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130화
상단은 두 필의 말이 이끄는 마차가 여섯 대나 되는 대규모였기에, 시일에 하루 정도 여유가 있다지만 변수가 많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점차 2전장으로 다가갈수록 분위기는 험악해져 갔다.
몬스터보다 산적들 무리가 그들을 더 많이 습격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떠돌이 난민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산적들이라 해도 제대로 된 자들도 아니었다.
군대에서 탈영한 병사들이 모여 산적 일을 하는데, 지금 모병된 병사들은 대부분 석 달 정도 창 쓰는 법을 배운 이가 대부분이라 숫자만 많을 뿐 별다른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전쟁으로 몬스터가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예전처럼 몬스터가 있는 산중이었다면 그들은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몬스터들의 밥이 되었을 것이다.
산에서 객사한 시체들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으며, 전쟁이 한창임을 노린 관리들의 패악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실제 상단에 뇌물을 노골적으로 바라기도 했다.
특히 오늘 전장으로 가는 길에 지나치게 된 세 번째 영지는 더욱 그러했다. 작년 전장에서 휩쓸려 죽은 남작가를 대신해 내려온 관리 때문에 상단은 제법 욕보게 된 것이다.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왕성에서 나왔다지만 하급 관리직밖에 되지 않은 자가 이처럼 욕심을 부리다니.”
밀리를 비롯해 상단을 책임지던 상주들은 이 관리의 정책으로 시간이 한나절이 늦어지자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다른 곳의 두 배나 되는 뇌물을 주었음에도 그저 받기만 할 뿐 자신들을 쉽사리 보내지 않는 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뇌물을 원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야안은 한동안 수련에 빠지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음에 이상함을 느끼고 뒤늦게 그 상황을 알게 되었다.
곧 성문을 나서는 상인들과 병사들에게 진실의 눈을 펼쳐 얻은 정보에서 이 남작 영지의 상태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예전 윌 백작가에서 본 것보다 그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곳은 그나마 정신이 똑바로 된 자라도 있었지, 이곳의 관리들은 저마다 이곳 영지를 돈주머니로밖에 보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왕성에서 온 임시 남작을 맡은 엘돈이라는 이의 재물에 대한 욕심이 대단했는데, 전쟁으로 피폐해진 남작성에서 1년 만에 남작성의 반년 치 예산을 챙길 정도였다.
‘이대로 가기에는 이들이 너무 가엾구나.’
이미 남작가의 평민들 대부분은 노예와도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기에는 신관으로서의 도리가 아니었다.
상단은 결국 타협점을 보지 못해 그날 하루를 성문 앞에서 자리를 잡아 야숙을 해야 했다. 바로 코앞에 영지를 앞두고 야숙을 하는 터라 불만을 털어놓지 않는 이가 없었지만, 사정을 들은 이들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다.
곧 횃불 이외에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이 몰려왔다.
그리고 상단이 있는 곳에서 한 인영이 어둠 속에 스며들며 성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망토를 벗어서 던지고 짙고 어두운색 옷으로 갈아입은 야안이었다.
남작성이라 해도 중요 외곽 쪽이라 높이가 20미터에 달하는 곳이었다. 어지간해서는 넘기란 어려운 곳이었지만 야안은 ‘토네’를 펼쳐 움직임을 가볍게 하더니 이내 평지를 달리듯 대여섯 번의 도약으로 성을 뛰어넘었다.
그렇게 성을 넘은 야안은 주위를 살필 필요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상단의 출입을 막은 경비대장과 경비병들로부터 내성에 대한 정보들을 얻은 바가 있었기 때문에 낯선 곳임에도 그의 움직임은 주저함이 없었다.
바람과도 같은 움직임으로 어느새 엘돈이 거주한다는 남작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관리가 문란하니 경계를 서는 병사들 또한 기강이 잡힐 리 없었다.
병기는 녹이 슬어 있었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병사들은 몰래 숨겨둔 술을 마시며 음담패설을 늘어놓기 바빴다.
덕분에 따로 제압하지 않고도 성의 경계를 넘을 수 있었던 야안은 남작성의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자리한 엘돈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 안에는 그가 영지를 지나면서 본 그 비참한 모습과는 어울리기 힘들 정도로 호화로운 모습의 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금과 보석으로 치장한 탓에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다.
성인 일곱 명은 잘 수 있을 듯한 침대와 상반되게 일반 성인보다 머리 하나 작고 뚱뚱한 자가 벌거벗은 여인 세 명을 둔 채 잠을 자고 있었다.
기이한 취미가 있는 듯 여인들은 말처럼 입에 재갈을 물고 천으로 눈을 가린 데다 알몸이 거친 밧줄에 묶인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들은 낯선 이가 방 안에 들어선 것을 느끼고 몸을 떨어댔는데, 야안은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들을 혼절시키고 밧줄과 재갈 따위를 풀어주었다.
타액을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들을 한쪽에 놓인 천들로 덮어준 야안은 한탄을 흘렸다.
“이게 이야기로만 듣던 비이상적 성욕이라는 것이로군.”
예전 인간의 쾌락에 대해 정리한 책자에서 성적 자극이 심리적인 요소로 고통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어서면서 성욕이 기괴하게 변질하는 것을 읽은 바 있었던 야안이었기에 머릿속으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여인들에게 ‘리젠’을 펼쳐 몸을 호전시켜 준 야안은 엘돈의 주위로 사일런스 마법을 펼쳐 소리를 차단한 뒤 방에 있는 마나 등을 끄고 그에게 손을 뻗어 이카스티스를 펼쳤다.
곧 엘돈이 벌레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지은 죄에 비례하여 고통이 있는 만큼 엘돈에게는 야안의 예상을 넘어서는 고통의 시간이 다가왔다.
스스로 머리털을 뽑고 손톱으로 온몸을 긁고 찌르며 자해를 하는 통에 야안은 몇 번이고 힐을 펼쳐야 했다.
시간이 지나 새벽이 올 때쯤. 지옥 이상을 본 탓에 창백했던 엘돈의 안색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본 야안은 진실의 눈을 펼쳐 엘돈을 살폈다.
하지만 진실의 눈에서 얻은 정보로 죄악이 많은 탓인지 참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
왜 신께서 이카스티스를 펼친다 하여 모두 회개할 수 있음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신 것은 이자 같은 존재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도 야안은 하루 두 번의 이카스티스를 펼칠 수 있는 터라, 그에게 다시 이카스티스를 펼쳤다.
그러자 조금씩 안색이 돌아오던 엘돈은 화마에 몸이 타들어 가는 그 이상의 고통을 느끼며 다시 지옥 속으로 빠져들었다.
두 번째 이카스티스라 하여 앞서 이카스티스보다 편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앞서의 정신적 고통의 여운이 남은 터라 더 지독한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야안은 눈물을 뽑고 지쳐 코피를 쏟는 엘돈에게 마케와 힐을 펼쳐주며 그를 회복시켜 주었다.
이는 지금은 악인에 불과하지만, 그가 회개하여 제대로 된 정치를 펼칠 수 있다면 남작성의 수많은 사람이 악몽과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왕성의 관리는 아무리 뒷배가 좋아도 능력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는 자리인 만큼 이자가 회개한다면 그리될 확률이 높을 거라 야안은 생각했다.
곧 다시 지옥 속에서 조금씩 벗어난 엘돈에게 진실의 눈을 펼쳐 그를 살펴본 야안은 그제야 그가 참회하였음을 알고 마음을 놓고 성을 벗어났다.
날이 밝았지만, 그 누구도 ‘토네’를 펼쳐 외곽의 길로 움직이는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부스럭, 부스럭.
야안이 보이지 않아 잠시 여기저기를 헤매던 제코는 수풀 너머에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내 소리의 주인이 야안임을 알았던 제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져온 식사를 건네었다.
“산책을 다녀오신 모양이군요. 식사가 준비되어 가져왔습니다.”
“그래, 고맙네.”
아리스 님의 뜻을 전파하느라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야안이었지만 겉모습에 변화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음식은 베르뎅이 만든 듯, 부족 특유의 향초 냄새가 나는 스튜였다.
마른 육포를 불려 야채와 함께 맛을 낸지라 특유의 짭짤함이 스며들어 있어 입맛을 돋우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야안에게 음식을 드린 뒤에야 제코는 자신의 몫을 챙겨 먹기 시작했는데, 이는 귀족가의 하녀나 하인들이 하는 예법이었다.
‘어머니의 영향이 확실히 큰 탓인가.’
이런 것뿐만 아니라 그간의 여정에서 그를 살펴보았을 때 예법을 비롯해 여러 기초적인 지식에 대해서는 따로 가르칠 것이 없을 정도였다.
상단의 주인인 밀리는 다른 행상들과 함께 길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낮까지 기다리다 다시 한번 협상을 해보기로 했다.
그들로서도 조금이라도 더 받는 것이 이득일 테니, 어쩌면 들어갈 수 있을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나 돌아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면 이틀의 시간이 늘어지니, 일정이 빡빡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간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데 벌써 상행의 9일째 되는 날이라 쓸쓸 지쳐가는 그들로서는 그렇게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낮이 되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성에서 한 경비병이 온 뒤로부터 그들의 그 고민은 사라져 버렸다.
성문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채 갑자기 상단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하?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좋기는 하지만,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상단의 몇몇 상인들은 혹시 이들이 자신들을 해코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겁을 먹기도 했다.
물론 무력으로만 따진다면 야안 일행이 있으니 겁을 낼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거래를 하러 온 입장에서 이 나라의 귀족과 싸우게 된다면 상단에 여러 가지로 불이익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인지라 그들은 마차를 끌고 성안으로 들어섰다.
성안의 모습은 참혹했다.
자신들에게 터무니없는 뇌물을 바라는 것에서부터 대충 예상은 했지만, 성안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은 농노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 농노는 그래도 먹을 거라도 주지, 이들은 전부다 오랫동안 굶은 듯 대부분이 피골이 상접한지라 상단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더러운 옷을 입은 아이들은 먹을 것 좀 달라는 말도 못 한 채 올챙이 같은 배를 보이며 길가에 너부러져 있었고, 어른들은 배고픈 것은 둘째 치고 혹시 자신들이 그들을 해코지할까 싶어 서둘러 길에서 모습을 숨었다.
“하, 여러 곳을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참혹한 모습은 처음이군.”
밀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는 하루빨리 이 남작성을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숲의 부족 사람들은 설사 몬스터에게 죽었으면 죽었지, 이 같은 폭정에 사람들이 아사 직전에 있는 것을 보고는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 말로만 들었던 폭정이라는 것이군.”
라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술맛이 떨어진 듯 술병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숲에서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사람 수가 적은 탓에 인명을 중시하는 이유도 있지만, 이 같은 폭정을 벌이기 시작한 부족에 대족장이 제지를 가하기 때문이다.
대부족이라 해도 4년에 한 번씩 있는 회의를 통해 과하다 싶은 일들은 제지를 당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은 가끔 숲 밖을 갔다 온 이들에게 들었을 뿐이다.
“흠, 글쎄다.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군.”
무언가를 발견한 오스의 말에 야안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군. 그가 자신이 벌인 일을 수습하기 시작한 모양이야.’
성에서 나온 듯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거대한 솥과 함께 옥수수 가루 따위를 가져와 끊이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성에서 사람들이 나오자 두려움에 숨은 사람들을 찾아 음식을 내준다면 홍보를 하기도 했다.
“그것참, 원 음식을 준다고 해도 나오지 않으니.”
워낙 폭정이 심한 터라, 그 말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신들이 하는 말을 듣기도 전에 몸을 내빼니 그들로서는 여러모로 힘에 겨워했다.
투덜거리는 그들을 지나치던 상단은 도대체 이곳 영주가 무슨 꿍꿍이인가 싶어 머리를 감싸야 했고, 지난밤 야안이 성안으로 들어간 사실을 안 큰 스승들과 로지, 알레한드로는 야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어리둥절한 이들 상단은 그들의 바람대로 무사히 남작성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5일이 더 지나 이제 예전 이곳에 영지가 있었다는 흔적만 남은 폐허가 되어버린 영지를 지나치던 상단은 그 모습에 혀를 찼다.
상단의 몇몇 행상들은 벌써 여기까지 밀린 것인가 싶어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요즘 2전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은 들었지만, 물자를 담당하던 자작 영지가 폐허가 되어버린 모습을 보니 듣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뒤로 후퇴하여 전장의 범위가 늘어난 것 같았다.
‘곤란해졌군.’
밀리는 고민에 빠졌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어디로 물자를 운송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다가 아군들한테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잘못했다가는 제국의 영역에 들어설지도 모르니 상행에 경험이 많은 그로서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아군 측과 연락이 닿아야…….’
비록 밀리고 있다고 하지만, 이곳에 연락망을 두지 않았을 리 없었다. 그는 불을 피워 연기를 내어 자신들을 알리기로 했다.
자신들이 다가가는 것보다 그쪽에서 찾아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밀리는 그 사정을 미리 야안 측에게 의논하였다. 잘못하다 이들이 적대시하는 그들과 일전을 벌이면 일이 최악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판단해서이다.
“정말이지, 이번 일은 쉽지 않게 흘러가는 것 같군.”
중얼거리는 밀리의 말을 들은 야안은 작게 긍정했다.
‘전장에 이 정도의 영향을 보인 것을 보면 악마가 상당 부분의 힘을 되찾은 모양이구나.’
그 악마와 가까워질수록 그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구체화되어 갔는데, 오늘 이곳에 도착한 직후 다시 정보가 수정되었고 그를 통해 악마가 제국 측의 한 인간에게 기생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보 창을 통해 그 위치가 어디쯤인지는 짐작한 야안은 한숨을 흘리며 젖은 나무로 연기를 내고 있는 상인들을 바라보던 제코와 부족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여기서 이들과 따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야안의 말에 로뎅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군. 미약하지만, 사기가 느껴지는 것이 보이네. 혹시 그의 위치를 찾은 것인가?”
“네, 아무래도 인간에게 기생해 있는 모양입니다. 최근 들어 급작스럽게 부상한 자를 찾는다면 어렵지 않게 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야안의 대답에 부족의 사람들은 드디어 악마를 척살하게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얼굴이 경직되어 보였다.
그런 그들의 마음과 다른 바 없던 야안이었지만, 애써 마음을 숨기고 제코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전에 말했듯이 너는 이들 상단과 같이 있도록 하여라. 일이 끝나면 찾아오마.”
“부디 하시는 일 잘되시기를 빌겠습니다.”
야안에게서 이 일에 대해 어느 정도 들은 바가 있던 제코는 자신의 경지로는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뿐임을 알기에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야안의 명을 받아들였다.
곧 야안은 상단주인 밀리에게 말하였고, 그 또한 본래 여기까지 계약한 것으로 아쉬움을 보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부디 하시는 일 잘 이루어지시기를 빕니다.”
그의 말에 야안 또한 상단의 무사귀환을 빌어주었고, 곧 라콘으로부터 체만 왕국의 정찰병이 오고 있음을 알게 된 그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한 상단과 짧은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무성한 수풀 너머로 검은 야쿤들을 탄 그들은 그렇게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