내면서 검집에 약간 끼는 경향과 끝머리 쪽에 걸리는 것을 이용하면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속도 자체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순간적인 파괴력은 놀랍다. 또한 발검하기 전의 상태에서 상대는 검의 공격 거리를 파악하기가 어렵기에 쉽사리 승기를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지에 오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눈이 좋아야 하며, 반응 속도가 뛰어난 이만이 이 발검술을 제대로 익힐 수 있었다.

검을 미리 뽑은 상대와 검집에 넣은 자신의 반응 속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전에 쓸 만한 수준까지 오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 때문에 숲 밖에서는 발검술을 쓰는 이는 아주 소수에 불과했다.

검은 뱀은 이런 발검술의 원리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검법으로, 하급 유저 수준만 되어도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검의 위력보다 최소 세 배 이상의 파괴력을 보일 수 있었다.

재밌는 것은 이 검은 뱀은 사용하는 자의 경지에 따라 진화한다는 것이다.

상급 유저의 경우에는 날카로움과 무거움에 치우침이 없게 하여 최적의 상태로 펼칠 수 있게 하고, 익스퍼트로 넘어가서는 일순간 발휘되는 검기의 거리가 늘어난다.

그렇기에, 경지에 오를수록 더욱더 검의 공격 거리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그 위력은 크게 뛰어나 진다.

야안은 간단한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것만으로 이처럼 놀라운 검의 묘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

뛰어난 진리일수록 단순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검법이다.

8일의 시간을 투자한 결과 야안은 검은 뱀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는데, 그 결과 육대검식만큼이나 강력한 검기를 보였다.

그가 전력을 다한다면, 검기를 날릴 시 그 비거리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건 현재 가장 긴 비거리를 자랑하는 활보다 뛰어난 것이다.

하지만 야안은 그런 원거리를 제압한 것에 검은 뱀의 가치가 있다 생각하지 않았다.

검은 뱀의 가장 오묘한 이치는 이 검은 뱀을 발검한 뒤 착검하는 과정 안에 상급 익스퍼트에 올라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 말은 그가 다른 여타의 검을 수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저 이 검은 뱀을 기세 없이 펼칠 수 있다면 온전히 상급 익스퍼트에 들어선다는 말이 된다.

야안은 이 검은 뱀의 효능을 파악한 이후, 시간이 날 때면 이 검은 뱀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대전사 루시우는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수하들을 제재하였다.

늦은 밤, 은은한 횃불 하나만이 빛나는 어둠 속에서 검은 뱀을 펼치며 발검과 착검을 하던 야안은 순간 잠시 멈칫거렸다.

‘이 느낌인가?’

지금껏 그가 펼친 검 중 가장 기세가 없는 검이었다. 완성도로 따진다면 90%에 가까웠던 것이다.

잠시 머릿속으로 그가 펼치던 검을 복원하던 야안은 이내 다시 그 머릿속에 그려진 검의 행로대로 검은 뱀을 펼쳤고, 이번에는 80% 완성도의 검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군. 조금씩 감이 오는구나.’

야안은 그 감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다시금 검을 펼치기 시작했지만, 결코 서두르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조급함을 버리고, 조금 전 머릿속에 그려진 행로를 다시 복원하며 정성스럽게 다시 검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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